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10일, 22대 총선이 채 100일도 남지 않았다. 여당과 야당은 선거체제를 갖추며 일전을 준비하고, 충북도내 8개 국회의원 선거구 마다 출마 희망자들이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비대위를 구성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교수 출신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을 임명했다.
*** 세대교체 역행하는 고령 정치인
국힘과 민주당은 국정 관련 사안을 포함한 세상사 모든 일에 항상 서로 다른 얘기를 주장하다가도 선거 때만 되면 일치되는 한 가지가 있다. 공천 개혁 약속이다.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 승리하는 정당을 만들기 위해 구태의연한 습성을 버리고 박수 받을 수 있는 공천을 하겠다는 것이다. 세대교체, 청년과 여성 우대, 성공 스토리 흙수저 발굴, 소외계층 대변, 음주운전 경력자 배제, 선거법 위반자 배제, 현역 의원 교체 비율 증대, 중진 의원 불출마 혹은 험지출마,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출마제한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단골로 거론되는 개혁 공천 기준이다.
그러나 이같은 기준들을 엄격히 적용하여 공천한 예를 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정당 지도부와 공관위원장, 공관위원, 공천에 영향을 미칠만한 유력 인사들의 작업에 의해 누구 누구는 구제되는 대신 빽에서 밀린 사람들은 희생당했다는 소문이 늘 무성했다. 전략공천, 단수공천, 우선공천, 컷오프 단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며 이걸 투명성이 사라진 밀실공천이라 부른다. 어느 당을 막론하고 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공천 과정을 자기 세력 확대 도모의 기회로 삼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과거 지도부는 거의 없다고 본다.
선거에서의 당락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여서 한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하기 어렵긴 하나 사회의 흐름을 올바르게 반영한 개혁 공천일 경우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분명하다. 다가오는 22대 총선에서는 여야 정당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밀실 야합의 폐습을 과감히 청산하고 공천 개혁을 보여주기 바라지만 아직은 장담할 근거가 없다.
정당의 정강 정책과 정치적 양상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나 역대 선거를 거치면서 공천 기준이 무수히 바뀌어도 언제나 강조되는 것은 세대교체였다. 낡은 인물을 새로운 피로 수혈하는 물갈이야말로 유권자의 시선을 끌기에 매우 효과적인 수단임이 입증됐기 때문이며 세대교체가 공천 개혁을 상징하는 하나의 지표로 된지 오래다. 자기 보신에는 능하면서 변화를 거부하고 시대적 요구를 가로막는 고인물에 대한 세대교체는 선거제도가 유지되는 한 폐기할 수 없는 대세인 것이다.
각 정당별 본격 공천 작업을 앞 둔 현재, 이번 총선에 나타나는 특징 가운데 하나가 다수의 고령 정치인들이 세대교체에 역행하는 노욕을 보인다는 점이다. 정치를 할 만큼 했고, 영예도 누릴 만큼 누린 노년의 전·현 정치인들이 설득력 떨어지는 출마의 변을 들고 나온다. 정치 시장에서 퇴출됐던 전직 의원들이 실종된 정치 복원이니, 여야 갈등 조정이니 등을 위해 복귀하겠다지만 실제로는 잃어버린 부귀영화를 되찾겠다는 개인적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 본인들이 정작 현역으로 활동할 때는 무시했던 가치를 무대에서 퇴역 당한 이제야 비로소 실천해보겠노라는 만용은 허언에 불과하다.
세대교체라는 대의를 피하고 정치생명을 연장해 보려는 고령의 현역 의원들 역시 시대를 거스르기는 마찬가지다. 본인들도 세대교체를 부르짖으며 경쟁자를 공격하여 그 자리를 차지했지만 세월이 지나 세대교체의 대상이 되니까 자신들은 예외가 되겠단다. 고령의 다선 중진 의원일수록 당으로부터, 유권자로부터 상당히 오랜 기간 혜택을 받았다는 뜻이다. 그들이 혜택을 특권으로 둔갑시키고 배타적 독점을 시도하는 것이다.
*** 올드 보이는 혜택을 특권으로 둔갑
고령의 올드 보이 정치인들은 여·야와 전·현 구분 없이 세대교체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중위 연령(45.6세)에 비해 국회의원들의 평균 연령이 13세 더 많고, 충북 국회의원의 평균 연령은 21세 더 많다. 대한민국 국회가 고령 집단이며 충북의 경우 그 정도가 아주 심각함을 보여준다.
올드 보이 정치인들은 일선에서 뒤로 물러났다가 국가가 원할 때 경륜을 전수해 주는 것이 그동안 받은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다.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올드 보이 정치인들이 총대를 멜 만큼 간단치 않다. 노욕의 화는 나름의 공적을 무너뜨리고도 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