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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10.24 17:33:26
  • 최종수정2018.10.24 17:33:26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보은군 산외면에 백석리(白石里)라는 곳이 있다. 하얀 돌이 많이 있으므로 '흰돌'이라 하던 것이 변해 '흔들'이 되고 한자로 '백석(白石)'이라 표기했다고 전해지는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장갑리의 일부를 병합해 백석리가 됐다.

 흰돌은 밝고 청결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마을 이름으로서 더할 수 없이 좋을 뿐만 아니라 성경에서도 깊은 뜻을 지닌 특별한 말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이곳 지명을 처음 만들어 쓴 조상들은 어떤 의미로 이 이름을 지었을까? 이 마을에 흰돌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흔들바위가 있어서인지 정말로 궁금하다. 어떤 것이든 지명이 만들어지는 뿌리가 될 수는 있지만 지명이란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끊임없이 변이되기 때문에 현재의 소리가 가진 의미만으로 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다른 지역에서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지명이나 또는 비슷한 음으로 변이된 지명들의 변이 과정을 비교 분석하면 통계적으로 더 타당하고 유의미한 뿌리를 찾아낼 수가 있는 것이다.

 인근에 비슷한 이름을 가진 백현리(栢峴里)라는 마을이 있다. 성산(城山)의 밑이 되므로 잣고개라 했는데 한자로 백현(栢峴)이라 표기했으며 옛날 신라와 고구려의 국경으로 이곳 인근에 성(城)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지명에서 성(城)의 인근에 있는 고개를 잣고개라 하는데 '성(城)'의 의미인 '잣'을 잣나무의 열매인 '잣(栢)'으로 보아 대부분 한자로 '백현(栢峴)'으로 표기됐다. 이와같은 지명이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백현리와 경북 구미시 산동면 백현리 등이 있고, 진천군 백곡면의 백곡(栢谷), 제천과 원주의 백곡산(栢谷山), 경남 밀양시 용평리의 백곡(栢谷) 등에 쓰인 '백(栢)'도 어원은 다를지라도 '잣'과 연관지어 '백(栢)'으로 표기한 것으로 짐작이 된다.

 그렇다면 '백석(白石)'이라는 지명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백석'과 비슷한 음을 지닌 지명에 '박석고개'라는 지명이 있다. 충주시 수안보면 안보리의 박석고개를 비롯해 영동군 가동리에서 남전리로 넘어가는 험한 고갯길에도 박석고개가 있으며, 보은에 있는 말티고개도 옛날에 박석고개라 불렸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그밖에도 서울특별시 은평구 불광동의 박석고개, 충남 홍성군 홍동면 신기리의 박석고개,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 정금리의 박석고개,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가좌리의 박석고개, 경기도 양주시 남면 상수리의 박석고개, 경기도 이천시 장록동의 박석고개, 경기도 여주시 금사면 이포리의 박석고개,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 백의리의 박석고개 등 여러 지역에 많이 분포돼 있다. 이들 지명들의 한자 표기는 공통적으로 '박석(礡石)'으로 표기하고 있으며 한자의 의미로 보아 작은 돌과 연관지어 유래나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박석고개라는 지명이 이렇게 전국에 많이 산재해 있다는 것은 '박석'이라고 표기된 말의 어원이 옛날에 일반적으로 지명에 널리 쓰이던 말임을 짐작할 수가 있다. '박석(薄石)'이란 '얇고 넓적한 돌'을 의미하는데 고개란 비가 오면 땅이 질어서 고개를 넘는데 어려움이 있어 자갈을 깔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고개 이름과 연관지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어느 고개나 같으므로 고개의 차별성을 표시해야만 하는 지명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박석'으로 표기하기 전의 원래의 순우리말로 된 자연 지명이 존재하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을 해 볼 수가 있다.

 '박석'의 어원이 되는 우리말을 찾는 실마리는 다음의 지명에서 발견할 수가 있다. 인천시 구월동에 백석말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백석'이란 '박달'의 다른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오랜 옛날에 흔히 사용하던 '박달'이라는 말에서 '박'이 '백'으로 변이되는 것은 지명에서 그 예가 아주 많이 나타나며, '달'을 음이 비슷한 '돌'로 보아 한자로 표기하면 '석(石)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박석고개는 결국 '박달재, 박달고개'에서 나온 것으로 '높은 고개'라는 의미에서 그 뿌리를 찾아볼 수가 있으며 '박달산'이 '높은 산'의 의미라면 '백석말'은 '산지의 높은 지역에 있는 마을'의 의미인 것이다. 그러므로 백현리란 예전에 우리 조상들이 사용하던 순수한 우리말 지명으로는 잣고개일 것이고, 백석리는 박달말이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가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잊혀졌지만 백석리 인근에 박석고개, 또는 박달재라 불리던 고개가 존재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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