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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6.09 18:42:3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홍대기
초록의 숲에서 만나는 일출,

너 참 아름답구나!

꽃보다 초록이다. 봄날의 산천은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꽃들의 현란함에 마음 시리지만 6월 초입의 초록은 형형색색 맑고 고운 향기와 새 잎의 기운과 흐르는 시냇물 소리와 맑은 햇살에 온 몸이 짜릿하다. 생명의 숲, 생명의 대자연과 함께 내 마음도 깨어 있으니 살아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초록 햇살이 주르륵 미끄러져 풍경소리에 빠진다. 모든 순정한 빛이 이곳에 다 모였나보다.

ⓒ 홍대기
6월의 초록이 청량하고 신선한 것은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이 생기발랄하고 에너지 충만하며 춤추는 악동이기 때문이다. 봄꽃은 제 다 진 것 같지만 초록의 그 깊은 곳에서는 아직도 봄꽃이 숨어 있다. 일찍 피고 일찍 지는 꽃보다 이렇게 늦게 피고 늦게 지며 세속에 오염되지 않는 순결한 꽃이 더 내 마음을 울린다. 나뭇잎도 제 색깔을 다 드러내기 위해 마지막 손질이 한창이다. 어린 아이의 섬섬옥수가 아니다. 예쁘고 곱고 아름다운 여인의 살결처럼, 풋풋하고 기운차고 무럭무럭 자라나는 청년처럼 오달지고 마뜩하다. 춤추는 대지, 산과 들, 사람의 길과 짐승의 길, 하늘을 나는 새와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과 그곳을 하릴없이 넘나드는 모든 생명이 일상속의 행복 바이러스다. 원초적인 생명력, 삶의 의욕으로 충만케 한다. 다시, 신발 끈을 조여매야겠다. 지난 일들의 아픔과 미련을 가슴에 묻고 미지의 숲을 향해 아름다운 걸음을 시작해야겠다.

ⓒ 홍대기
옥천 용암사 오름의 길은 천지가 들꽃이다. 할미꽃 석청포 곶괭이밥 돌단풍 단감 대청 왜개연 꽃범의꼬리 어성초 개미취 광대나물 머위 기린초 마삭줄 이질풀 벌개미취 물래나물 산매발톱 상록기린초 노루귀 창포 솜방망이 소나무 초롱꽃 잔디패랭이 용담 노란창포 제비꽃 백송 원추리 왕상록패랭이 땅나리 층꽃 윤판나물 조팝나무 이팝나무 어리연 부처꽃 애기속새 바위취 산매발톱 구갑죽 금불초 새프란 바위채송화 금낭화 감국 범부채 삼백초 서양민들레 비비추 미나리 구절초 애기나리 민들레 채송화 작약 노랑어리연 바위취 성백리향 앵초 애란 노루오줌 쪽풀 쥐손이풀 흰갈풀 물래나물 참나리 윤판나물 꿩의다리 애기말발돌 석산 벌꽃 은방울 솜방망이 동자꽃 톱풀 해국 개불알꽃 박하 삼백초 뽕나무 매화나무 코스모스 백일홍 인동초 마삭줄 더덕 목련 동백나무 꽃잔디 도라지 매화 질경이 쑥….

오늘은 이슬에 젖어 더욱 빛나는 엉겅퀴, 하얗고 노란 개망초, 아기 개나리보다 더 진한 벌노랑이, 붉은 노을을 닮은 하늘나리, 순결한 꽃 짚신나물이 내 눈과 귀와 코와 마음을 울린다. 낯선 땅에서 고향 냄새가 난다.

ⓒ 강호생
사찰이라고 모두 똑 같지 않다. 사찰의 역사와 내력과 가람의 형태와 스님들의 도량에 따라 느낌과 감동이 다르고, 수련과 정진이 다르며, 생명의 기운이 다르니 찾는 사람의 마음도 다를 수밖에 없다. 통도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眞身舍利)와 가사(袈裟)를 봉안한 불보(佛寶)사찰이고 해인사는 부처님의 말씀인 팔만대장경을 간직하고 있는 법보(法寶)사찰이다. 그리고 송광사는 보조국사(普照國師)이래 열여섯 명의 국사를 배출했기 때문에 승보(僧寶)사찰로 알려져 있는 것처럼 각각의 내밀함이 담겨 있다.

또한 산속 깊이 들어 앉아 고고하고 풍광이 수려한 가람이 있는가 하면 세상에 섞여 번잡하지만 흥미로운 가람도 있다. 사람들은 관광을 위해, 참배를 위해, 비루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마음 따라 입맛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가람은 예나 지금이나 항상 그곳에 있는데 인간들만 부산할 따름이다.

ⓒ 홍대기
용암사는 옥천IC를 나와 구읍으로 가지 않고 우회전해야 한다. 옥천역 방향으로 가다 역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가면 옥천읍 삼청리 장령산에 자리한 용암사에 닿는다. 신라 진흥왕 13년에 창건됐다는 이 사찰의 매력은 뛰어난 조망이다. 대웅전 앞에만 올라서도 옥천군의 푸르고 맑고 기운찬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처럼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중생의 안녕을 비는 공간도 있다. 대웅전에서 천불전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마애불이 방랑자를 반긴다. 마치 하늘에 떠 있듯 바위에 조각된 마애불과 시선의 방향을 같이하면 옥천의 그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시원한 풍경이 펼쳐진다. 이 마애불에는 신라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가 새겨놓았다는 이야기와, 마의태자를 따르는 사람들이 그의 모습을 새겨놓은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어느 것이 맞든 마애불은 꽤 오랜 세월, 이곳에서 중생들의 기원을 듣고 있는 것이다. 소원명당으로도 손꼽히는 장소다.

ⓒ 홍대기
대웅전 안쪽에도 문화재가 있다. 조선 효종 2년인 1651년에 경북 문경 오정사에서 만들어 용암사로 옮겨온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이다. 대웅전을 나오면 으레 있어야 할 석탑이 보이지 않는 것도 용암사의 특징이다. 이 사찰의 석탑은 왼쪽 산자락에 세워졌다. 그것도 석탑 두 개가 나란히 선 쌍3층석탑(보물 제1338호)이다. 석탑이 이처럼 대웅전 앞이 아닌 옆쪽 산자락에 세워진 것은 대웅전 오른쪽의 거대한 산세에 비해 빈약한 왼쪽의 산세를 보충하기 위해서라 한다.

용암사의 백미는 이른 아침 해 뜨는 풍경이다. CNN도 극찬할 정도니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이곳에서 찰나의 미학을 즐긴다. 구름과 태양이 합궁하는 성스러운 장관, 대자연에 쏟아지는 일출의 마디 마디를 영원히 담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은 선하다. 햇살이 내 어깨를 스쳐간다. 구름과 바람도 짙은 향기를 품고 내 곁으로 다가온다. 나는 이곳에서 낡은 생각을 토해내고 맑은 기운으로 등목을 한다. 마음속에 영원히 지지 않는 햇살을 담고 싶다.
글 변광섭(청주시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에세이스트)

그림 강호생(화가·충북미술협회장)

사진 홍대기(사진가·청주성모병원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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