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당하는 공무원

2024.05.29 15:22:34

이정균

시사평론가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는 사람이다. 공무원들이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받는 수난이 끊이지 않아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청주시 한 공무원이 민원인에게 각목으로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피해 공무원이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청주시지부는 '공무원 각목 폭행 규탄 및 엄정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폭언과 폭력은 민원이 아니라 범죄라며 청주시에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 행정기관 무대응이 문제 키워

청주시 공무원 각목 폭행 사건에서 보듯 공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이 폭행과 폭언에 노출돼 있다. 공무원을 향한 악성민원이 갈수록 증가하고 행태도 다양해지는데 비해 정부와 지자체 등은 문제의 본질을 뿌리 뽑기보다 무대응이거나 불똥이 튀지 않도록 막는 일에 급급하다. 청주시공무원노조 지적처럼 연이은 공무원 폭행과 일련의 무대응은 청주시 근무환경의 열악함과 인권 불감증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악성민원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 사건을 객관적으로 조사해 책임소재를 가리고 악성민원인에 대한 민·형사상 대응과 재발방지 대책이 수립되어야 하지만 대부분 윗선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현장에서 형식적으로 무마되고 만다.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하게 되면 공무원이 소속된 행정기관의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개인의 부담으로 이어져 고통이 배가되는 현실이다.

최근 괴산군청, 경기 남양주시청·양주시청에서는 공직에 들어 온지 얼마 되지 않는 청년 공무원들이 숨지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청주지방법원 공무원이 민원인에게 폭행을 당하여 부상을 입었고 대법원장이 위로방문 하는 일도 있었다. 공무원이 민원인에게 피해를 입은 사례를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악성 민원인은 공무원의 신체를 공격하는 물리적 폭력만이 아니라 공무원에게 '좌표 찍기' 수법도 마다하지 않는다. 공무원의 실명, 부서, 유선번호 등을 온라인에 퍼트려 온갖 고초를 겪게 한다. 실제로 경기도 김포시 도로 보수 공사 담당 한 공무원이 좌표 찍기 표적에 올라 죽음에 이르기도 했다. 지난 4월 29일 대한민국공무원노조총연맹과 전국공무원노조가 주최한 악성민원 희생자 추모대회에는 지방자치단체, 국회, 법원, 소방서 등 공무원 1천300여 명이 모여 울분을 토했다.

행안부가 지난 5월 초 '악성민원 방지·공무원 보호대책'을 발표했지만 악성민원인의 공무원 폭행과 폭언은 그치지 않는다. 행안부의 대책에 의하면 민원인이 공무원에게 통화 중 폭언을 하면 1차 경고 후 끊을 수 있고, 같은 내용을 반복 제기하는 민원은 아예 종결 처리할 수도 있다. 악성 민원 피해 발생시 기관 차원의 법적 대응, 공무원 개인 정보 공개 최소화, 민원 통화 내용 녹음 등 대책을 세웠지만 악성 민원인 통제에 실효적 대책인지는 의문이다.

악성민원 방지와 공무원 보호대책에 따라 홈페이지에 공개하던 공무원 성명과 업무 비공개 전환, 부서 출입문 앞 직원 사진과 배치도 없애기가 시행되고 심지어 구청 홈페이지에 선출직 구청장 이름 비공개로 변경 등의 방법이 공무원의 자잘한 불편을 예방할 수는 있어도 악성민원을 막기에는 부족하다. 말 그대로 악성 민원인은 전화 통화 끊고, 공무원 이름 비공개하는 것으로 해결될 대상이 아니다. 이번 청주시 공무원에 대한 각목 폭행 사건처럼 업무 수행을 위해 민원인 대면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 강력한 집행방안 필요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과 공무원 사회를 익명화 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본다. 정책 실명제를 도입하는 등 투명성과 공정성이 그 어느 시기보다 강조되는 추세임에도 공무원 사회만 익명사회로 역행한다면 악성 민원 피해도 방지하지 못할뿐더러 새로운 부작용과 불합리를 겪게 될 것이다.

정부는 책임 모면을 위한 임시방편을 넘어 현장에서 원하는 대책을 세울 것과 기존의 법과 매뉴얼에 있지만 미시행 사안에 대한 불이익 등 강력한 집행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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