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즐기는 선수들

2024.08.07 13:28:47

이정균

시사평론가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우리나라 선수들의 활약과 언행을 보면서 든든한 마음이 드는 건 부분에 대한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일까. 특히 젊은 선수들이 올림픽을 즐기며 자신감 넘치는 경기를 펼치고 경기가 끝난 뒤 메달 색깔과 관계없이 당당하게 소감을 밝히는 모습에 밝은 미래를 발견한다.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강하게 실력을 갈고 닦아 선수 개인과 국가에 영광을 바치는 올림픽은 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 금메달 능가하는 공정의 가치

대회 초반 총, 칼, 활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기염을 토한 한국 선수들은 여러 분야에서 진가를 드러내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양궁대표팀은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올림픽 10연승의 대기록을 세웠고, 남자 양궁 단체전은 3연패를 달성했으며 양궁 전종목 금메달을 석권하는 전무후무할 위업을 이루었다. 청주시청 소속 김우진 선수는 올림픽 통산 5개의 금메달을 따 역대 우리나라 선수 중 가장 많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등극했다.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종목은 개최국 프랑스를 4강전에서 꺾은데 이어 세계 최강 헝가리를 맞아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올림픽 3연패의 기염을 토했다. 여자 펜싱은 사브르 최초로 올림픽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했다.

사격은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인 금3, 은3개를 기록했다. 금메달리스트 오예진 19세, 반효진 17세, 양지인 21세로 모두 어린 선수들이다. 파리 올림픽 대회조직위원회가 사격 종목에서 한국 선수들을 거명하며 젊은 세대의 존재감을 느끼게 해줬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수영, 유도, 탁구 등의 종목도 높은 주목을 받으며 신세대 선수들이 투혼을 불살랐다.

양궁대표팀은 오로지 실력만을 기준으로 공정하게 선수를 선발했고, 실제 경기장과 동일한 환경 하에서 적응 훈련을 실시함으로써 신기원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양궁팀에 대해 국민들이 최고의 찬사를 보내는 것은 금메달을 능가하는 공정의 가치를 실현했다는 점이다.

사격대표팀도 선수 선발전 방식부터 훈련에 이르기까지 쇄신을 통해 올림픽 맞춤형 시스템을 갖췄고 체계적으로 운영한 덕분에 최고의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펜싱대표팀 역시 최선의 팀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선배 선수들이 후배들에게 "선배가 아닌 동료로 대해 달라"고 부탁하며 동등한 관계를 만들어 좋은 성적을 낸 것으로 평가 받는다. 승리에 공짜는 없고 다 이유가 있었다.

젊은이들이 민감하게 인식하는 기회의 균등과 공정한 기준이야말로 모든 스포츠의 원천이며 올림픽 정신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메달을 따는 결과의 승리 못지않게 경기 자체를 즐기는 패기도 소중하다.

파리 올림픽 참가 선수 가운데 가장 뜨거운 이슈를 만든 배드민턴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은 여자 단식에서 중국 선수를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올해 22세의 안세영 선수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자들 앞에서 배드민턴협회의 선수 관리 시스템을 비판하는 폭로를 했다. 자신의 원동력은 분노이며 이를 위해 7년을 참고 기다렸다고 했다. 자세한 내용은 귀국 후 나오겠지만 예전 선수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소신 발언이다.

*** 무조건 복종의 시대 지나

이제 젊은 선수들이 죽어라 몸을 혹사당하는 구식 훈련을 따르지 않고, 협회와 감독에게도 무조건 복종하는 게 미덕이던 시대가 지났다. 안세영 선수가 말했고, 앞으로 제기될 문제점이 배드민턴협회만의 고질병이 아닐 수 있다. 양쪽 입장을 종합해봐야 알겠지만 체육계에 만연한 과거의 유물일 개연성이 높다.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여 메달수를 늘리는 나라가 스포츠 강국이 아니라, 선수 선발과 경기 단체의 운영 체계를 개선하여 진일보 시키는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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