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전쟁을 보면서 누가 옳은지, 누구의 잘못이 원인인지 단정하기가 어렵다. 단지 이번에 터진 전쟁만 놓고 본다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여 다수의 어린이와 여성이 포함된 이스라엘 국민 1천400여 명을 살해하고 200여명을 인질로 납치해 간 게 분명해 하마스의 비인도적 테러 행위가 국제적 비난을 받았다. 수니파 이슬람교도인 '하마스'는 '이슬람 저항운동'을 뜻하며 급진 이슬람 원리주의 성격을 가지고 이스라엘에 강경 노선을 취해 팔레스타인의 지지를 받고 있으나 주변 아랍국들로부터는 경계의 대상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 이스라엘 VS 하마스, 누가 옳은가
이슬람 전사를 자처하는 하마스가 "알라신은 위대하다"며 무고한 민간인을 무참히 살해하고 납치하는 건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 IS가 인질들을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공개하거나 아프가니스탄, 이란 등 이슬람 국가에서 상상하기 힘든 탄압을 벌이며 신의 뜻을 내세우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테러 동영상 중에는 민가 출입문 안쪽으로 수류탄을 던지는 장면, 민간인 자동차에 무차별 조준 사격을 가하는 장면, 피투성이 여성을 강제로 끌고 가는 장면, 기절한 나체 상태의 여성 인질을 자동차 짐칸에 싣고 다니며 환호하는 장면 등 비인도적·반인륜적 살육과 잔혹함은 충격 그 자체였다.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의 한가한 감상일지는 모르지만 민간인에게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한숨이 그치질 않았다.
세계 최고의 정보력과 막강한 군사력으로 넘사벽의 국방력을 자랑하던 이스라엘이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허무하게 뚫린 것 또한 큰 충격이었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경계에 첨단 장비로 치장하여 설치된 디지털 스마트 보안 장벽은 하마스의 드론 공격과 아날로그 굴삭기 등의 비대칭 수단에 의해 단숨에 무너졌고 공중에서는 행글라이더를 이용한 낙하 침투에 이르기까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입체적으로 농락했다.
2차세계대전 이후 이스라엘이 당한 피해 가운데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의 인명 피해를 입은 이스라엘이 보복 공격에 나선 것은 국제사회가 간섭할 수 없는 정상국가의 정당한 자위권이라는 시각이다. 당하고 가만히 앉아 있을 이스라엘이 아니라는 건 쉬운 예측이다. 이스라엘은 네 차례의 중동 전쟁에서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으며 공격을 당하면 반드시 비례 이상의 보복을 가하는 원칙을 절대 사수하며 힘으로 국가를 지켜왔다.
하마스를 뿌리 뽑아야 전쟁이 끝난다는 이스라엘의 밤낮 없는 공습으로 땅굴 속에 숨은 하마스가 아닌 가자지구의 민간인 5천700여 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어린이와 여성 등도 상당수라고 한다. 이스라엘 국민의 피해에 대한 보복 공습으로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이슬람 아랍국들의 거센 반발은 물론 국제사회의 시선도 전쟁 초기와는 달라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미루는 가자지구 내 병원 폭격으로 많은 희생자가 나오고, 피난민들에 대한 안전 보장 미흡과 구호 물자 전달 부진 등 인도주의적 차원의 문제제기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거리에 널린 사망자 시신과 공포에 떨며 울부짖는 아이,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더미에서 물·식량·전기마저 끊겨 아수라장이 된 참상은 비극 이상이다. 누구의 잘못인지, 누가 더 비난받아야 하는지를 따지기 이전에 저 비극을 멈추게 할 묘안을 국제사회의 어느 누구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 더 비극이다.
*** 이긴 자가 옳은 전쟁
예고된 지상전에 비하면 현재의 비극은 그야말로 예고편에 불과할 것이다.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개시하면 피차 간 살아있는 목숨 더 많이 죽이기 경쟁이 실시간으로 벌어질 텐데도 이스라엘에게 지상전을 포기하라고 요구한다면 그것이 과연 정당한 요구냐는 반박에 직면하고 만다. 이스라엘 건국 이래 가장 치욕적인 테러 피해를 당하고, 아직도 200명 이상의 이스라엘인 인질을 하마스가 인간방패로 삼고 있는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선택할 최상의 길은 이기는 것 밖에 더 있겠는가.
이스라엘과 아랍국은 수천 년 동안 복잡한 갈등의 역사를 지속해 왔고 지금의 전쟁도 그 과정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므로 이 전쟁에서 누구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 일인지 모르겠다. 옳기 때문에 이긴 전쟁이 있기나 한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도 이긴 자가 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