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즐거운소풍길 - 단양 온달 관광지

신화와 전설 속으로, 어머니같은 대자연의 품속으로…

  • 웹출고시간2013.09.01 16:10:06
  • 최종수정2013.09.01 16:10:14
ⓒ 홍대기
신라에는 선덕왕, 진덕왕, 진성왕 세 명의 여왕이 있었다. 왕족정치라는 시대적 특성도 있었지만 유교사회의 조선조와 달리 남녀 차별이 없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보장됐다. 여자들이 패를 나누어 밤늦도록 길쌈을 하고 술과 음식으로 가무를 즐기는 등 비교적 여성들에게 자유로운 풍속이 있었다.

이 시대 여인들의 풀꽃 같은 향기는 노래로, 춤으로, 문학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그리스의 아프로디테처럼 신라시대 절세의 자색이었던 수로부인 이야기는 시공을 뛰어넘어 지금까지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지 않은가. 수로부인은 지아비인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부임하기 위해 동해 바닷길을 함께 가던 중 천길 석벽의 아름다운 철쭉을 보고 저 꽃을 꺾어달라고 요청했다. 사람의 발길이 미칠 수 없는 곳이라 함께 가던 일행 모두가 수로부인의 요청을 거절했는데 그 때 소를 끌고 길 가던 노인이 꽃을 꺾어 바치며 노래를 불렀다. "자줏빛 바윗가에,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날 아니 부끄러워 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이어 바닷가의 정자에 이르러 점심을 먹으려는데 용이 나타나 수로부인을 끌고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남편 순정공은 주변 사람을 시켜 노래를 지어 부르게 했다. "거북아, 거북아 수로를 내 놓아라. 남의 아내 훔쳐간 죄 얼마나 크냐. 네 만일 거역하고 내놓지 않는다면, 그물로 너를 잡아 구워 먹겠다." 이렇게 노래를 부르며 막대기로 언덕을 치니 용이 수로부인을 돌려주었다는 것이다.

ⓒ 홍대기
선덕왕이 지혜로 빛났다면 진덕왕은 감성이 풍부했다고 전하고 있다. 선덕왕은 즉위하여 신라의 아홉 적을 물리치고 세상의 중심이 되고자 웅장한 황룡사 구층탑을 세웠으며, 김춘추와 김유신 같은 비주류를 전격 발탁하면서 신라 발전의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했다. 진덕왕은 김춘추와 김유신의 충정을 뒷받침하여 삼국통일의 기초를 닦았다. 진성왕의 실정(失政)으로 신라가 멸망의 길로 빠졌지만 실상은 150여 년간 이어졌던 중앙귀족들의 왕위쟁탈전과 수탈 및 재해로 쇠퇴의 길을 걷고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화려한 금속공예가 절정이었고 그들만의 독창적인 문화의 숲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이처럼 여성 통솔자가 있었고 여성의 활동이 자유분방했으며, 여성의 미를 숭상했던 유미정신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 홍대기
신라시대의 여왕 이야기와는 별개이지만 고구려 제25대 평원왕에게는 평강공주라는 딸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잘 울던 공주를 달래기 위해 왕은 곧잘 이 다음에 크면 바보 온달에게 시집을 보내야 하겠다곤 했다. 그 뒤, 공주는 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산 속의 바보 온달을 찾아가서 부부가 된다. 공주는 지성으로 온달에게 글도 가르치고 무예도 가르쳤다. 평강공주의 노력으로 바보 온달이 전쟁에 나가 큰 업적을 세우는 장군이 된 것이다.

단양군 영춘면 온달로에 있는 온달산성의 전설이다. 972m의 온달산성은 고구려와 신라의 전투가 치열했던 전적지이다. 푸른 산과 억만년 세월을 품은 성곽의 이끼와 푸른 하늘과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이 한눈에 펼쳐져 있다. 어머니의 품속에 들어온 것 같은 따뜻함과 평안함을 느낄 수 있으니 떠나는 것이 아쉽고 다시 올 생각하면 가슴 시리고 아프다.

단양에서 영춘면으로 가는 길은 내내 남한강을 끼고 달린다. 푸른 호수와 기암절벽과 때묻지 않는 농경문화를 품으며 달리는 호젓한 드라이브코스다. 영춘면으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방향을 틀어 구인사로 향하다 보면 거대한 기와로 물결치는 온달관광지를 만난다. 이곳은 고구려 명장 온달장군과 평강공주의 전설을 테마로 한 온달전시관을 비롯하여 온달산성, 온달동굴 등 명승지를 모아놓은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떡 벌어진 풍채를 자랑하는 드라마세트장이 방랑자를 맞이한다.

이곳에서 SBS드라마 '연개소문', MBC드라마 '태왕사신기', KBS드라마 '바람의 나라', '천추태후' 등 대작들이 연이어 탄생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여기저기 드라마 속 인물들의 사진이 생동감 있게 배치되어 있고, 드라마 촬영당시 사용된 의상과 소품들도 함께 볼 수 있어 흥미롭다.

ⓒ 홍대기
주변의 중국풍 정원도 볼만하다. 고풍스런 홍등이 소담스럽게 매달린 복도를 지난 아담한 연못 풍경을 만나고, 무지개처럼 휘어진 다리를 건너 여인네 치마폭처럼 활짝 기와를 펼친 정원까지 거닐어보면 현실은 사라지고 꿈같은 시간만이 남아 영원히 헤어 나오지 못할 황홀감에 젖는다.

세트장 인근의 온달산성에서 평강공주와 온달의 사랑노래를 부른 뒤 온달동굴로 발길을 옮긴다. 온달산성이 있는 성산 기슭 지하에서 약 4억5천만년 전부터 생성되어 온 것으로 추정되는 온달동굴은 그 길이가 800m인 석회암 천연동굴이다. 동굴 안으로 들어서면 오랫동안 동굴 안을 오가던 원시의 바람이 상쾌하게 몸속으로 밀려들고 신비스런 자태의 종유석들이 동굴의 꽃처럼 빛나고 있다.

ⓒ 강호생
그토록 질기고 습하고 느린 여름도 가고 있다. 세월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느새 내 마음속으로 밀려왔다 밀려간다. 혼령처럼 떠도는 시간을 잡으려고 발버둥치지만 소용없다. 그래서 늘 아쉽고 애틋하다. 가을은 목가적이다. 옛 생각에 젖고 추억에 젖고 사랑에 젖는다. 그래서 낭만을 노래하고 여행을 떠난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올 가을엔 시간의 뒤안길로 총총히 사라진 지난날의 한켠을 찾아 나서야겠다. 그곳에서 헛헛한 마음을 채우고 밝게 빛나는 등불 하나 지펴야겠다.

글 변광섭(청주시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에세이스트)

그림 강호생(화가·충북미술협회장)

사진 홍대기(사진가·청주성모병원 홍보팀장)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