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지하차도 참사는 총체적 관재(官災)

2023.07.19 16:24:04

이정균

시사평론가

참으로 안타까운 사고가 터져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도 관련 지자체와 기관들은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을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난 15일 청주시 흥덕구 미호강의 미호천교 재가설 공사현장 임시 제방이 무너지면서 강물이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침수시켜 시내버스와 승용차 등에 타고 있던 시민들이 한 순간에 참변을 당했다. 지하차도에 대한 차량 통제 조치가 이뤄졌어야 하지만 제때 대응하지 못해 대형 참사로 이어지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지하차도 교통통제가 적시에 진행되지 못한 이유를 밝히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묻기 위해 국무조정실이 감찰에 나서고, 충북경찰청도 사고 전반을 들여다보기 위한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들어갔다.

*** 안일한 대처에 시민 분노

시민들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은 위험을 감지하고 대비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무슨 이유이든 지하차도 교통 통제를 하지 못했다는 부분이다. 15일 오전 8시45분 경 참사가 발생했는데, 이보다 4시간 30분 쯤 전인 오전 4시 10분 경 금강홍수통제소가 홍수 경보를 발령하여 충북도와 청주시 등에 통보하고 침수 2시간 10분 전에는 흥덕구청에 오송지하차도 교통통제가 필요하다고 알리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또 사고 발생 1시간 40분 전인 오전 7시 4분에는 "미호강이 범람할 것 같다"는 112 신고, 오전 7시 51분에는 "제방이 유실되어 넘칠 것 같으니 현장 와서 조치해 달라"는 119 신고, 오전 7시 58분에는 "오송지하차도 침수 우려가 있으니 차량을 통제해 달라"는 112 신고가 접수됐지만, 끝내 지하차도에 대한 교통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고 참사가 빚어졌다.

지하차도 침수에 대비한 교통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대형 참사의 비극으로 번진 법적 책임소재는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흥덕구청은 청주시청에 알렸다 하고, 청주시청은 충북도청 관할이라는 입장이다. 궁평2지하차도가 포함된 지방도 관리를 담당하는 충북도는 갑자기 물이 쏟아져 차량 통제가 어려웠던 불가항력이며 미호천교 재가설 건설 현장의 부실한 제방이 문제였다고 한다. 지하차도 침수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미호천교 재가설 공사를 담당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임시제방은 설계빈도 100년의 계획홍수보다 0.96m 높게 축조됐고 보강작업까지 실시했으나 유례없는 폭우로 무너졌다"고 설명한다.

이번 사고는 여러 차례 미연에 방지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지자체와 관계 기관이 관리책임을 미루며 안일하고 허술하게 대처하다 돌이킬 수 없는 참사를 빚은 인재(人災)이자 총체적 관재(官災)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의하면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은 재난이 발생할 우려가 있거나 재난이 발생하였을 때에는 즉시 관계 법령이나 재난대응활동계획 및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응급조치, 동원명령, 대피명령, 위험구역설정, 강제대피조치, 통행제한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중 <통행제한 등>의 규정에는 시장, 군수, 구청장은 경찰관서의 장에게 도로의 구간을 지정하여 차량의 통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도록 요청할 수 있으며, 요청을 받은 경찰관서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요청에 따라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으로는 어느 기관이 얼마나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판단할 수 없으며 이를 밝히는 것은 수사 기관의 영역이다. 다만 부실한 임시제방 관리, 제방 유실 위험 신고, 지하차도 차량 통제 요청 등 주요 고비마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문제점을 철저히 가리고 엄중한 조치를 행하여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는 계기로 삼아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 재난관리 시스템 근본적 재정비

유사한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한 여러 과제 가운데 하나는 미호강을 비롯한 강과 하천의 준설이나 강폭 확대 등 홍수 수용 능력, 즉 물그릇을 키우는 일인데 지지부진한 상태다. 미호강 하천정비사업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오송~청주 도로확장공사로 인해 사업 시행 순서가 뒤로 밀렸다가 사고가 터졌다.

지구 온난화 등 전 지구적 기후변화로 이상 기후가 빈번하고 우리나라도 점차 아열대성 기후 현상을 보이는 징후가 뚜렷하다. 겨울철 전통적인 3한4온 날씨가 바뀌었고 여름철 장마라는 용어 대신 몬순(우기)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처럼 자연 현상이 급변하는 경향에 맞춰 지금껏 우리가 시행해 온 재난관리 시스템도 근본적으로 재정비 할 시점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84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