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이 6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지할 정당이나 후보를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의사결정을 해야 할 시점이다. 내일과 모레 이틀간은 사전투표일이다. 사전투표제 도입 이후 사전투표를 하는 유권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여서 사전투표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뜨겁게 달아오르던 선거 열기도 사전투표를 기점으로 한풀 꺾인다.
*** 사전투표에서 승패 갈린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 선거라지만 이번 총선처럼 예전에 보지 못했던 기이한 일들을 경험한 적이 없다. 여야 거대 양당이 비대위 체제를 거치거나 유지한 상태에서 총선을 치를 만큼 국정의 양대 축이 안정적이지 못했다. 정권심판론과 야당심판론의 대결은 선거의 기본 주제이지만 심판하자는 목소리만 크고 여야 모두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비전 제시에는 실패한 것도 그러하다.
정권심판론을 강조하는 야권은 대통령이 오만과 불통이며 검찰세상이라고 지적한다. 이종섭 전 호주대사 임명과 출국, 황상무 전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발언 파문과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듯 국민 여론을 무시하는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이라고 비판한다.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원칙을 고수하면서 길어지는 의정대립도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여론조사 결과와 전문가들의 진단에 의하면 정권심판론의 영향으로 여당인 국민의힘이 야권에 밀리는 상황이라고 한다.
야당심판론을 내세운 여당은 국회 의석을 장악한 민주당이 국정운영에 협조하지 않고 발목을 잡으며 탄핵을 남발하고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비호하는데 앞장섰다고 비판한다. 친명공천을 위해 반명과 친문 후보를 걸러냈으며 막말을 하거나 국민적 눈높이에 맞지 않는 후보를 정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조국혁신당은 곧 구속될 당 대표와 사법처리 될 문제 인물들을 중심으로 공천했다고도 지적한다. 현재 여론에서 앞서는 것으로 평가되는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자력 과반의석을 만들어 달라고 말한다.
정권심판론과 야당심판론은 각기 근거가 있고 유권자들의 표심 자극에 효과가 있기는 하나 여야 모두 국민들의 질타를 받는 것은 딱 거기까지가 한계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과오는 반성하지 않으면서 일체의 책임을 상대 정당에 전가하는 억지소리 선거전략을 국민들은 지겨워한다. 국민을 가볍게 대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행위들이다. 먼 옛날과 달리 지금은 국민들의 지적 수준이 정치인들의 그것에 결코 뒤지지 않음에도 정치권은 여전히 국민들을 아래로 보고 교양의 대상으로 여기는 버릇이 남아있다.
경기 안산갑 선거구에 출마한 민주당 양문석 후보의 경우 어떻게 저런 후보가 공천을 받았는지, 무슨 배짱으로 공천 신청 할 용기를 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보통의 국민들은 시도할 꿈도 꾸지 못할 거액의 사기대출을 받고도 공당의 국회의원 후보 검증을 통과 했다. 문제가 터지자 양 후보는 수시로 말을 바꾼다. 국민 무시를 넘어 조롱하고 있다.
경기 수원정 선거구에 출마한 민주당 김준혁 후보는 "김활란 총장은 미 군정 시기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군 장교에게 성 상납했다"고 유튜브에서 발언한 사실이 드러났다. 비판 여론이 들끓자 김 후보는 민주당 후보 죽이기에 나선 보수 언론과 당당히 싸우겠다고 맞서다가 뒤늦게 사과했다. 두 후보에 대한 민주당의 단호한 조치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여야가 극한적 대립을 하더라도 지켜야 할 선을 지키며 정치적 금도를 중요시하던 시대가 지나고 있음을 목도한다. 그동안의 정치 문법은 죄를 지어 처벌 받을 위험이 있거나 비상식적인 인물은 배제시키는 것을 국민에 대한 예의로 여겼다. 여야 가리지 않고 그랬으나 지금은 아니다. 범죄자가 당 대표 되고, 당 만들고, 당선 안정권 공천 받는다. 그들의 목소리가 유난히 더 크다.
*** 선거 패러다임 과도기
민주주의 선진국인 미국도 다르지 않다. 트럼프가 대통령 직을 역임하고,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는데도 또 다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되고,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반성 없는 트럼프의 입은 쉬지 않는다.
선거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도기로 보인다. 굳이 정의로운 후보가 아니어도 괜찮고 불의를 행한 사람도 그를 추종하는 무리를 거느릴 수만 있다면 대표성을 확보하는 세상이 현실로 다가오는 건 아닌지. 며칠 뒤 답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