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수십 개의 초콜릿 칩이 빼곡하게 박힌 초콜릿 쿠키가 아끼지 않은 재료를 한눈에 보여준다. 과자 부분이 보이지 않을 만큼 다닥다닥 초콜릿이 붙어있다. 초콜릿과 함께 '애여니의행복한쿠키'의 시작을 알렸던 아몬드 쿠키도 마찬가지다. 아몬드 플레이크가 쿠키를 덮어 바삭한 고소함을 짐작하게 한다. 애여니의행복한쿠키가 처음 세상에 나온 것은 벌써 7년 전이다. 청주 봉명동에서 작은 제과점을 운영하던 어머니 임애연씨에게 아들 홍성협 대표가 수제 쿠키 판매를 권한 것이다. 중학교 때부터 집에서 빵이나 쿠키류를 구워 먹던 제빵에 관한 관심이 대학 시절 접한 마케팅과 만나 만들어진 성과다. '방부제 없이 착한 수제 쿠키'를 표방해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 구운 쿠키는 가성비까지 충족시켰다. 한 상자에 만 원의 행복을 시작으로 몇 년간 가격을 유지했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까지 좋아야 완성되는 말이다. 유기농 밀가루와 풍부한 토핑, 지나치지 않은 단맛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맛있어도 하나 이상 먹기 어려운 쿠키로는 승산이 없었기 때문이다. 애여니의 행복한 쿠키는 한자리에서 두세 개씩도 먹을 수 있는 만족감까지 얻었다. SNS에서 시작된 행복한 쿠키의 인지도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지속적인 메뉴 개발로 새로운 메뉴가 늘었다. 쿠키와 어울릴만한 재료는 모두 성협씨의 손에서 실험을 거쳤다. 완성도를 자신할 수 있는 쿠키가 각각의 단골을 만들며 입소문을 이어갔다. 차가 없는 손님들의 접근성을 고려해 3년 전 복대동으로 확장 이전한 가게는 쿠키만 판매하는 전문점으로 새롭게 변신했다. 그 사이 메뉴 개발 등으로 가게 밖에서 어머니를 돕던 성협 씨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했던 직장을 등진 채 가게의 중심으로 들어섰다. 제약 관련 영업을 하다 보니 내가 만든 나의 제품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겨서다. 큼직하고 바삭한 쿠키는 초콜릿과 아몬드를 필두로 치즈, 코코넛, 딸기, 얼그레이, 녹차 초콜릿 등 7가지 맛으로 준비된다. 찻잎을 갈아 넣은 얼그레이나 딸기 크런치가 듬뿍 올라간 딸기 쿠키 등 이름에 걸맞은 맛과 향이 바삭하게 씹힌다. 호박씨를 빼곡하게 올린 단호박 쿠키 등 계절에만 등장하는 제품도 있다. 성협 씨가 본격적으로 가게에 집중하면서 새롭게 만든 것은 그간 볼 수 없었던 촉촉한 쿠키다. 바삭한 질감 대신 쫀득함을 더해 두툼하게 만든 촉촉한 쿠키는 초콜릿부터 레드벨벳, 크림치즈 등 14가지 종류로 만든다. 바삭한 쿠키보다 좀 더 본격적인 디저트에 가까운 이 메뉴는 더 많은 손님의 유입을 이끌었다. 마시멜로가 가운데서 쫀쫀한 달콤함을 전하거나 크림치즈가 눅진한 고소함을 전하며 다양한 맛의 변주가 이어진다. 같은 초콜릿 맛이라도 부재료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지니 여러 번 먹어도 질릴 틈이 없다. 독특한 단맛의 조합을 찾다 망고반죽에 망고 과육을 넣어 구운 망고 쿠키는 특허에도 도전했다. 귀여운 캐릭터가 눈에 띄는 상자 포장 외에도 어린이들도 먹을 수 있을 만한 한입 쿠키와 5개의 행복, 낱개 쿠키 구성 등 다양하게 판매한다. 누구나 쉽게 들어와 가볍게 담을 수 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온라인 판매도 품질의 일관성을 증명한다. 모든 것이 수제로 이어지는 작업은 몸이 고되다. 선물용이나 행사용으로 대량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하루에 1천600개의 쿠키를 만든 적도 있고 3일 이상 잠을 못 자는 날도 흔하다. 그런데도 봉사활동에 진심인 성협 씨는 틈틈이 곳곳을 돌아본다. 언젠가 사회 소외계층을 위해 학교를 세우는 것이 꿈이기 때문이다. 따뜻한 목표는 지치지 않는 원동력이 된다. 애여니의 행복한쿠키가 지향하는 건 모든 이들을 위한 큰 행복이다. 줄이어 오븐을 가득 채운 달콤한 쿠키가 한알 한알 행복을 전할 채비를 마쳤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꾸덕꾸덕하다'는 물기있는 물건이 갑자기 마르거나 얼어서 굳어있는 상태를 표현하는 형용사다. 일상생활에서 특별히 사용할 일이 많지 않았던 것 같은 이 말이 음식의 질감을 표현할 때 쓰이면 좀 더 직관적인 묘사가 가능해진다. 꾸덕꾸덕한 쿠키, 소스 등의 앞에 쓰이면 보다 묵직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다양한 음식을 설명할 때 쓰이는 이 형용사가 최근 많이 보이는 곳은 요거트 앞에서다.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취향이 음식에 담기면서 요거트에 대한 이미지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으레 부드럽고 달콤한 요거트를 떠올렸다면 그릭요거트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꾸덕꾸덕하고 단단한, 담백한 맛의 이미지로 확장됐다. 그리스 등 지중해 연안에서 전통 방식으로 먹던 요거트를 일컫는 그릭요거트는 발효시킨 요구르트의 유청을 제거하고 단백질 고형분을 남긴다. 수분이 빠지면서 밀도가 높고 질감이 뻑뻑해진 그릭요거트는 꾸덕꾸덕하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 중 하나다. 청주 대성동에서 그릭요거트 전문점 '나나그릭'을 운영하는 김나현 대표는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줄곧 집에서 요거트를 만들었다. 건강을 생각해 집에서 만들면서도 수제요거트의 단점이 종종 눈에 띄었다. 여차하면 쏟아지고 사방팔방에 묻히면서 먹는 아이들의 부산스러움을 달랠 길이 없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것이 유청을 걸러 만드는 그릭요거트다. 꾸덕꾸덕하게 만든 그릭요거트는 이리저리 쏟아지지도, 쉽게 묻지도 않았다. 평소 아이들이 잘 먹는 과일이나 빵류와도 잘 어울려 다양한 간식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배변 활동에 도움이 되는 것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샌드위치와 샐러드 전문점에서 일하던 당시 집에서 만든 그릭요거트를 가게에서 선보이자 아이들에게서 볼 수 있었던 것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질감과 맛에 대한 손님들의 피드백은 다양한 시도로 이어졌다. 신맛을 줄이고 종균을 다르게 써보는 등의 노력으로 나현씨가 운영할 그릭요거트 전문점의 기반을 닦았다.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고 나나그릭에서 만드는 그릭요거트는 집에서 만든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1등급 원유에 이태리유산균을 활용해 만드는 요거트는 72시간 이상 유청을 걸러 완성된다. 신맛을 줄이고 담백한 맛으로 부담 없이 녹아내린다. 건강한 먹거리에 관한 관심은 비건으로도 향했다. 우유를 먹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두유를 사용한 그릭요거트도 나나그릭에서 만날 수 있는 이유다. 비건 인증 유산균을 더해 콩냄새가 남지 않게 고소한 맛을 끌어올린 꾸덕꾸덕한 두유 그릭요거트는 비건이 아니더라도 호기심에 맛본 이들이 다시 찾게 되는 맛이다. 샌드위치 전문점에서 익힌 두툼한 샌드위치도 나나그릭의 시그니처다. 양상추, 적양배추, 로메인 등 새벽마다 손질하는 채소와 햄, 치즈를 넣은 샌드위치는 강원도 찰토마토의 아삭한 식감과 수제 소스의 감칠맛이 어우러진다. 나나그릭표 그릭요거트를 크림치즈처럼 더해 고소한 부드러움을 추가하는 이들도 있다. 그릭요거트 토핑으로 올릴 용도로 과일을 조려 만드는 콩 포트도 직접 만든다. 딸기와 망고, 블루베리, 복숭아 등의 과육을 설탕 대신 나한과 분말을 이용해 잼처럼 끓인다. 각각의 맛으로 완성된 과육은 요거트와 섞어 음료가 되기도 하고 그릭요거트에 얹어 색다른 맛으로 상큼한 즐거움을 더한다. 다양한 토핑으로 맛을 더할 수 있지만 누구나 살 수 있는 기성품은 가져다 놓지 않았다. 나나그릭에서 만나는 메뉴는 재료부터 과정까지 투명하다. 적당한 온도와 72시간의 기다림이 맛을 완성한다. 든든하지만 가볍고 꾸덕꾸덕하지만 텁텁하지 않은 고소함이 그릭요거트의 매력을 전한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전국의 유명한 빵집을 찾아다니는 일을 성지순례에 빗대어 '빵지순례'라고 한다. 빵지순례는 가벼운 취미이거나 열정적인 여가활동이기도 하다. SNS가 발달하면서 빵지순례 정보는 순식간에 공유되고 무작위로 퍼진다. 다양한 기호가 존재하는 만큼 찾는 빵도 제각각이다. 어떤 빵이든 그 가게만의 특색이 담겨있어야 그 맛을 보기 위한 손님이 찾아온다. 아무리 동네 골목 깊숙이 숨어있어도 빵이 맛있으면 그 집을 찾아내는 이들이 있다. 청주 서원구 사직동에 본점을 둔 흥덕제과는 기본기가 충실한 빵 맛을 필두로 단골을 확보한 가게다. 화려한 토핑이나 아기자기한 모양보다는 투박함에 가까운 빵들이 진열대를 채운다. 깜빠뉴, 치아바타, 바게트 등 식사를 대신할 수 있을 법한 식사 빵부터 디저트로 제격인 손바닥만 한 파운드 케이크와 파이, 쿠키류도 있다. 흥덕제과 본점은 사직동 골목에 있다. 조두현 대표는 2020년 이미 흥덕구가 아닌 곳에 흥덕제과라는 이름의 빵집을 열었다. 어린 시절부터 느낀 '흥덕'이라는 이름이 주는 힘이 마음에 들어서다. 번화가가 아닌 골목이었지만 예술의전당과 청주의료원 등이 인접해 청주시민이라면 한 번쯤은 와볼 만한 장소라고 생각했다. 오전 9시에 문을 여는 이곳은 아침부터 빵이 떨어질 때까지 빵을 찾아드는 손님으로 분주하다. 명절을 제외하면 쉬는 날도 없이 운영한다. 유럽의 골목 식당 느낌을 구현하고 싶어 원목을 많이 사용했다. 문짝이었던 고목이 재봉틀 주물 다리 위에 올라 테이블이 됐고 곳곳에 걸어둔 선반도 다른 용도로 사용하던 오래된 고목을 활용했다. 주색으로 활용한 주황색이 주는 고풍스러운 느낌도 빵과 어우러져 색다른 분위기를 낸다. 빵을 그냥 먹는 것보다는 음식과 곁들여 먹는 것을 좋아하는 두현씨의 취향이 메뉴에 반영됐다. 그 자체로도 맛있지만 여러 음식과 함께 먹어도 어울린다. 유기농 밀가루와 발효종, 보릿물과 저온숙성으로 구수한 맛과 함께 입 안에 텁텁하게 남지않는 깔끔하고 담백한 반죽을 만든다. 깜빠뉴는 그 자체의 고소함을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딱딱해 보이는 외관 때문에 쉽게 손이 가기 어렵다. 흥덕제과에서는 깜빠뉴를 먹어보지 않은 이들도 호기심을 가지고 가볍게 접할 수 있다. 담백함을 기본으로 하는 호밀깜빠뉴나 무화과 통밀 깜빠뉴 외에도 크랜베리 크림치즈, 옥수수소시지, 페퍼로니, 포테이토치즈 등 다양한 부재료를 올려 아는 맛을 더했기 때문이다. 올리브할라피뇨 치아바타나 먹물 체다 치아바타도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에 짭짤함을 얹었다. 부드러운 식감으로 졸인 국산 밤을 푸짐하게 넣은 공주 알밤 식빵이나 쌉쌀한 호두 고유의 맛을 그대로 담은 호두 파이도 인기다. 단단함보다는 부드러움에 중점을 둔 파운드 케이크도 시나몬, 레몬, 초콜릿 등 선택의 폭을 넓혔다. 말차, 흑임자, 크랜베리 아몬드 등 8가지 맛으로 준비한 쿠키도 100여 번의 테스트를 통해 쫀득한 식감으로 구운 흥덕제과만의 맛이다. 스페인에서 먹어보고 한 번에 반한 크림의 맛을 재현한 우유 크림도 두현 씨의 성과다. 생크림보다는 찐득하고 커스터드 크림보다는 부드러운 맛이 크로아상과 소금빵 속을 채워 달콤하게 녹아내린다. 아침에 갓 구운 빵으로 매장에서 만드는 샌드위치류도 신선함을 전한다. 40여 가지가 넘는 빵과 쿠키류는 해썹(HACCP) 인증을 받은 제조공장에서 수작업으로 만든다. 사직동 외에도 신봉동, 가경동, 탑동 등 청주 4곳의 흥덕제과에서 모두 균일한 맛을 볼 수 있는 이유다. 빵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커피 메뉴도 소홀함이 없다. 로스터의 고집을 담은 스페셜티 커피가 맛과 향으로 빵 맛을 배가시킨다. 조만간 직접 만든 빵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제대로 된 브런치 메뉴를 내놓을 생각이라는 흥덕제과의 다음이 궁금해진다. / 김희란기자
[충북일보] 어떤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해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을 '베테랑'이라고 한다. 특히 손님을 상대로 음식을 파는 일을 오래한다는 것은 좋은 재료와 소신만으로는 어렵다. 변함없는 맛을 기본으로 하되 변하는 시대와 입맛을 따라 부지런히 움직여야 가게를 유지할 수 있다. 청주대 먹자골목에서 십 수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술이술술생고기육회신 김진세 대표는 고기를 다루는 베테랑이다. 이십여년 전 우연히 들어선 육가공 유통업계에서 고기를 가까이 하기 시작해 7~8년간 유통과 영업 등을 담당했다. 여러 가게에 영업을 하고 고기를 납품하며 손님들의 반응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경력으로 인해 좋은 고기를 보는 눈이 생겼다고 확신할 무렵 유통과정을 줄이고 손맛이 훌륭한 어머니의 도움을 받으면 고깃집으로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가게 앞에 열어둔 연탄불 초벌구이 공간에서 질 좋은 국내산 돼지고기를 초벌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빠르게 솎아내듯 고기를 초벌하면 불향을 입으면서도 육즙은 가득 머금은 촉촉한 고기가 손님상에 오른다. 손님이 상에 오른 고기를 참숯으로 한번 더 적당히 익히면 다른 곳과는 다른 고기맛을 확인할 수 있다. 김 대표가 직접 손질해오는 고기는 당연히 받아쓰는 고기와는 차이가 있다. 연탄불 초벌과 참숯 재벌에 적당한 두께와 부위가 관건이다. 서비스로 내어주는 껍데기도 김 대표가 원하는 두께로 가져와 두툼한 것이 특징이다. 숙성을 거친 수제간장 소스에서 양념을 입고 한편에서 굽는 껍데기는 쫄깃하고 부드러운 감칠맛으로 재 주문을 부른다. 인근에 없는 메뉴를 고민하다 메뉴판에 넣은 한우육회도 신의 한수였다. 굽는 고기와 세트로 묶어 한 테이블에 1,2차를 해결하는 손님들이 있는가하면 굽는 메뉴를 건너 뛰고 신선한 육회를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 1+ 이상의 등급만 사용해 원하는 대로 손질하는 육회와 육사시미가 생고기육회신의 주인공이다. 가게를 열고 1년쯤 지났을 때 경상도에서 온 손님이 손수 가져와 시식을 권했던 청양고추다대기는 진세씨와 어머니의 맛으로 다시 태어났다. 수많은 고추와 소고기를 여러 재료와 끓여 맛보기를 여러번, 6개월여만에 자리잡은 확신의 맛이다. 쌈장이나 소금과 다른 매력으로 고기 먹는 손님들의 젓가락이 쉼없이 드나든다. 십수년간 이어온 이 양념은 단골들의 요청에 의해 인터넷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다. 수년의 세월동안 가게의 위치를 조금씩 옮기며 환기 시설 등도 신경썼다. 고기를 먹어도 고기냄새가 따라오는 것은 싫은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 변화한 것은 메뉴에도 있다. 고추장을 기본으로 12가지 재료를 섞어 만든 매콤한 양념이 쪽갈비에 얹어졌다. 연탄불에 구워 매콤한 불향을 살린 쪽갈비 메뉴는 7년 전쯤 시작한 배달 메뉴의 일등 공신이다. 아무리 잘 구워 보내도 집에 가면 맛이 달라지는 생고기 메뉴는 배달하지 않는다. 중독적인 양념의 쪽갈비와 육회, 육사시미만 가게 밖으로 나간다. 계란찜과 계란부침의 중간쯤 되는 식감의 계란빵도 술이술술에서만 볼 수 있다. 어머니의 육수가 시원하게 입맛을 돋우는 묵사발을 먹기 위해 세트 메뉴를 찾는 이도 있다. 가볍게 한잔 더 하고 싶은 손님을 위해 유통마진을 줄이고 특제 소스를 더한 양갈비도 올해 안에 개시한다. 특별히 쉬는 날을 정하지 않고 십 수년을 달려온 술이술술생고기육회신은 신선한 고기를 버팀목 삼아 골목의 터줏대감으로 앞으로도 청주대 먹자골목을 지킬 예정이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곧게 뻗은 나무가 줄이어 창을 가린 틈 사이로 무언가를 먹는 사람이 보인다. 지나는 사람들을 힐긋거리게 만드는 독특한 외관이다. 입구로 보이는 문 옆 작은 나무 판자 위에 설명 없이 쓰인 하나노세이슌이라는 글자가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나노세이슌(花の青春)'은 일본어로 '꽃다운 청춘'이라는 뜻이다. 꽃다운 청춘은 단어만으로도 설렌다.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으로 비유되는 청춘에 피어나는 꽃처럼 아름답다는 형용사까지 붙으니 더 이상의 찬사가 있을까. 배성우 대표는 지난 2017년 청주 북문로에서 하나노세이슌의 문을 열었다. 비프타다키, 오코노미야키, 가라아게부터 카레와 야키소바, 스테이키동 등 일식 메뉴를 취급하는 이 식당은 길이 정비되기 전부터 자리를 잡았고 깨끗한 보도블록이 깔린 현재까지 오랜 시간 단골을 유지 중이다. 시작은 서문시장 야시장의 청춘카레였다. 첫 해외 여행지로 방문했던 일본에서 맛본 카레의 강렬한 기억이 성우 씨의 요리 본능을 자극했다. 별 것 없는 재료로도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것이 신기했다. 맛을 재현해보려 수도 없이 영상을 보고 냄비를 저었다. 어느새 가장 잘하는 요리가 된 일본식 카레가 바깥으로 나온 것은 지인의 권유였다. 혼자 맛보기는 아깝다는 극찬이 전기업에 종사하던 배 대표를 부업삼아 야시장 매대에 서게 했다. 팔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손님과 대면을 시작했다. 당시 사람이 붐비던 야시장에서 판매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수많은 양파를 약한 불에 천천히 익히는 일부터 해야 했다. 시간과 정성으로 끓인 카레는 깊은 맛으로 손님을 모았다. 큐브스테이크 등 다른 메뉴도 함께 판매하며 청춘카레의 인지도를 쌓았다. 눈앞에서 조리과정을 지켜보는 손님들에게 신선하지 않은 재료를 내보일 수는 없었다. 재료에 대한 자부심도 자연스레 챙겨졌다. 야시장에서 지나가는 손님을 만나던 청춘카레는 곧이어 찾아오는 손님을 맞아야 했다. 맛을 보고 다시 찾는 손님들은 밤뿐 아니라 식사 시간에도 카레를 먹고 싶어 했다. 북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겨 단골의 힘을 확인한 뒤에 문을 연 것이 현재 위치다. 그 자체로 빛나는 청춘이라는 단어에 '꽃다운'이라는 형용사를 더했다. 비프타다키와 오코노미야키 등 해보고 싶던 메뉴도 추가했다. 흔히 차갑게 먹는 타다키지만 따뜻하게 먹을 때 더 맛있는 고기의 특성을 살려 구운 채소를 함께 낸다. 배 대표식 숙성을 거친 부드러운 고기가 소스와 함께 풍부한 맛을 살린다. 야키소바면 위로 볶은 양배추와 삼겹살, 숙주 등을 쌓아 올리고 넉넉한 소스와 가쓰오부시, 쪽파와 달걀 등으로 토핑한 오코노미야키는 대부분이 상상하는 양배추 전 같은 형태가 아니라 더욱 특색있다. 달콤하고 짭짤한 소스와 함께 골고루 씹히는 채소와 고기, 면의 식감이 조화로운 하나노세이슌의 대표 메뉴다. 오랜 시간 볶은 양파를 기본으로 하는 카레부터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다져 매콤한 맛을 더한 히키니꾸소보로카레, 새우와 오징어, 닭 등의 재료를 각각의 특성대로 튀겨 한 그릇에 담는 에.이.토 가라아게동도 인기다. 닭 다리 살과 닭가슴살의 비율을 여러 번 변경하며 섬세하게 조절한 가라아게까지 하나노세이슌의 주방은 늘 공정과 밑 작업에 시간이 필요하다. 좋은 재료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그 재료에 정성까지 더하면 맛에 대한 이견이 있을 리 없다는 성우 씨의 신념 때문이다. 어디에서 무엇을 먹든 그 금액에 대한 가치를 생각하는 평소의 태도도 자신의 가게에 녹였다. 하나노세이슌을 찾은 손님이 지불한 금액 이상의 만족을 느끼게 하는 것이 목표다. 벌써 5년,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돌아간 손님이 곧 다음 접시를 채우기 위해 찾아오는 것이 성우 씨의 목표에 대한 손님들의 답이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바삭하게 튀긴 해시 브라운과 치즈스틱, 시저샐러드가 한 접시에 담겼다. 하얀 접시 테두리를 배경 삼아 초콜릿 시럽으로 쓰인 환영의 글귀가 손님을 맞는다. "오늘도 수고했어" 라든가 "달밤에서 달달하게" 등 정성으로 건네는 첫인사가 달달한밤부엌의 시작을 알린다. 달밤부엌이라고도 부르는 달달한밤부엌은 그야말로 밤의 부엌이다. 따뜻한 나무 색감과 초록의 잎색이 어우러진 인테리어가 싱그러운 자연의 분위기와 섞였다. 가게 앞과 옆으로 인조잔디를 덮은 테라스 테이블 덕에 도심 속 캠핑지 같은 느낌도 난다. 환한 달 조형물과 감성적인 문구들이 부엌을 달달하게 꾸민다. 숙성 중인 고기로 채워진 냉장고와 조리 과정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열린 부엌은 이웃집에 놀러 온 것처럼 편안하다. 내가 먹을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안심하고 바라볼 수 있다.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등 제한 없이 만들어지는 음식들이 코스에 섞여 있어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경계와 한계가 없는 부엌 그 자체의 이미지 덕이다. 이곳에서는 그 강점을 제대로 활용한다. 시그니처로 내세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올인원코스가 대표적이다. 올인원코스는 식성이 다른 이들도 한 테이블에 모여 앉을 수 있게 하는 독특한 구성이다. 고깃집과 카페 등 다양한 자영업 운영 경험을 거친 성기영 대표가 자신의 취향을 메뉴에 녹여 고심 끝에 담아낸 결과물이다. 글자로 인사를 전하는 웰컴디쉬에서 시작해 광어, 연어, 참치, 문어가 놓인 사시미 모듬이 따라 나온다. 생와사비와 락교 등 제대로 된 구성 외에도 화사한 장식과 몇 점씩 올라간 신선한 회가 어지간한 이자카야에 뒤지지 않는다. 계절에 따라 제철 생선으로 바뀌는 구성도 신선을 최우선으로 한다. 회를 즐기며 숯불 냄새가 은은하게 퍼지는가 싶을 때 손님상에 오르는 것이 부채살 스테이크와 숯불바비큐다. 수비드 과정을 거친 부드러운 부채살 스테이크와 돼지고기, 닭고기 바비큐가 숯불 위에서 먹기 좋게 구워져 나온다. 부엌에서 방금 구운 노력의 산물에 미니 화로까지 제공해 따뜻하게 먹을 수 있게 하는 것도 경험에서 나온 배려다. 푸짐한 양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면 입가심에 제격인 사이드디쉬가 기다린다. 계절과 재료 수급에 따라 달라지는 디저트가 이전과 다른 맛의 변화를 기대하게 만든다. 봄에는 생딸기와 연유, 휘핑크림의 달콤함으로 마무리되고 망고와 키위퓨레를 시원하게 갈아낸 망고 키위 샤베트와 수박이 여름을 시원하게 맞는다. 호떡 위에 아이스크림이 올라가는 겨울의 디저트까지 섬세한 끝마침이다. 회와 고기로 아쉬움을 느끼는 이들을 위해 준비한 단품 메뉴도 나가사키 짬뽕탕이나 닭발부터 감바스, 떡볶이까지 다양하다. 생과일꼬치와 모둠 튀김처럼 금액대별로 가성비를 생각한 메뉴 조합은 삼촌카세라는 이름으로 특색있게 권한다. 계절별로 달라지는 메뉴와 맛의 조화가 늘 새로운 즐거움을 전한다. 굳이 술을 먹지 않더라도 식사를 위해 찾는 가족이나 연인이 많은 이유는 또 있다. 다양한 술의 종류만큼이나 많은 선택지를 가진 음료류다. 생과일청을 이용한 에이드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과일 스무디와 커피류가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된다. 이 또한 성 대표가 카페를 운영한 경험으로 가져온 완성도 높은 메뉴다. 테이블마다 올라갈 만큼 인기 있는 그 날의 칵테일도 달밤부엌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있는 한잔이다. 누구와 함께라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함이 있는 부엌이 달달한 밤을 만든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디저트'는 양식에서 식사 끝에 나오는 과자나 과일 따위의 음식을 지칭하는 명사다. 이런 정의가 무색하게 디저트는 어느새 식사와 동등한 비교 대상이 됐다. "밥보다 디저트를 좋아한다"거나 "밥 배와 디저트 배가 따로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단순히 개인의 취향으로 넘기기엔 디저트에 빠진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청주 분평동에서 구움과자 전문점 '유나당'을 운영하는 전유나 대표도 디저트에 대한 애정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럽다. 어린 시절 하루에 몇 봉지씩 먹었던 과자는 나이가 들면서 빵과 파이, 구움과자류 등으로 바뀌었다. 밥은 안먹어도 디저트는 챙겨먹어야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카페에 가도 음료보다 디저트, 맛있는 음식을 찾을 때도 디저트가 주가 되는 '디저트파'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찾아다닌 카페와 디저트 가게 등은 일상 속 기분전환이었다. 욕심을 부려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먹은 것과 같은 맛은 나오지 않았다. 6년 여간의 회사 생활을 그만둘 전환점을 맞았을 때 이제는 제대로 배워서 디저트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으로 찾아낸 학원과 클래스 등에서 반죽과 계량을 기초부터 배우자 혼자서 했던 것과는 다른 맛이 났다. 방법을 알고 나니 유나씨만의 레시피를 만드는 것은 의외로 쉬웠다. 원하는 맛을 위해 재료를 더하거나 빼는대로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나왔다. 구움과자류로 메뉴를 정한 뒤에는 술술 일이 진행됐다. 언니가 그려준 귀여운 캐릭터를 내세우고 좋아하는 메뉴를 구성해 유나당의 문을 열었다. 동네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갓 구운 휘낭시에, 에그타르트 등을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아파트 주변을 걷다 향긋한 냄새에 이끌려 호기심으로 가게에 들어선 중장년층도 손바닥보다 작은 구움과자 디저트의 매력에 선뜻 다가선다. 유나당에서 판매하는 다섯가지 종류의 마들렌은 클래식을 기본으로 한다. 촉촉하면서 폭신한 식감과 적당한 단맛이 매력적이다. 유기농 녹차 가루를 이용해 쌉쌀하고 향긋한 맛을 더한 말차마들렌과 달콤한 초코 코팅을 더한 초코마들렌, 단짠의 매력이 돋보이는 치즈마들렌으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특별히 상큼한 맛을 찾는 이들을 위해 개발한 라즈베리마들렌은 라즈베리잼과 어울리는 붉은 색을 위해 홍국쌀가루를 섞어 예쁜 색감까지 존재감을 드러낸다. 마들렌보다는 단단하고 쫀득한 식감이 매력적인 휘낭시에도 세가지 맛으로 준비한다. 바삭한 겉면에 쫀쫀한 식감을 자랑하는 휘낭시에는 버터의 풍미가 입 안에 깊게 남아 여운을 준다. 평소 좋아하던 초콜릿을 듬뿍 묻혀 구운 아몬드 조각과 섞은 페레로로쉐휘낭시에는 초콜릿을 먹는 듯 깊은 단맛으로 인기다. 솔티카라멜의 짭짤한 단맛에 바삭한 식감을 위해 얹은 시리얼은 단짠 매력에 씹는 재미까지 더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다양한 버전으로 선택의 즐거움을 주기위한 메뉴 고민이 이어진다. 반죽을 여러번 겹쳐 페스츄리의 식감으로 고소하게 만든 에그타르트는 바닐라빈을 듬뿍 섞은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을 한입 가득 채웠다. 느끼함 없이 달콤하게 당기는 맛은 짧은 시간 단골을 만들어낸 유나당의 시그니처가 됐다. 꾸덕하게 초콜릿 함량을 높인 브라우니에는 화이트초코와 초코 시럽을 이용해 귀여운 표정도 그렸다. 익살스러운 표정 앞에 멈춰서 엄마의 손을 흔드는 아이들이 달콤한 브라우니의 매력에 빠진다. 아이들도 한입에 먹기 좋은 작은 크기의 미니마들렌은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어 찾는 이들이 많다. 오가며 마음을 전하기에도 크게 부담없는 선물이다. 먹는 시간도 장소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손바닥보다 작은 조그만 구움과자 한 조각이 식사와는 다른 포만감을 준다. 배가 아니라 마음이 차오르는 달콤한 이벤트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조금만 검색하면 맛집이 즐비하다. 동네별로, 음식 메뉴별로 태그 몇 개만 넣으면 수두룩한 맛집을 찾을 수 있다. 남들이 올린 예쁜 사진,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감상평 등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런 가게들은 단골이 없다. 한 번 가보고 싶은 집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또 오고 싶은 집은 아니어서다. 2년 전 게시물을 보고 찾아가면 가게 간판이 바뀌어 있는 것이 빈번한 현실이다. 올해로 5년 째 청주 북문로 골목을 지키는 이탈리안레스토랑 '어스테이블(us,table)' 은 테이블 다섯 개가 전부인 아담한 가게다. 지난 2017년 당시 청주에서는 다소 생소한 메뉴였던 뇨끼와 라자냐를 내세우며 문을 열었다. 22살 쯤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던 신윤호 대표는 사람과 대면하며 음식을 내어주는 일이 재미있었다. 일이 몸에 익고 음식과 사람에 익숙해 졌을 때 손님들의 질문이 잦아졌다. 음식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에 답을 할 수 없는 것이 답답했다. 자신의 손으로 건네는 음식에 설명을 더할 수 없어 아쉬웠다. 대전으로 찾아가 화덕피자부터 이탈리안 음식들을 배우기 시작했다. 기초부터 요리의 맛을 알게된 뒤 청주로 자리를 옮겨 더 다양한 메뉴를 알아갔다. 다른 지역을 다니며 먹어보는 것도 하나의 공부였다. 뇨끼와 라자냐 등은 타 지역에서 맛보고 첫 맛에 감탄한 요리였다. 간단한 재료로 만들면서도 정성이 들어갈수록 고급스러운 맛이 더해졌다. 밀가루 입자와 향까지 고려해 치즈와의 비율 등을 달리하며 여러 번 재료와 방법을 수정했다. 음식에 정답은 없다지만 윤호씨가 생각하는 정답에 가까운 레시피가 정해졌다. 자신의 뇨끼를 청주에 대중적으로 소개할 자신이 생겼다. 감자를 오븐에 넣고 수분을 날려 으깨고 치즈와 밀가루, 계란 노른자 등으로 반죽한 뇨끼는 쫄깃한 식감과 트러플 향이 가득한 크림소스가 부드럽게 섞인다. 다진 고기를 샐러리, 당근, 양파 등 야채와 볶아 한시간 반 가량 시간을 들여 끓이는 라구소스는 우유와 휘핑크림으로 만드는 베사멜 소스와 맛의 조화를 이루며 넓은 라자냐면을 돋보이게 한다. 생소함을 무릅쓰고 맛 하나를 믿고 초기부터 시그니처로 결정했던 어란파스타도 어스테이블의 별미다. 명인 최태근 어란과 모레스카 올리브오일을 사용해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감칠맛을 선보인다. 바질과 잣 등을 갈아 치즈와 섞어 만드는 바질페스토를 이용한 요리도 손님들이 선택한 또 하나의 시그니처다. 대형 레스토랑과 프렌차이즈 레스토랑이 곳곳에서 사람들을 모을 때 작은 규모의 식당을 생각한건 온전히 음식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음식만을 보고 찾아와준 손님에게 꾸준히 만족을 줄 수 있는 것은 역시 음식맛이었다. 비록 처음 맛보는 생소하고 낯선 음식이라도 편안한 분위기에서는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번화가가 아님에도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단골이 어스테이블을 찾아드는 이유다. 지난해에는 단골들의 성원으로 사창동에 또 다른 어스테이블을 열었다. 우니파스타 등 새로운 메뉴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주류를 준비해 북문로점과는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식탁의 선택지가 늘었다. 크고 화려하지 않아도 알차게 채워진 맛있는 식탁이다. 식탁 위 그릇을 채우는 주인의 정성을 천천히 음미하고 그대로 비워내는 것이 우리들의 식탁 '어스테이블'을 즐기는 정직한 방법이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포장마차는 길을 걷다가도 우연히 들어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가벼운 안주와 함께 입 안에 털어넣던 한잔의 추억은 시대의 흐름과 함께 쉽게 보기 어려운 풍경으로 바뀌었다. 비닐 포장으로 덮인 포장마차 대신 실내로 들어선 포차가 약간의 아쉬움을 달랜다. 밖에서 먹는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할 수는 없지만 일반 식당보다는 격식없이 편안한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흔히 금천광장이라고 부르는 금천동 296에 문을 연 참치다포차는 포장마차를 뜻하는 포차 앞에 다소 생소한 단어가 붙었다. 참치와 많을 다(多)가 만난 참치다. 참치는 일반 생선회에 비해 다소 높은 단가로 가볍게 즐기기엔 부담스러운 이미지가 강하다. 그날의 메뉴로 참치를 선택한 이들은 보통 모이는 사람의 수에 따라 얼마의 가격을 떠올리고 계산을 하게 된다. 평범한 부위를 넘어 쫄깃하거나 쫀득한 특수 부위를 즐기려면 그 가격은 금세 훌쩍 뛰어오른다. 참치다포차는 한 접시에 부담없이 참다랑어를 담아낸다. 중(中)자와 대(大)자 사이즈에 맞게 오도로와 주도로, 아카미 등의 부위와 참치머리에서 나오는 특수부위를 섞어 손님상에 올린다. 참치 중에는 참다랑어가 가장 맛있다는 안현태 대표의 취향을 따라 참다랑어만 취급한다. 현태씨의 주방 경험은 다양하다. 아르바이트로 처음 들어섰던 햄버거 가게 주방에서 시작해 군 생활 중 식재료 구입까지 책임지는 취사 등의 경험이 이어졌다. 호주로 떠나 일해본 주방은 일식부터 한식, 월남쌈 등 여러 분야를 고루 갖췄다. 한국에 돌아와서 카페와 이자카야 등을 거치며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손님이 원하는 식재료를 가져와 메뉴를 부탁하고 메뉴판에 없는 요리도 메뉴가 되는 시스템이 재미있었다. 금천광장에서 오랜 시간 참치를 즐길 수 있었던 이름난 가게가 다른 곳으로 이전한 것도 하나의 기회였다. 모든 종류의 생선을 다룰 수 있게 된 일식의 경험을 토대로 참치를 깊이 팠다. 해동하고 숙성하는 과정이 손에 익어 현태씨가 손질한 참치가 가장 맛있어졌을 때 부담을 덜고 참치다포차를 열었다. 먹을 수 있는 것이 많고 가격대비 참치가 많다는 의미의 다(多)를 붙였다. 코스로 순서를 기다릴 것 없이 참치와 김, 줄기상추 무침, 타코와사비, 맛냉이 등이 참치와 함께 등장한다. 실속있게 즐길 수 있는 참치 한 상이다. 다른 곳에 없는 구성을 생각하다 만든 특제 소스가 맛냉이다. 생와사비에 세가지 종류의 다진 해초와 단무지 등을 섞어 참치와 어우러지는 감칠맛을 연출한다. 맵거나 물리지 않아 몇 번이고 접시를 다시 채우는 손님들이 많다. 알배추 등 그날의 신선한 채소나 현태씨가 그날 생각나는 국 등이 상에 함께 오른다. 미역국, 콩나물국, 무국 등 다양한 국물로 변하기도 하고 매생이죽처럼 속을 채우는 메뉴로 바꾸기도 한다. 양배추, 양파, 대파, 부추, 당근 등 푸짐하고 호불호 없는 채소와 비법 양념을 섞은 골뱅이무침이나 닭발 볶음보다 더 인기를 끄는 닭목살 볶음도 포차의 구색을 갖추면서 참치와 함께 즐기기에도 적당한 자신있는 메뉴다. 현태씨는 참치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들을 위해 문턱을 낮췄다. 처음 먹어보는 사람이나 참치를 좋아하는 사람 모두 부담없이 들어와서 참치를 즐길 수 있다. 알탕과 오뎅탕, 초밥 등 친근한 메뉴도 즐거움을 더한다. 향후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손님의 기호를 반영해 제철 메뉴도 준비할 예정이다. 단시간 여러번의 재방문 손님을 만든 참치다포차의 경쟁력은 참치를 기본으로 포차의 매력을 두루 갖춘 탄탄함이다. / 김희란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과일을 좋아하는 이들도 과일에 선뜻 손이 가기 어려울 때가 있다. 과일은 신선도가 중요하기에 더욱 망설여진다. 이전보다 줄어든 가족 수는 커다란 수박 한 통을 비워내기도 버겁다. 냉장고를 가득 채울 만큼 큰 수박을 이리저리 잘라 여러 조각으로 나눠두어도 꽉 찬 냉장고를 열 때마다 꺼내먹지 않는 한 쉬이 털어내기 어렵다. 맛있게 먹고 싶어서 큰맘 먹고 사두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순간이 길지 않다. 껍질을 처리하는 것도 일이다. 유난히 더운 요즘은 조금 더 민첩해진 초파리의 등장에 과일 껍질 자체가 꺼려지기 일쑤다. 건강에 좋고, 맛있는 걸 알면서도 과일을 가까이하기에는 부담스럽다. 이런 시류에 맞춰 동네 과일가게에 등장한 것이 손질 과일이다. 주황색 포인트에 귀여운 과일이 그려진 청주 성화동 동구밭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분명한 여름임을 알 수 있다. 예쁘게 진열된 과일들이 하나하나 존재감을 드러내지만 내부는 온통 달큼한 수박의 향기로 채워졌다. 하루에도 몇 통씩 손질해 채워두기 무섭게 팔려나가는 수박 때문이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투명한 케이스에 담은 수박은 먹고 싶은 순간 한두 번에 나눠 먹으면 딱 맞다. 한 번에 다양한 과일을 즐기고 싶은 이들을 위한 컵 과일이나 과일 도시락도 인기다. 포도 한 송이, 멜론 한 통, 파인애플 한 통 등은 한 번에 손질해 먹고 싶은 만큼만 먹으면 남은 양이 애매할 때가 많아서다. 서너 번의 세척 작업을 거쳐 쏙쏙 입에 넣기만 하면 되는 과일 도시락은 동구밭의 인기 메뉴다. 혼자 먹기에도 좋고 아이들 간식으로 챙겨주기도 편해 다양한 연령층이 손질된 과일을 찾는다. 각종 행사나 선물용으로 단체 주문도 이어진다. 각각의 컵에 담긴 과일은 건강에 좋은 것은 물론, 위생적으로 좋고 보기에도 예쁜 디저트이기 때문이다. 소프트볼 선수였던 장경화 대표가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둔 뒤 오래 일한 곳은 베이커리였다. 일반 회사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손으로 하는 일이 좋아 빵을 굽게 됐다. 6년쯤 일하다 다른 일을 생각했을 때 갑자기 뇌리를 스친 것이 과일이다. 케이크 위에 과일을 올리며 디자인하는 것에 재미를 붙였기에 떠오른 발상인지도 모른다. 호불호가 적고 꾸준히 오래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과일이 생각났다. 직접 발로 뛰어 당도를 보증하고 먹기 좋게 손질해서 판매하면 단골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경화 씨는 매일 새벽 농수산물 시장에 출근 도장을 찍고 모든 과일을 일일이 선별해 가지고 온다. 낯선 과일보다는 동네 사람들에게 익숙한 과일을 믿을만한 맛으로 소개하는 것이 동구밭의 영업력이다. 운동하던 습관을 이어 꾸준히 체력관리를 하는 것이 가게 운영에도 도움이 된다. 어지간한 상자는 번쩍 들어 나를 수 있는 탄탄한 근력이 과일가게 유지의 필수 조건이다. 정형화된 과일 포장 대신 경화 씨만의 아이디어로 포장 과일을 판매하는 것도 꾸준히 손님이 늘어나는 이유다. 투명하고 탄탄한 수박 포장 용기에 알록달록한 과일을 채워 만드는 과일바구니나 와인 칠링백을 활용한 과일 칠링백 등은 정말 바구니에 담았던 이전의 과일바구니와는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과일바구니 주문이 들어오면 구성되는 과일과 어울리는 것으로 함께 넣는 생화와 리본 포장 등도 실용적인 과일 선물에 받는 기쁨을 더 키우는 디자인이다. 선물을 받은 이가 감동으로 다시 동구밭을 찾아 또다른 이를 위한 선물을 주문하는 선순환이 새로운 포장법을 즐겁게 고민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투명한 포장 덕에 눈으로 먼저 확인하는 달콤함과 신선함이 동구밭을 알린다. / 김희란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이름과 얼굴을 걸고 장사한다는 것은 정직과 성실을 담보로 한다. 언제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더라도 부끄럽지 않을 책임감은 덤이다. 가게 입구부터 환하게 웃으며 손님을 맞는 임지훈 대표의 사진, 임지훈의 시골생고기라는 간판은 누가 봐도 임지훈 대표의 가게임을 알린다. 어떤 경험에서도 친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훈 씨의 철학은 친절을 공부하는 가게로 자리 잡게 했다. 언제든 고기가 생각나 시골생고기를 찾은 사람들이 가게에 들어설 때부터 음식을 먹는 모든 과정을 끝내고 문밖으로 나설 때까지 경험하는 친절은 한결같다. 사장이 있을 때와 없을 때가 다른 가게도 있지만, 이곳은 언제나 친절하다. 지훈 씨가 여러 가게에서 직원으로 일할 때의 아쉬움을 반영해 개선한 직원 복지가 사장과 직원의 친절이 다르지 않게 만들었다. 휴일과 임금, 상여금 등 직원들의 입장을 가족처럼 배려하니 직원 만족의 결과는 오롯이 손님에게 향한다. 냉장고 문 등 가게 곳곳에 붙어 있는 글귀도 심상치 않다. 생각날 때마다 적어두고 다듬은 문장을 손님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써 붙였다. 진심을 담아 영업 철학을 써 내려간 문장에는 가게에 대한 자신감, 또는 따뜻한 위로와 공감이 담겼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여러 문장을 읽어보는 손님들의 상 위에 웃음과 함께 대화의 물꼬가 트인다. 시골생고기에는 삼겹살과 목살, 쫄깃살과 낙엽살이 준비된다. 매일 한정된 수량을 준비해 일찍 소진되는 특수부위와 특별히 홍보하지 않아도 찾는 이가 많은 삼겹살은 동네 고깃집의 상징적인 메뉴다. 퍽퍽할 것이라는 편견으로 다른 부위에 비해 판매가 부진했던 목살을 또 다른 인기메뉴로 바꾼 것은 지훈 씨의 손질법이다. 앞뒤로 수십 번의 칼집을 내 부드러운 육질에 씹는 재미를 더한 목살은 맛본 이들의 입소문을 타고 판매량이 늘었다. 어느 부위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부드러운 식감과 특유의 고소한 맛은 시골생고기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칼집목살이 됐다. 당귀, 청겨자, 쌈추 등 16가지 쌈 채소를 푸짐하게 내는 것도 시골생고기의 특징이다. 농장을 위탁해 사계절 수경 재배로 키운 채소가 부족함 없이 신선함을 내세운다. 어지간한 쌈밥집보다 다채롭고 풍족한 쌈 채소의 향연이다. 채솟값이 비싸다 한들 손님의 발걸음보다 귀하지 않다고 쓰인 문구를 붙여 필요한 채소를 더 요청하는 손님들의 손길도 민망하지 않다. 시간이 지나도 파무침에 물이 생기지 않도록 고춧가루를 숙성시킨 뒤 농도를 맞춰 꾸덕꾸덕한 소스로 사용한다. 육수를 끓여 자부심 가득한 맛을 내세우는 된장찌개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준비하지 않았다. 가게에서 먹던 고기 메뉴 그대로 여행지에 챙겨갔던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실속있게 구성한 포장 메뉴도 단골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현장에서 고기를 추가할 수 없으니 50g씩 더 담아주고 쌈무, 쌈장, 갈치속젓, 마늘, 청양고추, 쌈 채소는 물론 일회용품까지 한 번에 챙긴다. 가게에서 인기인 김치와 된장찌개는 정량보다 세 배 이상 넉넉하게 담아 밖에서도 부족함 없이 즐길 수 있게 했다. 회식으로 왔다가 가족을 데리고 오고 친구와 함께 또 찾아오는 단골이 포장으로도 시골생고기를 만난다. 따로 챙길 것 없이 간편한 주문과 만족스러운 경험이 주말이면 수십 건의 예약을 줄 잇게 한다. 임지훈의 시골생고기는 한번 가볼 만 한 음식점보다는 고기가 생각날 땐 언제고 다시 찾는 단골 가게가 되는 것이 목표다. 우리 동네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단골들의 바람을 타고 곳곳에 문을 여는 임지훈의 시골생고기가 한결같은 친절과 서비스를 준비한다. / 김희란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새로 고침을 뜻하는 듯한 동그란 화살표가 리파인의 입구를 알린다. 가게와 음식에 대한 별다른 설명 없이도 입구로 들어서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대부분의 손님이 이미 리파인을 검색하고 애써 찾아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성안길에서 처음 문을 연 리파인은 술과 음식이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파인다이닝의 고급스러운 플레이팅을 표방해 새롭게 표현한 퓨전 한식과 한국 술의 조화가 특색이다. SNS 등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청주와 천안, 세종 등 5곳으로 확장됐다. 이송학 대표는 감각적인 음식을 지향한다. 학창시절을 미국에서 보낸 뒤 음식과 술을 분위기로 즐기는 그곳의 문화를 한국에서도 전하고 싶어 요리를 시작했다. 같은 재료라도 조리법과 담음새에 따라 품격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어려운 요리가 아니더라도 눈으로 먼저 만족하고 어울리는 술과 함께 음식을 즐기면 맛과 만족의 폭이 넓어졌다. 와인만 취급하던 이전 매장을 정리한 뒤 한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주류에 관심을 기울였다. 요리에 따라 어울리는 술은 무궁무진했고 같이 마시는 술에 따라 요리의 맛이 달라지기도 했다. 한식을 베이스로 하는 리파인에서는 흔한 재료로 특별한 음식을 만든다. 간장 소스로 마리네이드한 갈비를 신선한 양파 등 채소와 함께 뚝배기에 담은 갈비 덮밥은 뚜껑을 여는 순간까지 하나의 요리다. 스모킹건을 이용해 연기를 채워 뚜껑을 열자마자 그윽한 훈연의 향이 퍼지며 드라이아이스 효과처럼 연기가 쏟아져 나온다. 리파인에서 사용할 용도로 특별히 만드는 전주식 피순대는 한 면을 바삭하게 굽고 위에 트러플 마요네즈를 올려 새로운 요리로 재탄생했다. 다진 해산물과 파를 두툼하게 튀기듯 구워 바삭한 맛을 살린 해물파전은 한입에 먹을 수 있는 크기와 압도적인 비주얼을 자랑하는 문어 다리 하나가 포인트다. 참기름과 김으로 만든 페스토에 밥을 비벼 구운 명란과 감태를 함께 내는 김퓨레 명란 밥도 익숙한 재료의 재해석이다. 감자채 전에 한국식 라구와 바질을 더한 감자전은 피자와 전의 매력을 함께 맛보는 듯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다. 18시간 동안 수비드 방식으로 조리한 우대 갈비의 살만 먹기 좋게 손질하고 뼈를 데코레이션으로 내세운 우대 갈비는 비주얼에 한 번 탄성이 터져 나오고 녹아내리듯 부드러운 식감과 풍미에 한 번 더 놀란다. 우대 갈비를 제외한 모든 안주류는 1만 원대다. 몇 가지 메뉴를 맛본 손님들이 다른 메뉴를 즐기기 위해 다음을 기약하고 가볍게 찾아올 수 있는 이유다. 어둡지만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 덕에 전 연령대가 이질감 없이 한 공간에 머무를 수 있다. 20대부터 50대까지 각자의 취향대로 리파인을 즐긴다. 이천과 여주 등에서 공수한 묵직하고 넓은 도자기는 모든 요리에 멋스러움을 더한다. 15가지가량 갖춰진 주류는 새로운 술이 낯선 이들에게도 쉽게 녹아들 수 있다. 원하는 술은 시음 서비스를 제공해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어서다. 리파인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한잔을 위해 4가지 종류의 자체 개발 상품도 준비했다. 호박 막걸리, 무심 등 리파인의 요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맛을 구현한 술이다. 향후 모든 술을 자체 제작 주류로 채워가는 것이 리파인의 목표다. 리파인은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러볼 만하다. 평소 먹었던 평범한 음식들이 이 대표의 손에서 어떻게 재해석 됐는지 확인해보는 재미가 새로운 경험을 안겨줄 것이다. / 김희란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영화 속 한 장면, 기억 속 풍경, 혹은 사진으로 담아둔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모습까지 모두 그림이 된다. 비어있는 캔버스를 채우는 행위에서 규격화된 것은 오직 캔버스의 모양과 크기뿐이다. 원하는 모든 장면에 원하는 색을 묻혀 그림으로 표현한다. 감쪽같이 똑같이 표현한다 해도 사진이 가질 수 없는 그림만의 분위기가 있다. 사진으로 이미 가지고 있는 순간을 굳이 자신의 손으로 그려 그림으로 간직하려는 이유다. 청주 북문로에서 지난해 시작된 페인팅룸 밑그림은 누구나 찾아와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드로잉카페로 운영된다.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단순히 그림만 그리는 곳은 아니다. 일상과 예술을 연결하는 문화예술기획 단체로 시작한 우주개구리 소속 이다현 대표가 기획한 밑그림은 'Meet그림'이다. 'MEET(만나다)'와 그림을 결합해 만든 이름처럼 그림을 매개로 사람이 만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꾸린다.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라 우주로 뻗어 나가는 개구리라는 발상에서 시작한 우주개구리는 다 전공 학우들이 함께 시작한 모임이다. 예술 활동은 미술 속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 예술을 일상에 녹여내고 싶은 욕구를 모았다. 지역 곳곳의 청년예술가들과 소통할 방법을 고민하던 끝에 그들이 처음 운영한 것은 대성로 122번길에 있었던 대안공간 'ROOM 122'다. 문화에 대한 갈증이 있지만 마땅한 장소가 없는 이들을 위해 전시와 소모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랑방을 마련했다. 다양한 장르의 전시와 모임이 이뤄지며 지역 예술가들의 소통과 교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건물이 사라지며 다른 대안공간을 고민하던 중 떠올린 것이 밑그림이다. 이전에 운영하던 'ROOM 122'가 예술가들의 만남을 지원했다면 일상적으로 더 많은 이들이 예술을 접할 방법을 고민한 것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페인팅룸이다. 전공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쉽게 예술을 접하고 예술가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함께하는 것이 목표다. 밑그림을 열며 성안동 동네기록관으로도 선정돼 동네의 예술을 기록하는 일에도 돛을 달았다. 대성로에서 주민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역사를 기록하며 책자로 남긴 것처럼 성안동 사람들의 흔적도 책으로 남겼다. 주거 지역보다는 오랜 시간 청주의 중심 상업지였던 성안동에서는 상인이 곧 주민이고 동네를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들의 시선 속 성안동은 조금 더 따뜻하고 특별한 곳이다. 성안동 곳곳을 톺아보며 시민들과 함께 콜라주로 구성해본 작품은 그림을 만들기 전 이곳저곳을 자세히 살펴보는 행위부터 하나의 예술이었다. 각자가 느낀 동네의 모습을 나름의 표현 방식으로 담아내 한 장으로 성안동을 표현했다. 그 과정을 함께한 참여자와 완성된 작품을 둘러본 사람들 모두 그동안 몰랐던 성안동의 매력을 마음에 담았다. 밑그림에서 즐기는 일반인들의 그림 작업도 새로운 기획으로 연결됐다. 물과 물감, 붓, 캔버스 포장지 등 그림을 그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쓰레기들이 눈에 밟혔다. 지속 가능한 예술 환경에 시선을 멈추고 업사이클링 아트를 고민했다.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캔버스 제작에 나섰다.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이 새 활용 캔버스로 쓰일 입지 않는 셔츠 등을 가져오면 밑그림의 캔버스 이용권을 할인받을 수 있다. 재단과 제작으로 탄생한 캔버스는 백드롭 페인팅용으로 사용된다.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그림으로 담아내는 것이 즐거워 미술을 시작한 다현 씨는 전공자로 세상에 나왔지만 정해진 길을 걷지 않았다. 예술과 문화, 일상이 함께하는 곳은 어디든 찾아 나서는 발 빠른 기획자의 길을 택했다. 우주개구리의 이름으로 펼쳐질 다양한 기획이 더 많은 개구리들을 우주로 데리고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 김희란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맛있는 떡을 생각할 때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는 따뜻함이다. 갓 쪄낸 떡의 온기는 서늘한 계절과 어울린다. 하지만 더운 여름에도 꾸준히 사랑받는 떡이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떡과 다른 매력을 가진 모시떡이다. 따뜻할 때는 부드럽다가도 식으면 뻣뻣해지는 다른 떡과 달리 뜨거울 때보다 되려 더 쫄깃하고 담백하게 식는 것이 특징이다. 구매 후 이틀 동안은 실온에서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며 전자레인지나 찜 솥에 데워먹더라도 충분히 식혀서 먹으라는 친절한 안내문이 낯설다. 모시옷의 섬유 재료로 쓰일 만큼 섬유질이 풍부한 모싯잎으로 만드는 모시떡은 차가운 성질 덕분에 여름에도 편하게 즐길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사계절 사랑하는 떡이다. 청주 무심동로에서 11년째 모시떡을 전문으로 판매하고 있는 모시떡카페(전 모시로) 김윤자 대표는 고향 영광에서 먹던 모시떡을 청주에 가지고 왔다. 평범한 카페 대신 자신만의 느낌을 담아 편안한 공간을 꾸리려는 목적에 적합한 특색있는 음식이었다. 20여 년 전 업무차 들른 다른 지역 강변 카페에서 느낀 감동이 계획의 시작이었다. 야생화가 가득한 자연 속에서 좋은 사람과 나누는 차 한잔의 기억은 일상을 밝히는 쉼표가 됐다. 청주에서 자연 속 카페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장소로 무심천 변이 좋을 것 같았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무심천에는 많은 나무와 풀, 물 외에도 매력 하나가 더 있다. 봄이면 무심천 변으로 연분홍 꽃송이를 터뜨리는 벚꽃이다. 자연스레 주어지는 무심천의 환경에 김 대표의 투자가 더해졌다. 이 곳에 카페를 일구기로 마음먹은 뒤 처음 한 것은 길 건너편 무심천에 야생화를 심는 일이다. 카페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에 화사함을 더하고 싶어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계절의 꽃을 심었다. 가게 안팎으로 가득한 화분에도 야생화와 다육식물 등 눈을 즐겁게 하는 온갖 식물이 계절을 알린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꾸준히 모시떡카페를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단골손님이다. 모시떡카페의 분위기에 매료되면 다시 찾아올 수밖에 없는 편안함 때문이다. 일반 송편보다 두세 배가량 큰 크기의 모싯잎송편은 몇 개만 먹어도 간식이나 식사로 손색없다. 오전 8시 반이면 문을 열기에 무심천 산책을 즐기다 허기를 채우거나 휴식을 즐기러 들어오는 손님도 있다. 고급스러운 패키지 덕에 선물용으로도 많이 찾는다. 이바지 떡이나 행사 떡, 답례 떡 등으로 처음 모시떡을 맛본 이들도 은은한 단맛과 쫀득한 식감에 반해 그 맛을 찾아온다. 깨, 동부기피, 흑임자 등 취향에 따라 다른 속 재료를 골라 먹을 수 있다. 개떡이나 인절미 등 모시떡 종류도 다양하다.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모싯잎차나 보리순차 등 따뜻한 차와 함께 즐기거나 익숙한 커피와 떡의 이색적인 조합도 이곳을 찾는 이유다. 상큼한 석류나 오미자를 베이스로 한 시원한 음료나 모시식혜 등의 건강 음료도 떡과 어울린다. 윤자 씨의 시동생이 운영하는 아래층 모시칼국수에서는 모싯잎을 이용한 반죽으로 칼국수와 냉면 등을 맛볼 수 있다. 맛은 물론 칼슘과 식이섬유까지 가득해 영양까지 챙긴다. 식사와 디저트를 한 건물에서 즐길 수 있는 실속있는 구조다. 계절과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모시떡카페지만 여름에 유독 반갑다. 무심천의 뜨거운 자연을 즐기다 시원한 카페 안에 들어서면 휴양지에 온 듯하다. 제각기 색을 뽐내는 각종 야생화 속에서 즐기는 시원한 음료와 쫀득한 떡 한입에 더위를 잊는다. / 김희란기자
[충북일보] 빵과 빵 사이에 끼워진 두툼한 고기 패티가 핵심이다. 다진 소고기를 여러 번 치댄 뒤 뭉치고 눌러 구운 패티는 소금과 후추만으로 맛을 표현했다. 충분히 숙성한 고기 패티를 굽는 불의 온도와 시간, 적당한 뒤집기가 맛을 완성한다. 쫄깃하고 담백한 빵 사이에서 고소한 육즙이 적당히 머문다. 시행착오 끝에 자리 잡은 패티 조리법은 두 가지 부위의 소고기를 이재석 대표만의 비율로 섞어 답을 찾았다. 구운 양파와 토마토, 로메인 등이 소스와 함께 어우러진 두꺼운 버거를 양손으로 꾹 눌러 잡고 한입 가득 베어 문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새어 나온다. 브룩스버거는 직접 만든 빵과 패티, 소스로 수제버거를 만든다. 이곳에서 권하는 햄버거는 거칠고 자유로운 음식이다. 곳곳에 붙은 포스터 속 귀여운 캐릭터가 포크와 나이프로 썰어 먹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눈에도 푸짐해 보이는 따뜻한 수제버거를 입안 가득 채웠을 때 입술 양옆으로 묻어나는 달콤하거나 매콤한 브룩스 표 수제 소스까지 무심하게 손가락으로 쓱 닦아 입안으로 넣어야 제대로 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직장 생활 후 프랜차이즈 요식업을 몇 번 운영했던 재석 씨가 수제버거에 마음을 빼앗긴 것은 어머니와 떠났던 미국 여행에서다. 여름 휴가와 연휴 등 일 년에 얼마간 정해진 휴일을 아꼈다가 연말에 어디론가 떠나는 것이 자신만의 휴식 방법이었다. 미국 서부를 여행하며 눈에 띄는 곳마다 버거가 있었다. 한국에는 없는 유명 프랜차이즈에서 맛본 버거 맛에 반해 트럭에서도, 포장마차처럼 보이는 작은 가게에서도 버거를 맛봤다. 버거는 실패가 없었다. 따뜻한 빵 사이에 신선한 고기와 채소가 소스와 함께 툭 감싸진 듯한 음식일 뿐인데 우리나라에서 먹던 프랜차이즈의 맛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 시작한 것이 수제버거에 관한 공부다. 요즘같이 넘치는 정보의 세상 속에서 찾을 수 없는 정보는 없었다. 여러 부위의 소고기 다짐육을 준비해 이리저리 섞어보고 가운데 육즙을 가둘 수 있는 조리법을 찾는 것이 일이었다. 불판 앞에서 불을 강하게 하고 줄여가며 굽기를 반복한 끝에 원하는 정도의 패티를 완성했다. 패티와 어울리는 빵을 찾는 것도 시도해봤지만 마음에 꼭 드는 빵을 찾기 어려웠다. 빵까지 직접 만들기로 작정하고 마침내 결정한 것은 우리 밀로 반죽해 구워낸 쫄깃하고 담백한 빵이다. 부드러운 빵보다는 패티에 어울리는 쫄깃한 정도를 조절해 씹는 즐거움을 더했다. 빵과 속 재료의 조화를 이룬 뒤 5가지 메뉴로 2019년 시작한 브룩스버거는 유동인구가 많거나 상권이 발달한 곳보다는 발전 가능성이 있는 곳을 찾아 봉명동 골목에서 문을 열었다. 지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배달 및 포장으로 즐기는 손님이 많았다. 제대로 된 버거를 먹고 싶은 수요는 계속해서 수제버거를 찾는다. 식사나 간식, 안주로 즐기는 손님부터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을 위해 찾는 층도 많아 해장버거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어니언링과 블루베리잼, 피넛버터를 더해 개발한 피넛치즈버거나 바싹하게 구운 고기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크리스피치즈버거, 해시 브라운을 넣은 해시 브라운 버거 등 메뉴도 다양해졌다. 모양과 맛이 무너질까 배달은 하지 않는 텍스맥스칠리 버거는 할라피뇨, 비프칠리, 계란후라이 등으로 가득 채워 가게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메뉴다. 감자와 치킨 텐더 등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 최근 사이드메뉴로 시작한 수제 쿠키도 짙은 풍미와 달콤한 마무리로 사랑받는다. 빵과 패티부터 그에 어울리는 소스류까지 직접 만드는 브룩스버거의 맛은 브룩스버거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재석 씨는 버거가 다 똑같다고 생각하는 손님을 기다린다. 정성으로 갓 구운 패티가 저온 숙성으로 쫄깃해진 빵 사이에서 신선한 채소와 함께 전하는 브룩스 버거의 맛이 그간의 편견을 바꾸리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 김희란기자 ngel_r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