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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11.20 17:46:55
  • 최종수정2019.11.20 17:46:55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옛날 초등학교 시절에 우리는 시험 공부를 위해 우리나라의 산맥 이름을 달달 외웠었는데 그 중에서도 차령산맥은 충북의 주된 산맥이라 하여 특별히 애착을 가지고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10여년 전에 차령산맥이 존재하지 않는 산맥이라는 소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던 일이 생각나서 이제 그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가 배웠던 산맥 개념은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인 1903년에 조선의 지하자원 수탈을 목적으로 일본인 고토 분지로(小藤文次郞)라는 지질학자가 조선에 와서 불과 일 년 동안에 측정한 결과 만들어진 것이다.

지리학자인 양보경 교수는

"일제가 교묘하게 백두산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백두대간을 5조각으로 동강을 낸 다음 산맥이라는 개념을 동원하여 이를 한국 지리에 인입시켜 백두산이라는 우리 민족의 성산을 족보에도 없는 산으로 만들고 우리 민족이 신성시 여기던 범을 늑대와 결합시켜 호랑이로 만들어 근역강산맹호기상도(槿域江山猛虎氣像圖)를 토끼 모양으로 만들어 나약하고 힘없는 나라로 인식케 한 것이 별다른 의도없이 생긴 것일까"라며 일제의 의도적인 창지개명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당시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호랑이'라는 단어는 별로 사용하지 않았고 범 혹은 호(虎)라고 불렀다. 호랑이는 일제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성스러운 동물로 여겼던 범을 우리 문화에서 없애는 작업과 병행하여, 광물을 파악하는 이런 지질 조사 작업과 산림과 토지를 빼앗기 위해 동양척식주식회사가 측량을 하는 과정에서 삼각점을 산꼭대기에 박아야 했는데 이 때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범(虎)과 늑대(狼)였으므로 이를 없애기 위하여 사냥꾼과 군대까지 동원하여 무자비하게 포획하고 사살하여 멸종시키고 말았던 것이다.

1980년 이우형 선생에 의해 산경표가 소개되기 시작하면서 우리 조상들의 전통적인 지리 인식과 백두대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게 되었다. 이후 우리나라를 강타한 IMF 후폭풍은 양산된 40대 이후의 실업자들을 대거 산으로 내몰았으며 백두대간이라는 단어를 쉽게 접하면서 그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인터넷의 확산으로 인해 그동안 전문 산악인들에 의한 등반 위주의 산행에서 누구나 도전하고 즐길 수 있는 일반인의 산행으로 산행의 패턴이 변화하면서 백두대간 종주라는 새로운 풍조가 등장하였던 것이다.

지난 2005년 국토연구원은 위성 영상 처리 및 지리정보시스템(GIS) 공간분석기법과 각종 실측자료를 바탕으로 한반도 지형을 3차원으로 재현한 산맥 지도를 발표하였다. 새로운 한반도 산맥은 현행 교과서에 수록된 산맥 체계와는 크게 다르지만 산경표의 백두대간 체계와 비슷하고 대동여지도의 산줄기 체계와는 매우 흡사했다고 국토연구원은 밝혔다. 특히 한반도 등뼈에 해당하는 백두대간의 경우 낭림산맥과 태백산맥이 추가령구조곡을 사이에 두고 서로 끊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조사 결과 백두산에서 출발하여 금강산, 설악산, 속리산을 거쳐 지리산에 이르기까지 총길이 1494.3㎞가 끊임없이 연결돼 있는 것으로 입증됨으로서 백두대간의 존재가 새롭게 알려지게 되었으며 그동안 사용해 오던 일제가 만든 산맥도를 일제 청산이라는 맥락에서 폐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그리고 하루빨리 초중등 교과서에서 산맥도를 새롭게 수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으나 기존 지리학회의 반발과 학문적 논란이 계속되어 아직까지도 해결하지 못한 과제로 남아있다.

그러나 2009년 교육과정 개편 때 '조상들의 국토관'이라는 제하에 산경표가 지리교과서에 실리게 되었고, 우리의 산경표가 선조들의 지리 인식 정도로나마 소개된 것이 그동안 진정한 우리 국토의 산맥도를 찾고자 애써온 사람들이 노력한 성과라면 성과일 것이다.

분수계를 산맥의 기준으로 하는 산경표와 새로운 산맥도에 의하면 차령산맥(車嶺山脈)은 충주 부근에서 남한강의 횡단으로 분리되므로 산맥이 아님이 분명하므로 '차령산맥은 없다'는 말이 헛된 말이 아니며 충북 지역에 살아온 조상들의 삶을 되돌아 보는 데는 물론 충북의 지명을 연구하는 데 도 매우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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