아버지라는 존재가 점점 위축돼가는 요즈음 세상이다. 고귀하지만 한편으로는 난감하기도 한 것이 '밥벌이'라는 아버지의 역할이다.
가족을 위한 생활 전선에서 분투하는 아버지들은 점차 가족 밖 타인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메마르고 비정한 세상에서 아내에게, 또 자식들 에게도 낯설고 어색한 존재가 된 아버지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정치 계절이 되니 정치하는 사람들이 또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대통령 후보라는 한 정치인이 '자식은 남' 이라는 발언을 해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본인의 정치에 지장이 있다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아들을 남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한다. 아버지와 자식이라는 진정한 가족관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이다. 인간사회의 기본인 가족관계를 왜곡하는 정치인을 보며, 얼마 전 읽었던 책의 내용이 떠올랐다.
'나는 아버지입니다'(딕 호이트, 던 예거 공저) 라는 책명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 전역을 눈물바다로 만든 아버지 '딕 호이트'와 아들 '릭 호이트'의 이야기다.
아들은 목에 탯줄이 감긴 채 태어나 뇌성마비와 경련성 정신마비가 됐다. 의사는 아이를 포기하라고 했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
수년의 세월이 흘러 아들은 컴퓨터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아들 '릭 호이트' 바람은 단순했다. "달리고 싶어요!"
그날부터 아버지는 아들의 휠체어를 밀며 달리기 시작했다.
아들이 15세가 되 던 해, 그들 부자는 처음으로 8 킬로미터 달리기 대회에 나가 뒤로부터 2등을 했다.
하지만 경기 후 아들이 말했다. "오늘 처음으로 내 몸의 장애가 사라진 것 같았어요"
아버지와 자식 부자는 서로를 끌어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들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마라톤은 물론 철인 3종경기에도 참가했다. 사람들은 미친 짓 이라며 말렸지만 이들은 마침내 철인 3종경 기를 완주하고 '철인'이라는 영광스러운 칭호도 받았다.
그 후로도 이들 부자의 도전은 계속됐다.
마라톤 64회, 단축 철인3종 경기 206회, 보스턴 마라톤 24회 연속 완주의 대기록을 세웠다. 마라톤 최고 기록은 2시간 40분 47초, 정상인도 내기 힘든 엄청난 기록이었다.
또한 달리기와 자전거로 6000 킬로미터에 이르는 미국 대륙을 횡단도 했다.
대기록을 이루고난 후 아들이 말했다. "아버지가 없었다면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이에 아버지는 말했다. "네가 없었다면 아버지는 하지 않았다"
장애를 가진 아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한 아버지.
100만 킬로미터를 달리며 아버지라는 존재를 새롭게 일깨운 '딕 호이트' 에게 세상은 보이지 않는 명예로운 훈장을 수여했다.
그 훈장의 이름은 '기적의 아버지', '최고의 아버지' 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이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딕 호이트와 릭 호이트 부자는 달리기로 '팀 호이트' 가 됐다.
이미 팀 호이트의 이야기는 전설이 되고 있다. 지금 이 시대에는 무엇보다 이런 부자의 전설이 필요하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겠다며 어떤 이는 정치를 하고, 의사가 돼 활동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자선사업을 하며 인류를 위해 봉사한다. 그런데 아들 하나 잘 키우는 일이 그에 못지않음을 '딕 호이트'는 보여주었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가족 사랑의 기적을 보여 주는 것 같았다.
또 이 세상에서 가족이라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되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