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는 어떤 명분을 동원해도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없는 최악의 선택이었고 그에 합당한 법적 처분을 받아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여부는 헌법재판소에 달렸지만 대통령이 속한 여당도 상응하는 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집안싸움만 하다 대통령 탄핵
국민의힘이 현재 간신히 여당 지위를 유지하고는 있으나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와 탄핵 전에도 국힘은 집권여당의 역할 수행에 낙제점이었다. 당정이 호흡을 맞춰 국정을 이끌어 가는 집권여당이라기 보다는 불통 대통령과 무능 여당 대표가 오합지졸로 집안싸움만 하다가 탄핵을 맞았다.
야당의 입법권력 독주로 국정운영이 아무리 어려웠어도 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는 명백한 오답이었다. 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되지 않고 시간을 더 끌었거나, 대통령의 의도대로 싹 다 잡아들이는 식으로 진행되었다면 매우 불행한 비극이 벌어졌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여당으로서 대통령의 시대착오적 계엄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고, 일치단결하여 탄핵을 막지도 못했다. 국민의힘은 계엄의 부당성을 내세우며 단호하게 대통령과 결별하지도 않았고, 대통령과 공동운명체로 생사를 같이할 용기도 없었다. 계엄과 탄핵의 격랑 속에서도 친윤과 친한 계파로 나뉘어 정치적 유·불리를 기준으로 움직이는 기회주의 집단일 뿐이었다.
무능한 기회주의 정당 국힘에서도 가장 이상한 행보를 한동훈 전 대표가 보여줬다. 한동훈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집무집행정지" "질서 있는 퇴진" "탄핵"을 오락가락하며 수시로 말을 바꿔 신뢰를 잃었다. 특히 윤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 시키고 한덕수 총리와 자신이 공동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발표로 그의 모든 속셈을 들켜 버렸다. 즉각 "대통령 놀이하겠다는 거냐"는 비난이 터져 나왔다.
입으로는 국민을 위해서라지만 권력욕에 도취된 사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한동훈 스스로 절벽을 향한 셈이다. 권력욕과 사심 없는 정치인은 한 명도 없다. 그러나 집권 세력이 최대 위기에 빠지고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는 혼란한 상황에서 그런 해괴한 방식으로 대통령 권력을 탐하는 정치인은 흔치 않다. 한동훈 전 대표가 결국에는 탄핵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으나 사리사욕을 앞세우는 정치인 이미지가 씌워졌다.
더 놀라운 것은 지난 14일 국회의 탄핵 통과 후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탄핵 찬성에 앞장 선 한동훈 대표를 향해 비판이 쏟아지자 "제가 탄핵안에 투표했습니까?" "제가 계엄했습니까?"라고 반문하며 항변했다는 발언이다. 어떻게 이런 말이 나올 수 있나. 사심과 비겁함이 적절하게 결합되지 않으면 나오기 힘든 처신이다.
대통령 탄핵 사태에 이르게 된 책임을 지고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이 사퇴의사를 밝히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당헌당규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당 대표 직무를 수행하겠다"는 기이한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계엄 선포나 탄핵에 대한 찬반여부와 관계없이, 친윤과 친한 구분 없이 최고위원들이 사퇴하는 판국에 나 홀로 당 대표직을 지키겠노라는 것은 소아적 아집이다.
등 떠밀려 사퇴는 했지만 "포기하지 않겠다"며 악착같이 권력에 매달리는 집요함 마저 시연했다. 이 대목에서 정말 궁금하다. 왜 당 대표 시절에는 저런 끈질김을 범죄 백화점 수준의 야당 대표를 몰아붙이는 데는 발휘하지 않았는지 말이다. 같은 당의 대통령을 공격해 흔들고 마침내 탄핵으로 거꾸러트리는 소신을 왜 야당 대표에게는 절제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집권여당 존재이유 거의 상실
국민의힘은 당 대표와 의원을 막론하고 집안 식구끼리 싸우는데 거부감 없고 내부 분열에 익숙한 모습을 보여 왔다. 심지어 대통령이 탄핵 당한 지금도 여전하다. 계엄-탄핵 국면에서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존재이유를 거의 상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