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붓이 지나간 자리에 색채가 남는다. 그 위로 다른 색을 섞어 무늬를 만든다. 스티커나 큐빅 등을 덧붙이기도 하고 캐릭터를 그려 넣을 수도 있다. 같은 디자인도 개인이 가진 특성에 따라 다른 느낌을 낸다. 기분과 취향에 따라 유지할수도 있고 언제든 바꿀수도 있는 유연함도 가졌다. 얼마간의 시간을 들여 완성하고 나면 한동안은 신체의 일부처럼 지니고 다니는 작은 예술 '네일아트'다. 손끝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면서 늘 조금씩 자라고 있는 손톱은 일생을 관리해야 하는 것 중 하나다. 장갑을 일상적으로 끼는 경우가 아니라면 무언가를 주고받을 때 쉽게 눈에 띄어 사람의 인상을 결정하기도 한다. 지저분한 손끝을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 콩콩네일 홍은혜 대표는 스스로 손톱을 칠할 수 있을 무렵부터 여느 여자 아이들처럼 손톱 꾸미기에 관심을 가졌다. 매니큐어로 대충 발라봐도 한껏 멋을 낸 것 같은 효과를 느꼈다. 길고 쭉 뻗은 손톱은 손톱 관리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한몫했다. 성인이 된 후 처음 받아본 네일아트는 그동안 혼자 해온 손톱관리와는 차원이 달랐다. 세심하게 모양을 잡고 색을 입히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하루종일 쳐다보고 싶어지는 것은 물론 다른 일을 하다가도 손톱을 보면 기분이 좋아졌다. 관리를 받기위해 모았다가 쓰는 돈이 아깝지 않았다. 선생님의 권유로 광고홍보학과에 진학했지만 적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을 뿐이다.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진지한 고민 끝에 미용학원으로 향했다. 네일관련 자격을 취득하고 여러 대회에 참가하면서 재미를 느끼며 자심감도 커졌다. 자신의 손만으로 연습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묘한 쾌감도 있었다. 많은 형태의 손을 잡아볼수록 새로웠다. 사람마다 다른 손톱의 모양과 특징을 살피며 기본기에 집중했다. 얼굴이 다른 것처럼 손도 손톱도 모두 달랐다. 보다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검색을 하고 다른 지역을 찾아다니며 탄탄한 기초를 익혔다. 은혜씨는 그저 예쁜 색으로 손톱을 덮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손의 색이나 손가락, 손톱의 모양에 어울리는 아트를 추천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한올의 실수도 남지않도록 손톱 주변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일그러지거나 뭉치지 않게 표현하는 것이 관건이다. 받은 사람이 신경쓰지 않는 작은 부분까지 해주는 사람이 먼저 꼼꼼하게 확인해야 재방문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아서다. 화려하고 생활에 불편한 예술적인 디자인보다는 손에 착 붙는 디자인을 권한다. 종사하는 직업에 따라 제한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수수하지만 세련된 디자인을 연구하게 된 까닭이다. 다른 가게에서 일할 때 맺은 인연이 자신의 이름을 건 첫 번째 가게에도 이어지고 성안길 가운데에서 가경동까지 멀어진 지금까지 일부러 따라오는 손님이 많다는 것은 개개인에 맞춘 서비스가 빛을 발한다는 증거다. 콩콩네일은 콩은혜라는 별명을 따 지은 이름이다. 콩콩네일에서만 만날 수 있는 디자인과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콩은혜만 할 수 있는 디테일을 찾는다. 계절에 맞는 분위기를 바탕으로 색을 얹어 무늬를 만든다. 시원한 여름과 따듯한 가을의 색에 계절이 담긴다. 하나의 작품 같은 마블이나 그라데이션을 그려내는 붓질은 수천번의 연습으로 완성한 실력이다. 언제든 볼 수 있는 나만의 작품이다. 한 시간여 이야기를 나누며 스트레스는 갈아내고 색색의 작은 행복이 손 끝에 남는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용기'를 든 사람들이 각자의 필요에 따라 용기를 채워간다.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주방세제 등 매장에 준비된 대용량 제품에서 필요한 만큼 덜어 쓰는 '리필 스테이션'이다. 빈 용기를 준비해오거나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용기를 사서 내용물을 담는 구매 방식이다. 작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환경을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불필요한 포장을 최소화하는 만큼 비용도 절감하고 쓰레기는 줄일 수 있는 선순환이다. 지난 7월 청주 동남지구에 문을 연 제로웨이스트샵 싱글룸은 비슷한 시기,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던 20년 지기 청년 3명이 뜻을 모았다. 술과 유흥을 즐기기보다 모여 이야기하기를 즐기던 이들의 목표가 모인 건 올해 초쯤이다. 여행을 즐기던 유하람 대표는 서핑이나 등산 등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며 환경을 생각했다. 우연히 접한 친환경 기업의 브랜드 스토리에 울림이 더해졌다. 연수원에서 근무하던 오태준 대표는 연수생들에게 교육할 자료를 공부하다 환경오염의 심각함을 느꼈다. 해양 오염과 쓰레기 섬의 존재는 그저 형식적으로 교육하고 넘어가기엔 충격적이었다. 사진을 취미로 하던 신세희(사진) 대표도 그즈음 같은 것을 경험했다. 어느 곳으로 출사를 가봐도 쓰레기 없는 곳을 찾기 힘들었다. 산과 들, 바위틈에도 사람이 닿는 곳은 흔적이 남았다.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세 친구는 한 곳에서 멈춰섰다. 환경에 관심이 있어도 현재를 대체할 것들을 쉽게 찾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것에 공감했다. 이들이 정한 싱글룸은 꼭 필요한 것만으로 단출하게 꾸린 단칸방 같은 느낌이다. 모두 400여 가지의 제품이 준비된 이 공간은 아직은 여백이 많다. 일회용품을 대체할 다회용품이나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 생분해되는 소재가 주를 이루는 싱글룸의 제품은 친환경을 골자로 한다. 직접 사용해볼 수 있는 것은 모두 사용해본 뒤 가져다 놨다. 친환경은 어쩐지 불편할 것이라는 인식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했다. 사용 후 버려졌을 때 환경에 최대한 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사용자에게 불편하지 않은 제품을 고려한다. 이미 많은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고체 세제나 샴푸 등은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하지 않아 사용 후 남는 쓰레기가 없다. 예전보다 사용감도 개선돼 산뜻하게 씻기고 부드럽게 남는다. 플라스틱 대신 대나무나 옥수수 전분 등 생분해 소재를 사용한 칫솔이나 고무 대신 천연라텍스를 사용한 고무장갑 등은 오히려 더 나은 세정력과 착용감으로 자신 있게 권하는 추천 목록이기도 하다. 한 편에 마련된 싱크대에서는 천연수세미와 야자 솔, 소창행주와 셀룰로스 행주 등을 사용해볼 수 있다. 두께나 크기에 따라 취향이 나뉘는 부분을 직접 체험해보라는 세심한 배려다. 손님의 추천을 받은 상품이나 새롭게 등장하는 친환경 제품을 늘 살피고 개선점을 찾아가는 것도 이들의 역할이다. 세제류만 판매하던 리필스테이션에서 화장품도 취급하기 위해 맞춤형 화장품 조제 관리사 국가 자격을 취득해 다룰 수 있는 품목도 늘었다. 우유갑이나 멸균 팩 수거, 병뚜껑 프로젝트 등 단순 재활용이 아니라 디자인이나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을 위한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멀리까지 찾아다니던 제로웨이스트샵이 근처에 생겨서 고맙다며 자주 찾아오는 주민들이나 부모님 손을 이끌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반갑다. 매장을 둘러보며 일행의 질문에 제품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전문가도 의외로 많다. 가볍게 찾아온 이들이 환경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싱글룸의 목표다. 친환경적인 소비도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다. 사용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실천하는 행위는 '유난스러움'이 아니라 당연한 관심이자 배려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한낮의 햇살이 바닥을 채우는 깔끔한 내부에 고소한 버터 향이 퍼진다. 빈티지한 소품들 너머로 펼쳐진 하얀 테이블은 요일에 따라 그 용도가 다르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낮에는 20여 가지의 구운 과자류로 가득 채워진 베이크샵의 매대가 되는가 하면 다른 평일과 일요일에는 베이킹 클래스를 듣고자 찾아온 수강생들의 작업대로 쓰인다. 운리단길로도 표현되는 청주 운천동의 작은 골목에 나란히 자리 잡은 행복한부엌쟁이와 권하다 매장은 모녀가 각자 운영하는 스튜디오다. 20여 년 전부터 가정식 요리 클래스를 꾸려온 어머니를 보고 자란 권혜원 대표는 요리 그 자체는 물론 그것을 천천히 가르치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 익숙했다. 가족이 먹을 음식을 만드는 재료는 당연히 가장 좋은 것이어야 했고 조리하고 담아내는 것까지 정성 아닌 것이 없었다. 어머니의 곁에서 일을 돕다가 혜원씨의 손재주를 눈여겨본 수강생들의 요청으로 시작했던 것이 베이킹 클래스다.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 먼저 자신의 메뉴를 개발하고 익혔다. 조소를 전공한 덕에 아기자기한 디저트의 모양은 작품처럼 완성된다. 매번 다양한 메뉴를 내놓기 위해 안 먹어본 구운 과자류가 없을 정도다. 차츰 베이킹 클래스의 수업이 다양해지고 시간이 늘어나며 규모가 커져 지난 5월 '권하다 베이킹 스튜디오'로 독립했다. 취미를 위한 수업이지만 허투루 가르치고 싶지 않아 가벼운 발걸음은 권하지 않는다. 데이트를 위해 찾아온 수강생들은 과정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시간을 보내러 오는 일이 많아서다. 취미로 배우는 베이킹이라도 이곳에서 배운 과정은 혼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만큼 천천히 정확하게 가르친다. 꼼꼼한 계량과 시간, 재료의 준비 등을 빠짐없이 차분히 설명하며 완성도를 높이기에 카페를 운영하는 수강생이나 지속적인 베이킹을 위해 공부하는 이들의 수강이 이어진다. 특정 카페만의 시그니처 디저트를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보는 컨설팅도 운영하고 있다. 권하다의 특색있는 디저트 맛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 금요일과 토요일은 베이크샵으로 운영한다. 일주일간 틈틈이 준비한 메뉴가 주말을 기다린 손님들의 손에 들려 나간다. 계절에 따라 재료를 달리하는 디저트는 매장에서도 계절을 느끼게 한다. 봄을 표현한 권하다의 대표 메뉴는 쑥콩쑥콩이었다. 콩가루의 고소함을 담은 인절미 크림과 쑥 크림의 조화로 입안에 봄을 알렸다. 쑥 시트와 크림을 이용한 케이크도 봄이었다. 여름내 인기였던 체리파이는 살짝 얼렸다 먹으면 입안에서 씹히는 체리 과육에 매료된 마니아층은 매주 권하다를 찾았다. 가을은 풍성한 계절이다. 사과나 밤, 호박 등 다양한 재료가 권하다에서 쓰인다. 가을 홍옥을 이용한 애플크럼블은 살짝 졸여내 상큼함과 달콤함이 어우러지게 한 새콤달콤 가을 디저트다. 조린 밤이 치즈케이크와 어우러진 밤 치즈케이크, 밤의 모양에 깨로 밑동까지 표현한 밤 마들렌은 밤의 풍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음은 물론 귀여운 모양까지 마음을 사로잡는다. 미니 단호박을 찌고 체에 내려 파이 속에 담아낸 펌킨파이는 남녀노소 좋아하는 건강한 맛으로 남녀노소 좋아하는 간식이다. 달콤하고 짭짤한 콘치즈를 타르트에 넣어 든든함까지 챙긴 것도 여느 디저트 가게보다 남성 손님들이 부담 없이 찾아오는 비결이다. 15가지가량의 휘낭시에, 스콘, 타르트 등 고정 메뉴에 혜원씨의 재료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7~8가지 변동 메뉴가 매주 권하다에 놓인다. 음료도 없고 안에서 먹을 수도 없지만 꾸준히 권하다를 찾는 손님이 많은 이유는 오로지 맛있는 디저트다. 권혜원 대표가 자신 있게 권하는 디저트의 형태는 다양하다.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면 클래스를 여는 때에, 맛만 보고 싶다면 베이크샵일 때의 권하다를 만나면 된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고궁을 찾아가는 길은 멀지 않지만 조금 어렵다. 청주 율량동 번화가를 벗어나 상리 방면으로 구불거리는 비포장도로를 거치는 동안 몇 번의 고궁 표지판이 길을 잃지 말라는 듯 운전자를 독려한다. 이 길이 맞나 싶을 때 펼쳐지는 풍경은 그림 같은 캠핑장이다. 너른 잔디밭 위로 예쁜 삼각 텐트가 나란히 서 있다. 캠핑 의자와 테이블이 일행과 오붓한 바비큐 파티를 기다린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이곳은 지난 5월 처음 손님을 맞았다. 고궁은 이전에 고궁떡갈비로 운영하던 자리다. 축산업에 종사하던 어머니 이금란 대표가 식당을 시작해보고자 수제 떡갈비와 손두부 등을 배운 뒤 가게를 시작했다. 딸 김보나 대표와 함께 국제요리경연대회 및 향토음식 경연대회 등에 출전하며 보장된 손맛을 가진 터였다. 접근성이 높지 않은 자리에서도 입소문이 나며 단체 회식 등으로 인기를 끌었다. 5년 정도 안정적으로 운영했지만 길어지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으면서 힘들어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고민을 거듭한 딸이 야외 바비큐장의 아이디어를 냈다. 넓은 마당을 활용해 몇 동의 텐트를 세우고 셀프로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바비큐를 시작했다. 손두부와 같이 조금씩 운영해보려 했지만 순식간에 입소문을 타고 원래 손님 비율을 앞지르며 젊은 고객층의 예약이 빗발쳤다. 많은 손님을 겪으며 몇 동의 텐트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영업을 중단했다. 본격적으로 리모델링 작업을 하고 마당을 정비한 뒤 20동의 텐트를 세웠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손수 목공을 배우고 인테리어를 꾸몄다. 공사 기간에도 이어지던 문의는 8월 재오픈 일정을 내놓자마자 폭발적으로 이어졌다. 재오픈 당일만 수백 통의 전화를 받고 야외 바비큐장에 대한 수요를 실감했다. 이후 포털사이트 예약으로 돌려 100% 예약제로 변경했다. 청주 시내에서 가깝지만 감성적인 텐트와 전구 등의 분위기, 건물을 둘러싼 조경이 여행 분위기를 더한다. 오는 길이 힘들어도 금세 보상받는다는 손님들은 일주일이 멀다 하고 다른 일행과 함께 다시 찾아온다. 분위기가 좋아도 맛이 없으면 다시 찾지 않는 것이 손님이다. 고궁은 맛과 멋이 조화를 이루며 첫 방문뿐 아니라 재방문 손님 비율도 높다. 숯불에서 여러 번의 시도를 거쳐 찾아낸 야외 고기 맛의 비결은 당일 도축한 한돈 돼지목살과 삼겹살이다. 부수적으로 제공되는 밑반찬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식당을 운영했던 어머니의 손맛도 고궁을 찾는 이유다. 직접 담근 묵은지와 알타리 등으로 제공되는 반찬은 고기 맛을 돋운다. 부모님이 농사지은 부추와 고추, 계절별로 달라지는 쌈 채소류도 신선하고 건강한 재미를 더한다. 된장과 청국장도 어머니의 맛이다. 집에서 먹는 듯 푸짐한 된장찌개는 고기를 먹으러 온 손님들의 테이블에서 빠지지 않는 감초다. 쌈채와 곁들이는 쌈장조차 어머니의 고추장과 된장을 섞어 마늘과 양파 등을 다져 넣어 만든다. 가게 안에 준비된 매점에서 주류와 반찬 등을 손수 가져다 먹는 것도 셀프 바비큐의 재미다. 수시로 텐트 주변을 살피며 불편함이 없는지 묻는 친절한 직원들도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손님들에게 가끔 제공되는 고구마나 감자도 부모님의 밭에서 온다. 캠핑장 주변으로 심어 둔 호두나무와 감나무 등은 원하는 손님들에게 하나 둘 씩 수확하는 즐거움도 안겨준다. 자주 찾아와도 지루함 없이 재미를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 김 대표의 목표다. 조명이나 장신구의 작은 변화가 매번 다른 캠핑장을 찾은 듯 새로운 사진을 남기게 한다. 선선해진 바람은 고기 맛을 더한다. 여러 사람과 섞이기 불안한 시기에 딱 맞는 독립적인 공간이다. 가볍게 떠나 든든하게 채우고 돌아올 수 있다. 복잡한 준비 없이 몸만 가면 된다. 고궁에서 즐기는 바비큐파티가 일상 속 여행의 설렘을 안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꽃은 효용 가치를 따지기 어려운 것 중 하나다. 주고 받는 이의 상황과 기분에 따라 무한한 감동을 주기도 하고 감흥 없이 오가는 물건에 지나지 않을 때도 있다. 아무리 관리를 잘 한들 시간이 흐르면 시들어버리는 것도 꽃이다. "생전 꽃 한 송이 사준 적 없다"라는 푸념이나 "먹지도 못할 꽃은 왜"라는 다양한 의견이 혼재하는 것은 꽃을 대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꽃이 필요한 순간은 여전히 있다. 축하와 위로, 감사 등의 마음을 전할 때 간단하게 분위기를 바꾸는 것은 한 아름의 꽃이다. 만족도는 천차만별이겠지만 꽃을 받는 순간의 기쁨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청주 용암2동 먹자골목을 지키는 제이플라워는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식당이 많은 골목의 특성상 꽃집이 있을 자리라고는 생각지 못한다. 문을 열 때부터 이곳을 찾아준 손님들이 가족과 지인, 동료들에게 전한 만족도가 새로운 단골을 골목으로 이끈다. 반주희 대표에게 꽃은 자연스레 스며든 일상의 즐거움이었다. 어릴 적부터 시장을 지나다가도 꽃이 보이면 한 송이씩 딸에게 선물해준 어머니의 소소한 낭만이 꽃과 친해지는 계기였다. 집안 곳곳에 놓여있던 꽃은 주희 씨의 직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꽃을 배우기 위해 다른 일도 해가며 본격적으로 꽃을 만진 뒤 느낀 것은 꽃이 주는 위안이었다. 주희 씨만의 고민을 섞어 꽃을 만드는 순간 다른 곳에서 쌓인 스트레스마저 희석되는 것 같았다. 꽃집에서 일하고 배우며 전문성을 더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집에서 틈틈이 플라워레슨을 진행하다 자신의 꽃집을 연 것이 벌써 7년이 넘었다. 제이플라워는 일찍 열고 늦게 닫는 꽃집이다. 정해진 휴일 없이 7년간 오전 9시면 어김없이 문을 열고 밤 11시가 넘을 때까지 가게를 지키다 최근에야 밤 10시쯤으로 마감을 당겼다. 꽃을 찾는 순간 열린 꽃집이 없어 난처할 손님들을 배려한 결과다. 퇴근 후 이벤트가 있거나 저녁 식사 중 기념일을 잊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달려오는 손님에게 제이플라워는 따뜻한 선물이다. 하나의 꽃다발도 대충은 없다. 선물의 이유나 받는 이의 취향을 꼼꼼히 따지는 주희 씨의 자세한 참견은 맞춤형 꽃 선물을 만드는 기폭제다. 찾아오는 손님들의 기쁨과 슬픔은 주희 씨의 공감으로 제이플라워 안에서 더 커지거나 위안을 얻는다. 꽃을 사기 위해 가볍게 들어섰다가 구구절절한 사연을 털어놓고 다음을 기약하는 손님이 유독 많은 이유다. 냉장고 없이 매일 싱싱한 꽃을 관리하는 것도 제이플라워의 신념이다. 꽃은 꽃집에서 예쁜 모습으로 버티는 것보다 받은 사람의 손에서 오랫동안 아름다움을 간직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이플라워에는 늘 수 십 가지의 싱싱한 꽃이 준비돼있다. 관리법과 형태가 저마다 다른 꽃이 계속 등장하지만 그에 맞춰 관리하며 꽃을 채운다. 여러 취향을 만족시킬만한 조합을 찾고 활용도를 높이려는 공부는 계속된다. 행사가 많은 시즌에는 며칠씩 밤을 새워 작업하기도 한다. 길게는 한 달까지 이어지는 성수기가 끝나면 몸과 마음의 기력이 남지 않아도 또 다른 이들의 특별한 날들이 주희 씨를 일으켜 세운다. 기념일마다 찾아오는 손님들의 새로운 이벤트가 늘 반갑다. 여자친구를 위한 선물이 프러포즈 꽃이 되고 부케가 되는 과정이 설렌다. 지쳐있는 자신을 위한 꽃을 찾아 온 손님의 감정이 전달돼 위로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공감이 담긴 꽃향기가 진하다. 때로는 덤덤하게 위안을 전하고 며칠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감동이 된다. 제이플라워에서 엮어 보낸 꽃 한 다발에 주고 받는 이들의 시들지 않는 추억이 담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흔히 샐러드는 간편한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집에서 본격적으로 샐러드를 준비해본 이들은 안다. 한정된 재료로 균형있는 영양을 추구할수록 과정이 복잡해지는 것은 물론 다양한 토핑과 소스 등을 곁들여 맛까지 표현하려면 되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 된다. 식단을 관리하며 샐러드를 자주 먹는 이들도 완제품이나 도시락 등으로 섭취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그래서 샐러드 전문점의 주방은 생각보다 분주하다. 신선도가 한눈에 드러나는 채소는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면 다루기 어렵다. 당일 아침 상태를 확인하고 수급에 맞춰 들여오는 십여 종의 채소와 과일 등을 손질하는 것으로 모모의 하루가 시작된다. 무르거나 상한 것 없는 그 자체의 상태를 확인하고 몇 차례 세척과 검수를 거치며 벌레나 이물질 등을 점검한다. 양상추를 기본으로 적채와 겨자, 케일 등 넓적한 잎채소를 먹기 좋게 썰어 풍성하게 담고 그 위로 8~9가지의 기본 토핑이 놓인다. 삶은 달걀과 옥수수, 오이, 견과류, 방울토마토 등의 기본 토핑은 채소에 더해 고른 영양과 포만감을 책임진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자몽, 무화과, 오렌지, 딸기 등 제철 과일 한 조각이 산뜻한 마무리를 돕는다.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주재료는 든든한 단백질 위주로 구성된다. 매장에서 직접 수비드 과정을 거치는 수비드 닭가슴살은 자칫 퍽퍽할 수 있는 재료를 부드럽고 촉촉한 단백질원으로 만들었다. 오븐에 두 번 구워 바삭하고 쫄깃한 식감을 살린 구운 버섯은 질긴 부분 없이 손질해 양념에 재웠다가 조리하는 불고기와 조화를 이뤄 가장 인기 있는 메뉴다. 신선한 연어나 통통한 새우도 해산물에 어울리는 소스를 만들어 감칠맛을 증폭시킨다. 양파와 피클, 딜을 갈아 넣은 어니언 소스나 매콤한 맛으로 입맛을 돋우는 할라피뇨오일 소스 등은 채송미 대표만의 비율로 제조한 모모표 특제 소스다. 샐러드에 들어가는 채소는 한 장씩 일일이 물기를 제거한다. 촉촉한 빵이 젖지 않게 적절히 바르는 소스도 별미다. 샐러드와 샌드위치 전문점 모모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도시락을 싸주거나 음식을 나누며 행복을 느꼈던 송미씨의 취미에서 시작됐다. 예쁘게 담아낸 한 그릇의 선물은 받는 이에게 배부름 이상의 기쁨이다. 채 대표에게 도시락은 어떤 선물보다 가치 있는 보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음식을 만드는 것을 좋아해 조리과를 선택했고 여러 요식업종에서 일했던 경험은 집에서도 분주하게 주변과 나누는 요리가 됐다. 도시락을 받아본 주변의 권유가 계속됐다. 평소 좋아했던 음식과 재능을 살려 어머니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소소하게 시작했던 샌드위치와 샐러드 도시락은 순식간에 단골을 확보했고 먹어본 이들의 재주문과 소개로 이어졌다. 한입에 다 넣을 수 없을 만큼 두툼한 샌드위치는 그 자체로 충분한 식사다. 두툼한 샌드위치 하나가 부담스러울 손님들을 위해 반반 메뉴로 구성해 만든 샐샌반반(샐러드와 샌드위치)은 가벼우면서 만족스러운 한 끼로 입소문이 났다. 단체 주문 등이 이어지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매장으로 율량동에 모모를 열었다. 샌드위치와 샐러드에는 송 대표가 좋아하는 식감과 조합을 그대로 담았다. 삼겹살과 함께 먹는 듯 바싹 구운 버섯이나 한입 가득 넣어 아삭함과 신선함을 즐길 수 있는 채소의 양, 빵과 함께 부드럽게 씹히는 불고기 등이 그렇다. 바싹 구운 베이컨과 삶은 달걀, 삶은 감자 등을 으깨 섞은 모모 샐러드는 비스킷을 함께 제공해 다양한 방법으로 먹는 재미까지 더한다. 모든 메뉴는 건강한 재료를 정성껏 손질해 부담 없는 맛있는 한 끼로 채웠다. 모모에는 가볍고 든든하지만 간단하지 않은 샐러드와 샌드위치가 있다. 수고로움은 덜어내고 신선함을 즐기려는 실속있는 손님들이 모여든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고운 앙금으로 만들어진 꽃들이 화려하다. 빨갛고 파란 꽃부터 보라색, 노란색 등 실제 꽃이 주는 색감은 대부분 표현된다. 모양 또한 꽃과 같다. 한올 한올 꽃잎이 움직일 듯 생동감 있다. 한아름 꽃다발을 받은 것처럼 떡케이크를 만난다. 향긋한 꽃내음 대신 고소하고 달콤한 떡 향기가 코 끝에 머문다.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에 알록달록한 색감은 양날의 검이다. 눈으로 보기에는 좋지만 자칫 거부감을 줄 수 있다. 아무리 식용색소라 한들 음식이 사라진 후에도 입술과 혀에 남는 형형색색의 흔적은 찜찜하다. 가족들의 행사에 주로 쓰이는 떡케이크는 더욱 신경쓰인다. 기쁜날떡집의 앙금플라워는 남지않는다. 눈으로 화려하게 즐길 뒤 입안에 넣으면 그대로 녹아 내린다. 꽃의 형태뿐아니라 색깔도 눈으로만 확인할 수 있다. 기쁜날떡집의 앙금플라워케이크에서 꽃을 구성하는 색은 천연분말 뿐이다. 백년초와 비트, 단호박과 쑥, 청치자, 자색고구마 등의 가루가 앙금과 섞여 각각의 색을 만든다. 색이 진해질수록 고유의 맛과 영양도 진해진다. 수년의 노력 끝에 찾아낸 비율은 적절한 단맛으로 남녀노소의 입맛을 사로 잡는다. 모양을 내지 않고 떡과 앙금만 따로 살 수 있냐는 요청이 들어오기도 한다. 보통 행사에 사용하는 떡케이크는 입으로 들어가기 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식사와 함께하는 경우, 식사가 끝날 때까지 미뤄지거나 선물받은 이의 집으로 가져가 다음날에나 맛보게 될 때도 있다. 김은솔 대표는 이런 시간까지 고려했다. 다음날 굳어버려 못먹게 되는 일은 없어야 했다. 떡의 밀도나 앙금의 비율 등을 맞췄다. 행사가 끝난 뒤 뒤늦은 시식에도 금방 가져온 듯 맛있는 떡케이크를 맛볼 수 있다. 쌀을 불리고 빻아 체를 치는 과정부터 반죽을 거쳐 찜기에 쪄내는 모든 과정을 직접하는 기쁜날떡집이기에 가능한 조율이다. 쌀가루를 받아오거나 가정집 같은 약한 불에 쪄내는 여느 떡공방과 떡맛부터 다른 이유는 잠시 운영하던 방앗간에서 그대로 가져온 찜기와 기술 덕이다. 김 대표는 몇 년 전 남편과 함께 인수받아 잠시 운영했던 떡집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시대의 변화를 읽었다. 사람들은 답례떡이나 돌떡, 생일떡 등 기쁜 날에는 여전히 떡을 찾지만 이전 세대처럼 고전적인 떡만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마음을 나누기에는 충분하고 맛과 모양에서는 차별을 둔 떡케이크를 찾아내 부산까지 오가며 실력을 익힌 뒤 기쁜날떡집의 주력상품으로 내세우게 된 이유다. 지난2017년부터 시작한 기쁜날떡집의 앙금플라워떡케이크는 풍부한 표현으로 감동을 줄 뿐아니라 맛없는 떡케이크에 실망했던 이들까지 돌아서게 했다. 떡케이크도 기본적으로 음식이라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은 덕이다. 아무리 예쁜 음식도 맛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맛있는 떡케이크는 행사를 치르고 처치 곤란한 골칫덩이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한 조각씩 나누며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마무리까지 책임진다. 단호박설기, 쑥설기 등 취향에 맞는 떡과 앙금의 조화는 기분좋은 포만감을 준다. 쫀득하고 깔끔한 떡 맛을 기본으로 소규모 행사용 설기나 경단 등이 포함된 답례떡 주문도 받는다. 맛과 건강을 중심으로 한 떡케이크에 만족한 손님들은 재차 손님이 되기도 하고 수강생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최근에는 앙금플라워케이크 수업과 떡 기계 다루는 법 등의 수업 이외에 떡공방 인테리어 컨설팅도 시작했다. 십수년 전 취미로 취득했던 실내건축기능사 자격을 토대로 경험에 의거한 떡공방의 설비와 배관시설, 동선 등의 컨설팅이다. 떡집에서 떡공방으로 변화하며 몸으로 부딪혀 알게된 경험의 공유다. 아침부터 작은 공방의 찜기에서 하얀 연기가 올라온다. 주변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려 기쁜날떡집을 찾은 고객들에게 따뜻함이 한 움큼 더해진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자기 관리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운동은 몸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투자다. 스스로를 '헬린이(헬스+어린이:헬스 초보자)'라 칭하며 건강 관리에 들어선 이들이 부쩍 늘었다. 헬스장은 관리를 결심한 이들이 가장 쉽게 찾아오는 장소였다. 연초에 사람들이 붐비는 헬스장은 매해 반복되는 결심의 상징이었다. 특별한 개인 장비가 필요 없고 다른 운동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은 덕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와 사람들의 인식 변화는 헬스장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헬스와는 무관했던 운동을 결합해 판매하기도 하고 몇 개월에 얼마씩 저렴한 비용을 내세우기도 한다. 시대에 맞춰 '홈트레이닝'으로 전향한 회원들을 다시 헬스장으로 불러들이려는 전략이다. 황순철퍼스트휘트니스는 일견 장기화된 코로나19와 무관해 보인다. 다수가 모여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의 특성상 크고 작은 타격을 입은 여느 헬스장과 다른 양상이다. 지난 2007년부터 금천동에서 운영 중인 이 곳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보디빌더인 황순철 관장을 중심으로 철저한 전문성으로 무장한 트레이너들의 개개인 맞춤형 트레이닝이 중점이다. 15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는 이곳을 찾는 회원들은 세월을 함께 보낸 이들이 많다. 지속적으로 다니기는 어려워도 관리가 필요한 시점마다 다시 황순철을 찾아온다. 개인 훈련(Personal training)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초창기에 함께 시작한 몇몇 회원은 해가 갈수록 가파른 증가율을 보였다. 자신의 변화를 체감한 이들은 황순철퍼스트휘트니스를 신뢰하고 이들의 극적인 신체 변화는 그 자체로 주변에 홍보가 됐다. 가장 적합한 관리 방법을 찾아 헬스가 혼자만의 외로운 운동이 되지 않게 돕는 것이 코로나19의 장기화에도 흔들림 없이 운영될 수 있는 원동력이다. 황 관장이 십 수년간 보디빌더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우연한 대회 출전이 계기였다.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취미 삼아 헬스장에 다니던 그에게 대회 출전을 권한 것은 당시 관장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했지만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지역 1위를 차지하고 충북 대표를 아쉽게 놓치자 오기가 생겼다. 본격적으로 보디빌딩을 위해 단련하고 몸을 키웠다. 충북을 대표하는 보디빌더로 전국체전에 출전한 지 13년 째다. 마흔이 됐을 때 후배의 추천으로 국가대표에 도전했다. 생각지 못했던 시도였지만 처음 도전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태극마크를 거머쥐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첫 번째 세계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식단을 철저히 제한하고 자신을 절제하며 운동에만 전념한 결과다. 가족들의 배려로 가능했던 십수 년의 외로운 싸움이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보디빌딩은 근력 운동이나 유산소 운동을 통해 신체 근육을 기르는 운동이다. 균형적인 근육 발달과 선명한 근육을 다양한 자세로 보여주는 것이 심사의 기준이다. 각자 운동 방법과 관리에 따라 몸의 변화가 일어난다고 해도 타고난 신장과 체형이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황 관장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우려 노력으로 일관했다. 자신의 몸을 가장 객관적으로 살펴 최적의 밸런스를 찾았다. 자신의 몸을 십 수년간 꾸준히 디자인해왔기에 다른 사람의 몸에 대해 더 자신 있게 조언할 수 있다. 남들보다 늦게 기회를 만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선수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일반 회원들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선수들도 황순철을 찾아와 그의 경험을 배우며 단련하는 이유다. 국가대표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그의 자신감은 무거운 책임감이기도 하다. 그의 이름을 보고 찾아온 이들은 자신과의 싸움이 외롭지 않다. 목표까지 함께 달려줄 든든한 조력자를 얻는 셈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혼밥'을 넘어 '혼술'의 시대다. 여러 명이 모이는 일 자체가 어려워지자 각각의 일상에서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굳이 시간을 맞추어 친구들을 만나지 않아도 혼자만의 아지트에서 분위기 있는 한잔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취하기 위해 먹는다기보다는 맛있는 술과 함께 혼자만의 시간 자체를 즐기려는 이들도 많다. 어슴푸레한 조명 아래 색색의 칵테일이 더욱 화려하게 빛난다. 강렬한 색감이 본디 유리잔의 색인 듯 모양을 잡았다. 영롱한 액체 위에 저마다의 장식을 더 해 그 자체로 작품이다. 눈으로 한참을 즐기다 입안에 머금으면 각각의 재료가 섞인 오묘한 맛과 향이 이름을 표현한다. 칵테일은 초심자들에게 어려운 술이다. 일반 주류에 비해 접할 기회가 많지 않기도 하고 막상 접한다 해도 어려운 이름이 거리감을 더한다. 미도리샤워, 준벅, 스크루드라이버, 모스코 뮬, 엘 디아블로, 블루 사파이어 등 이름만으로는 그 맛이나 생김새를 짐작하기 어렵다. 청주 동남지구 512살룬 메뉴판은 초심자까지 배려했다. 칵테일의 이름 옆에는 들어가는 재료와 알코올 정도를 표기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메뉴판에는 없지만 단골들만 아는 칵테일도 있다. 바텐더의 레시피로 만들어지는 512살룬표 시그니처 칵테일은 아는 사람만 아는 매력적인 한잔이다. 512살룬의 김경래 대표는 2017년 충주를 시작으로 2019년 음성 혁신도시점을 열고 올해 1월 청주 동남지구점 운영을 시작했다. 함께 일을 익힌 믿을만한 점주들과 함께다. 512살룬의 시작은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바에 대한 막연한 동경에서 비롯됐다. 걸음마를 떼기도 전 가족들과 함께 미국 이민을 떠났던 김 대표가 수년간의 미국 생활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는 영어가 전부였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던 영어 강사 일이 직업이 됐고 서울에서 기반을 잡았다가 군 복무를 계기로 충주로 향했다. 8년쯤 이어왔던 영어 학원 일이 학원 건물 아래 있던 주점과 연결된 건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지인의 부탁으로 학원과 주점 일을 병행하며 몇 년간 운영을 맡게 됐다가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바를 창업한 것이 시작이다. 주소에 들어있는 5-12를 활용해 술집이라는 뜻의 살룬(saloon)을 붙였다. 머릿속에 그렸던 칵테일바를 만들기 위해 서울에서 좋아했던 바를 다시 찾아다니며 배우기에 몰두했다. 마시기만 했던 칵테일을 수차례 만들어보며 자신만의 레시피를 더하기도 했다. 조주기능사 자격을 취득한 뒤에는 영화나 음악에서 영감을 얻었던 바의 분위기를 구현했다. 붉은 벽돌과 몇 개의 식물, 수십 가지 종류의 잔과 빈티지한 가구를 배치해 처음 온 사람도 어디선가 본 듯한 이상적인 바의 모습을 만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코끝에 와닿는 은은한 향은 보일 듯 말 듯 한 연기로 또 다른 분위기를 조성하는 인센스스틱의 효과다. 한쪽 벽면을 채운 다양한 시계들은 모두 5시 12분을 가리키고 있어 512살룬에서의 시간을 멈춘다. 조명을 타고 흐르는 재즈 음악도 김 대표의 취향을 오롯이 반영했다. 바텐더 뒤쪽으로 놓인 여러 개의 선반에 줄을 세운 각종 위스키와 보드카 등 세계 주류는 수시로 찾아와 자신만의 잔을 채우는 손님들의 취향이 묻어난다. 김 대표의 취향으로 가득 채운 아지트에 초대된 손님들은 이 장소에 자신의 취향을 더해 의미를 부여한다. 누군가는 바텐더와 자신의 공간으로, 누군가는 혼자만의 또는 일행과의 비밀 장소로 느끼는 것이 512살룬의 색채다. 코로나로 인한 영업시간 제한 이후 테이크아웃 서비스도 마련했다. 음료를 즐기듯 가볍게 들고 마시는 칵테일도 이색적이다. 알코올 함량은 원하는 대로 조절이 가능하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골라 마시는 예쁜 한 잔은 쓰디쓴 현실에 전하는 달콤한 위로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주방에서는 수많은 요리가 완성되고 각각의 그릇에 담겨 손님상에 오른다. 손님이 몰려 분주한 시간에 같은 메뉴, 여러 접시를 만들다 보면 한 그릇 한 그릇에 대한 소중함을 잊기 쉽다. 주방에서는 수백 개 중 하나의 음식일지라도 손님에게는 오늘의 한 끼, 단 한 그릇이다. 청주 성안길 '춘초몽'에서는 누구나 제대로 된 한 그릇을 맛볼 수 있다. 십 수년간 음식점을 운영 중인 이재길 대표는 문득 요리를 시작할 때의 마음을 다시 생각했다.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여겼던 '제대로 된' 음식에 대한 생각이 바쁜 주방에서 흐트러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십 수년 전 청주에서 중식을 배운 뒤 그 길로 접어들었다. 몇 년간 여러 중화요릿집 주방에서 일을 익힌 뒤 십여 년간 천안에서 중식전문점을 운영했다. 늘 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했지만 수시로 사람이 들고 나는 중식 주방의 본질적인 문제에 부딪히며 염증을 느껴 다른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열정을 품고 일본에 가서 우동과 텐동을 배우고 돌아온 곳은 다시 청주다. '빨리빨리'에 익숙했던 주방에서 '천천히 제대로' 담아내는 기본을 다시 세웠다. 청주가 새로운 시도와 음식에 대한 편견이 없는 도시라고 생각했다. 청주 성안길에서 텐동 전문점 요시다야를 운영하며 금세 입소문이 났다. 신선한 재료가 바삭한 튀김으로 밥 위에 오르니 맛이 없을 리 없었다.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순항했지만 넓은 바 형태로 이어진 오픈 주방의 단점은 불필요한 개방감이었다. 바쁜 시간에도 개의치 않고 음식 이외의 다양한 소통과 서비스를 기대하는 손님들에게 집중하는 것이 조금은 힘에 겨워졌다. 우연히 자신이 운영하다 주방을 넘기고 온 전 가게를 검색하다 맛의 변화에 실망한 단골들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늘 자신의 음식을 애써 찾아오던 단골손님들을 배려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식은 텐동처럼 가끔 먹는 별미가 아닌 자주 찾는 음식이라는 점도 업종을 변경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다시 시작하는 중식에는 이재길 대표만의 표현을 넣었다. 춘초몽에서 만날 수 있는 메뉴는 짜장면, 짬뽕, 탕수육이다. 면을 먹어도 속이 편안할 방법을 고민하다 일본에서 배웠던 우동 반죽을 떠올렸다. 오랜 시간 불지 않는 면을 위해 인위적인 무언가를 넣기보다는 자연 숙성을 거치면 해결될 듯싶었다. 직접 반죽하고 숙성을 더한 면으로 짜장면과 짬뽕을 만든다. 여러 번의 점검을 거쳐 중식에 어울리는 최적의 숙성 시간을 찾았다. 춘초몽에서는 1차 숙성을 거친 반죽으로 면을 뽑는다. 중식을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된다는 손님들도 포용할 수 있는 비법이다. 짬뽕 육수도 대충 끓이지 않는다. 돼지와 닭, 4~5가지 채소를 넣어 10시간 정도 끓이고 여러 번 기름을 걷어낸다. 정성으로 우려낸 육수를 베이스로 하되 너무 맵거나 자극적인 맛 대신 신선한 해물을 많이 넣어 시원하고 담백한 맛을 구현했다. 짜장도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볶아내 간짜장과 짜장이 따로 있지 않다. 양파를 많이 넣고 물을 넣지 않아 자연스러운 단맛이 우러난다. 국내산 돼지고기 안심만을 사용하는 탕수육도 미리 튀겨놓는 법이 없다. 잡내를 없애기 위해 전처리한 고기는 주문과 동시에 두 번 튀겨낸다. 씹히는 맛이 있는 등심과 달리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부드러운 맛을 자랑한다. 과일 등을 이용한 전통적인 레몬소스가 상큼하게 맛을 더한다. 곱빼기와 보통의 가격이 같고 면 사리나 공깃밥은 1회에 한해 무료로 추가된다. 손님마다 주관적인 양을 모두 푸짐하게 채우고자 함이다. 춘초몽(春草夢)은 송나라의 대유학자 주자의 주문공전집 중 권학문(勸學文)에서 일부를 따왔다. 배움의 때가 있으니 부지런히 학문을 익히라는 뜻이지만 이재길 대표에게 춘초몽은 여전히 꿈꾸고 있는 봄 풀이다. 춘초몽을 찾는 모든 손님이 만족할 때까지 깨지 않을 요리사로서의 꿈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저녁 6시에 문을 여는 이자카야 사카바초의 주방이 낮부터 분주하다. 주인장 혼자서 바삐 움직이며 주방 곳곳을 누빈다. 새벽 노량진에서 좋은 물건을 가져온 날이면 발걸음은 더 경쾌하다. 계절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십여 가지 생선이 열을 맞춘다. 각각의 특성에 맞는 손질과 숙성을 거쳐야 가장 좋은 맛을 끌어올릴 수 있다. 피와 골수를 빼고 손질을 마치면 어떤 생선은 다시마로 감싸고 어떤 생선은 일일이 가시를 뽑아낸다. 잠시 후에는 또 다른 재료가 등장한다. 소고기를 다져 30번가량 치대고 동그란 멘치가스를 만드는가 하면 닭고기와 연골을 갈아 뭉친 뒤 꼬치에 꽂기도 한다. 사카바초는 오너쉐프 조민상 대표가 운영하는 1인 업장이지만 30가지 이상의 메뉴가 있다. 주메뉴는 사시미모리아와세 이지만 이자카야의 기본 구성은 모두 갖추고 싶은 주인장의 욕심 때문이다. 11가지에서 13가지 구성으로 준비하는 사시미만 해도 수십 번의 손길이 필요하건만 몇 가지 국물 요리와 튀김 요리, 꼬치와 볶음 등의 메뉴가 든든하게 메뉴판을 채웠다. 사카바(さかば)는 일본어로 술집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조민상 대표의 조를 붙이려다 '뛰어넘다' 는 뜻의 초(超)에 마음을 굳혔다. 스스로를 뛰어넘으며 만들어 가려는 가게의 구상과 맞아 떨어졌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직장을 다니던 조 대표는 서른 즈음에 좋아하는 일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봤다. 어린 시절 아르바이트로 접했던 주방에서의 설레던 마음이 기억났다. 식재료를 다듬고 음식을 만드는 과정으로 늘 바쁘게 움직이던 주방의 공기가 떠올랐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지인들의 역할도 컸다. 성인이 된 후 다양한 음식과 술을 접하면서 이자카야의 매력에 빠졌다. 과감하게 일을 그만두고 유명 이자카야의 주방에서 일을 배우며 막연했던 즐거움은 확신이 됐다. 같은 재료도 손질하는 방식이나 조리하는 사람의 구상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늦은 나이에 배움을 시작하며 부당한 처우나 현실도 느꼈지만 남들보다 덜 자고 더 열심히 하는 것으로 자신의 부족함을 상쇄시켰다. 청주의 이자카야에서 흔히 사시미 메뉴로 구성하는 것은 두 세 가지 종류의 생선이다. 사카바초의 사시미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부분 10여 종 이상으로 준비한다. 비교적 호불호가 없는 흰살생선 위주로 그릇을 채우지 않는 이유는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대중적인 입맛에 맞추기 어렵더라도 청어나 정어리, 고등어 등의 등 푸른 생선이 주는 고소함과 풍미를 포기할 수 없었다. 재료 수급이 여의치 않고 손질에도 어려움이 따르지만 사카바초에서만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맛을 내세운다. 흔히 접하기 어려운 술과 음식을 먹으려고 일부러 찾아오는 가게가 목표였기 때문이다. 평소 좋아했던 사케에도 노력과 시간을 더해 전문성을 높였다. 사케 소믈리에라고 불리는 키키자케시(KIKISAKE-SHI) 자격을 취득한 뒤 10여 종으로 시작했던 취급 사케 종류는 50여 가지로 늘었다. 준비하는 음식과 어울리는 술을 손님의 세분된 취향에 맞춰 추천하고 함께 제공할 수 있도록 하려는 시도다. 직접 구매한 술과 함께 사카바초의 음식을 즐기고자 하는 손님도 있다. 이들을 위한 콜키지 서비스 시 가져오는 술에 따라 잔 세팅과 적정 온도 등을 한눈에 알아채는 것도 조 대표의 안목이다. 술맛의 미묘한 차이에 어울리는 요리 연구도 쉬지 않는다. 되도록 자주 새벽의 노량진을 찾는 이유다. 신선한 식재료를 발견해 가져오며 메뉴를 구상하고 머릿속의 맛을 구현해 메뉴판의 한정 메뉴로 담아내는 순간이 가장 뿌듯하다. 계절과 재료에 따라 다른 무언가가 메뉴판에 이름을 올린다. 어떤 일이든 정성을 다하는 조 대표의 '열심'은 적어도 노력이 부족해서 문 닫는 일은 없게 하겠다는 사카바초의 결심이었다. 매번 자신을 뛰어넘으려는 꾸준함이 오늘도 사카바초의 문을 연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주변에 펼쳐진 논이 온통 초록이다. 한적한 시골 동네 가운데 어색한 듯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검은 지붕의 통유리 건물이 눈에 띈다. 푸른 잔디와 정성껏 가꾼 조경이 주변과 조화를 이룬다. 입구에 그려진 검은 동그라미 속 월계관이 염소를 감싸고 있다. 카페까망의 로고는 흑염소를 떠올리게 한다. 흑임자를 넣은 블랙슈페너와 까망라떼, 까망바나나라떼 등 시그니처 메뉴들도 검은색이다. 까망의 상징색은 음료와 제빵에도 맛있게 녹여 넣었다. 카페까망은 논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까망염소와 함께 운영 중이다. 지난 2005년 문을 연 까망염소는 카페까망의 송명근 대표와 부모님이 운영하는 흑염소요리 전문점이다. 전골, 탕, 수육으로 구성된 염소요리는 17년 째 이어오는 부모님의 자부심이다. 매일 아침 장작불과 무쇠가마솥으로 끓여내는 염소 고기는 냄새없이 부드러운 육질을 자랑한다. 불조절을 위해 종일 앞을 지키는 것은 아버지의 몫이다. 어머니가 만든 동치미와 김치 등 대여섯가지 반찬도 쫀득한 염소고기의 맛을 돋운다. 십 수년간 꾸준히 늘어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이 인정한 맛이다. 까망염소의 자랑인 족구장도 널찍하다. 처음 시작할 땐 한 면에 불과했던 족구장은 식사 후 운동 시설을 즐기거나 운동을 마친 뒤 식사를 하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이 늘면서 지붕까지 갖춘 체육시설로 규모를 키웠다. 한편에 정자와 연못도 꾸며 자연 속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도심에서 멀지않은 곳에서 자연 속 야유회 기분을 즐길 수 있는 묘한 매력을 만들었다. 송 대표는 식사와 운동을 즐기고 돌아가는 손님들의 작은 아쉬움을 읽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도와 가게 일을 했지만 다른 사회생활 경험도 해보고 싶어 각종 아르바이트를 섭렵했다. 손님들의 만족이 성취감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며 서비스업에 적합한 자신의 성향을 깨달았다. 가게 인근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답을 찾았다. 식사 공간과 카페 공간은 분리하고 싶었다. 까망염소와 인접하면서도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간을 연출했다. 2017년 SNS 계정을 만들고 카페까망의 기록을 시작했다. 터를 매입하고 착공하는 과정부터다. 아버지와 함께 잔디를 깔고 돌을 놓았다. 그간 전국을 여행하며 인상적이었던 카페의 감성과 메뉴들을 추려 자신의 색깔로 변화시켰다. 가게를 준비하는 동안 기계공학 전공이 무색하리만치 능숙해진 제빵 실력과 조경 능력을 확인했다. 직접 구운 바스크치즈케이크와 날마다 다른 두 세가지 종류의 빵이 카페까망의 아침을 연다. 겨울에는 4~5가지의 빵을 낸다. 직접 심은 잔디와 가게를 둘러싼 나무도 어느덧 자리를 잡았다. 매장 가운데를 차지한 커다란 식물은 3m 높이의 극락조다. 40cm 가량의 작은 식물을 심었던 것이 카페의 중앙에서 존재감을 과시한다. 널찍한 통유리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은 날씨나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봄이면 사방으로 색색의 꽃들이 피어나 유리에 비치며 알록달록한 벽지가 된다. 유독 푸른 여름은 변화가 잦다. 맑은 날은 진 초록으로 청량함을 더하고 쏟아지는 빗줄기는 음악과 뒤섞여 분위기를 적신다. 폭우가 잦아지며 데크와 소품 등에 대한 송 대표의 걱정은 늘었지만 유독 비오는 날을 좋아하는 손님들은 빗소리를 따라 이곳을 찾아오기도 한다. 주위의 논과 갈대가 물든 가을은 황금색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되고 눈이 내리면 그대로 하얀 설원 속 카페가 되는 것이 카페까망이다. 밤이면 유독 밝은 달과 별이 까망염소와 카페까망을 비춘다.카페까망은 까만 건물 속에 다양한 색을 지녔다. 그 안에서 25년 지동동 토박이가 소개하는 지동동의 매력을 만난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뜨겁게 달궈진 무쇠판 위에 먹기 좋게 자른 한우곱창이 가지런히 놓였다. 노릇하게 구워진 곱창 옆으로 떡과 감자, 단호박, 버섯, 양파, 반쯤익은 염통이 익어가기를 기다린다. 다른 재료가 익기 전 곱이 가득한 곱창을 먼저 입에 넣으면 담백하고 고소한 쫄깃함이 느껴진다. 신선한 부추무침과 한 입, 뜨끈한 선지국과 한 입, 다양한 맛의 변주를 즐기다보면 금세 바닥을 드러낸다. 곱창은 원재료 가격에 비해 소비자 가격이 다소 높은 음식 중 하나다. 손질하는 이의 노력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특성 때문이다. 같은 곱창을 받았더라도 어떤 방법으로 손질하고 조리하는가에 따라 손님이 느끼는 맛은 크게 달라진다. 식당에서 파는 맛있는 음식에는 몇가지 조건이 붙는다. 좋은 재료와 정성, 일정한 맛이 기본이다. 기본을 지켜 만든 음식은 손님들이 먼저 알아본다. 손님들의 입은 냉정하다. 조금이라도 변했다 싶으면 돌아서는 것이 예사다. 첫인상과 같은 정갈한 차림과 맛이 유지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손님을 끌어들이는 비법이자 관건이다. 청주 복대동 재경이네곱창은 단순하지만 명확한 이 시스템을 믿고 가게를 열었다. 타지역에서 오랜기간 곱창집을 운영했던 어머니의 맛으로 청주에서 승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경호 대표와 직접 가서 맛보고 그 확신에 동의한 이재형 대표의 합작이다. 중학교 때부터 컴퓨터에 재미를 느껴 프로그래머의 길을 걸어온 이경호 대표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가장으로서의 변화를 시도했다. 프로그램의 논리와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작성하는 일에 익숙했던 이 대표는 동일한 결과값을 얻기 위해 늘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어머니가 세월로 만들었던 손맛을 정확하게 계량화했다. 물 한 컵도 허투루 넣지 않는 것이 한결같은 맛을 지키는 방법이다. 마늘을 갈아 넣은 땅콩소스나 전골에 들어가는 양념도 모두 가게에서 직접 만든다. 새벽까지 가게를 지키고도 다음날 오전이면 가게에 나온다. 음성 도축장에서 직거래로 받는 한우 곱창을 스스로 만족할만큼 여러번 세척하고 과일 등을 갈아 만든 비법 소스에 일정기간 숙성시킨다. 숙성을 거친 곱창은 또 한번 세척해 센 불에 구워낸다. 열기를 이겨가며 가장 먹기 좋은 상태로 굽고 잘라 손님 상에 올리는 것은 적어도 지불한 가격만큼은 대접받는 기분을 주고 싶어서다. 평소 곱창을 좋아하지만 아이를 키우느라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아내를 보고 낮 시간에도 곱창을 원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부분 저녁에만 영업하는 곱창 가게들과 차별화 하기로 결심하고 이왕 손질하기 위해 가게에 나와있는 시간에도 손님을 받는다. 낮 12시부터 영업을 시작하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낮 시간을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엄마들이 의외로 많았다. 몸이 조금 더 힘들면 만족하는 손님이 늘어났다. 곱창전골이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해 출시한 홍대전골도 인기다. 영업 중간에 직원 식사를 위해 소특수부위로 만들었던 것이 메뉴로 자리 잡았다. 걸쭉한 맛을 빼고 깔끔하게 끓여내는 선지국도 곱창과 어우러진다. 부부가 함께 찾아와 40인분을 먹고 간 손님도 있다. 입맛에 맞는다며 5인분씩 추가를 계속하더니 8번의 재주문 끝에 10인분을 따로 포장해 가기도 했다. 방문 손님보다 배달이 많아진 시대지만 전골만 배달 메뉴에 넣고 곱창구이는 배달하지 않는다. 갓 구워 불판 위에서 먹는 맛을 도무지 재현하기 어려워서다. 곱창은 저녁에만 즐길 수 있다는 편견을 깨자 다양한 이들이 재경이네곱창을 찾는다. 한결같이 곱창을 매만지는 부지런한 손길이 한껏 부드러워진 맛으로 손님에게 전해진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깔끔한 파란색 외관에 삼색의 이발소 표시등이 돌아간다. 올드스쿨바버샵이라는 간판 아래 클래식이발소, 국가공인 이용기능장 업소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조수만 대표는 1962년 시작한 아버지의 이발소를 놀이터 삼아 자랐다. 어린 시절 이발하는 손님들을 구경하는 재미로 아버지를 지켜본 것이 이발소에 대한 첫인상이다. 용돈이 필요해진 학창시절 즈음 아버지의 이발소는 조 대표에게도 작은 직장이 됐다. 바닥을 쓸거나 빨래하는 것부터 손님들의 머리를 감기는 것까지 용돈 벌이의 대상이었다. 기술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던 시절이라 대를 이어 이용업에 종사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단지 군대에서 이발병이 되기 위해 기술을 배운 것이 전부였다. 아버지와 다른 삶을 일구던 조 대표에게 다시 가위를 내민 것은 아버지다. 서울에서 청주로 터를 옮긴 아버지를 따라 청주로 향했다. 충북에서 유명한 이봉철 이용기능장을 찾아가 다시 처음부터 기술을 배웠다. 섬세하게 머리카락을 조각하듯 깎아내는 작업에 대한 재미를 새롭게 찾았다. 아버지와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자신만의 길을 걸을 수 있음을 알았다. 12년간 청주 율량동에서 자신의 이발소를 운영했던 조 대표다. 가경동으로 자리를 옮겨 올드스쿨바버샵이라는 이름으로 도약한 계기는 몇 년 전 권태에 빠진 자신을 돌아보면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갈 무렵 스승이 미용 기술경연대회 출전을 권했다. 도전하는 재미를 찾아 권태를 극복해보라는 의미였다. 찾아오는 손님들의 만족을 위해 노력하던 것과는 다른 기술이 필요했다. 대회 출전을 위해 창의적인 작업에 몰두하면서 열정이 다시 깨어났다. 우연히 출전한 대회에서 금상을 차지하자 오히려 욕심이 커졌다. 손에서 가위를 놓지 않았다. 각종 기능경기대회에서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이며 당당히 금상을 휩쓸었다. 내친김에 이용기능장에도 도전해보기로 했다. 이용 기술의 끝까지 가보고 싶었다. 2~3년의 준비를 거친 끝에 이용기능장 자격을 취득했다. 충북 도내 현업 종사자 중 몇 안 되는 사례다. 기술을 토대로 재도약했다. 어려서부터 미용실을 찾던 젊은 층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미용실이 친숙했다. 노포의 상징처럼 취급받던 이발소가 바버샵의 개념으로 돌아오고 있는 현실이 보였다. 조 대표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거의 없었던 젊은 이용업주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40대 조 대표는 신구 세대를 아우르는 바버샵을 꾸렸다. 겉에서 보기에도 산뜻한 이미지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올드스쿨바버샵의 테마다. 10여 년 인연을 맺은 단골이 인테리어 작업을 맡아줬다.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찾아왔던 그의 아이가 입대 전 머리를 위해 찾아올 만큼 긴 시간을 함께했다. 가까이서 봐온 조 대표의 스타일과 추구하는 바를 새로운 공간에 적절히 녹여냈다. 준비 기간 동안 외국에서 들여온 고급 의자와 가위, 소품 등이 멋스러움을 더한다. 잔잔하게 흐르는 클래식 음악과 깔끔한 분위기는 머리를 맡기는 시간 내내 편안하게 대접받는 서비스를 즐기게 한다. 남성의 머리를 생각할 때 흔히 떠오르는 전통적인 스타일을 다루는 것이 올드스쿨이지만 트랜디한 스타일을 만드는 뉴스쿨 부분도 자신 있다. 나이에 관계없이 두상이나 얼굴, 수염, 머리카락의 질과 양 등을 고려해 가장 잘 어울리는 멋스러움을 찾아준다. 청년뿐 아니라 먼 곳에서도 굳이 조 대표를 찾아와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중장년층이 많은 이유다. 한편에 마련된 오래된 가위와 면도칼 등은 아버지와 스승의 역사가 담긴 소품이다. 천천히 살펴보는 것으로 이용업의 과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가위와 칼을 들고 보낸 세월과 노력이 고스란히 드러난 여러 상장과 표창도 올드스쿨바버샵의 한 면을 채웠다. 조 대표의 경쾌한 손길이 짧은 머리 위에 풍성한 스타일을 얹는다. 인근에서 운영 중인 아버지의 이발소와는 분명 다른 길이다. 부자(父子)의 손에서 움직이는 가위가 바쁘게 각자의 이야기를 완성하고 있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더운 여름, 한 어린이집 앞에 세워진 차량을 닦느라 분주한 손길이 여럿이다. 아침 저녁으로 아이들을 태우느라 뽀얗게 먼지가 앉았던 차량이 30분 만에 물 없는 목욕을 마치고 선명한 노란색을 반짝인다. 청주 한 소방서에도 그들이 등장했다. 소방차와 구급차가 몇 번의 출동과 복귀를 반복하는 4시간 동안 나가지 않은 차에 매달려 한참을 매만진다. 높이가 높은 차는 사다리까지 동원해 천장까지 쓸어낸다. 16대의 소방차와 구급차가 제 색을 찾고 광택까지 입었다.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 청주 시내 30여곳의 어린이집과 5곳의 지구대, 한 곳의 소방서에서 세차 봉사가 이어졌다. 봉사라는 취지에 맞게 명함 한 장 돌리지 않고 작업을 진행했다. 개인 차량의 작업을 원하는 고객들이 물어도 이름을 알리지 않았다. 봉사활동 내용이 입소문으로 알려지며 업체 이름도 자연스레 드러났다. 퀵 디테일링(Quick Detailing), 말 그대로 빠르고 꼼꼼한 세차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출장세차 업체 큐디케어다. 큐디케어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모두 아이를 가진 부모이기에 자연스레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세차 봉사를 시작했다. 사회 곳곳에서 봉사하는 다른 이들을 위해 시선을 돌리면서 소방서와 경찰서에까지 손길을 뻗었다. 출장세차는 다른 업종에서 10여년 간 일했던 박종섭 대표가 지친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는 동안 우연히 접한 세차용 제품의 성능에서 미래를 확신하고 새롭게 도전한 일이다. 주변의 업계 종사자들이 말도 안된다고 고개를 저었던 독특한 상품성 때문이다. 차체와 유리, 타이어와 휠 등을 구분해 사용해야 했던 세차 작업이 하나의 제품으로 해결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약간의 물만 있으면 세정과 발수코팅, 광택까지 해결할 수 있었다. 공장과 독점 계약을 맺고 세차업계를 대상으로 한 판매를 준비했다. 성능 확인과 기술 시연 등을 위해 가족과 지인들의 차에 여러번 시험해 보다 출장세차로 방향을 전환했다. 제품 자체를 판매하는 것보다 꼼꼼한 작업을 더해 직접 디테일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박 대표의 전략은 통했다. 자동차 관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어지간한 손세차 업체는 일찌감치 예약을 해야 원하는 날짜에 세차가 가능했다. 차량을 맡긴 뒤에도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반짝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오염이 심하거나 광택 등의 추가적인 작업을 더하면 추가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큐디케어는 소비자가 움직이지 않아도 어디든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물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제품의 특성상 작업 과정의 불편도 적어 공간 제약도 받지 않는다. 시간 제약도 적다. 30~40분의 시간을 들여 직원들의 관리가 끝나면 구석구석 섬세하게 빛을 찾은 차량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저런 옵션을 추가하며 비용이 발생하는 타 업체와 달리 유리부터 타이어, 휠까지 차량 외관 전체를 한번에 세차가 가능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이 장점이다. 청소기 사용을 위해 안정적인 전기가 필요해 보류했던 내부 세차는 회사 소유의 전기차량을 구입하면서 7월 중순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럭셔리를 입히다'라는 큐디케어의 슬로건처럼 청결과 광택만으로도 차량의 이미지가 달라보이는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청주를 시작으로 한 열정적인 서비스가 빠르고 꼼꼼하게 퍼져나간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