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이 개막됐다

2022.11.23 15:49:19

이정균

시사평론가·전 언론인

스포츠는 정치로부터 중립적이어야 한다지만 실상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이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스포츠가 비정치적일 수는 있으나 탈정치적 이기는 어렵다. 국가를 대표하는 운동선수나 단체 팀이 국제대회에서 의미있는 성적을 거두었을 때 스포츠의 국위선양, 국민화합, 사회통합 기능을 이야기 하는데 이는 정치 영역과 무관하지 않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정치와 무관하게 순수한 스포츠 정신만으로 유치되고 진행되지는 않는다. 비정치와 탈정치 사이라고 할까. 어쨌거나 드디어 월드컵이 시작됐다.

*** 비정치와 탈정치 사이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전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일머니로 부자 나라가 된 카타르는 한국 등 6개 유치 신청국을 따돌리고 월드컵 유치에 성공하자 황량한 사막 위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여 경기장을 지으며 월드컵 준비를 마쳤다. 카타르 월드컵은 많은 논란 속에 진행되는 대회다.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 FIFA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주고 카타르가 선정되었다는 논란을 비롯해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 적게는 6천700명에서 많게는 1만5천여 명까지 월드컵 경기장 건설 도중 사망했다는 주장(지난 10년 간 카타르에서 사망한 외국인 이주 노동자 총 수라는 주장도 있음)과 유럽 참가국들 중심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항의하는 움직임도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FIFA 랭킹 29위 나라로 역대 월드컵 대회마다 다른 나라에서 신기하게 여기는 길거리 응원을 펼치며 온 국민이 열광의 도가니를 들락거렸다. 하지만 카타르 월드컵은 이태원 참사로 대한축구협회 차원의 길거리 응원은 취소됐고 붉은악마가 서울시의 허가를 받아 길거리 응원에 나선다.

어느 월드컵 대회 건 우리나라 국가대표 축구팀에 거는 기대가 컸지만 이번 대회는 2021/2022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세계 최정상의 손흥민 선수가 주장을 맡고 있고, 이탈리아리그에서 최우수 수비수로 꼽히는 김민재 선수에다, 과거에 비해 우수한 해외파 선수들이 많아 국민적 기대치가 한껏 상승한 상태였다. 그러나 손흥민 선수가 월드컵을 앞두고 얼굴 부상으로 수술 받아 안면 보호 마스크를 쓴 채 뛰어야 하고, 세계 정상급 수준인 두 차례 월드컵 우승 경력의 우루과이(FIFA 랭킹 13위), 월드컵 3위 경력의 포르투갈(FIFA 랭킹 8위)과 조별리그를 치러야 해 여건이 만만치 않다. 적어도 아프리카의 가나(FIFA 랭킹 60위)에게는 승리할 수 있다는 예측이 있는데 가나도 월드컵 8강 경력의 아프리카 축구 강국이다.

많은 국민들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오늘 열리는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전에 손흥민 선수가 부상을 얼마나 회복한 상태에서 경기에 임하게 되느냐 일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손흥민 선수가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았다면 출전을 위해 무리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마 그 동안 알려진 손흥민 선수의 성품상 자신의 부상에 따른 고통과 후유증을 뻔히 알면서도 국가대표팀 주장으로서 첫 경기의 중요성과 국민적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출전을 강하게 원할 것으로 보인다. 감독과 의료진이 손흥민 선수의 상태를 면밀히 살펴 결정하겠지만 현재의 절실한 필요성에 매몰되어 선수의 미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과욕은 없으면 좋겠다.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사명감과 희생정신, 애국심도 반드시 요구되지만 훌륭한 선수를 보호하여 멋진 플레이를 오래도록 펼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 대한민국 승리 기원

대한민국 조별리그 첫 경기 결전의 날이 밝았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세를 보이는 우루과이 팀이지만 대한민국 특유의 투지와 조직력으로 최선의 경기를 펼쳐 꼭 승리하기를 기원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카타르 월드컵 최약체로 평가받던 사우디아라비아(FIFA 랭킹 49위)가 절대적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FIFA 랭킹 3위)를 꺾는 대이변이 가능한 게 축구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눈으로 보고 또 봐도 믿기지 않는 엄청난 충격을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던지고 국왕령 임시공휴일 선포까지 했다. 대한민국도 2000년 한·일 월드컵에서 세계 정상급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침몰시키며 4강 진출 신화를 쓴 자랑스러운 팀이다.

만약, 어느 소설가가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팀이 아르헨티나 축구팀을 역전승으로 격파하는 내용의 작품을 창작했다면 비평가로부터 상상력은 풍부하나 리얼리티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을 것이다. 오늘 밤 10시, 이제 대한민국 축구팀이 상상을 현실로 만들 시간이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74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