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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4.10 15:38:09
  • 최종수정2024.04.10 15:38:09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중리에 도롱골이라는 마을이 있다. 중리 저수지에서 안족봉 낮은 골짜기를 따라가면 된고개골을 지나 피고개를 넘어 미원면 용곡리로 가게 되지만 안족봉을 향해 직접 올라가면 깊은 산골짜기에 자리잡은 도롱골이라는 마을을 만나게 된다. 예전에는 깊숙한 산골짜기를 가리키는 지명이었겠지만 오늘날 이곳에 천연염색 공방을 비롯하여 가죽공방 등 공예 체험장들이 들어서면서 도롱골 공예 마을이 생겼다.

그러면 도롱골의 '도롱'이란 무슨 의미일까?

충북의 지명에서 도롱골이란 지명을 찾아보니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덕암리의 '도롱골'을 비롯하여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충주시 노은면 법동리, 충주시 앙성면 지당리, 진천군 이월면 동성리,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영동군 양강면 묘동리, 영동군 상촌면 돈대리, 영동군 매곡면 공수리, 영동군 양강면 만계리, 제천시 봉양읍 장평리, 단양군 영춘면 남천리, 단양군 가곡면 보발리 등 각지에 널리 분포되어 있었는데 유사한 음을 가진 '도롱뇽'과 연관지어 '도롱뇽이 사는 깊은 산골짜기'라는 의미로 해석하거나 아니면 그 유래가 전해지지 않는 지역이 대부분이었다.

다른 지역의 지명에 나타나는 '도롱'의 유래를 보면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道龍洞)은 조선시대에 공주군 탄동면의 지역으로 뒷산의 모양이 도룡뇽과 같으며 산의 모양새 또한 용이 물을 마시는 형국이라 하여 도롱 또는 도룡이라 불렀다고 전해지며, 경북 청도군 운문면 방음리의 방음산은 까치산, 도롱굴산으로도 부르는데 도롱골산이란 정상에서 내려오는 골짜기의 형상이 '도롱이(비옷)'와 비슷해 도롱골로 불린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와같이 지명에서 '도롱'의 본래의 의미를 잃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도롱뇽'이나 농민들의 필수품인 '도롱이'와 연관짓게 되었으나 '도롱이'의 경우에는 자주 사용하면서도 그 이름이 생겨난 본래의 의미를 모르므로 어쩔 수 없이 그 지명을 가진 지역이 도롱이의 형태라는 식으로 설명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도롱'의 의미는 두 가지로 추정해 볼 수가 있다. 하나는 돌아가는 형태의 지형을 나타낸 것으로 '돌은골'이 '도롱골'로 변이된 것으로 볼 수가 있는데 회룡곡(回龍谷), 회룡포(回龍浦)와 같이 한자로 표기된 지명들로 보아 설득력이 높다고 하겠다.

또 하나는 짚으로 만든 비옷을 '도롱이'라 명명한 과정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옛날 우리 조상들이 농사일을 할 때 비를 막기 위하여 도롱이라는 비옷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도롱이는 짚이나 띠같은 풀로 촘촘하게 잇달아 엮어 들이치는 빗물이 스며 들어가지 않게 하고, 줄거리 끝부분은 그대로 드리워 끝이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빗물이 안으로 스며들 겨를이 없이 줄기를 따라 땅으로 흘러내리게 만들었다. 길이는 활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둔부선(臀部線)까지 내려오게 하였으며 농촌에서 비오는 날 들일을 할 때 사용하였는데, 머리에는 어깨 너비 이상이 되는 삿갓을 씀으로써 우비의 역할을 다하였던 것이다.

도롱이는 도랭이, 도롱옷, 드렁이, 도링이, 되랭이, 되롱이 등의 여러 방언이 있는데 도롱이의 방언이 많은 것은 그만큼 널리 사용되고 있었음을 나타내고 있다고 할 것이다. 도롱이를 한자로 '녹사의(綠蓑衣), 사의(蓑衣)'라 표기하고 있는데 이는 '풀로 덮어서 가린 옷'의 의미이므로 '도롱'이란 '비를 가리기 위하여 몸을 덮는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말이며 '이'는 명사형 접미사임을 알 수가 있다. 그렇다면 도롱골이란 '숲이나 산줄기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 마을, 숲으로 둘러싸인 마을'을 가리키는 말로 추정할 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형의 형태를 묘사하는 지명의 명명 과정을 볼 때 골짜기나 산줄기가 곧은 형태가 아니라 돌아가는 형태라면 결국 둘러싸여서 보이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도롱이라는 비옷도 몸을 한바퀴 돌아 덮어서 비를 피하는 물건이므로 결국은 '돌다(回)'라는 어근에서 파생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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