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전선에 이상 없는가

2024.07.31 14:30:21

이정균

시사평론가

첩보영화에나 나올 법한 충격적인 극비 기밀 유출 사건이 우리나라 군의 최고 정보기관에서 터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소속 군무원이 블랙요원의 신상과 개인정보 관련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됐다. 보도에 의하면, 해당 군무원은 상당 기간 관련 정보를 수집해 왔으며 현재로서는 간첩행위일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이다.

*** 정보사령부 기밀 유출

블랙요원은 신분을 위장하고 첩보활동을 하는 정보사 요원을 말하는데, 신상 정보가 유출된 요원 중 다수는 북한 관련 첩보업무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들 유출 정보가 북한으로 향한 정황도 포착됐다고 한다. 구속된 군무원이 기밀을 중국 동포에게 넘겼고, 이 중국 동포가 북한 정찰총국의 정보원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사는 이로 인해 해외 파견 인원 즉각 복귀 조치와 출장 금지 조치를 취하고 시스템 측면에서의 문제점 점검 보완조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보가 유출된 해외 요원이 귀국하지 못하고 위해를 입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신분이 노출된 정보 요원은 사실상 정보활동이 불가능하므로 그동안 구축한 정보망 손실이 클 뿐 아니라 신변의 안전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정보사는 일반 국민들에게 존재 자체가 전설처럼 풍문으로만 떠돌면서 대북 군사정보 수집과 첩보 업무를 담당하는 고도로 훈련된 최정예 부대라는 정도만 알려졌다. 이런 정보사에서 기밀 중의 기밀 사항인 블랙요원 신상 정보 등을 빼내 유출한 사건이 발생했으니 안보전선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느낌이다.

정보 당국과 안보 기관의 해이해진 기강 사례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2018년에는 정보사 팀장급이 해외에서 활동하는 정보요원 명단 등을 누설한 기밀이 다른 나라 정보원에게 팔아넘겨진 사건이 있었다. 올해 초에는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KF-21 공동 개발에 참여한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USB를 이용하여 개발 관련 자료를 빼돌렸지만 방첩당국이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미국 연방 검찰이 미국 외교협회 선임 연구원인 한국계 수미 테리를 외국인대리등록법(FARA) 위반 혐의로 기소했는데 '미국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한국 정부를 대리해 일했다'는 것이다. 수미 테리는 안보 전문가로서 미 중앙정보국(CIA), 백악관국가안보회의(NSC), 국가정보위원회(NIC)에서 미국의 안보에 헌신했고 이후 세계 정상급인 미국 싱크탱크에서 한미동맹과 북한 정책 연구에 천착해 온 인물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만약 한국에서 수미 테리와 비슷한 행동을 했다면 기소되지 않았을 것이다. 외국인대리등록법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의 문제는, 수미 테리와 관련된 한국의 국정원 직원이 미국 정보기관에 신분을 고스란히 노출시켜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 감시당하는 초보적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와중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토록 한 국정원법 개정에 이어, 안보 범죄에 대한 국정원의 조사권마저 박탈하는 조항이 포함된 국정원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논란이다. 대공수사권 이관으로 국정원의 손을 묶었고, 조사권 박탈로 발까지 묶어 국정원을 무력화 시키려 한다는 비판이다.

*** 내·외부 도전에 흔들리는 정보기관

국가 안보를 위한 정보와 방첩의 최전선을 책임진 군과 민간의 최고 기관이 이렇게 내·외부의 도전에 의해 흔들린다면 국민들이 누구를 믿고 안심할 수 있겠는가. 문제가 겉으로 드러난 경우가 이럴 뿐 실상은 더 위기 상황이지 않을까 염려된다. 남북으로 분단되어 체제 대결을 숙명으로 안고 살아가는 현실에서 안보 관련 정보와 그 기관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핵심 자산이다. 정보 전선에 이상 없는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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