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지하철이 없는 청주 중앙로에서 청소년광장 맞은편 상가쪽을 바라보면 느닷없이 3번출구 간판이 등장한다. 의아함을 안고 계단을 따라 지하층에 다다르면 또 한번 예상치 못한 인테리어가 손님들을 반긴다. 눈을 크게 뜨고 이곳저곳을 살피는 어른들이 있는가 하면 아이들의 입에서는 살펴볼 겨를없이 감탄이 쏟아진다. 한발 한발 들어설수록 목소리가 높아진다. 3번출구 카페는 80평 규모의 공간이 10개의 구획으로 나뉘어있다. 각 면마다 다른 콘셉트와 분위기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대형 가구업체에서나 봐왔던 일종의 쇼룸이다. 색감과 소품 등으로 차이를 둔 공간이 명확하게 다른 공간으로 분리된다. 어떤 문을 열면 공주의 방이었다가 골목 사이사이 작은 방을 지나면 서재가 있고, 장난감 가게가 나타나기도 한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3번출구는 정인수 대표가 완성한 스튜디오 카페다. 정 대표는 줄곳 서울에서 일하다 10여 년 전 쯤 외갓집이 있는 청주로 내려왔다. 청주 구도심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며 도시재생센터 조합원으로 몸 담게 된 뒤 자원봉사를 도맡았다. 자신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한 소나무길 플리마켓 등 행사에 참여하면서 도시 재생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이전에 비해 유동 인구는 줄어들었지만 즐길 거리가 있다면 언제든 기꺼이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며 중앙로의 가능성을 엿봤다. 더 많은 사람들이 즐거이 찾아올만한 장소를 만든다면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 실천에 옮겼다. 구도심 골목에서 단순한 카페로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단숨에 시선을 빼앗을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인증샷과 SNS가 답이 될 것 같았다. 여러 참고 자료를 뒤적여가며 구상한 것은 보는 사람이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예쁜 공간이다. 14년 전 쯤 취미로 시작한 목공예를 활용해보기로 했다. 초반에는 작은 협탁 등을 완성하며 성취감을 안겼던 목공예는 취미 이상의 것이 됐다. 작은 장, 싱크대, 책장까지 만드는 실력있는 목수로 여러 인테리어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지하로 낙점한 80평 규모의 공간에 10개의 구획을 나눠 콘셉트를 정했다. 벽면은 물론 선반과 찬장 등 모든 공간을 재단하고 채워가며 그에 맞는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한 눈에 구분하기 쉬운 공간의 특색을 위해 여러 이미지 사이트를 살피며 조화로운 색감을 찾았다. 케이크 가게, 크리스마스, 복도방, 구름방, 캠핑 등 콘셉트에 맞게 구성된 공간은 아기자기한 소품과 액자 등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스튜디오카페라는 콘셉트에 맞게 촬영을 위해 대관하는 이들은 물론 카페를 찾아온 손님도 각 공간의 색다른 배경을 적극 활용해 카메라에 담는다. 스치듯 지나기 아쉬운 공간의 디테일이 손님들의 발길을 잡아 천천히 움직이게 한다. 각 사이트마다 링라이트와 셀카봉을 거치해 둔 것은 혼자 온 사람들도 쉽게 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한 배려다. 덕분에 손님들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않고 혼자만의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다. 공간의 즐거움을 더해줄 또 하나의 기획은 직접 그려보는 케이크 체험, 생크림 페인팅케이크다. 손바닥만한 사이즈의 생크림 케이크에 색색의 초콜릿을 그리고 데코레이션을 더해 자신만의 케이크를 가져갈 수 있는데 합리적인 가격으로 음료까지 포함시켜 가성비 높은 즐길거리로 입소문이 났다. '출구'는 밖으로 나가는 통로를 말하지만 3번출구는 동심의 세계로 들어서는 문이기도 하다. 원하는 그림으로 케이크를 채우거나 이색적인 공간에서 인생사진을 담아낸 이들이 만족스러운 여정을 마치며 3번출구를 나선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매끈한 표면에 탱글탱글한 질감이 느껴지는 푸딩 고양이 한 마리가 전국에 노리를 알렸다. 형태만 보면 둥그런 엉덩이와 뭉뚝한 다리, 뾰족한 양쪽 귀 뿐이지만 누구나 고양이로 인식한다. 숟가락으로 툭 치면 귀를 흔들어대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입가에 미소를 띄운다. 멈출 때까지 멈추지 않는 접시 위의 작은 찰랑거림이 마냥 귀엽다. 노리 카페의 시그니처인 '푸냥이'는 지난해 9월 출시됐다. 지난해 4월 문을 열고 지나는 이들의 입소문으로 차츰 단골들을 만들어 내던 노리 카페는 푸냥이의 탄생과 함께 SNS 팔로워가 100배 이상 급증하는 기염을 토했다. SNS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오픈 시간도 되기 전부터 수많은 손님이 줄을 서는가 하면 백화점 팝업 스토어 행사 제안을 받고 전국 각지를 찾아가기도 했다. 토실한 모습을 바라보다 한 스푼 떠 입에 넣으면 부드럽게 사라지며 달콤함만 남기는 푸딩은 많은 이들을 매료시켰다. 밀크, 딸기, 초코, 말차, 멜론, 피스타치오 등 다양한 색과 맛으로 선택의 범위도 넓혔다. 최근에는 한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푸냥이 젤리 형태로 편의점에 입점하기도 했다. 대학에서 만나 친구가 된 이시훈, 임승민 대표는 처음에는 여행 메이트였다. 뭐든 해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추구하는 목표도 비슷했던 둘은 긴 대화 끝에 카페를 열기로 결정했다. 20살까지 야구선수 생활을 했던 시훈 씨는 직장 생활로 자금을 모으고 줄곧 카페 일을 하던 승민 씨는 고향인 광주에서 여러 카페 경험을 통해 기반을 쌓았다. 두 사람이 원하는 분위기를 찾아 청주 운천동의 여러 골목길을 둘러보던 중 시선을 끈 것은 곳곳에 자리잡은 놀이터였다. 다른 동네보다 많이 보이는 놀이터와 공원, 커피와 레스토랑 등이 속속 들어선 이 동네가 마음에 들었다. 번화가는 아니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주택가 상권의 매력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둥근 창으로 놀이터가 마주 보이는 현재의 건물이 이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불룩한 창 밖으로 놀이터가 보여 마치 맞닿아 있는 듯한 풍경이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린 시절 추억 속 따뜻함이 되살아났다. 진짜 뛰어놀지 않아도 마음이 들뜨는 듯 했다. 놀이터 전경에 빠진 두사람은 그와 배치되지 않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노리'라고 이름짓고 조화로운 인테리어에 공을 들였다. 미끄럼틀을 형상화한 모양의 소파나 공을 연상케 하는 둥근 조명, 색색의 모래를 굳힌 듯한 바닥은 창밖으로 보이는 놀이터와 이어진 공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감각적인 가구와 소품은 공간의 품격을 한층 끌어 올렸다. 놀이터와 가까운 노리만의 색채가 잘 드러난다.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려는 엄마들도 이곳을 찾아왔다. 푸냥이 외에도 이들의 감각적인 디자인은 메뉴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크로플 위에 콘 아이스크림을 올린 형태의 크로플스크림이나 꽃잎 같은 솜사탕으로 디테일을 더해 봄 계절 메뉴로 출시한 분홍빛 체리블러썸, 모든 음료에 가능한 마시멜로우 토핑 등 보는 재미까지 쏠쏠하다. 과일청 등을 혼합해 노리에서만 즐길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에이드와 모히또, 캔디팝, 메론소다, 견디셔, 얼박사 등은 다양한 마실거리를 제공하는 또 하나의 즐길거리다. 성인 뿐 아니라 어린이나 학생 손님들도 많이 찾아오기에 커피 대신 마실 수 있는 음료를 고려하다 점차 많은 메뉴가 메뉴판에 담겼다. 상큼 달콤한 맛은 물론 층층의 색감까지 고려한 음료 메뉴는 푸딩과 함께 촬영하면 귀여움을 더해 또 다른 인기 메뉴가 됐다. 노리는 누구나 마음껏 놀다가는 공간이다. 손님들은 팔이 아플 정도로 푸딩 접시를 흔들거나 숟가락으로 푸냥이 이곳저곳을 눌러보며 웃음을 터뜨린다. 각자의 놀이로 즐거움을 찾는 이들이 노리를 채운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사계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철을 말한다. 오감으로 느껴지는 계절의 변화는 시간의 흐름을 기다려지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봄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겨우내 얼었던 공기를 녹이는 따스함 때문일 것이다. 눈이 즐겁게 사방에서 피어나는 꽃과 향긋하게 입맛을 깨우는 봄 나물이 가장 먼저 계절의 변화를 알린다. 청주 복대동에 문을 연 한식 주점 '사계'는 계절마다 달라지는 맛에 초점을 맞췄다. 이동진 대표는 한식으로 시작해 양식, 일식, 중식 등 다양한 요리로 경험을 쌓았다. 레스토랑 등 음식점에서 주로 일하던 그가 주점으로 자신의 가게를 시작한 것은 안주류의 '맛'을 고려하지 않은 술집들이 많다고 느껴서다. 일을 마쳐 밤이 늦은 시간, 지인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하루의 피로를 내리려 할 때면 선택의 범위가 넓지 않았다. 늦은 시간에 문을 연 가게도 많지 않을뿐더러 그곳에서 내놓는 안주는 맛있는 요리라기보다는 그저 술에 곁들인 음식일 뿐이었다. 늦게까지 일하는 이들도, 남들보다 조금 일찍 끝나는 이들도 맛있는 요리와 함께 한 잔의 즐거움을 누리게 해주고 싶었다. 디자인을 전공한 형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로고와 인테리어 등의 작업을 진행하며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 청주로 돌아왔다. 오후 3시부터 새벽 3시까지 운영하는 '사계'의 영업시간은 다양한 직장인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들어설 수 있는 문턱을 낮추면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모든 음식의 맛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에 어울리는 음식을 생각해 메뉴를 짰다. 그 계절에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사계에서 즐기고 싶은 계절을 골라 먹으면 된다. 미나리전, 소고기두릅전, 피자감자전이 포함된 봄의 메뉴는 신선한 재료를 기본으로 따뜻하게 즐길 수 있다. 다시마로 감싸 숙성한 광어를 얇게 저미고 어린잎, 케이퍼, 올리브 등을 샐러드로 만든 광어 카르파초는 동진 씨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다. 회무침과 도토리묵 무침 등 시원하게 맛볼 수 있는 여름의 메뉴도 이색적이다. 한약재를 더해 끓이는 아롱사태스지수육은 알배추와 무말랭이 등을 곁들여 든든하게 즐길 수 있다. 갈비뼈를 발라내고 포를 떠서 튀기는 갈비 튀김이나 양파와 배 소스를 발라 굽고 미나리 무침을 함께 내는 차돌박이 미나리 등도 풍성하게 채우는 가을의 메뉴에 넣었다. 청주 분평동에서 유명한 주꾸미 식당을 운영하신 어머니의 비법을 그대로 가져와 안주에 어울리게 변형한 주꾸미도 매콤달콤한 매력으로 단골을 확보했다. 부추를 추가할 수 있는 아롱사태스지전골과 백합 술찜, 빨강 오뎅탕 등도 뜨끈한 국물과 묵직한 매력으로 겨울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사랑받는다. 메뉴 대부분은 주재료와 어울리는 신선한 채소가 함께 올라와 끝까지 맛있게 즐길 수 있다. 파인샤베트 등을 제외하면 소스부터 음식까지 모두 사계의 주방에서 직접 만드는 정성이 들어간다. 음식에 어울리는 술도 취향대로 찾아내 조금씩 종류를 늘려간다. 동진 씨의 시간과 정성을 알아보듯 손님들도 모든 메뉴에 애정을 쏟는다. 한정식을 먹으러 온 것처럼 술 없이 거의 모든 메뉴를 주문하는 단체 손님이나 1차로 왔지만 2차, 3차도 사계에서 분위기를 바꿔가며 자리를 이어가는 단골을 쉬이 볼 수 있는 이유다. 사계에는 계절 메뉴가 있지만,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제철 가장 신선한 식재료를 맛보는 재미에 더해 지난 계절을 추억하는 음식의 맛도, 한발 앞서 다음 계절을 입안에서 느껴보는 즐거움도 사계의 묘미다. 사방에서 피어난 꽃들 사이에서 봄을 느끼다가도 사계에 들어서면 또 다른 계절이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좁은 골목을 걸어 나오던 중년 여성이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그냥 지나가는가 싶더니 문을 열고 들어선 이웃도 주머니에서 간식거리를 꺼내 박다란 대표에게 내밀며 소소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가던 직장인들은 자연스레 영진커피에서 짧은 티타임을 즐기고 일어선다. 그야말로 따뜻한 동네 카페의 전형적인 그림이 일상에 머문다. 걸어서 지나는 동네 사람들이 많은 것을 염두에 두고 선택한 자리다. 청주대학교 앞 먹자골목으로 불리는 중앙로 135 코너에 지난해 문을 연 영진커피는 누구나 편하게 찾아오는 동네 카페로 자리 잡았다. 화이트 인테리어에 우드 포인트로 깔끔하게 꾸민 실내는 널찍한 공간 활용으로 각각의 자리를 넓게 운용한다. 공간을 채우는 잔잔한 음악이 이야기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분위기를 만든다. 남편의 이름인 '영진'은 비교적 흔한 이름이라 워낙 많은 상호에서 사용하는 이름이었다. '영진'이 들어간 상호를 볼 때마다 나중에 우리도 써야겠다며 연애할 때부터 장난스레 정해둔 이름을 진짜 '영진커피'로 가져왔다. 산미 없이 고소한 커피를 지향하는 영진커피에서는 다양한 디저트류가 함께 사랑받는다. 처음부터 신경 쓴 디저트는 다란 씨가 좋아서 시작한 파운드 케이크다. 평소 좋아하는 파운드 케이크였지만 제과점 등에서 판매하는 대용량으로는 끝까지 맛있게 먹기가 어려웠다. 여러 가지 맛으로 조합한 파운드 케이크를 한 조각씩 잘라 판매하니 먹고 싶은 맛을 골라 먹는 재미까지 찾았다. 황치즈, 오레오, 얼그레이, 말차화이트초코, 초콜릿, 레몬, 쑥 등 다양하게 굽는 파운드 케이크는 특유의 묵직한 질감과 향미가 다른 달콤함으로 커피와 함께 즐기기 좋다. 레몬 제스트 제품을 사용하는 대신 깨끗하게 씻고 손질한 레몬을 갈아 만드는 상큼한 레몬 파운드는 레몬 마들렌과 함께 가장 인기 있는 메뉴다. 바삭한 크럼블이 듬뿍 올라간 크럼블 치즈케이크는 톡톡 씹히는 고소한 맛을 강조한 옥수수 크럼블과 풍부한 초콜릿 향이 바삭하게 부서지는 초코크럼블 치즈케이크로 두 종류를 준비한다. 하루 전에 주문하면 홀 케이크로 받아볼 수 있는 생과일 생크림 케이크는 딸기와 샤인머스캣 등 부재료를 선택할 수 있다. 손님들의 요청으로 점점 늘어난 디저트 메뉴가 디저트 냉장고를 가득 채운다. 여러 스콘부터 머랭 쿠키, 쿠키류, 휘낭시에 등 구움 과자들이 부재료의 특색을 담아 서로 다른 개성을 드러낸다. 컵케이크처럼 작게 만들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바스크 치즈케이크도 네 가지 맛으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인절미가 들어간 크럼블 휘낭시에, 쑥인절미 마들렌, 팥이 들어간 붕어빵 모양의 붕어 마들렌도 다란 씨의 고민으로 녹여낸 특이한 메뉴다. 커피와 친하지 않은 이들도 쉽게 발을 들일 수 있는 것은 하나하나 신경 쓴 음료 메뉴의 만족도도 높기 때문이다. 딸기와 레몬, 자몽 등을 이용한 수제청도 따뜻한 차나 시원한 에이드로 소개한다. 여름에 만들어 소진 시까지만 취급하는 청귤청이나 보은에서 사 온 대추로 대추고를 만드는 대추청은 계절에만 만날 수 있는 신선한 청이다. 국내산 생강을 갈고 진액으로 끓인 것을 함께 사용하는 생강청은 특유의 진한 향과 맛으로 단골층이 형성됐다. 시부모님께 추천을 받은 증평의 한 방앗간에서 갈아오는 미숫가루는 수가지 곡물에 홍삼까지 갈아 넣어 한 번 맛본 이들이 꾸준히 찾아오는 영진커피표 미숫가루로 소문이 났다. 우유와 섞은 요즘 미숫가루나 물에 진하게 타는 옛날 미숫가루를 선택해 든든함을 채운다. 영진커피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천천히 움직이는 동네 카페다. 함께 고민하고 반응을 전해줄 따뜻한 이웃들의 관심이 새로운 디저트를 기대하고 기다린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잔잔한 기타 선율이 울려 퍼진다. 각각의 테이블에 앉아 식사하거나 차를 마시다 잠시 대화를 멈춘 사람들이 음악 소리에 집중한다. 피아노 연주로만 들어본 클래식 음악이 기타에서 흘러나오기도 하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덧입혀진 팝송이 연주될 때도 있다. 가끔은 신청곡을 받아 운영하기도 한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한 매일 오후 1시 30분과 저녁 7시 30분, 몇 곡의 라이브 음악으로 채워지는 작은 공연장이다. 청주 외곽에 자리 잡은 카페로지는 브런치 카페인 동시에 음악인 부부가 운영하는 라이브 카페다. 고려진 대표는 기타리스트, 아내는 가수 수네다. 이미 라이브 카페로 유명했지만 최근 더 많은 이들이 음악을 찾아오는 이유는 고려진 대표가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싱어게인3'에서 기타괴물 7호 가수로 출연한 고려진 씨는 여러 번의 경연에서 뛰어난 기타 연주 실력과 특색있는 목소리로 인정받았다. 중학교 2학년 때 지인의 집에 놀러 갔다가 처음 보게 된 기타였다. 기타 줄을 튕겨본 순간이 너무 강렬해 그 날짜까지 기억한다. 미술을 하던 소년은 붓을 내려놓고 기타를 잡았다.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어 책으로 독학한 기타는 6개월 만에 동네에서 제일 잘 치는 아이로 소문이 났다. 실용음악과가 따로 없었던 당시 캠퍼스 밴드 '옥슨'만 바라보고 건국대에 갈 만큼 열정적으로 기타에 매진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국내외 10여 개 팀에서 밴드 활동을 하면서 음악을 했던 고 대표는 2000년대 한중 수교 기념 대표 가수로 중국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밴드는 다양한 악기가 모인 만큼 사람을 다루기 어려웠다. 구성원들의 진입과 이탈이 잦은 탓에 밴드를 벗어나 솔로로 활동했다. 노래는 혼자서도 무대를 채우기 위해 시작한 방편이었지만 독특한 음색과 파워풀한 가창력이 금세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고향인 청주로 돌아왔을 때 서울에서 몇 차례 함께 공연했던 아내를 길에서 우연히 만난 후 결혼으로 이어졌다. 전국 각지에 공연하러 다니며 생활했지만 코로나19로 많은 행사가 사라지면서 무대 삼아 인수한 것이 지금의 라이브 카페 카페로지다. 라이브 공연을 원하는 사람들의 수요는 많지만, 술과 밤을 빼면 공연을 볼만한 곳이 없었다. 이들의 라이브 카페에는 술과 밤 대신 음악과 커피, 브런치를 더했다. 브런치 카페인만큼 메뉴도 다양하다. 와플과 토스트 등 간단한 메뉴부터 소고기와 채소를 다져 수제 소스에 볶은 오므라이스와 직접 만든 크림소스가 빵 속을 듬뿍 채운 빠네파스타 등 그 메뉴를 먹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다. 매일 아침 장을 보는 수네 씨의 요리 실력이 브런치 메뉴에 담긴다. 커피 메뉴 외에 레몬, 딸기, 자몽 등 수제청으로 만든 음료도 즐길 수 있다. 공연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연령층도 다양해졌다. 이제 막 음악을 시작한 중학생들이 부모님을 졸라 손을 끌고 오기도 하고 우연히 들렀다 공연을 접한 어르신들이 시간에 맞춰 다시 찾기도 한다. 전국 각지에서 기타 연주를 보기 위해 왔는데 시간을 못 맞췄다며 아쉬워 하는 경우가 많아 특별히 추가 공연을 진행할 때도 있다. 긴 솔로 활동으로 다시금 합주가 그리워져 최근에는 밴드를 결성했다. 색소폰 연주자로도 유명한 김진우 씨가 베이시스트로 합류했고 열정적인 드러머 한승우 씨를 만나며 고려진 밴드가 완성됐다. 의기투합한 열정의 음악가들이 풍성한 소리와 다채로운 음악을 내세운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음악을 하는 후배들에게 길을 내주고 싶어 지치지 않고 묵묵히 음악의 길을 걷는다. 늘 또 다른 음악을 찾아 들으며 새로운 주법을 연구하는 50대 기타리스트의 화려한 손놀림이 가볍다. 카페로지 속 한 평 남짓한 작은 무대에서 펼쳐지는 이색적인 공연은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음성군 생극면 신양리 593-7. 넓게 펼쳐진 논밭 너머로 간판도 없는 건물이 보인다. 겨울을 막 벗어난 시점 그야말로 허허벌판인 이곳은 4월에서 6월 사이에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는다. 파종을 시작한 3월부터 6월 중순 수확을 마칠 때까지 2만 5천평 땅에서 자라는 보리가 주인공이다. 허성준 대표는 중학교 때부터 농기계를 타고 다닐만큼 농사와 가깝게 자랐다. 친인척들의 농사를 거들던 도움의 손길이 주체적으로 변한 것은 군 제대 후다. 친환경 땅을 물려주신 할아버지와 대학교수로 재직하면서도 늘 농업이 미래라며 그 중요성을 역설하던 아버지의 영향이었다. 2012년 고향인 생극으로 돌아온 그는 뜻이 맞는 친구들과 유기농 벼와 콩 등의 작물을 재배했다. 15만 평 규모에서 일구는 농업은 만만치 않았다. 농사에 몰두한 지 4년쯤 지날 무렵 1차 생산만으로는 어려운 현실을 타개할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농산물 가공과 새로운 사업으로 눈을 돌리던 중 생각한 것이 보리와 맥주다. 간혹 농사지은 쌀로 만든 막걸리나 소주 등은 볼 수 있지만 직접 재배한 보리로 맥아를 만들고 맥주를 생산한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수제 맥주를 주장하는 양조장도 수입 재료에 의존하기 일쑤였다. 원재료부터 제품까지 직접 만드는 것으로 차별을 꾀했다. 농사를 지으며 재료를 수급한다면 판로 걱정 없는 농산물과 원재료 고민 없는 생산물이 가능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한 보리는 벼와 달랐다. 2년 정도는 보리 생산에서 실패와 성공을 확정 짓기 어려웠다. 농촌진흥청, 음성군 농기센터 등과 협업해 맥주보리 품종을 개량하고 생산하는 작업부터 시작이었다. 파종 시기를 바꾸고 종자와 농법 등을 개선해가며 시도를 거듭했다. 맥아를 생산하기 위한 장비를 직접 제작하고 컨설팅을 받아가며 하나하나 부딪혀 찾은 방법들이다.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예정된 시일보다 제품 출시를 미루고 연구를 이어갔다. 이는 오히려 완성도 높은 맥주를 생산하는 계기가 됐다. 2022년 괴산 유기농 엑스포에서 처음 등장한 생극양조의 맥주는 수제 맥주가 아니라 로컬 맥주라는 타이틀로 이목을 끌었다. 음성군에서 직접 재배한 보리로 만든 국산 유기농 맥주의 등장에 애주가뿐 아니라 맥주를 취급하는 여러 유통업체와 레스토랑 등도 관심을 보였다. 생극양조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제품은 세 가지다. 'UF 유기농 싱글몰트 라거'는 유기농 인증을 받은 보리로 생산해 국내 최초 유기농 인증을 받은 맥주다. 한 종류의 맥주보리만 활용해 짙은 보리 향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구매층에 남성이 많아서 DON이라고 이름 붙인 에일은 7.4도로 맥주로는 비교적 높은 도수다. 달달한 듯하지만 쌉쌀한 맛을 길게 남겨 과일 등과 어울린다. 'UF amber intenso'는 건과일류의 향으로 당도가 높은 에일이다. 캐러멜맥아와 쌀을 첨가해 만든 적갈색의 색채와 온도가 높을수록 살아나는 풍미가 이색적이다. 생극양조의 거래처는 100여 곳에 이른다. 생산량이 정해져 있기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이들이 스스로 유기농 맥주를 찾아왔다. 펍 등에서 시그니처 맥주 개발과 제조 등을 온전히 의뢰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것도 생극양조의 주조 실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건물 주위로 벼와 보리가 가득해지는 계절이면 유기농 맥주의 제조과정을 궁금해하는 이들의 단체 견학이 이어진다. 밭에 있던 보리가 맥아가 되고 맥주로 익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로컬 맥주의 진수를 확인한다. 수확량은 곧 맥주 생산량으로 치환되기에 여유로울 틈이 없다. 보리와 벼, 콩 등의 농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복숭아와 살구 등 지역 과일 등을 활용한 신제품 개발도 분주함을 거든다. 늘 빠른 발걸음으로 밭과 공장을 오가는 허성준 대표의 열정이 '극강의 신선함(Ultra Fresh)'에 수긍하게 만드는 생극양조의 동력이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나름 베이커리 간판에 쓰인 로고는 귀여운 나무를 연상케 한다. 디자인을 하는 친구가 묵묵히 일하는 나창용 대표의 모습에서 착안해 나름의 알파벳 N과 R을 이용해 만들어준 것이다. 반죽과 버터를 겹겹이 쌓아 접고 밀며 몇 시간이고 허리를 굽히고 서서 크루아상을 만드는 나 대표의 모습이 우직한 나무 같다고 했다. 오전 8시부터 빵이 순서대로 나오기 시작하는 나름은 분주한 오전 시간을 보낸다. 빵을 만들면서 커피를 내리거나 손님을 맞는 일까지 혼자서 하다 보니 잠깐의 틈도 찾기 어렵다. 햇살이 가득 차는 작은 규모의 가게에는 20여 가지 메뉴가 준비된다. 크루아상과 뱅오쇼콜라, 프레첼, 식빵 등 제빵류를 시작으로 까눌레와 휘낭시에, 쿠키 등 제과류도 갖췄다. 빵 냄새에 이끌려 들어선 손님들이 금세 원하는 바를 찾아내 카운터에 올린다. 베이커리 카페 등이 늘어나며 생지나 제품을 받아쓰는 가게가 많아지다 보니 직접 만든 빵이 맞냐는 질문도 자주 받는다. "물론입니다. 드셔보시면 첫입에 바로 아실 수 있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하는 나 대표의 확답에 안심한 손님은 곧 다른 빵에도 관심을 둔다. 창용 씨에게 빵은 남들보다 조금 늦은 시기에 시도한 두 번째 도전이다. 공대를 졸업하고 전공과 관련된 업계에서 수년간 일하다 35살에 찾은 적성이기 때문이다. 일반 회사에서 근무하며 꾸준히 생각했던 것은 나만의 기술을 가져야겠다는 각오였다. 좋아하던 카페에 도전해 볼까 싶었지만 음료 메뉴만으로는 차이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 같아 제빵에 시선을 돌렸다.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학원을 찾아 서울로 올라갔다. 20대 초중반의 경력자들이 가득한 곳에서 빵을 배웠다. 제빵 학원을 나와 서울 곳곳의 개인 빵집에서 경력은 쌓은 것은 만족할만한 선택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서 해결하는 시스템을 가까이 익힌 덕이다. 부드럽게 결이 찢기는 크루아상이 좋아 빵을 배우기 시작한 만큼 나름에서는 크루아상을 가장 자신 있게 내놓는다. 바삭한 겉면을 지나 켜켜이 쌓인 얇은 층이 폭신하게 씹힌다. 은은하게 입안에 머무는 포리쉐 밀가루와 버터의 풍미는 좋은 재료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요즘 어느 가게에나 있다는 소금빵도 나름의 매력으로 다르게 표현했다. 담백하고 쫄깃한 질감으로 부드러운 바게트가 연상되는 크랙소금빵이다. 결대로 찢어 간간이 씹히는 소금과 함께 빵 맛을 음미하다 보면 어느새 사라진다. 하드 계열보다는 부드러운 빵들을 좋아하는 나 대표의 취향이 나름에서 드러난다. 처음에는 준비하지 않았던 빵이지만 단골의 요청으로 메뉴에 오른 빵도 있다. 단팥빵과 식빵은 꼭 있어야 한다는 열렬한 제안에 나름의 메뉴가 생겼다. 부드러운 우유 식빵은 식구가 적어 꼭 몇 장이 남는다는 의견을 반영해 절반의 구성으로도 판매한다. 알알이 달콤한 밤이 씹히는 밤식빵도 예정에 없던 메뉴지만 인기다. 심심한 단팥빵 대신 크림치즈와 팥앙금을 함께 채운 불란서앙모찌도 익숙하지만 새로운 맛이다. 바삭한 겉면에 촉촉한 속살을 가진 까눌레나 쫀득한 달콤함의 휘낭시에는 굽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내놓을 수밖에 없는 대표 메뉴 중 하나가 됐다. 크로플을 새롭게 해석하고 사각 큐브 형태로 변형해 전처리한 통 아몬드와 흑당을 더한 달콤통페스츄리는 은은한 단맛으로 하나씩 떼어먹는 재미가 있는 나름만의 메뉴다. 식빵을 말리고 특제 버터 소스와 함께 굽는 러스크나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만드는 샌드위치, 예약 판매만 하는 생과일 케이크도 입소문이 난 메뉴다. 감성으로 채워진 작은 가게에서 나창용 대표가 쌓아올리는 나름대로의 빵들이 나름의 입지를 다진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주니스커피를 찾아 들어선 이들이 설레는 표정으로 원두를 고른다. 커피바 앞 테이블 위에 가지런한 원두들이 선택을 기다린다. 비교적 많은 선택지에도 어려움이 없는 이유는 원두마다 쓰여있는 자세한 설명이다. 각 원두가 자란 지역과 재배고도, 품종과 가공방식 등이 적힌 종이로 선택의 기준을 정할 수 있다. 뒷면에 쓰인 설명을 읽어보면 어느정도의 향과 맛을 가늠할 수 있어 취향에 맞는 원두를 고르기 쉽다. 그마저도 어렵게 느껴진다면 도움을 청하면 된다. 기꺼이 친절한 설명을 보탤 전수준 대표가 다양한 커피를 소개하기 위해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핸드드립 커피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마시고 싶은 원두를 고르는 시간에 더해 선택한 원두를 분쇄하고 내리는 시간이다. 주니스커피의 분위기는 그 시간이 길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수십 년 동안 태권도장, 화원 등으로 쓰였던 오래된 건물이다. 내부를 헐고 큰 창을 만들며 새롭게 만든 이 곳은 나무색을 사용해 따뜻한 공간으로 연출했다. 묵직하게 안정감을 주는 편안한 테이블은 넓은 간격으로 각각의 영역을 확보했다. 매장 곳곳에 보이는 커다란 액자는 전 대표가 여행 중에 직접 찍은 사진들을 인화해 걸었다. 사진 속 장소와 계절 등이 보는 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때에 따라 다른 사진을 골라 걸기에 매장의 분위기도 조금씩 변한다. 유자와 페퍼민트티를 연하게 섞어 시원하게 제공하는 웰컴티는 커피를 마시기 전에 입을 헹궈주는 역할도 하면서 기다리는 시간을 상쾌하게 만든다. 주니스커피는 호주에서 전 대표가 운영하던 카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한국에서 하던 일을 멈추고 2012년 호주로 떠난 수준 씨는 영어를 배우던 학원에서 우연히 커피머신을 처음 만졌다. 한국에서 하던 일에 염증을 느끼고 다른 무언가를 찾기 위해 떠난 곳에서 만난 커피다. 처음부터 원두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순 없었지만 분쇄나 추출 등 과정이 잘못되면 몇 초 안에 즉각적인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커피가 정직한 행위의 산물처럼 느껴졌다. 요리학교에서 요리를 배우기도 했다. 과정을 마쳐도 커피의 매력을 이기진 못했다. 커피의 진가를 알게 된 뒤 1.2평 규모의 작은 가게를 시작했다. 몇 년간 쉴새없이 바쁘게 손님을 맞고 이름을 알렸다. 바쁜만큼 돈은 벌었지만 온종일 소진된 몸과 마음을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타국의 방 한 칸은 기억 속 따뜻한 집이 아니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도시가 잠잠해 질 무렵 고향으로 돌아왔다. 업계의 지인들이 많은 것도 한국에서의 커피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지인의 권유로 그가 운영하는 부산의 커피 전문점에서 함께 일하며 핸드드립과 커피바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강의와 강연 등으로 다각적인 커피의 세계를 경험했다. 호주에서의 경력 위에 쌓인 부산에서의 경험은 가게 운영 방침을 세우는 것에 큰 도움이 됐다. 청주에 공간을 준비한 뒤 두 달 간 떠났던 여행에서 세계 각지의 커피를 마셔보며 자신의 커피를 정의했다. 정식으로 문을 열기 전 30명의 손님들을 먼저 초대해 주니스커피의 소개한 것도 독특하다. 4시간 가량 여러 커피를 내리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 이들은 자연스레 이후에도 주니스커피를 즐기러 찾아오는 단골이 됐다. 매장의 분위기를 만끽하며 혼자서 핸드드립 커피를 즐기는 손님들이 유독 많이 보이는 것도 주니스커피의 색채다. 더 많은 이들과 커피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비정기적으로 매장에서 열리는 커피 세미나나 홈바리스타를 위한 수업 등 이벤트로 발현된다. 언제나 열려있는 카페로 기억되고 싶어 가게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열어둔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손에 꼽을 선택지가 늘었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청년짬뽕은 청년의 푸르름을 상징하듯 파랑색을 강조한 외관이 인상적이다. 흔히 중국 음식을 파는 곳에서 잘 쓰지 않는 색이지만 이름 덕인지 어울린다. 환한 조명과 테이블이 카페에 가까운 면모를 드러내는 내부도 깔끔함 그 자체다. 튀기고 볶는 음식이 많은 특성상 중식당에 들어서면 맡을 수 있는 특유의 냄새도 없다. 청주 영운천 인근에서 지난 2022년 문을 연 청년짬뽕은 여느 중식당처럼 많은 메뉴를 취급하지 않는다. 짬뽕, 짜장면, 찹쌀탕수육, 유자크림새우 등 10여 가지가 전부다. 홀로 매장을 운영하면서 감당할 수 있는 메뉴를 고심해 고른 것이다. 박민규 대표에게 짬뽕은 특별한 음식 중 하나였다. 딱히 생각해본 적 없이 자연스럽게 인생에 스며든 음식이다. 30년 가까이 청주 분평동에서 고기짬뽕전문 중식당을 운영하고 계시는 부모님 덕분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홀 서빙과 설거지 등을 도우며 어깨너머로 중식을 익혔다. 부모님을 도우며 늘 중식을 가까이 했지만 요식업은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친구를 따라 시작한 바둑에서 재능을 보였던 박 대표는 바둑이 길이라 생각하고 전념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내내 바둑을 중심으로 생활하다 20살이 된 뒤 꿈을 재정비 하며 군대에 다녀온 뒤 생각해 본 것이 요리다. 도와서 하던 요리를 주체적으로 해보고자 부모님 밑에서 배우다 보니 좀 더 명확하게 기초를 닦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요리전문학교에 진학해 관심있게 들여다 본 요리는 그간 알던 것보다 더 재미있는 분야였다. 어깨너머로 배워온 탄탄한 기초가 학교에서의 배움을 덧입고 빛을 발했다. 학교를 졸업한 뒤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몇 개월간 메뉴를 개발하고 직접 판매도 해보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 손님들과 소통하며 자신만의 특색있는 맛의 레시피를 완성한 뒤 호기롭게 문을 연 것이 청년짬뽕이다. 매일 아침 손질하는 신선한 야채와 밑간 후 숙성을 거친 고기가 깔끔한 짬뽕맛을 책임진다. 매장에서 24시간 이상 끓이는 사골육수는 불 조절과 시간의 비법으로 우린다. 고기짬뽕을 전문으로 하는 청년짬뽕은 적절한 매콤함과 깊은 국물맛을 내세운다. 자칫 텁텁하게 느낄 수 있는 고기짬뽕에서 시원함을 엿본 단골들은 해장 메뉴로 손꼽아 짬뽕을 찾는다. 밀가루에 찹쌀가루를 섞어 매장에서 제면하는 쫄깃한 쌀면은 중식을 먹으면 소화가 안된다는 이들에게도 속편한 후기를 남기게 한다. 짬뽕과 함께 청년짬뽕 대표 메뉴로 꼽히는 찹쌀 탕수육은 흔한 이름과 달리 특별한 맛을 자랑한다. 찹쌀이 들어가지 않아도 쫀득한 식감 때문에 찹쌀탕수육으로 부르는 일부 가게의 메뉴명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진짜 찹쌀을 사용했다. 손질하고 밑간한 한돈 돼지고기 등심에 찹쌀가루를 묻혀 튀기는 찹쌀 탕수육은 처음 맛본다는 손님들이 대다수다. 딱딱함이 아닌 바삭함 너머로 쫀득하고 부드럽게 씹히는 탕수육은 단골을 확보하는 맛으로 소문이 났다. 이제는 탕수육을 먹기 위해 청년짬뽕을 찾아오는 이들이 더 많을 정도로 입지를 다졌다. 유명 호텔 레시피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파와 생강을 볶아 향을 입힌 달콤한 소스가 탕수육에 풍미를 더한다. 흔히 먹을 수 있는 레몬크림 대신 유자청을 활용한 유자크림새우도 청년짬뽕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상큼하고 부드러운 맛이다. 여름 메뉴를 원하는 손님들을 위해 개발한 중화냉짬뽕은 비법 중화양념소스로 매콤하고 시원한 여름을 책임졌다. 짬뽕을 못먹는 이들도 비법춘장으로 달콤하게 볶은 짜장면에 만족을 표한다. 직접 끓인 수정과를 후식으로 제공해 중식을 먹고도 산뜻한 입가심 후 가게를 나설 수 있다. 조만간 백짬뽕 등 메뉴로 선택의 폭을 넓힐 예정이다.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청년짬뽕만의 음식이 박 대표의 목표다. 배달로 청년짬뽕을 만나본 손님도 따뜻한 맛이 궁금해 매장을 찾아오는 것을 보면 그 목표가 이뤄지고 있는 듯하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계절을 잠시 잊는다. 건물 주변으로는 채 녹지 못한 눈이 곳곳에 남았지만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서면 화분마다 천장까지 닿을 듯한 넓은 잎이 뻗어있다. 짙은 나무색의 인테리어와 여러 개의 식물이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조화를 이룬다. 카페 이름이 비닐하우스일 뿐, 진짜 비닐하우스는 아닌데도 단열이 잘 되는 실내가 온실처럼 식물들을 감싸고 있다. 충북경찰청 후문 쪽으로 들어서면 발견할 수 있는 비닐하우스 카페는 대형카페나 비닐하우스 형태의 카페를 상상하고 오는 손님들이 많다. 외곽에 있으니 으레 대형카페일 것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이름이 비닐하우스이다 보니 그런 모습을 그리게 되는 것이다. 이용주 대표의 비닐하우스는 이전에 시도했던 사업체의 이름이다. 친구들과 함께 지역 농산물관련 온라인 플랫폼을 구상하던 중 나온 이름이었다. 라이브커머스의 등장과 납품 단가 조율 등의 벽에 부딪혀 해당 기획안을 내려놓았지만 비닐하우스는 자신의 브랜드로 가져오고 싶어 그대로 활용했다. 'BINIL(Believe In Nature In Life) HOUSE' 처럼 한 글자 한 글자에 의미를 담은 브랜드여서다. 카페를 운영하면서 그 안에서 또 다른 사업을 병행하려는 의지도 함께다. 테이블 간격을 넓게 활용해 20~30명 정도의 인원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비닐하우스 카페는 처음에는 식물이 없이 음악으로 채워진 공간이었다. 공간을 가득 채우기 위해 신경 쓴 스피커에서 신중하게 고른 플레이리스트가 흘러나온다. 식물이 공간 일부로 자리 잡은 것은 2년 차부터다. 개업 선물 등으로 받은 식물에 정성을 쏟다 보면 어느새 한 뼘씩 자라있는 것이 신기했다. 어쩌다 생을 다하는 식물은 그 원인이 무엇인지도 궁금해졌다. 코로나 등으로 여유가 생긴 시점에 매주 서울까지 오가며 식물디자인을 배웠다. 식물마다 다른 특성을 이해하니 미처 자라지 못했던 화분에 대한 이유도 찾을 수 있었다. 화분 안에서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돌과 그릇, 주변의 분위기에 맞춰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식물의 새로운 가치도 깨닫게 됐다. 여러 식물을 가까이하며 마음을 빼앗긴 것이 아프리카 식물이다. 그저 흙에서 나뭇가지가 하나 삐죽 나온 것 같기도 하고 열매가 덩그러니 놓인 것 같은 모양도 있다. 흔히 볼 수 없는 모양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채우는 재미가 있었다. 하나둘씩 가져다 놓기 시작한 것이 지금은 수십 종에 이른다. 아프리카 식물을 보려고 일부러 비닐하우스를 찾아오는 손님이 늘었을 만큼 특색있는 비닐하우스의 상징이 됐다. 카페를 시작하기 위해 공부한 것들도 매장에 착실히 반영했다. 대중적으로 맛있는 커피를 위해 여러 번의 테스트를 거쳐 선택한 원두는 매일 마셔도 마시고 싶은 커피 맛을 각인시켰다. 할 수 있는 한 가장 좋은 기기를 들인 것도 커피 맛을 위해서다. 최상급을 고르다 보니 아프리카 식물과 같은 곳에서 온 바닐라빈을 이용한 바닐라빈라떼도 단골들이 자주 찾는 메뉴 중 하나다. 우유가 어려운 이들을 위해 락토프리 우유를 사용하는 것도 작은 배려다. 식물들을 관리하다 보니 손이 부족해 디저트 메뉴는 제대로 된 하나만 챙겼다. 잘 구운 브리도 크루아상 위에 하겐다즈 바닐라와 시노베 브라운치즈를 듬뿍 올린 크로플은 한 입 맛보고 한 그릇 더 주문하는 사람들이 있을 만큼 만족스러운 디저트다. 자연이 내다보이는 전면 유리 옆자리는 공간을 오래 즐기고 싶은 이들이 차지한다. 햇살이 좋은 날은 빛과 그림자가 하나의 인테리어가 되고 비 오는 날은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음악과 어우러진다. 손가락보다 작은 아프리카 식물부터 키보다 훨씬 큰 관엽식물까지 제각기 존재감을 뽐내는 비닐하우스 안이 싱그럽다. 문을 열기 전부터 차분하지만 분주하게 움직이는 '식집사'('식물'과 '집사'를 합친 말로 식물에 애정을 가지고 키우는 사람)의 부지런함이 만들어낸 생생한 볼거리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청주 청원구 내덕동에서 지난 2020년부터 운영 중인 레스토랑 언노운(Unknown)은 이름처럼 아는 사람만 아는 가게다. 오픈 시점부터 예약제로 손님을 받기 시작했고 마케팅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건 예약제로 운영된다고 하면 몇몇은 거리감을 느낀다. '방법을 몰라서' 라거나 '원하는 때에 예약할 수 없을까 봐', 혹은 '귀찮아서' 꺼리는 일도 있다. 그런데도 언노운이 예약제를 최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표 요리사인 박종호 대표 혼자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꾸준히 요리를 좋아했기에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자연스레 요리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에 이어 대학교까지 조리과를 선택했다. 서울 유명 호텔 주방과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쌓은 경험은 밑바닥부터 차근히 배워온 요리의 근본이다. 열정으로 가득했던 20대는 늘 분주했다. 여러 협회에 소속되고 많은 대회에 참가하며 요리의 결이 다른 경험들을 골고루 채웠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 사찰 음식 과정을 이수하는가 하면 호주로 떠나서도 그곳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일하기도 했다. 결혼 후 고향인 청주에서 자신의 가게를 열며 직관적으로 떠오른 이름이 '언노운(Unknown)'이다. 알려지지 않은 자신의 가게, 그 시작이라는 생각에서다. 처음 주력 메뉴로 내세웠던 것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오픈 샌드위치다. 빵 위에 몇 가지 재료를 올려 간단하게 먹는 음식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언노운의 오픈 샌드위치는 반박할 수 없는 하나의 요리다. 천연 발효와 숙성을 거친 사워도우빵은 언노운의 인사말이다. 식전 빵으로도 제공하는 담백하고 쫄깃한 빵은 손님들에게 전하는 첫 번째 인사이기 때문이다. 가게에 들어서 처음으로 입에 담는 음식이 그 가게의 인상을 결정한다고 생각했던 종호 씨는 처음부터 직접 구운 빵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 빵을 두툼하게 활용한 아보카도 오픈 토스트는 적어도 15가지 이상의 재료가 사용된 스프레드를 시작으로 견과류로 만든 비건 치즈와 직접 말린 선드라이 토마토를 얹는다. 아보카도, 수란, 새우 위로 염장한 노른자와 직접 말리고 갈아 토핑 가루로 사용하는 비법 재료 등을 뿌려 완성하면 파스타 한 그릇 이상의 정성이 들어가는 음식이다. 견과류 크림과 크리스피한 케일, 숙성 치즈 등으로 구성된 케일 오픈 토스트와 함께 인기를 이어오던 토스트류는 겨울에 잠시 쉬어 가는 중이다. 4년 전 개발한 양배추 웜 샐러드는 몇 가지 과정을 거쳐 구운 양배추에 갖은양념과 치즈 등을 더한 독특한 맛으로 꾸준히 주문이 이어지는 메뉴다. 현재 메뉴에 올라와 있는 다섯 가지 파스타는 모두 밀가루외 계란으로만 반죽해 자가제면으로 만든 생면 파스타다. 곁들이는 소스에 맞게 형태를 변형한 파스타는 각각의 매력으로 메뉴의 맛을 끌어올린다. 어느 하나 대표 메뉴로 꼽을 수 없을 만큼 고른 사랑을 받고 있어 모두가 대표 메뉴다. 파스타에 사용하는 수제 치킨 스톡 물론 오랜 시간 저온으로 뭉근하게 끓이는 라구 소스도 면발에 깊은 감칠맛을 배이게 하는 요소다. 고기 소스로 활용되던 뒥셀을 파스타 메뉴에 녹여낸 트러플 뒥셀은 한 그릇을 다 비우기 전 다음 한 그릇을 추가 주문한 손님이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맛이다. 로컬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 등 박 대표의 꼼꼼한 선별을 거친 몇 가지 주류도 그의 음식에 어울리는 맛으로만 준비했다. 재료의 조합과 조리법에 따라 달라지는 맛의 변화는 요리사로서 놓치고 싶지 않은 재미다. 올해는 점심 단품 메뉴를 늘리고 저녁 코스 메뉴를 운용해 색다른 언노운의 재미를 찾아갈 예정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청주 언노운'을 검색하면 손쉽게 날짜와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후추 한 톨, 치즈 한 가닥의 숙성까지 진심을 담은 한 그릇이 가까운 시일에 다음 예약을 서두르게 할 것이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조선 청주점은 '육전 맛집'으로 소문이 났다. 처음 오는 사람도 반드시 시키게 되는 음식이다. 이미 맛을 봤던 단골은 물론 소문을 듣고 왔거나 지나가다 발길이 멈춘 이들도 고소한 냄새부터 참을 수 없다. 비 오는 날이면 자리 잡기가 힘든 이유는 유독 진하게 코끝에 머무는 기름 냄새 때문일 것이다. 얇은 소고기에 달걀 물만 살짝 묻혀 튀기듯 구워낸 육전은 조선 청주점의 대표 메뉴다. 두툼하게 질겅거리거나, 느끼했던 기억으로 육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이들도 그간의 고정관념을 살포시 내려놓는다. 넓적한 채반 위에 종이를 깔고 잔칫날처럼 펼쳐 담은 육전이 시선을 끈다. 반 접시만 시켜도 푸짐한 양은 다른 메뉴를 함께 즐기고 싶은 손님들을 위한 배려다. 첫맛은 파삭하면서도 부드럽게 씹히는 것이 특징이다. 몇 번 씹기도 전에 고소한 맛만 남기고 사라진다. 함께 제공되는 파김치와 무말랭이무침, 다진 파와 고추를 넣은 양념간장은 자칫 남을 수 있는 묵직함을 산뜻하게 씻어 내린다. 조선은 한식과 퓨전 한식 메뉴를 주력으로 하는 한식 선술집이다. 육전을 비롯해 해물파전, 새우전, 명란 참나물 전 등 전 메뉴와 냉채 수육, 꼬막무침, 조개술찜, 명란 두부찌개, 민물새우 찌개 등 다양한 한식 안주가 준비된다. 다양한 주종도 갖췄지만, 메뉴에 맞게 전략적으로 내세우는 술은 전통주다. 홀 서빙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주방을 거쳐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러 분야의 요식업에 몸담았던 박주성 대표는 튀김과 볶음 요리를 주로 했던 이자카야를 운영했었다. 한동안 잘 유지되던 식당은 불매 운동 등 시류에 맞닿아 순식간에 휘청였다. 꾸준히 잘할 수 있는 업종으로 고민하던 차에 전통주를 처음 맛본 주성 씨의 머리가 번뜩였다. 전통주라 하면 막걸리 정도만 알고 있었던 그에게 '앉은뱅이 술' 이라고도 불리는 전통주의 첫 잔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일반적으로 흔히 마시던 술과 다른 맛과 향이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전국 각지에서 만들어지는 전통주는 과실주, 증류주, 탁주, 약주, 리큐르 등 각각의 종류에 따라 확실한 차이를 가진 상품이다. 조선 청주점에는 주성 씨의 취향이 반영된 전통주들이 손님들에게 선을 보인다. 천여 가지가 넘는 종류의 전통주를 모두 맛볼 수는 없어도 기회가 닿는 대로 맛을 보고 선별해서 가게에 들인다. 전통주의 이름 옆에 쌀, 벌꿀, 매실, 복숭아, 사과 등 맛을 느낄 수 있는 재료와 도수 등을 상세히 적어 고민을 덜게 한다. 자신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전통주의 맛을 아직 몰라서 즐기지 못하는 손님들에게 되도록 많은 맛을 소개하고 싶은 욕심에서다. 가장 적극적인 마케팅은 시음이다. 하루에 두 종류씩 셀프바에 꺼내어 두는 전통주는 예쁜 모양을 잔들과 함께 놓는다.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이 선택한 잔에 한 두 잔을 채워 새로운 술을 음미한다. 가게를 찾은 손님들의 연령층이나 분위기에 따라 그날의 술은 달라진다. 시음용 술을 맛본 이들은 더 쉽게 전통주에 마음을 연다. 청어알젓무침, 들기름 달걀구이, 명란 구이 등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메뉴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요인이다. 묵은지 김치찌개에 달걀구이를 더해 밥을 비벼 먹거나 민물새우 찌개로 식사를 하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도 주성 씨의 손맛을 인정한다. 한 번 앉으면 쉬이 떠나지 않는 손님들이 많은 것은 굳이 움직이지 않아도 변화를 줄 수 있는 메뉴의 다채로움 때문이다. 여러 가지 메뉴와 주종을 바꾸면 새로운 분위기와 시간이 된다. 메뉴에 없지만 그날의 장보기에서 선택한 제철 재료로 만들어지는 가끔의 서비스도 조선 단골들을 기대하게 한다. 특정 연령층에 국한되지 않은 손님들이 각자의 즐거움으로 조선의 분위기를 만든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메뉴가 나오는 순간 저마다 사진을 찍기 위해 휴대폰을 꺼내 든다. 어떤 메뉴를 시켜도 눈으로 먼저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구성이다. 한입에 들어갈 만한 동그란 방울 모양의 연어 초밥이 앙증맞다. 꽃꽂이한 듯 연어를 중심으로 꽂힌 몇 개의 꽃가지가 분위기를 더한다. 얇게 저며 연어 위에 붙여둔 순무나 두툼한 연어에 칼집을 낸 뒤 불에 그을린 자욱도 하나 하나 신경 쓴 디자인의 완성이다. 산더미처럼 쌓아 올린 육회 덮밥이 탄성을 자아내는가 하면 드라이아이스의 은은한 연기를 이용해 안개처럼 연출한 연어 국수사리 소바는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젓가락의 신기한 모습에 다른 테이블의 시선까지 단번에 사로잡는다. 메뉴 이름에도 고심의 흔적이 역력하다. 연어를 먹고 싶어서 찾아온 단골도 늘 선택의 기로에 서게 한다. 수암골 쿠션 방울 초밥, 수암골 연어 국수사리 소바, 수암골 꽃망울 연어 초밥, 수암골 벽화마을 전복단새우연어동, 전망대 연어 육회 덮밥 등 수암골을 상징적으로 활용한 메뉴명이다. 수암골은 청주의 명소 중 하나지만 수암골도 아닌 곳에 그 이름을 활용한 메뉴로 가득한 가게를 만든 것은 백승배 대표의 스토리텔링 중 하나다. 청주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소, 그리고 힘들 때마다 찾게 되는 장소였던 수암골을 꼭 활용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친구를 만나러 놀러 왔던 것 이외에는 별다른 연고가 없던 청주에 자리 잡게 된 것은 자신의 첫 초밥 전문점을 운영하면서다. 나고 자란 경기 지역에서 일을 배우고 여러 업종의 식당을 두루 거치며 가장 마음을 끈 메뉴가 초밥이었다. 식자재를 위해 시원한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하는 만큼 요리사도 쾌적한 환경을 배경 삼아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배달 전문점을 시작하기 위해 두루 알아보던 때 우연히 청주에서 기회를 만났다. 몇 년간 운영했던 초밥 전문점은 승배 씨가 좋아하는 초밥 중에서도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경험이었다. 신선한 해산물과 익숙한 맛으로 금세 단골을 확보한 가게는 쉬이 자리 잡았다. 간간이 복잡한 상황이 찾아오면 수암골에서 야경을 내려다보며 마음을 다스렸다. 초밥을 취급하며 수많은 생선과 해산물 등을 다뤘다. 대중적인 음식 가운데 특별한 무언가를 찾고 싶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음식, 주력 메뉴를 고심한 끝에 선택한 것이 연어다. 연어는 특별한 숙성을 자부할 수 있는 재료일 뿐 아니라 다양한 활용이 가능할 것 같았다. 다른 곳에서는 먹을 수 없는 자신만의 연어 메뉴를 만들어 주변에 선보이며 확신을 얻었다. 딱 맞게 숙성한 연어로 할 수 있는 메뉴는 생각보다 많았다. 모양을 달리해 씹는 맛이 달라지면 본연의 재료 맛까지 다르게 느껴졌다. 곁들이는 부재료에 따라서도 다른 음식처럼 표현할 수 있었다. 백승배 대표만의 연어 메뉴로 가득 채워진 것이 청주 복대동에 문을 연 연어 전문점 수암골 연어곳간이다. 연어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그간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연어를 만난다. 여느 초밥집에서 보던 직사각형의 연어 대신 동그란 밥을 감싼 방울 모양이나 국수처럼 얇고 길게 썰어내 소바처럼 후루룩 맛보는 새로운 연어다. 나무 그릇 안에 수암골 벽화마을의 알록달록한 분위기를 담은 수암골 벽화마을 연어동 등도 색다른 즐길 거리다. 전망대를 상징하듯 수북하게 쌓는 담음새나, 육회에 곁들이는 메추리 알, 국수 아래 함께 내는 드라이아이스 등 섬세한 꾸밈이 먹는 재미에 앞선 보는 재미를 완성한다. 청주에서 나는 쌀과 고구마, 방울토마토 등의 음식 재료를 활용해 청주를 한 그릇에 오롯이 선보인다. 청주 수암골의 이미지로 채색된 연어와 음식을 눈과 입에 담은 기억이 뇌리에 박힌다. 누군가는 안개 낀 수암골 전경을 내려다보며 연어국수를 입에 넣고, 누군가는 한겨울에 핀 연어 꽃을 보며 벽화마을을 음미한다. 여행의 즐거움이 더해지는 푸짐한 한끼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명분'은 장혁수 대표의 결심이 담긴 이름이다. 요리사로서 최선을 다해 음식을 낼 테니 손님은 원하는 메뉴를 골라 맛있게 먹는 나름의 도리를 지켜달라는 당부이기도 하다. 명분에서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재료의 신선함이다. 한식으로 시작해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거쳐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일식에 정착한 혁수 씨는 14년의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 자신의 가게에 모았다. 여러 일식 전문점에서 일하며 아쉬웠던 부분이어서 꼭 개선하고자 했던 것이 재료였다. 숙성이라는 이름으로 덮어 자신 없는 음식도 내보내는 것이 싫었다. 한 번쯤은 속아주던 손님들도 기어이 눈치채고 마는 그날의 맛은 지켜보기 민망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명분에서 제공되는 모든 회는 적당한 숙성을 자부한다. 맛과 식감, 두 가지 모두 놓칠 수 없어 생선마다 다른 최적의 순간들을 정확하게 찾은 덕이다. 숙성의 감칠맛을 올리되 물컹하게 씹히지 않도록 특유의 생선 질감을 지킨다. 쫀득하게 씹히는 회 맛에 감칠맛이 스민 것이 숙성회의 묘미다. 사시미 한 접시에 올라가는 재료는 적어도 10가지에서 많으면 15가지다. 모든 재료는 손님의 입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장 대표의 테스트를 거친다. 조금이라도 숙성의 정도를 지나쳤다면 여지없이 빼는 것이 주방의 규칙이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횟감들은 겨울을 맞아 고소한 맛으로 중심을 잡았다. 씹는 맛이 더해진 광어, 도미를 기본으로 청어, 전갱이, 고등어, 방어 등이 풍부한 맛을 얹는다. 그릴 자국을 낸 키조개 관자와 달큰한 맛의 단새우 등도 별미다. 4시간 이상 저온으로 찐 전복과 내장 소스는 비법을 알려달라는 문의가 이어졌다. 아낌없이 방법을 공유해도 그 맛이 안난다며 다시 찾아올 수 밖에 없는 확신의 비법이다. 직접 졸인 박고지와 폭신한 계란구이, 참치와 오이, 새우튀김 등으로 속을 꽉 채운 후토마키는 작정하고 입을 크게 벌려야 할만큼 두툼하지만 한 입에 어우러지는 재료들의 향연에 다시 깨끗이 씻은 손가락을 준비하게 만든다. 부산 고등어를 초절임해 적당량의 고추냉이와 함께 올린 고등어봉초밥은 식사 메뉴로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을만큼 완성된 맛이다. 대창, 차돌, 굴, 어묵 등 재료를 선택해 테이블에서 끓여먹는 나베류는 선호도에 따라 매운맛을 선택할 수 있다. 장어와 굴 등을 얇은 반죽으로 파삭하게 튀겨내는 튀김류, 제주 흑돼지를 숙성시킨 돈마호크카츠도 찾는 이들이 많다. 다른 곳에서 먹었던 불쾌한 기억 때문에 몇 가지 재료에 편견을 가지고 손을 대지 못하던 손님들도 비린 맛 대신 본연의 맛을 찾아 생선에 대한 오해를 풀고 간다. 그 재료의 진짜 맛은 이것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 꼭 한 입은 먹어보라 권하는 것이 혁수 씨의 영업 비법이다. 주재료만큼이나 부재료에도 자부심이 담겼다. 부추, 쪽파, 대파, 마늘, 고춧가루 등 가게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채소들은 부모님의 밭에서 온다. 솥밥 등을 먹을 때 곁들이는 김치도 사 먹는 것은 입에 맞지 않아 직접 담그는 방법을 택했다. 방어와 함께 즐기는 묵은지까지 자연스레 모두 책임진다. 어차피 재료 손질을 위해 일찍 나와 있는 만큼 여는 시간도 앞으로 당겼다. 오후 3시부터 손님을 위해 열리는 명분은 굳이 술 한잔이 아니더라도 요리를 먹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도 많다. 친구와 연인, 가족 단위 등 명분을 찾아오는 손님에는 제한이 없다. 다양하게 준비된 메뉴 구성이 여러 명의 입맛을 제각기 충족시킨다. 오픈하기도 전에 3일간 예약이 꽉 찼을 만큼 변화에 민감한 동네다.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하고 싶은 사장님과 사장님의 음식을 좋아하는 손님들이 각자의 도리로 명분을 지킨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이름 그대로 이상한 카페다. 골목 모퉁이에 영문으로 'ISANGHAN CAFE IN AFRICA(이상한카페 인아프리카)'라고 쓰인 곳으로 들어서면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이국적인 분위기가 펼쳐진다. 몇 장의 인물 사진, 유리로 나눠진 공간, 곳곳에 놓인 푸른 잎의 나무 화분, 바 테이블 위에 펼쳐놓은 접시 위의 다양한 메뉴에 어색함을 느낄 때쯤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고양이 두 마리가 경계심을 허물게 한다. 김연찬 대표는 수년 전 유럽 어딘가에서 봤던 아프리카 콘셉트의 카페가 인상 깊어 언젠가 자신도 해보기로 정해뒀다. 동물, 야생의 느낌이 아니라 인물과 분위기 중심의 아프리카가 마음을 흔들었다. 2년 전 가게를 시작하며 모든 인테리어를 손수 완성한 이유는 머릿속에 떠올린 것들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다. 먼저 운영해 본 이상한 카페는 수동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매장이었다. 대로변 여유 공간이 있는 곳에서 잠깐 정차하면 연찬 씨가 주문을 받고 손님의 차로 커피를 건네는 구조였다. 전혀 다른 업종에서 일하다 처음 시작하는 커피였기에 저렴한 가격과 친절한 서비스를 내세워 제법 단골을 만들었다. 커피와 서비스에 적응한 뒤 이상한 카페 인아프리카를 시작했다. 드라이브스루 매장과 같이 운영하려고 했지만, 일손이 부족해 한쪽을 닫았다. 이상한 카페 인아프리카에서는 아프리카의 분위기를 느끼며 세계 각국의 맛을 선택할 수 있다. 메뉴 이름부터 세계여행 토스트, 세계여행 베이글, 세계여행 팬케이크다. 수년 전 친구와 함께 무작정 떠났던 여행지 곳곳에서 발견한 인상 깊은 맛들을 메뉴에 담았다. 그리스 어느 가정집에서 배워온 소스와 달걀을 활용한 그리스 이상한 토스트, 거기에 고추냉이와 김을 더한 일본 오노미치 마을 토스트, 올리브유에 살짝 익힌 토마토와 바질 크림치즈를 넣은 체코 빌레지크 마을 토스트 등 토스트 하나에도 다양한 요리를 섞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파&레몬 베이글, 핀란드 헬싱키 옥수수&오이 베이글, 이태리 포지타노 시금치&치즈 베이글 등 부재료에 따라 다른 여행의 맛을 느끼게 하는 베이글 종류도 많다. 어떤 나라의 전통 음식이라기보다는 그 여행지에서 먹어본 음식의 기억과 경험을 손님들과 공유하기 위해 고민해 만든 메뉴다. 진열 상자가 아니라 일반 냉장고에 들어있는 디저트류도 재미있다. 남의 집에 가 냉장고를 여는 것은 실례지만 이상한 카페 냉장고는 마음껏 열어보는 재미를 느끼라는 장치다. 메뉴 이름이 어려워도 고민할 필요는 없다. 실물 디저트를 샘플로 접시에 올려 눈으로 확인하며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문 즉시 굽고 조리해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불만을 표하는 손님은 거의 없다. 음악에 몰두하거나 밖으로 이어지는 제2의 카페를 구경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아프리카 골목처럼 꾸며둔 야외 카페는 현지 방송이 흘러나오는 모니터와 골목에 널어둔 빨래, 약간의 허세를 더한 명품관 느낌으로 실내와는 다른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고양이 두 마리다. 메뉴와 분위기를 찾아오는 손님과 고양이를 찾아오는 손님이 반 반일 만큼 애정이 어린 시선들이 고양이를 쫓는다. 그리스 콘셉트로 운영하던 드라이브스루에서부터 함께한 '테세우스'와 아프리카 카페를 시작하며 데려온 '바스테트'는 한껏 여유 있는 움직임으로 손님들의 마음을 녹인다. 다른 손님이 올린 영상 속 고양이들을 보러 타지에서 왔다는 손님들이 이어질 정도다. 이상하다는 말은 여러 가지 뜻이 있다. 연찬 씨가 선택한 카페의 이상함은 '지금까지의 경험이나 지식과 다른 별나고 색다름'이다.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식 밀크커피, 케냐 레몬커피콜라 등 도전하지 않으면 못 먹어볼 음식을 골라 채워 넣은 이유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공간에 색다른 즐거움이 기다린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