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피할 수 없어

2023.03.15 17:32:16

이정균

시사평론가

엊그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포로를 총살했다는 기사와 함께 실린 사진은 우크라이나의 한 병사가 비무장 상태로 숲속에서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장면이었다.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으나 병사가 담배를 피운 후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고 말하자 영상 밖에서 러시아어 욕설과 함께 여러 발의 총격에 우크라이나 병사가 숨지는 장면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이 병사는 우크라이나군 저격수 올렉산드르 이호로비치 마치예우스키(42)로 밝혀졌으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연설에서 마치예우스키에게 '우크라이나의 영웅' 칭호를 수여하고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군인이자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한다. 기사를 보며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 자유와 정의 수호 전쟁

우크라이나를 러시아가 침략하여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여러 도시와 곳곳의 산업기반을 파괴하는 전쟁범죄를 일으킨 지 1년이 지났다. 처음 침공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압도적 군사력을 앞세운 러시아가 며칠 걸리지 않아 우크라이나 동부는 물론 수도 키이우를 손쉽게 점령하고 무기력한 우크라이나가 버티지 못해 항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개전 초기부터 우크라이나 군대와 국민들은 국제사회의 합리적 예측이 빗나갔음을 러시아와 전세계에 보여주며 개전 1년을 지나 지구전 양상으로 가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우크라이나와 젤렌스키 대통령은 조국 수호 전쟁에서 출발하여 이제는 자유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 국제사회 자유민주진영의 대표국가로서 싸우는 상징성을 갖게 됐다. 같은 기간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은 침략국과 전범으로 낙인찍히는데서 끝나지 않고 군사적·경제적 응징을 피할 수 없는 국제적 왕따 신세로 전락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어느 국가 할 것 없이 에너지와 식량 원자재를 중심으로 극심한 파동이 일어나 어려움에 처했다.

우리나라는 전쟁 초기부터 대러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하며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로부터 무기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구받는데다가 나토에서도 한국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공식 요청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우크라이나에 직접 살상무기를 제외한 방탄헬멧과 의약품 등을 지원하는 원칙을 지키고 있으나 언제까지 이같은 원칙을 고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6·25전쟁으로 최대 국난을 당했을 때 외국 16개 국가의 군대가 참전하여 우리를 지켜주지 않았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거란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먼 나라의 일로만 여기고 마지못해 최소한의 지원에만 머무를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무릅쓰고 우크라이나에 무기 등을 지원하는 것은 대러 문제 뿐 아니라 러시아와 북한 관계에도 영향을 주게 되어 우리나라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매우 커진다.

6·25 당시에는 유엔의 결의에 따라 유엔군 깃발로 참전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은 침략국인 러시아와 러시아의 입장을 두둔하는 중국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어서 러시아 제재를 위한 유엔 차원의 주요 결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북한이 시시때때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핵개발로 한반도와 아시아 태평양의 위기를 고조시켜도 북한을 제재하기 위한 유엔의 결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원인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대북 제재 거부권 행사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침략국인 러시아가 유엔안전보장회의 상임이사국이므로 유엔의 결의 없이도 한국이 부담감을 갖지 않는 우쿠라이나 무기 지원은 원천적으로 어려운 현실이다.

*** 국제사회가 지켜준 한국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에 무기지원을 하게 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양국 간의 국경을 맞댄 싸움이 아니라 러시아를 비롯한 독재권위주의 진영 국가들과 우크라이나를 위시한 자유민주주의 진영 국가들의 대치전선으로 진전됐다. 그만큼 승패가 나기 어려운 전쟁이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어느 한 국가의 패배는 곧 진영의 패배가 되기 때문에 양쪽 진영의 힘겨루기가 지속 될수록 한국을 향한 무기지원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우리나라가 폴란드에 16조 원 규모의 K-방산 무기를 수출하게 됐고, 우크라이나에 대량 무기를 지원하는 미국이 수급을 조절하기 위해 한국산 무기를 수입하는 바람에 한국이 우크라이나전 특수 누리는 걸 즐기기만 할 수는 없다.

국제사회의 참전으로 나라를 구한 대한민국, 글로벌 시대를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함께 살아야 할 운명공동체로서 우리나라의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은 시기의 문제이지 피해서 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84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