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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6.19 17:55:02
  • 최종수정2019.06.19 17:55:02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추정리에서 가덕을 지나 시원하게 뻗은 4차선 도로를 달리다 보면 두산리에서 큰 고개를 넘어 문의와 청주로 갈라지는 삼거리 길이 나타난다. 도로의 오른 쪽에 나지막한 산을 배경으로 남향으로 들어선 아늑한 마을이 있으니 이름도 고운 고은리란다. 고은리는 본래 청주군 남일상면(南一上面)의 지역으로서 '고분터, 고원티(高院峙)'라 불리어 왔는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관기리(館基里), 임의리(林義里), 유관리(柳串里), 진목리(眞木里), 쌍수리(雙樹里) 일부와 남일하면(南一下面)의 관기리(館基里) 일부를 병합하여 고은리(高隱里)라 하여 남일면에 편입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고은리(高隱里)라는 지명은 '고분터, 고원티(高院峙)'라는 원래의 자연지명에서 음차에 의하여 한자로 미화하여 표기된 것임을 알 수가 있는데 그 음이 '곱다'의 활용형인 '고운'과 유사하여 아름다운 이미지를 연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고분터'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에서 생겨난 것일까·

이름에서 떠오르는 의미로만 보면 '옛무덤이 있는 터'라는 의미의 한자 '고분(古墳)터'로 볼 수 있겠지만 주변에서 '고분(古墳)'을 의미하는 자연 지명은 찾을 수가 없다. 지명을 한자로 표기할 때는 한자의 음차와 의차를 이용하여 우리말로 된 자연 지명으로 소리를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고분기(古墳基)'라 표기하고 '옛무덤터'라는 자연지명이 전해 와야 할 것인데 '고분터'가 자영지명으로 전해지고 있다는 것은 '고분'이 한자표기가 아닌 순수한 우리말의 변이음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다른 지역의 지명에서 '고은리'를 찾아보자.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의 고은리는 고목마을과 은석마을에서 각각 한 글자씩 가져와서 고은리라는 지명이 만들어졌으므로 자연지명이라고 할 수가 없다.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의 구운리는 9명의 신선이 구름을 타고 내려와 놀던 마을이었다는 전설에서 유래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강원도 춘천시 동내면 고은리는 자연지명이 곰실이므로 '곰실(큰 마을)→고음실 →고은실 →고은리'의 변이과정을 추정해 볼 수가 있다. 또한 경상북도 경산시 용성면에도 '고은리'라는 지명이 있으나 그 어원을 알아내기가 어렵다.

충주시 수안보면의 고운리 마을은 1960년대에 형석을 채굴하던 광산이 있는데 지난해(1918년) 겨울에 그 곳에서 역고드름이 발견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던 마을이다. 이 마을에 전해오는 전설에 의하면, 중산리 상촌에 속하는 마을인 법수와 경계를 이루는 마을 뒷산 중턱에 고운사(古云寺)라는 절이 있었다고 하며, 그 부근에는 지금도 옛날 기와 조각이 많이 나오고 있어 이 마을을 고운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본래 연풍군(延豊郡) 수회면(水回面)에 속해 있던 지역으로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 때 고은과 시여골을 합하여 고운리라 하여 괴산군 상모면에 편입되었고, 1963년 중원군에 편입되었다. 마을이 언제부터 형성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연풍읍지(延豊邑誌)』 방리(方里) 수회면조(水回面條)에 '현북거오십리고운리(縣北距五十里古云里)'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1720년 이전부터 마을이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는 동시에 '고운'이라는 말이 순우리말로 이루어진 자연지명으로서 구전되어온 지명 요소로 생각된다.

이 지역의 지형을 보면 동북쪽에는 살미면 공이리로 넘어가는 갑둥이재가 가로놓여 있고 동남쪽은 꼬부랑재를 넘어 한수면 송계리로 통해 있으며, 남서쪽은 온천리 관동마을과 직마리재를 경계로 하고 있고 서쪽은 소백산맥의 지맥이 적보산으로 내려가며 한 줄기가 뻗어내려 중산리 법수와 경계를 이루는 산간 분지형 마을이다. 이곳에 '꼬부랑재'라는 자연 지명이 있는데 '꼬부랑재'를 다르게 표현하면 '굽은티'가 되며 '굽은티→구운티→고운티'의 변이 과정을 추정해 볼 수가 있지 않을까·

청주시 남일면의 고은리에 전해오는 지명 유래에도 지형이 굽고 휘어 있으므로 고분터라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한 다른 이름으로 '고분티, 고원티'라고도 불리우고 있으며 이곳 지형의 특징도 두산리에서 고개를 서서히 올라가다가 왼쪽으로 구부러져 내려가도록 되어 있어서 매우 특이하다는 느낌을 받곤 했었다.

따라서 고은리는 '굽은티 → 구븐티 → 고분티, 고원티, 고분터 → 고운티 →고운리'의 변이 과정으로 추정되며 '구부러진 고개 아래에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로 볼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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