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바람소리 숨막히는 그리움은 당신이 없는 또 다른 눈물인가요. 천국에도 계절이 있나요. 여기는 풍성한 여름이 푸르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당신에 향한 그리움 산 넘고 물 건너 어디엔들 못 가랴만 당신께 닿을 수 없어 가슴이 아파옵니다.
서러운 당신은 비운의 배를 타고 통곡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신이 없는 빈자리에서 내내 당신의 그림자를 찾고 있습니다. 웃기도 했다가, 울기도 했다가 어쩔 줄 모르는 시간의 얼굴들……. 구름 같은 인생 바람에 떠밀려 가다 보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는 게 인생인가 보오.
냉혹한 세월 뼈마디 삭이며 세찬 비바람 이겨내고, 고통과 시련의 강을 건너 지금은 별이 된 당신의 사랑을 가슴에 담으며, 고인 하얀 눈물을 꽃잎에 새깁니다. 애절한 그리움 당신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립니다. 어느 시인은 "사람이 죽으면 은하수 건너 별이 된다"고 했습니다. 당신은 까만 밤하늘 어느 별자리 어느 별로 떠서 영롱하게 불 밝히고 계신지요. 당신이 내 곁을 떠나 은하수 건넌 지도 벌써 4년이 되는군요. 그토록 맑고 밝던 당신의 명주 빛 웃음, 별처럼 아름답게 빛나던 모습이 그리워 아픈 눈물 흘립니다. 우수수 떨어지는 외로운 시간을 껴안고 당신의 생각에 젖다 보면 이 밤은 잠 못 이루는 밤이 되어갑니다. 창문을 열고 밤하늘에 별을 목타는 안타까움으로 바라봅니다. 풀잎처럼 내 안에 흔들리는 당신의 숨소리를 쓰다듬으며 하늘 바다의 고요한 섬으로 떠서 당신을 찾고 있네요.
지금 대체 당신은 어디에 계신 건가요. 당신만으로 가득 찼던 집 안에는 텅 빈 외로움만 파도처럼 일렁일 뿐, 그리운 모습은 보이질 않네요. 당신이 없는 이 세상 내가 존재함에 무슨 의미가 있나요. 당신은 산전수전 다 겪고 살아왔지요. 가녀린 여자의 몸으로 안 해 본 것 없이 온몸을 던졌지요. 보따리 장사, 삼복더위 비닐하우스 묘상(苗床)일, 건축업, 부동산까지…… 길이 없어도 길이 보이는 먼 미래 푸르름을 향하여 끝도 없는 가시밭길을 담담히 걸어왔어요.
당신의 온몸으로 일궈낸 순백의 자태! 우리 가정을 빈곤의 늪에서 구출해 놓고, 당신은 조용히 하늘로 떠나고 나니, 가슴에는 이렇게 찬비만 내립니다. 며칠 있으면 당신의 네 번째 기일이 다가오네요. 식구 모두는 정성껏 제례 준비를 하여 당신을 모시려 마중합니다. 그날만은 천국에서 내려와 차린 음식 마음껏 들고 당신의 애틋한 사랑 나누어주며 아련한 추억도 소환해 보구려.
추억도 길을 잃고 잠들었나 희미해 보이네요. 살아생전 시골은 산속이라 밤이면 무섭다고 늘 말해 왔지요. 당신이 천국에 가서도 무서워할까 봐 밤이면 묘역을 환하게 밝혀주려고 전깃불을 설치했어요. 타이머를 달아 자동으로 저녁 8시가 되면 불이 들어오고, 새벽 4시가 되면 꺼지게 했답니다. 갖가지 색깔에 점멸등도 달아 나뭇가지마다 깜박깜박 오색의 노래를 부른답니다. 태양광 램프도 묘역에 둘러앉아 예쁜 밀애를 속삭이네요. 당신이 좋아하던 도자기, 화분, 수족관까지 묘역에 옮겨다 놓았습니다. 당신이 외롭고 쓸쓸해질까 봐서입니다. 매일 밤 저녁 8시 묘역에 불이 들어오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커피 한 잔 타 가지고, 당신을 만나러 가는 시간이 유일한 기쁨이고 즐거움입니다. 고적한 인생길 속절없이 붉은 노을만 남긴 채 사라진 태양 아래, 당신을 위하여 죽는 날까지 무슨 노래를 불러야 할까요.
우리 가정 이삿짐이라야 옷 넣는 고리 하나로 시작한 살림이 아닌가요. 그런 가난을 잊게 만든 당신의 헌신적이고 고달픈 삶의 고뇌가 아니었나요. 이 모두가 당신의 사랑입니다. 당신의 힘들었던 수많은 세월의 노래가 천상의 목소리로 외롭게 들려오네요.
여보! 평소 당신이 몸과 마음이 지쳐 있어도 따뜻하게 위로의 말 한마디 못했어요. 수고했다고 손 한 번 꼬옥 잡아주지 못했습니다. 이 모든 게 뒤늦은 후회로 남아 바보처럼 살았다는 생각이 차오릅니다.
새소리도 피었다 지고, 이승 생명 다하고 영혼이 반갑게 당신을 만나는 날, 새벽 꽃잎에 맺힌 이슬에 입술로 살며시 이야기해요. 산새소리, 물소리, 솔바람소리 모두 끌어안고, 꽃구름 타고 가장 선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시작하며 행복을 노래하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