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원자력과 인공지능(AI) 등 과학기술 분야 협력을 제한할 수 있는 '민감국가 리스트'에 한국을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돼 큰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은 에너지부(DOE)가 관장하는데 '정책적 이유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국가로 국가안보, 핵 비확산, 지역 불안정, 경제안보 위협, 테러 지원을 이유로 리스트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한다.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
민감국가 리스트에 들어가면 미국 에너지부와 산하 국립연구소 시설에서의 근무 및 관련 연구 참여에 이전보다 엄격한 인증 절차를 거치는 등 제약이 따른다. 이같은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인 올해 초 바이든 행정부가 취했고 한국은 두 달 동안이나 몰랐던 것으로 알려져 정부의 무능이 질타를 받는다.
이에 대해 조셉 윤 주한 미국대리대사는 한국이 미국의 민감국가 명단에 오른 배경으로 민감정보를 잘못 취급한 사례가 있었다며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여러 연구소에 작년의 경우 2천명이 넘는 한국 학생, 연구원, 공무원 등이 민감한 자료가 있는 연구실을 방문했다" "한국이 민감국가 명단에 오른 것은 일부 민감한 정보에 대한 취급 부주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윤 대리대사는 "마치 큰 문제인 것처럼 상항이 통제불능으로 된 것이 유감, 큰 일이 아니다"며 "민감국가 리스트라는 건 오로지 에너지부의 연구소에만 국한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일파만파로 번지는 매우 큰일이고, 에너지부만이 아니라 대미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윤 대리대사가 외교적으로 순화된 표현을 썼지만 미 행정부의 진의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우려가 남는 게 사실이다.
민감국가 리스트에 오르고도 두 달이나 사태 파악조차 하지 못한 정부의 무책임은 변명의 여지가 없으나 정치권의 아전인수 공방은 본질에서 벗어나 상대당을 향한 정치적 공세에 치중된다. 민주당은 여권의 핵무장론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하며 윤석열 정부 외교 참사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 권한대행 탄핵, 친중 반미 노선의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국정장악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목에서 주목할 부분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이다. 한국이 미국의 민감국가 리스트에 지정된 사유가 자체 핵무장론 때문이든 아니든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실현 가능성 물 건너간 허상에 매달리는 측에서는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 북한은 이미 핵 개발에 성공하여 핵무기를 생산, 보유하고 있다. 김정은과 사이가 좋다고 자랑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하는데 망설이지 않고, 북한은 수차례 핵 무력 완성을 과시하며 핵 공격 의도를 공개한 바 있다. 현재 상황은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는지 아닌지를 의심하는 것보다 핵보유국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기가 불가능하다.
***꺾을 수 없는 핵무장론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 때문에 미국이 민감국가로 지정했다고 치자.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미국의 핵우산만 하늘같이 믿고 미국이 하자는 대로 순순히 따라야 하는가. 국가이익에 따라 미국 행정부의 정책에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현실을 체감하면서도 오로지 한반도 핵우산 정책은 확고 불변이라는 뜻인가. 북한이 남한을 핵무기로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한 자체 핵무장론을 꺾을 수 없다. 민감국가 지정이 한국 핵무장론에 불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