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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균

충청북도의회 교육수석전문위원

맛은 음식물 등이 입속에서 주는 모든 느낌을 맛이라고 한다. 맛은 음식물에서 풍기는 냄새가 좌우한다. 맛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경험의 산물이다. 똑같은 음식도 사람에 따라 맛에 대한 평가는 천양지차다. 맛은 삶의 가장 큰 재미 중 하나다. 우리는 맛의 경험을 쌓아가며 살아간다.

2023년 현재, 대한민국은 먹기 위해 사는 시대라 착각할 정도다. TV를 켜면 열 채널 중 다섯 채널 이상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있다. SNS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음식을 먹는 방송을 줄여 이르는 말인 '먹방'이 인기 키워드가 된 지 오래고, 어디 가서 뭘 맛있게 먹었는지를 사진과 기록으로 인증하는 게시물들이 넘쳐난다. 맛집은 맛있는 음식점을 말한다. 맛집을 소개하는 책자와 홍보물도 수없이 출간되고 절찬리에 판매중이다. 최근에는 맛집에 만족하지 않고 멋스러운 경치를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뷰 맛집이 뜨고 있다. 수평선이 펼쳐진 바다와 푸른 산이 탁 트인 풍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막힌 속을 뻥 뚫어주며 힐링이 된다. 여기에 맛있는 식사까지 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낮에는 햇볕의 따스함을 느끼고, 저녁에는 황홀하게 퍼지는 노을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밤하늘의 별을 헤거나 화려한 야경을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맛집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여유 있는 식사를 즐기는 로망을 누구나 꿈꿔 볼 것이다.

우리는 맛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민족이다. 선조들은 온갖 재난으로 곡식이 떨어져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연명해 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역경을 딛고 음식의 맛을 살려 낸 자랑스러운 조상들이다. 그런 인물 중 홍길동전을 지은 조선시대 허균이 진정한 맛의 대가라 생각한다. 허균은 저서 '도문대작(屠門大嚼)'서문에서 "우리 집은 비록 가난했지만 선친이 살아 계실 때는 사방에서 별미 음식을 예물로 보내는 이가 많아서 어린 시절 진귀한 음식을 두루 먹어보았다."고 맛의 대가가 된 사연을 밝혔다. '도문대작(屠門大嚼)'이란 푸줏간 문을 바라보며 입을 크게 벌려 씹으면서 고기 먹고 싶은 생각을 달랜다는 뜻으로, 흉내 내고 상상만 해도 유쾌하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다. 맛은 이처럼 경험에서 나온다. 지인들 중 생선회를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대부분이 어린 시절 생선회를 경험하지 못해서 지금까지 먹지 않는다고 한다. 허균은 조선 팔도 곳곳에 맛있는 식재료와 음식을 소개하면서, 맛과 향에 대한 품평과 함께 먹었던 장소나 요리법, 추가로 해당 음식을 잘 만드는 사람이 누구인지까지 모두 기록하였다. 허균은 현대판 맛집 책을 저술한 선구자다. 그는 "다만 바라는 것은 동이에 술이 비지 않고, 부엌의 연기가 끊기지 않으며, 물에서 고기를 낚을 수 있다면 일생이 만족하니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라고 하며 조선 제일의 맛의 대가임을 보여줬다. 삶이 힘들고 몸이 아플 때 어머니가 유년시절부터 자주 해 주던 음식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이런 음식을 소울푸드라고 한다. 소울푸드는 우리에게 추억을 소환하고 위로와 마음의 평안을 선사한다.

맛집에 대하여 안내하고, 평가하는 인터넷 자료와 책자가 넘쳐나지만 막상 우리가 음식을 즐기고 삶의 안식과 여유를 가져다 주는 곳을 가려하면, 선뜻 어디를 가서 먹나? 나서기가 막막하고 답답한 것도 사실이다. 내가 가서 좋은 곳은 너도 좋을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나름의 맛집 찾기 기준을 적어본다. 첫째, 현지인이 잘 가는 식당이다. 지역 맛집은 지역사람이 제일 잘 안다. 둘째, 대물림집 또는 백년가게 등으로 인증된 오래된 식당이다. 요리는 경험의 축적으로 노포는 이미 수십년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 온 집이다. 셋째, 방송, 인터넷, 맛집 책자 등 각종 언론 매체에서 맛집이라고 소개하고 세간의 명성이 자자한 집이다. 이 경우는 실패할 확률이 있어 후기를 확인하고 가는 편이 좋다. 넷째, 김치 등 기본 반찬이 빼어난 집이다. 이런 맛집 찾기 기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맛보는 시기다. 계절의 자연스런 기운에 의해 자라난 가장 싱싱하고 가장 제철다운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것이라고 한다. 상대적으로 내가 안 가는 식당은 규모가 크고 전국적인 지점을 운영하는 상업화된 집과 자신 있는 메뉴 없이 메뉴가 번잡한 집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맛집에서 제철 소울음식을 먹고 삶의 활력을 재충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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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기업 돋보기 5.장부식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

[충북일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 국내 시장에 '콜라겐'이라는 이름 조차 생소하던 시절 장부식(60)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는 콜라겐에 푹 빠져버렸다. 장 대표가 처음 콜라겐을 접하게 된 건 첫 직장이었던 경기화학의 신사업 파견을 통해서였다. 국내에 생소한 사업분야였던 만큼 일본의 선진기업에 방문하게 된 장 대표는 콜라겐 제조과정을 보고 '푹 빠져버렸다'고 이야기한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에게 해당 분야의 첨단 기술이자 생명공학이 접목된 콜라겐 기술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분야였다. 회사에 기술 혁신을 위한 보고서를 일주일에 5건 이상 작성할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던 장 대표는 "당시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일본 기업으로 선진 견학을 갔다. 정작 기술 유출을 우려해 공장 견학만 하루에 한 번 시켜주고 일본어로만 이야기하니 잘 알아듣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견학 때 눈으로 감각적인 치수로 재고 기억해 화장실에 앉아서 그 기억을 다시 복기했다"며 "나갈 때 짐 검사로 뺏길까봐 원문을 모두 쪼개서 가져왔다"고 회상했다. 어렵게 가져온 만큼 성과는 성공적이었다. 견학 다녀온 지 2~3개월만에 기존 한 달 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