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가 1년 3개월 남았다. 차기 총선에 뜻을 둔 정치인과 지망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국민 여론의 흐름이다. 알 듯하면서도 잘 잡히지 않는 민심. 주류 민심에 올라타면 당선이고 그렇지 못하면 낙선이다. 대개의 총선은 정권 평가, 정당 평가, 후보자 경쟁력의 요소들이 상호 작용하는 형태로 전개되는데 차기 총선은 정권 중간평가와 국회권력 평가가 충돌하는 성격으로 치러질 것이다. 집권 3년 차에 이르는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국회를 장악한 야당에 대한 평가다.
*** 정권 중간평가 VS 국회권력 평가
윤석열 대통령은 현재 집권 2년 차인데 실제로는 1년이 안 된 시점이어서 추후 지지율에 변동성이 높다. 대통령 직무수행에 따라 긍정이나 부정 평가의 오르내림 여지가 많다. 이에 비해 국회는 여야 구분 없이 좋은 소릴 듣지 못하고 비판 일색이다.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이지만 소수당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며 다수당인 민주당 탓만 한다. 민주당은 다수당을 만들어 준 국민의 뜻을 대변한다면서 국회를 좌지우지한다.
국민과 기업의 수준은 앞서 가는 데 삼류 정치가 국격을 떨어뜨리고 국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식은 오래됐건만 좀체 나아진다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은 입으로는 국민과 국가를 내세워도 행동은 정당우선주의 굴레에 갇혀있다. 과거에도 비슷했지만, 특히 오늘의 국회는 존재 이유를 수시로 묻게 한다. 교과서에도 나오는 삼권분립의 한 축인 입법부의 기능 부재는 국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부와 사법부도 입법부의 건강한 견제를 받지 못해 국가 시스템의 원활한 작동이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정치 복원은 쉽지 않다. 선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대표를 선출하고 선출된 대표가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체제다. 그러나 선출된 대표가 선출한 자들을 지배하는 과두제의 양상이 나타난다. 우리의 정치 현실을 설명해 주는 유용한 이론이라고 본다.
독일의 사회학자 미헬스는 <정당사회학>에서 '민주적인 조직이라도 조직운영의 전략적, 기술적인 필요상 소수의 엘리트에 의한 과두 지배가 필연적인 철칙으로 나타난다'며 '모든 조직은 결국 지도계층에 의해 운영되며 이들 지도계층은 대중을 위한 봉사자와는 거리가 멀고 필연적으로 점차 조직의 일반 구성원을 대신해 조직의 권력 구조를 지배하는 주체로 성장한다'고 강조한다. 보편적 민주주의 체제에서 확인되는 현상이면서도 우리 정치의 실상을 돌아보게 한다. 바로 한국 정치의 문제는 과두제에 있지 않고 과두(선출된 대표)에게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표를 뽑는 총선이 다가온다. 충북은 8개의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여야가 각각 4석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청주 4개 선거구 중 민주당 3석(흥덕, 서원, 청원), 국민의힘 1석(상당)이고 충주, 제천·단양, 괴산·보은·옥천·영동에 국민의힘, 증평·진천·음성에 민주당 의원이 당선됐다. 충북의 8명 의원들이 지역구와 충북, 나아가 국가를 위해 성실히 의정활동을 하고 있지만, 차기 총선에 누가 살아남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현역 의원 기득권이 유리할 수 있는 반면, 변화와 개혁에는 현역이 불리할 수도 있다.
국회의원 선거는 예선과 본선으로 구분된다. 당내 공천 경쟁에서 당심을 받아 예선을 통과해야 민심을 얻는 본선에 뛰어들 수 있다. 본선에서 당선되려면 지역구 관리를 철저히 해야 되는데 이보다 앞서 더 중요한 것이 중앙당 공천이다. 지역에서 손발이 달도록 뛰어다니며 아무리 표밭을 갈아 놓아도 정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면 출마할 기회조차 없어진다. 이같은 정당 공천제 때문에 정치 지망생은 물론이고 현역 의원들도 중앙당의 눈치 살피기에 몰두하고 당 대표 앞에 줄서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 대체 불가 제도 민주주의
여야를 막론하고 중앙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거나 당론에 따르지 않는 정치인은 정치생명이 끝난다. 하늘 찌르는 소신을 갖고 있다한들 중앙당에 찍히면 전략공천 탈락으로 쉽게 정리 당하고 만다. 지역구 당원과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선출하는 당내 경선은 그나마 민주적 절차를 이행하는 방식인데 이것도 전략공천으로 일단 거른 이후의 과정에 불과하다. 현재 당 대표 선출과 관련해 내홍을 겪는 국민의힘이나 당대표 사법리스크로 복잡한 민주당이나 그 이면에는 차기 총선 공천권 행사를 위한 정치적 계산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과두제의 철칙은 정당민주주의가 얼마나 어려운 제도인지를 증명해 왔고 지금도 유효한 이론이다. 인류가 발명한 대체 불가 정치 시스템이 민주주의이며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라는 데도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