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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소풍길ⅩⅠ- 증평 율리

세종대왕힐링로드 100리길 3
세상의 시름을 잊고 별밤노래 사랑노래를 부르자

  • 웹출고시간2013.04.28 18:55:3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강호생
이른 아침 그 숲속 바람의 숲을 걸어갔어요. 젖은 나뭇가지마다 초록 물감질이 한창이고, 햇살과 바람과 하얀 구름 쏟아지고, 숲속의 악동 산새들은 노래하고, 아름 모를 들꽃들은 그 소리에 장단 맞추어 춤을 추고, 계곡물은 아래로 아래로 하얗게 물결치니 아, 고단하고 번뇌에 가득했던 나의 마음에도 파란 꿈 하나 움트기 시작했어요. 가슴이 떨려오기 시작했지요.

밤나무숲과 논과 밭과 호수와 골목길과 돌담을 따라 까불거리는 아이들과 구릿빛 촌로의 풍경을 가슴에 품고 둥글게 피어오른 곡선의 그 끝에 오르니 파란 얼굴의 원시림이 피시식 웃고 있네요. 원시림 앞에서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는 낯선 청년에게 담쟁이가 먼저 말을 건넵니다. 너무 부끄러워 하지마 나도 한 잎 한 잎 피어오를 때마다, 한 발 한 발 오를 때마다, 가슴이 떨려 죽을 것 같거든. 그래도 나는 이 길을 끝까지 가야해. 가지 않으면 나는 아무런 삶의 의미가 없어. 그러니 너도 너무 부끄러워 하지마. 나처럼 해봐 요렇게…. 그러면서 푸른 속살을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내밀기 시작합니다.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 경주를 하네요. 운동장도 아니고 골목길도 아닌 깊은 산속에서 토끼와 거북이가 진검승부를 시작한 것입니다. 잔꾀 덩어리 토끼는 한 참을 앞서다가 나무 밑에서 코를 골며 낮잠을 자고, 느림보 거북이는 영차 영차 헐덕고개를 넘어가고 있네요. 책 속의 이야기를 마디마디에 담아냈으니 숲속의 악동들과 동화여행 떠나면 어떨까요.

아니, 이곳에서 세상의 시름을 잊고 별밤 노래를 부르면 어떨까요. 대자연의 품속에 나의 모든 것을 맡기고 노래하면 어떻고 춤을 추면 어떻습니까. 쏟아지는 별을 세며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다시오지 않을 사랑 이야기를 품어 보세요. 이곳은 소리의 숲, 별들의 만찬장이니까요.

ⓒ 홍대기
'숲'이라는 말을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보세요. 그 어느 말보다도 마음이 아늑해지고 꿈결같은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당장이라도 푸른 숲속으로 달려가고 싶은 생각에 설레고, 기억 속 어느 순간이 애틋하게 떠올라 물결치는 숲의 바다가 내 안에서 출렁이는 것 같지 않습니까. 숲이 아늑하고 편안한 이유는 피톤치드가 주는 신선한 공기와 맑고 향기로운 기운 때문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그곳에서의 가슴 시린 기억을 하나씩 품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기억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산길 들길 따라 바람처럼 들꽃처럼 뛰어다니던 시절의 추억도 있을 것이고, 가난하지만 순수한 열정으로 살았던 시절의 이야기도 있을 것이며, 짙푸른 녹음 속에서 하룻밤의 달콤한 추억을 쌓은 분도 있겠지요. 그 날 밤 세상에서 가장 반짝이는 별을 보며 가슴 떨리는 사랑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는지요. 아니, 저잣거리의 고단하고 막막한 삶에서 탈출하고 싶을 때는 으레 산이나 강을 찾게 마련인데 그 때마다 푸른 숲이 우리를 두 팔 벌려 반기곤 하지 않았습니까.

숲은 생명이 있는 이 땅의 모든 존재 중에서 최고의 미덕과 품격을 갖고 있습니다. 오는 사람 마다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으며,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추울 때나 더울 때나, 잘난 사람 못난 사람 할 것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아낌없이 주는 참으로 좋은 벗입니다.

ⓒ 홍대기
5월의 숲이 미치도록 아름다운 것도 이 때문입니다. 햇살과 구름, 바람소리와 계곡의 쏟아지는 물소리가 크고 작은 나무들과 잎새들과 꽃잎들과 함께 바스락거리며 흙냄새 풀냄새 솔솔 향기롭습니다. 무미건조한 내게 무한한 에너지를 주고 또 주고, 그리고 또다시 주곤 합니다. 어머니의 품속에서, 고향의 언덕에서 느낄 수 있는 신비로움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그래서 숲속에서 귀를 기울이면 '수굴~, 수굴~' 소리가 납니다. 숲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오늘 당신의 숲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요? 5월이 가기 전에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싶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평화롭고 촉촉하게 빛나는 숲속으로 달려가세요. 마뜩하게 반짝이는 그 곳에서 나만의 내밀함을 만들어보세요.

우리 몸에는 구석구석 숨구멍이 있습니다. 그 숨구멍으로 숨을 쉬며 살고 있으니 기분 좋은 사람, 건강한 사람의 첫 번째 조건은 신선한 산소를 호흡하는 일이지요. 도시에 사는 우리네는 삶이 고단하고 눅눅하며 번잡하기 때문에 늘 정신이 혼미합니다. 게다가 공장과 차량의 매연, 쏟아지는 쓰레기 등 도시의 공해와 유해 산소로 인해 오장육부와 피부까지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실내나 지하에 오랫동안 거주하면 만성 저산소증을 겪으면서 심각한 질병에 시달릴 수도 있지요.

반면에 맑고 깨끗한 숲에 들어서면 누구나 몸과 마음이 가볍고 산뜻해지며 에너지가 차오르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유해 산소를 호흡하던 도시의 삶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인체에 유익한 산소의 량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식물이 가득한 숲길의 산소량은 도시보다 2% 가량 많다고 합니다. 잠시라도 숲속에서 공기를 들이마시면 정신이 맑고 쾌적해지는 느낌이 들며 피로를 덜 느끼는 것도 산소가 신체 구석구석의 세포에 충분히 공급되면서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기 때문입니다. 아침보다는 피톤치드의 배출량이 많은 한낮이, 겨울보다는 녹음이 우거진 여름철에 더 많은 산소가 쏟아진다네요.

ⓒ 홍대기
초정약수 고개를 넘어 우측 방향으로 달리면 끝자락에 좌구산휴양림이 있습니다. 차창 밖으로 신록의 논과 밭과 산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고 오솔길과 고갯마루를 넘어가면 하늘보다 더 푸르고 짙은 호수가 맞닿아 있지요. 다시, 산길 들길을 벗 삼아 오르다 보면 삼삼오오 시골집이 정겨운 미소를 풍깁니다. 돌담 사이로 채송화 손뼉 치며 노래하고, 봉숭아 연정 터지는 소리가 붉고 소란스럽습니다. 아이들은 작은 공터에 모여 않아 숨바꼭질과 고무줄놀이 한창이고 얼룩빼기 황소는 한낮의 햇살에 졸음 겹습니다.

도시에서 불과 30여분 남짓의 거리에 오지가 있다니…. 설렘을 안고 오르고 또 오르니 막다른 길입니다. 여기부터는 걸어야 하는데 좌구산휴양림의 높고 푸른 기운이 어서 오라 손짓합니다. 아니, 온 몸으로 나를 껴안습니다. 온 가족과 함께하는 이곳에서의 하룻밤 추억여행. 촘촘하게 빛나는 별을 세고, 반딧불이 사랑의 세레나데와 함께 춤을 추며, 달빛 숲속에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여치 메뚜기 등 곤충들과 조근조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덧 새벽이슬이 내 마음을 적십니다.

ⓒ 홍대기
조선 후기 책벌레로 알려진 김득신의 스토리텔링, 잣나무숲에서의 힐링체험, 호수공원을 한 바퀴 돌며 쏟아지는 햇살과 바람과 푸른 생명들과 춤을 추고 노래하는 이 멋진 시간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어서오세요. 꽃처럼 나비처럼 바람처럼 햇살처럼, 아름다움에 젖어보세요.
글 변광섭(청주시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에세이스트)

그림 강호생(화가·충북미술협회장)

사진 홍대기(사진가·청주성모병원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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