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명분'은 장혁수 대표의 결심이 담긴 이름이다. 요리사로서 최선을 다해 음식을 낼 테니 손님은 원하는 메뉴를 골라 맛있게 먹는 나름의 도리를 지켜달라는 당부이기도 하다. 명분에서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재료의 신선함이다. 한식으로 시작해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거쳐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일식에 정착한 혁수 씨는 14년의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 자신의 가게에 모았다. 여러 일식 전문점에서 일하며 아쉬웠던 부분이어서 꼭 개선하고자 했던 것이 재료였다. 숙성이라는 이름으로 덮어 자신 없는 음식도 내보내는 것이 싫었다. 한 번쯤은 속아주던 손님들도 기어이 눈치채고 마는 그날의 맛은 지켜보기 민망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명분에서 제공되는 모든 회는 적당한 숙성을 자부한다. 맛과 식감, 두 가지 모두 놓칠 수 없어 생선마다 다른 최적의 순간들을 정확하게 찾은 덕이다. 숙성의 감칠맛을 올리되 물컹하게 씹히지 않도록 특유의 생선 질감을 지킨다. 쫀득하게 씹히는 회 맛에 감칠맛이 스민 것이 숙성회의 묘미다. 사시미 한 접시에 올라가는 재료는 적어도 10가지에서 많으면 15가지다. 모든 재료는 손님의 입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장 대표의 테스트를 거친다. 조금이라도 숙성의 정도를 지나쳤다면 여지없이 빼는 것이 주방의 규칙이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횟감들은 겨울을 맞아 고소한 맛으로 중심을 잡았다. 씹는 맛이 더해진 광어, 도미를 기본으로 청어, 전갱이, 고등어, 방어 등이 풍부한 맛을 얹는다. 그릴 자국을 낸 키조개 관자와 달큰한 맛의 단새우 등도 별미다. 4시간 이상 저온으로 찐 전복과 내장 소스는 비법을 알려달라는 문의가 이어졌다. 아낌없이 방법을 공유해도 그 맛이 안난다며 다시 찾아올 수 밖에 없는 확신의 비법이다. 직접 졸인 박고지와 폭신한 계란구이, 참치와 오이, 새우튀김 등으로 속을 꽉 채운 후토마키는 작정하고 입을 크게 벌려야 할만큼 두툼하지만 한 입에 어우러지는 재료들의 향연에 다시 깨끗이 씻은 손가락을 준비하게 만든다. 부산 고등어를 초절임해 적당량의 고추냉이와 함께 올린 고등어봉초밥은 식사 메뉴로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을만큼 완성된 맛이다. 대창, 차돌, 굴, 어묵 등 재료를 선택해 테이블에서 끓여먹는 나베류는 선호도에 따라 매운맛을 선택할 수 있다. 장어와 굴 등을 얇은 반죽으로 파삭하게 튀겨내는 튀김류, 제주 흑돼지를 숙성시킨 돈마호크카츠도 찾는 이들이 많다. 다른 곳에서 먹었던 불쾌한 기억 때문에 몇 가지 재료에 편견을 가지고 손을 대지 못하던 손님들도 비린 맛 대신 본연의 맛을 찾아 생선에 대한 오해를 풀고 간다. 그 재료의 진짜 맛은 이것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 꼭 한 입은 먹어보라 권하는 것이 혁수 씨의 영업 비법이다. 주재료만큼이나 부재료에도 자부심이 담겼다. 부추, 쪽파, 대파, 마늘, 고춧가루 등 가게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채소들은 부모님의 밭에서 온다. 솥밥 등을 먹을 때 곁들이는 김치도 사 먹는 것은 입에 맞지 않아 직접 담그는 방법을 택했다. 방어와 함께 즐기는 묵은지까지 자연스레 모두 책임진다. 어차피 재료 손질을 위해 일찍 나와 있는 만큼 여는 시간도 앞으로 당겼다. 오후 3시부터 손님을 위해 열리는 명분은 굳이 술 한잔이 아니더라도 요리를 먹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도 많다. 친구와 연인, 가족 단위 등 명분을 찾아오는 손님에는 제한이 없다. 다양하게 준비된 메뉴 구성이 여러 명의 입맛을 제각기 충족시킨다. 오픈하기도 전에 3일간 예약이 꽉 찼을 만큼 변화에 민감한 동네다.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하고 싶은 사장님과 사장님의 음식을 좋아하는 손님들이 각자의 도리로 명분을 지킨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이름 그대로 이상한 카페다. 골목 모퉁이에 영문으로 'ISANGHAN CAFE IN AFRICA(이상한카페 인아프리카)'라고 쓰인 곳으로 들어서면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이국적인 분위기가 펼쳐진다. 몇 장의 인물 사진, 유리로 나눠진 공간, 곳곳에 놓인 푸른 잎의 나무 화분, 바 테이블 위에 펼쳐놓은 접시 위의 다양한 메뉴에 어색함을 느낄 때쯤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고양이 두 마리가 경계심을 허물게 한다. 김연찬 대표는 수년 전 유럽 어딘가에서 봤던 아프리카 콘셉트의 카페가 인상 깊어 언젠가 자신도 해보기로 정해뒀다. 동물, 야생의 느낌이 아니라 인물과 분위기 중심의 아프리카가 마음을 흔들었다. 2년 전 가게를 시작하며 모든 인테리어를 손수 완성한 이유는 머릿속에 떠올린 것들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다. 먼저 운영해 본 이상한 카페는 수동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매장이었다. 대로변 여유 공간이 있는 곳에서 잠깐 정차하면 연찬 씨가 주문을 받고 손님의 차로 커피를 건네는 구조였다. 전혀 다른 업종에서 일하다 처음 시작하는 커피였기에 저렴한 가격과 친절한 서비스를 내세워 제법 단골을 만들었다. 커피와 서비스에 적응한 뒤 이상한 카페 인아프리카를 시작했다. 드라이브스루 매장과 같이 운영하려고 했지만, 일손이 부족해 한쪽을 닫았다. 이상한 카페 인아프리카에서는 아프리카의 분위기를 느끼며 세계 각국의 맛을 선택할 수 있다. 메뉴 이름부터 세계여행 토스트, 세계여행 베이글, 세계여행 팬케이크다. 수년 전 친구와 함께 무작정 떠났던 여행지 곳곳에서 발견한 인상 깊은 맛들을 메뉴에 담았다. 그리스 어느 가정집에서 배워온 소스와 달걀을 활용한 그리스 이상한 토스트, 거기에 고추냉이와 김을 더한 일본 오노미치 마을 토스트, 올리브유에 살짝 익힌 토마토와 바질 크림치즈를 넣은 체코 빌레지크 마을 토스트 등 토스트 하나에도 다양한 요리를 섞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파&레몬 베이글, 핀란드 헬싱키 옥수수&오이 베이글, 이태리 포지타노 시금치&치즈 베이글 등 부재료에 따라 다른 여행의 맛을 느끼게 하는 베이글 종류도 많다. 어떤 나라의 전통 음식이라기보다는 그 여행지에서 먹어본 음식의 기억과 경험을 손님들과 공유하기 위해 고민해 만든 메뉴다. 진열 상자가 아니라 일반 냉장고에 들어있는 디저트류도 재미있다. 남의 집에 가 냉장고를 여는 것은 실례지만 이상한 카페 냉장고는 마음껏 열어보는 재미를 느끼라는 장치다. 메뉴 이름이 어려워도 고민할 필요는 없다. 실물 디저트를 샘플로 접시에 올려 눈으로 확인하며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문 즉시 굽고 조리해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불만을 표하는 손님은 거의 없다. 음악에 몰두하거나 밖으로 이어지는 제2의 카페를 구경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아프리카 골목처럼 꾸며둔 야외 카페는 현지 방송이 흘러나오는 모니터와 골목에 널어둔 빨래, 약간의 허세를 더한 명품관 느낌으로 실내와는 다른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고양이 두 마리다. 메뉴와 분위기를 찾아오는 손님과 고양이를 찾아오는 손님이 반 반일 만큼 애정이 어린 시선들이 고양이를 쫓는다. 그리스 콘셉트로 운영하던 드라이브스루에서부터 함께한 '테세우스'와 아프리카 카페를 시작하며 데려온 '바스테트'는 한껏 여유 있는 움직임으로 손님들의 마음을 녹인다. 다른 손님이 올린 영상 속 고양이들을 보러 타지에서 왔다는 손님들이 이어질 정도다. 이상하다는 말은 여러 가지 뜻이 있다. 연찬 씨가 선택한 카페의 이상함은 '지금까지의 경험이나 지식과 다른 별나고 색다름'이다.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식 밀크커피, 케냐 레몬커피콜라 등 도전하지 않으면 못 먹어볼 음식을 골라 채워 넣은 이유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공간에 색다른 즐거움이 기다린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냉동삼겹살은 좀 억울한 면이 있다. 냉동실에 들어갔다 나왔다는 이유로 편견을 가지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냉삼이 비싼 이유를 묻는 이들의 질문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냉삼을 먹으러 가게에 찾아온 손님조차 같은 질문을 건넨다. 냉삼, 냉목살을 주 메뉴로 내세운 '오후엔시간돼지'를 운영하는 박소윤 대표는 "일단 한 번 먹어보시라" 말한다. 먹어보면 반드시 생각이 바뀔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이 가게에서 준비한 세 가지 메뉴 가운데 하나인 생삼겹살만 고집하는 손님도 있었다. 맛이 있다며 몇 번이고 다시 찾아왔지만, 그 때마다 같은 가격에 냉삼을 시키는 것을 망설이는 모습을 보니 냉삼에 대한 편견이 새삼 와닿았다. 소윤 씨는 벌써 몇 번이나 찾아온 생삼겹살 단골 손님에게 냉삼을 몇 점 서비스로 권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부터 그 손님은 냉삼 단골 손님으로 역할을 바꿨다. 고기와 파절이만 맛있으면 분명 손님들이 찾아올 것이라는 결론을 내고 시작한 가게다. 17년 째 육가공업체를 운영 중인 동생의 안목을 믿었다. 그동안 집에서 먹어본 고기는 항상 맛있는 고기여서 다른 고기 맛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집에 놀러오는 사람들마다 고기가 정말 맛있다는 말을 하는 걸 보면 동생이 가져오는 고기가 좋은 고기임에 틀림없었다. 평소 뭘 해도 '금손' 소리를 듣던 소윤 씨의 요리 실력도 가게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메뉴는 단출하다. 이것 저것 넣고 싶지 않아 간단하게 꼭 필요한 메뉴만 넣었다. 메인인 고기는 냉삼과 냉목살, 생삼겹으로 동생이 작업한 국내산 돼지고기만 판매한다. 당일 작업한 고기의 식감과 맛을 위해 급냉한 것은 유통과 판매 등의 문제로 얼려야만 했던 옛날의 냉동 고기와는 명확한 맛의 차이가 있다.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냉목살도 동생의 추천이었다. 익숙하지 않았던 소윤씨도 한 번 먹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쫄깃한 식감으로 고소하게 씹히는 것이 냉삼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계속 찾게 했다. 상추보다 고기 쌈을 싸게 되는 냉동고기는 굽기 전에 한 번 담그는 간장 양념과 함께 먹는 파절이의 조화가 중요하다. 오후엔시간돼지는 자신있는 양념장으로 고기에 꼭 맞는 파절이를 내세운다. 수북이 쌓인 파절이를 여러번 다시 채우는 손님들이 그 맛을 짐작케 한다. 보통 고깃집에 있는 국수나 냉면 대신 쫄면이 있는 것도 특이하다. 특제 양념으로 콩나물, 상추, 당근, 양배추 등 풍성한 야채와 계란까지 올린 쫄면은 냉삼을 구워 싸먹으면 잘 맞는 조합으로 선택해 메뉴에 올렸다.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도 가게의 한 축이다. 고기와 함께 굽는 고구마나 반찬으로 내는 무채, 때에 따라 다른 장아찌 반찬이 되는 고추와 쪽파 등도 모두 부모님의 밭에서 왔다. 청양고추를 갈아 다진 소고기와 양념해 볶는 다짐 양념장은 남기고 가기 아까워 종이컵에 남은 장을 싸가는 손님이 있을 정도다. 다짐 양념장에 듬뿍 들어가는 들기름도 농사 지은 깨로 짠 기름이다. 볶음밥을 볶을 때도 아낌없이 뿌려지는 들기름이 향긋한 마무리를 남긴다. 된장술밥은 부모님이 예전에 운영하시던 한우 전문점에서 주물판에 된장찌개를 끓여주면 항상 밥을 말아 끓이던 손님들로부터 생각한 메뉴다. 야채 육수와 다진 소고기로 깊은 맛을 내는 된장찌개에 밥알이 풀어지며 구수함을 더하는 맛이다. 가득 채워 준비한 셀프바는 매번 미안해하며 더 달라는 손님들에게 눈치 보지 말고 많이 드시라는 작은 배려다. 흔한 메뉴로 흔하지 않은 맛을 전하는 것이 오후엔시간돼지의 자부심이다. 누구든 우연히라도 먹어보면 그 맛을 잊지 못할 것이라는 단골손님들의 든든한 한마디가 매일 오후를 준비하게 한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청주 운리단길로 불리우기도 하는 운천동 골목길은 카페를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특정 카페를 찾아오기도 하지만 정하지 못했을 때도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둘러볼 수 있는 이유는 그날의 기분이나 계획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범주가 넓기 때문일 것이다. 작은 사거리 모퉁이에 자리잡은 '마음무늬'는 삼면이 통유리여서 개방감이 느껴진다. 상징처럼 매달린 빨간 하트와 입간판은 유리창의 디자인 스티커, 내부의 트리와 함께 따뜻함을 안긴다. 친구, 연인, 가족 단위 등 다양한 손님들이 마음무늬 특유의 색을 찾아 이곳에 들어선다. 가게 이름은 '모든 사람의 마음에 고유한 무늬가 있다'는 어느 책 속의 글귀에서 착안했다. 오랜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카페를 준비하며 박석규 대표가 스스로의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본 것처럼 누구나 이곳에서 자신의 마음 무늬를 찾기 바란다. 한동안 살펴본 자신의 마음은 동그란 무늬가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은 둥근 마음을 더욱 둥글게 만들어 주는 듯 했다. 처음 시작한 일에 대한 부침도 있었지만 가게와 상관없는 개인적인 감정은 집에 놓고 출근하기 시작하며 손님들도 주인장의 동그란 마음을 금세 알아차렸다. 많은 영수증 리뷰에서 사장님의 친절이 언급되는 이유다. 마음무늬의 메뉴는 수제청과 수제디저트가 특징이다. 개인 카페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선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다양한 메뉴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는 만큼 특별한 메뉴를 선보일 수 있다. 시그니처 메뉴인 점보 에그타르트는 바삭한 타르트지에 부드러운 크림이 가득하다. 바닐라빈을 넉넉히 넣어 고소하고 향긋한 맛을 강조하고 머핀틀로 구워 일반적인 사이즈보다 크게 만들었다.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을 연구하다 발견한 최적의 온도는 시원하게다. 쉽게 맛보기 어려운 시원하고 커다란 에그타르트를 맛본 손님들이 그 맛을 기억하고 다시 찾아온다. 진한 초콜릿 맛을 느낄 수 있는 촉촉한 초코머핀이나 두툼하게 씹히는 라즈베리 크림치즈, 황치즈 크림치즈 쿠키 등도 매장에서 굽는 디저트다. 집에서 직접 해먹는 것처럼 좋은 재료를 만족할만큼 잔뜩 넣어 만드는 것이 풍부한 맛의 비결이다. 직접 키워 효소로 담근 개복숭아부터 오미자, 유자, 레몬, 자몽, 키위, 패션망고, 라임모히또 등 특색있는 수제청도 준비된다. 다양한 연령층의 손님들의 방문에 맞춰 취향에 맞는 것을 찾을 수 있게 준비하고 싶었다. 특정 연령층에 국한되지 않는 마음무늬의 손님들은 정성스럽게준비한 상큼한 수제청을 따뜻한 차나 시원한 에이드로 즐길 수 있다. 라떼에 사용하는 블루베리청과 딸기청은 물론 오곡라떼의 5가지 곡물가루를 섞는 일, 수제 밀크티에 들어가는 홍차잎을 아쌈과 얼그레이로 나누어 우리는 일까지 직접 하는 불편함을 선택했다. 커피 취향으로 이곳을 찾는 이들을 위한 원두는 고소한 맛으로 블렌딩했다. 산미를 선호하지 않는 이들의 대중적인 커피 기호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올린 마음라떼 등 모든 커피 메뉴에 적당하게 스며든다. 취급이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디카페인 원두까지 갖춘 것은 커피를 마셨어도, 혹은 늦게라도 커피를 마시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준비다. 모든 커피 메뉴는 디카페인을 선택할 수 있어 만족을 표하는 오후 손님들이 늘었다. 혼자서 모든 것을 만들어 내는 일이 편할 리 없다. '마음무늬'라는 공간을 성실함으로 채워가려는 석규 씨의 동그란 마음이 더 많은 손님들에게 자신의 마음무늬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게 한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아침, 점심, 저녁으로 챙겨먹던 세 번의 끼니가 흐릿해졌다. 아침을 건너뛰는 사람이 많아졌고 필요에 따라 1일 1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도 있다. 간헐적 단식이나 브런치도 끼니의 경계를 허무는데 일조했다. '브런치(brunch)'는 아침 겸 점심으로 먹는 오전 식사를 칭하는 말이지만 오전 10시부터 문을 여는 성열우 대표의 '요로네'는 하루종일 즐길 수 있는 올데이 브런치의 개념으로 공간을 정의했다. 자칫 정해진 시간을 놓치면 '브레이크타임'의 늪에 빠지고 마는 요즘 가게들 사이에서 드물게 저녁 9시까지 쉼 없이 운영한다. 파스타와 스프, 디저트와 음료 등 준비된 메뉴 가운데 먹고 싶은 것만 골라서 편하게 공간을 즐기면 된다. 열우 씨의 꿈은 꾸준히 요리사였다. 기억나지 않는 순간부터 초, 중, 고 내내 장래희망이 유지 됐다. 당연한 수순인 것 처럼 호텔조리학과에 진학했고 졸업하기 전 호텔에 취직해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이태리 요리에 익숙해질 무렵 덴마크로 떠났다. 유명 레스토랑에서 일할 수 있게 됐지만 요리보다는 예술에 가까운 그곳의 음식에서 괴리감을 느꼈다. 기본기의 중요성을 깨닫고 여러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분야별 요리의 기초를 닦았다. 언어적 욕심으로 다가선 호주에서도, 미식의 나라로 진작부터 점찍어둔 프랑스에서도 재미있는 요리공부가 이어졌다. 외국 생활에 언어까지 제대로 익히자 자신감도 생겼다.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는 좀 더 다양한 경험을 찾았다. 유명 한식당, 급식소, 도시락 가게, 브런치 카페 등에서 쌓은 경험은 또 다른 자양분이 됐다. '열우'의 영어 이름인 '요로(YORO)'를 이용한 '요로네'를 기획하며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브런치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음식을 찾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브런치 메뉴로 흔한 계란 요리 대신 자신있는 파스타를 전면에 내세웠다. 홍합오일파스타는 통영에서 가져오는 신선하고 굵직한 홍합으로 육수를 내고 오일 파스타를 만들어 먹기 편하도록 껍데기를 모두 벗겨 접시에 올려준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적정 비율로 섞어 레드와인과 토마토 소스로 끓여 신맛과 단맛의 밸런스를 맞춘 토마토라구파스타도 익숙하면서 깊은 맛이다. 치킨육수에 동물성생크림이 들어가 부드러운 감칠맛으로 사랑받는 버섯크림파스타는 느타리, 표고, 양송이, 팽이, 새송이 등 다섯가지 버섯과 베이컨의 쫄깃한 식감이 특별하다. 브런치카페에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소스를 개발한 요로네볶음밥은 미나리의 씹히는 맛이 산뜻하게 어우러지는 매콤함 볶음밥이다. 수비드 방식으로 익힌 촉촉한 닭가슴살에 여러 채소를 더한 샐러드나, 껍질을 벗기고 오븐에 구워 버터와 양파를 함께 볶다 갈아내는 단호박스프, 프랑스 식당에서 배운 방식에서 자신만의 포인트를 더한 갸또 오 쇼콜라, 톡톡 깨먹는 재미가 있는 얼그레이 크림브륄레 등 개성있는 메뉴들의 향연이다. 얇게 저민 오이를 절이고 짜고 무쳐내는 오이 무침이나 직접 양념해 만드는 선드라이토마토 등도 이곳을 다시 찾아오게 하는 섬세한 요소다. 보리를 볶다가 우유와 바닐라 향을 더하는 보리우유, 껍질 벗긴 토마토를 매실청에 담은 에이드, 다즐링과 레몬향이 짙은 용암동 밀크티 등 음료 메뉴도 다양하다. 모든 메뉴에 열우 씨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담긴다. 요로네는 음식은 물론 인테리어부터 음악까지 열우 씨 취향의 집합소다. 타국에서 느꼈던 다른 이들의 감각과 전국 곳곳의 쇼룸을 수십 번씩 찾아 다니는 열정으로 하나씩 조합해 완성했다. 편안함을 공유하고자 만든 열우 씨의 공간을 알아보는 이들이 늘어난다. 당연하게도 음식에 대한 만족이 없다면 어려울 일이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추워진 날씨에도 푸르름이 가득하다. 길을 만들면서도 애써 살려둔 커다란 나무를 고개 숙여 지나면 건물을 중심으로 그림처럼 꾸며진 조경이 손님을 맞는다. 계단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온실처럼 만들어 둔 다육이 화원도 싱그럽다. 밭에 심었던 꽃과 작물은 추위에 사그라 들었지만 투명한 건물 속 다육식물들은 여전히 제모습이다. 초코루나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에 생기가 넘친다. 2021년 이곳에 자리잡은 초코루나는 지난 2013년 내수에서 시작한 수제초콜릿 전문점 미스문초콜릿의 시즌2다. 미스문초콜릿이 체험 위주의 공간에 집중하면서 다양한 초콜릿 제품을 접할 수 있는 카페 겸 매장으로 초코루나를 시작했다. 시골에서 자란 문정하 대표에게 디저트는 행복한 음식이었다. 쑥카스테라, 맘모스빵 등 흔한 빵도 자주 접할 수 없던 시절, 어쩌다 시내에서 사오는 빵 한 입에 활짝 웃으시던 아버지의 표정이 행복 그 자체로 각인됐다. 전자를 전공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제과제빵학원을 다니며 자격증을 취득한 이유는 언젠가 손수 만든 행복을 전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막상 빵을 배워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만드는 과정은 재미있었지만 설탕과 쇼트닝, 마가린 등이 듬뿍 들어가는 음식은 더이상 행복으로 보이지 않았다. 호텔조리학과에 다시 진학해 건강한 디저트를 찾기 시작했다. 영감을 준 것은 초콜릿 관련 영화다. 윤기가 흐르는 검은색 달콤함의 상징은 그간 시판 제품으로 접한 편견 속 그것과 달랐다. 달콤함에 가려졌던 카카오의 효능에 눈이 번쩍 뜨였다. 교수님을 통해 초콜릿 전문가를 만나고 검색과 수소문으로 말레이시아 카카오농장을 직접 찾아가기도 하며 열과 성을 다해 카카오를 공부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창업자금을 모으기 위해 꾸준히 직장 생활을 했고 직장 생활과 병행하며 가게를 운영하기도 했다. 미스문초콜릿을 시작한 것은 출산 후 아이를 키우면서다. 좋은 기회를 만나 용기있게 시작했지만 알리기는 쉽지 않았다. 정하 씨가 선택한 방법은 무작정 먹여보는 것이었다. 정하 씨의 초콜릿을 먹어본 사람은 반드시 시판 초콜릿 제품과의 차이를 알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공원에 가거나 동물원에 갈 때도 시식용 초콜릿을 챙겼다. 학원 체험학습 등을 통해 미스문초콜릿을 맛본 이들도 자신이 먹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다른 이들에게도 그 맛을 알리기 위해 다시 찾아왔다. 카카오버터 100% 초콜릿으로 개개인의 작품을 만들어 소중한 사람과 나눠먹는 행복은 아이들뿐 아니라 직장인과 중장년층에게도 달콤한 시간이었다. 체험과 제품 모두 제대로 된 초콜릿의 기쁨을 알리는 도구가 됐다. 10여 년간 미스문초콜릿과 인연을 이어온 단골들이 초코루나에 기대하는 것 역시 초콜릿 본연의 맛이다. 프랑스산 커버춰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카카오 열매를 발효·건조한 뒤 로스팅한 카카오빈 껍질을 벗기고 갈아서 만드는 빈투바(bean to bar) 초콜릿이 주력인만큼 세세한 선택이 가능하다. 카카오의 함량과 대체당 등 자신만의 재료를 정해 주기적으로 가져가는 고정 고객들이 따로 있을 정도다. 카카오빈을 이곳에서 분쇄한 카카오닙스에 초콜릿 코팅을 더한 제품은 씁쓸하고 딱딱하다는 그간의 인식을 뒤집는다. 유기농 건조 과일 조각을 붙인 판초콜릿이나 홍차, 말차 등 풍미 가득한 가나슈로 채워진 봉봉 초콜릿, 견과류를 듬뿍 넣은 망디앙, 쫀쫀하게 씹히고 깔끔하게 녹아내리는 파베초콜릿 등 평소 익숙했던 초콜릿에서도 원재료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뽕잎가루과 오디, 현미 등 로컬 푸드를 활용한 제품들도 정하 씨의 열정이 엿보인다. 과일과 비스킷 등을 함께 담은 초콜릿보드로 골라먹는 재미도 즐긴다. 쌀쌀해진 날씨에 더욱 좋은 것들은 또 있다. 마당의 텐트와 코코아밤이다. 편평한 마당에 놓인 텐트는 전기장판과 난로까지 갖춰 아늑함으로 무장했다. 따뜻한 우유를 부어 코코아밤을 녹인 핫초콜릿 한 모금에 낭만이 더해진다. 숙성과 로스팅, 72시간 이상의 콘칭 후 템퍼링을 거친 진짜 초콜릿을 만나볼 때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청주 명암타워 인근 3층 건물에 노랗고 커다란 달이 떴다. 달이 머무는 광장이라는 의미를 담은 스페이스문이다. 문을 연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이곳에 끊임없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오픈하기 전부터 수름재에 있던 그곳이 맞냐는 문의가 빗발친 것에 이어 오전 9시부터 반가운 얼굴로 들어서는 이들이 많은 이유는 1층에 자리 잡은 '수제빵연구소 수준당' 때문이다. 지난 2019년 청주 수름재 인근에서 '수제빵연구소'라는 이름으로 가게를 운영했던 안효원 이사는 개업 3개월 만에 입소문의 효과를 실감했다. 별다른 홍보도 없이 큰 길가에 수제빵연구소라는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단팥빵, 소보로빵, 우유크림빵 등 단출한 메뉴로 채워진 가게는 먹어본 이들의 단체 주문이 줄을 이었다. 우연히 맛을 본 이들은 반드시 다시 찾아왔다. 수십 개씩 빵을 사가는 통에 하루에 몇 번씩 구워내도 오븐에서 나오기 무섭게 팔려나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매진 사례가 많아 '빵 사기 어려운 집'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못 사고 돌아가 기분이 상하는 일이 있었더라도 손님들이 다시 찾아온 이유는 오로지 빵이었다. 기본에 충실한 빵 맛에 저렴한 가격까지 갖춘 것이 수제빵연구소의 저력이다. 그런 수제빵연구소가 수준당이라는 이름을 더해 돌아왔다. 청주만 해도 대형 베이커리 카페 등이 곳곳에 자리 잡으며 빵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화려한 맛과 재료의 조화로 각양각색의 빵들이 세상에 나왔지만, 가격까지 부담스러워졌다. 빵 두어 개만 골라도 어지간한 밥값 이상의 비용을 내야 하는 다른 가게와 달리 수제빵연구소 수준당에서는 추억의 빵들을 부담 없는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안효원 대표제빵사가 20여 년의 직장생활을 정리하며 빵을 만들기로 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단팥빵이다. 삶은 팥을 으깨고 설탕을 넣어 끓이면 완성되는 단팥 소를 채운 단팥빵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빵 중 하나다. 비교적 단순한 공정이지만 정성 없이는 만들 수 없는 이 빵을 제대로만 만들면 반드시 될 것이라는 직감은 통했다. 2시간 넘게 압력솥에 삶아 부드러운 팥의 고소함을 끌어올리고 설탕을 적게 넣어 은은한 단맛으로 반죽 속을 채운다. 빵보다 두툼할 만큼 가득 넣은 단팥이 촉촉한 빵과 함께 씹힌다. 수제 단팥 소는 먹는 사람이 단번에 알아차린다. 저장 기간을 늘리기 위해 인위적인 단맛으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시제품과는 다른 깔끔함으로 입안에 남기 때문이다. 기름진 맛 없이 담백하게 부서지는 소보로빵 위의 소보로도 빵만큼 두툼하게 씹힌다. 동물성 생크림을 커스터드 크림과 섞어 통통하게 채워 넣은 우유크림빵은 고소하고 달콤한 맛으로 어린이들까지 사로잡았다. 시원하게 먹으면 그 맛이 배가된다.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색있는 맛으로 개발한 씨앗소보로도 인기다. 팥 대신 동부를 삶고 해바라기 씨와 아마 씨, 조, 참깨 등을 섞어 속을 채운 소보로는 씹을수록 풍미가 살아나 오래 입안에 담아두고 싶은 건강한 메뉴다. 어머니가 지어주셨던 수제빵연구소라는 이름은 스페이스문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한 단계 수준을 올리고 싶어 '수준당'이라는 이름을 더했다. 청주 사람들만 아는 빵이 아니라 청주에 오는 사람들은 한 번쯤 먹어봐야 하는 빵으로 성장하려는 의지다. 현재는 4종류의 빵에 집중하고 있지만 곧 단팥을 더한 카스테라 등 틈틈이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여러 빵들이 수준당에 놓일 예정이다. 스페셜티 원두를 이용한 커피류를 비롯해 구아바·패션프루트·용과 에이드, 쑥라떼 등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음료도 빵과 함께 맛보기 좋다. 명암저수지 등을 산책한 뒤 방문하는 이들을 위해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한 것도 눈에 띄는 배려다. 갓 나온 단팥빵을 서둘러 반으로 잘라 입에 넣는 손님들의 표정이 한결같다. 두말할 것 없이 만면에 퍼지는 미소가 수준당의 수준을 짐작게 한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보통의 경우 '바지사장'은 그다지 좋은 의미는 아니다.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명의만 빌려준 경우나 실제 운영자가 아닌 경우를 일컫기 때문이다. 바지카페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실제 운영자가 바지사장과 반바지사장이다. 바지사장 김준오 대표와 반바지사장이라고 칭하는 양민준 씨가 함께 시작했다. 준오 씨는 군 제대 후 아버지의 권유로 캠핑장에서 일했다. 오토캠핑장을 관리하는 역할로 자주 마주치는 단골 캠퍼들과 자연스레 친분이 생겼다. 실운영자는 아버지였기에 농담처럼 바지사장이라고 칭하고 소통하다 보니 별명처럼 친숙해졌다. 캠핑장이 자리를 잡으며 일을 돕기 위해 들어선 친구 민준 씨는 바지사장에 조금 못 미치는 반바지사장을 자처했다. 준오 씨는 7년쯤 캠핑장을 관리하며 군 시절 막연하게 가지고 있었던 꿈을 구체화 시켰다. 취미와 특기를 한 공간에 구현할 수 있기를 바라며 설계한 것이 자신만의 카페다. 캠핑장에서 커피를 익히고 그림과 음악, 사진, 소품 수집 등 취미로 즐기던 모든 것을 바지카페에 담았다. 바지카페의 곳곳은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채워져 있다. 신발, 책, 액자, 피규어 등 선반마다 다르게 구성한 인테리어가 막힘 없는 공간이 나눠진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더는 남은 자리가 없는 준오씨의 집에서 카페로 쫓겨난 소품도 다수다. 포스터와 메뉴 등 직접 디자인한 인쇄물들도 감각적이다. 이 공간을 찾아온 이들은 분위기를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준오 씨의 취미도 체험해 불 수 있다. 벽면에 기대어둔 기타는 가장 많은 손님들이 활용하는 아이템 중 하나다. 손님의 취향에 따라 같은 기타에서 전혀 다른 선율이 흘러나온다. 관심을 갖는 이들은 버튼을 조작하며 음악을 틀어보는 디제잉기계와 곳곳에 놓인 카메라 등도 취미를 가늠케 한다. 낮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 열린 시간도 이채롭다. 캠핑장에서 일하며 밤낮없이 관리에 신경쓰다 보니 자연스레 밤잠이 줄어 카페까지 이어졌다. 처음에는 새벽 6시까지도 열려있었지만 조금 줄인 시간이 3시다. 골목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는 밤의 바지카페는 낮과는 다른 가게처럼 느껴지게 한다. 조명과 음악으로 분위기를 바꾼 공간에서는 와인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조용히 앉아 책을 읽으며 밤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사계절 인기 있는 메뉴는 팥빙수다. 캠핑장에서 부수적인 수입 창출을 위해 고안한 바지사장표 팥빙수는 캠핑장을 빙수 맛집으로 소문나게 한 일등공신이다. 눈꽃 빙수에 특제 소스를 부어 고소하고 달콤한 맛을 완성한 빙수는 바지카페에서도 대표 메뉴로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더운 여름은 물론 계절이 바뀌어도 하루에 일정한 양이 나가는 효자 메뉴다. 4인이 먹어도 충분한 넉넉한 양과 푸짐한 토핑이 먹어본 이들을 다시 찾아오게 만든다. 다양한 디저트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수제 버터바다. 재료를 아끼지 않은 묵직한 풍미는 포만감과 입안의 즐거움을 넘치게 안긴다. 말차, 황치즈, 초코, 얼그레이 등 선택의 폭도 넓다. 쌀쌀해진 계절 새롭게 시도한 붕어빵은 골목대장으로 자리잡았다. 인근 아파트와 주택가가 많은데도 겨울 대표 메뉴가 없는 것이 아쉬워 반바지사장이 전담하게 된 붕어빵은 수시로 드나드는 손님 행렬에 열기가 식을 틈이 없다. 팥 이외에도 고구마와 슈크림으로 채워진 붕어빵은 남녀노소 만족하는 간식이다. 되도록 따뜻하게 갈 수 있게 갓 구운 붕어빵을 최대한 늦게 담는 정성으로 배달 주문에서도 빠지지 않는 추가 메뉴가 됐다. 바지사장과 반바지사장의 바지카페는 곳곳에 숨겨진 재치가 있다. 운영하는 이들의 재미와 만족을 위해 수시로 움직이는 공간의 변화를 손님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이렇다 할 높은 건물이 없던 청주 우암사거리에 새로운 건물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주유소가 있던 자리에 세워진 지하 2층, 지상 15층 규모의 우암동 청춘허브센터다. 4층부터 15층은 청년 및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임대한 120세대의 행복주택으로 사용되는 이곳은 우암동 주민들의 숙원이 담겼다. 지난 2018년 우암동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돼 우암동 활성화와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1층부터 3층까지는 지역 상생협력 상가, 문화 및 복합 커뮤니티 시설, 중장년 창업지원센터로 이뤄진다. 입주 주택을 제외하고 가장 먼저 문을 연 것이 1층 허브카페다. 탁 트인 전면 유리로 쾌적한 실내가 들여다보인다. 바깥으로 보이는 2개의 면이 유리여서 안에 앉아있어도 야외에 앉은 듯 시원한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북청주여객정류장과 청원구청, 북부시장 등이 인접해 있어 잠시 시간을 보낼 장소가 필요했던 시민들에게 특히나 반가운 장소다. 꽤 넓은 실내에는 가운데 선반으로 구역을 나눠 선택하는 테이블에 따라 다른 장점을 가진다. 단체 모임이거나 아늑한 공간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안쪽 자리가 알맞고 지나는 버스나 사람들이 보이는 것을 원하면 창가 쪽을 선택하면 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곳곳에 붙은 가격이다. 아메리카노 (HOT) 2000원, (ICE) 2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 지나는 이들의 걸음을 붙잡는다. 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우암사거리를 환히 밝히는 이곳은 청주와우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한다. 직영 로스터리공장에서 받는 원두로 신선한 커피를 판매하면서도 다른 카페에 비해 낮은 가격을 붙인 것은 주민들을 위한 상생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친절하게 손님을 반기는 직원들도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해부터 교육받은 지역 주민이다. 느지막이 카페 직원으로 채용된 중장년 여성들의 미소에 특별히 활력이 넘친다. 허브카페는 문턱이 없다.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 누구나 부담없이 들어와서 공간을 즐기고,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활동할 수 있는 사랑방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특별히 붐비는 시간 없이 영업시간 내내 곳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차담을 나누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는 이유다. 손님들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 카페에서 취급하는 대다수의 음료와 몇몇 디저트류까지 제대로 갖췄다. 이 중 수제 대추차와 쌍화차는 보은 대추를 직접 가져와 청을 만들어 판매한다. 소소하게 나마 충북 지역 특산품을 활용해 타지 사람들에게도 소개하고 싶어 만든 메뉴다. 청주와우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은 십여년 전 우암동 주민자치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부터 지역 발전을 위해 애써온 김동기 이사장이 부지런함으로 일궈낸 결과물이다. 73명의 조합원 외에도 모든 우암동의 주민이 힘을 모아야 누구나 살고싶은 동네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우암동 활성화에 대한 집념으로 청주시와 주민들이 함께 이뤄낸 도시재생사업의 결실을 더욱 많은 시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청춘허브센터를 포함한 우암동 곳곳에 여러 매개체를 준비하고 있다. 청춘허브센터 내에서 곧 문을 열 무인 빨래방과 스터디 카페, 주차 시설 등은 지역민들의 편의시설로, 청소년 쉼터로 예정된 장소는 교육기관 등과 협의해 지역 청소년들의 휴식처로 활용할 예정이다. 문화 시설 공간 중 하나는 방음 시설을 갖춰 마땅한 연습 장소를 찾지 못했던 풍물교실 등에서 즐거이 누릴 수 있도록 했다. 허브(hub)카페는 우암동 주민을 필두로 시민들을 연결하는 하나의 연결고리를 꿈꾼다. 오가는 사람이 늘수록 머무는 사람까지 행복해진다. 허브카페가 청주 우암동 도시재생의 마중물을 붓는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청주 성안길을 무수히 드나들었던 사람들에게도 낯선 골목이다. 청주 시내 중심이라고 할 만한 위치지만 쉽게 찾기 어려운 것은 주로 다니는 길을 살짝 벗어나야만 만날 수 있는 건물 때문이다. 이런 골목 안에 있는 목로주점안(安)의 손님들은 당연히 애써 찾아온 이들이다. SNS 등 온라인을 통해 오랫동안 목로주점을 눈여겨 본 사람도 직접 방문을 결심했을 땐 손안에 스마트폰을 한참 들여다봐야 찾을 수 있다. 이상준, 박수종 대표의 지인들도 마찬가지다. 근처에 왔다며 자세한 위치를 묻는 이들의 전화가 주기적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목로주점은 널빤지로 좁고 가느다랗게 만든 상을 차려두고 술을 파는 집을 일컫는 명사다. 이상준 대표는 먼 옛날에도 바 형태의 나무 위에 술잔을 두고 서서 즐긴 것처럼 많은 이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이곳에 들러 하루의 피로를 털어내고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목포주점 안이라는 이름을 선택했다. 목로주점안은 클래식 바 보다는 캐주얼 바에 가깝다. 어딘가 묵직해 들어서기 어려운 분위기가 아니라 누구나 쉽게 들어와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바 형태의 공간과 일반 테이블 공간을 분리해 혼자든 여럿이든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다. 목로주점이라는 이름을 가져온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목로주점안은 특정 장르를 정하지 않은 다양한 주종(酒種)의 집합소다. 소주, 맥주, 와인, 전통주를 비롯해 위스키와 칵테일, 하이볼 등도 판매한다. 퇴근길, 락 등 시그니처 칵테일을 포함한 30~40가지 종류의 칵테일은 손님의 요청에 따라 맛의 조합을 가감하며 맞춤형 칵테일로도 주조한다. 하이볼도 마찬가지다. 계절에 따라 다른 빛깔로 담겨 눈으로 먼저 즐기는 하이볼과 시그니처 음료지만 날마다 조금씩 다른 조합으로 새로운 맛을 선사하는 목로하이볼 등은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이들의 미각을 깨워 맛있게 머금게 한다. 2만 원대 와인부터 전통주 한잔 시음, 잔 와인과 글라스 5잔 분량의 쿼터바틀 등 적은 양의 술을 판매하는 것도 영업 비법이다. SNS와 입소문 등으로 이어진 발걸음은 비교적 젊은 층의 손님들을 부담 없이 모이게 했다. 취하기 위해 술을 마신다기보다는 분위기와 음식을 좀 더 즐겁게 누리기 위해 찾아온 이들은 새벽 3시까지 이어지는 긴 영업시간을 알차게 활용한다. 100여 가지가 넘는 주류 가운데 몰랐던 취향을 발견한 이들이 새로운 즐거움으로 목로주점안을 다시 찾는다. 다양한 종류의 술이 준비되는 만큼 안주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각각의 주류에 어울리는 음식을 갖추기 위해 여러 조합을 시도하고 먹어보며 메뉴를 만들었다. 떡볶이, 조개탕, 크림 뇨키, 떠먹는 피자 등 식사를 대신할만한 안주와 치즈 플레이트, 카나페, 페퍼로니 칩 등 간단한 주전부리 안주도 준비된다. 안주를 시키지 않고 원하는 종류의 술만 가볍게 즐기려는 손님도 전혀 눈치를 볼 필요 없는 것이 바 형태 주점의 장점이다. 주류와 안주의 메뉴 구성에 변화가 잦은 만큼 목로주점안의 메뉴판은 고정돼있지 않다. 메뉴판을 요청하면 큐알코드를 안내한다. 스마트폰으로 큐알코드를 스캔하면 그날의 메뉴판이 한눈에 보인다. 변화를 수용하기 쉬운 유동적인 메뉴판은 손님이 원할 때 언제든 한참을 들여다봐도 부담 없다. 가정이나 야외에서 다채로운 한잔의 즐거움을 원하는 이들은 테이크아웃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세상의 여러 목로주점에서 비슷한 듯 다른 마무리로 각자의 고단함을 덜어낸다. 잘 닫은 하루가 다시 새로운 날을 연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청주 시내 전경이 한눈에 담긴다. 테라스에 앉으면 내려다보이는 도심의 풍경은 낮과 밤으로 다른 매력이다. 무엇을 먹든 본래의 맛보다 맛있게 느껴질 만한 배경이다. 수려한 볼거리로 유명한 수암골에서도 시야가 전혀 막히지 않는 위치에 선 건물 4층이다.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야외와 달리 천장이 있는 테라스는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다. 오히려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분위기를 가까이 체감할 수 있다. 매장 안에 충분한 자리가 있어도 풍경을 가까이하기 위해 테라스를 택하는 손님들의 걸음이 이어진다. 늘 먹던 음식 대신 이색적인 식사가 필요할 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나라의 음식이다.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접할 수 있는 현지 음식은 가벼운 기분 전환이다. 대신 어느 정도의 대중성이 있어야 한다. 먹어본 사람은 음식과 관련된 추억을 떠올릴 수 있고, 먹어보지 않은 사람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시도할 수 있는 맛의 범주가 중요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음식부터 시도해보는 것이 실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태국 음식은 여러 나라의 영향을 받아 다채롭다. 더위를 이기기 위한 맛과 향신료의 활용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에게 맵거나 짠 자극적인 맛으로 각인된다. 그럼에도 세계 각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 알러이찡찡은 태국어로 '진짜 진짜 맛있다'라는 뜻을 가진 태국음식점이다. 태국 현지에서 느낀 음식의 매력을 충북 청주에서 소개하고 싶어 시작한 곳이다. 1999년 결혼과 함께 여행업을 위해 태국으로 떠난 김선희 대표는 20여 년간 태국의 맛에 빠져 지냈다.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식자재의 새로운 조화는 오랜 타지 생활에도 위로가 됐다. 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음식에 대한 애정도 깊었다. 코로나19로 시작된 위기가 현실을 뒤흔들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태국 음식이다. 그리운 맛을 찾아 이곳저곳을 다녀봤지만 현지에서 느꼈던 즐거움을 재현한 곳은 없었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제대로 소개할 수 있는 맛을 골라 태국 요리전문점을 시작했다. 새우나 게를 듬뿍 넣어 태국 현지의 5성급 호텔 요리사의 비법을 담은 커리소스로 볶은 꿍팟퐁커리, 푸팟퐁커리를 시작으로 선희 씨가 좋아하는 태국 요리 메뉴를 세웠다. 새우와 채소, 레몬즙을 넣고 끓인 똠얌꿍, 운센면에 해산물을 곁들인 매콤상콤한 샐러드 얌운센, 태국 바질을 곁들인 매콤한 해산물 볶음 팟카파오랄레와 같은 소스에 돼지고기를 볶은 팟카파오무쌉 등은 처음 먹어보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현지의 맛이다. 매콤하면서도 짭짤하고 새콤한 쏨땀타이는 먹어본 이들이 가장 많이 그리워하는 파파야 샐러드다. 쌀국수면과 바질, 소스 등은 모두 태국에서 공수한다. 익힘 정도와 보관이 중요한 파파야는 농가 직거래로 구입해 요리한다. 태국 음식을 처음 맛보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처음 향신료가 낯설었던 자신의 경험에 비춰 고수처럼 향이 강한 향신료는 조리할 때 넣지 않고 요청하는 이들에게만 제공해 진입 장벽도 낮췄다. 볶음 요리 등을 테이블에 전달하며 먹는 방법도 상세히 안내한다. 밥집에서 밥값을 받는 것은 절대 안된다는 남편의 주장 덕에 공기밥은 무료다. 처음 맛보는 소스 맛에 빠져 3~4번씩 밥을 추가로 요청하는 손님도 있지만 그저 소스 하나 남지 않는 빈 그릇이 뿌듯하다. 어떤 메뉴를 먹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준비한 세트 메뉴도 쉽게 태국 음식을 시작할 수 있는 하나의 제안이다. 주문 즉시 조리하는 음식의 특성상 기다리는 시간을 덜기 위해 단체 손님들의 주문은 예약을 받는다. 청주에서 생각보다 많이 만나게 된 현지인들의 만족스러운 후기가 가장 행복한 성과다. 태국에 가본 이들도, 태국 음식으로 태국을 처음 접하는 이들도 가게를 나설 때 태국어 한마디는 가져간다. 알러이(맛있다) 찡찡(진짜진짜).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미용실에서 스타일링을 마무리하며 집에 가는지, 다른 일정이 있는지 묻는 미용사들의 단골 질문에는 이유가 있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한 날은 그냥 집에 가는 것이 아쉽다고 느끼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가져와서 설령 미용사의 손에서 성공적으로 완성됐다 하더라도 다음날 집에서 다시 하기는 어렵다. 평소 해보지 않은 스타일이거나 이렇다 할 손 재주가 없어서다. 사진을 남기고 그날의 공기를 마음껏 누리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살롱순간을 운영하는 김진호 대표는 이런 아쉬움을 없애고자 자신만의 기준을 세웠다. 살롱순간에 머리를 맡기는 이들은 다음에 이곳을 다시 찾기 까지 처음의 만족감을 그대로 가지고 몇 달이고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꼼꼼하게 질문하고 귀를 기울이는 상담이 시작이다. 진호 씨는 자신의 눈과 손으로 고객의 면면을 살피면서 고객 자신만 아는 스스로의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평소 잘 하고 다니는 스타일이 어떤지, 원하는 방향이 어느 쪽인지, 집에서 사용하는 드라이기의 기종부터 빗의 모양, 필요할 때는 평소 찍어둔 사진까지 요청하며 스타일링을 제안한다. 미용사가 전문적인 기술로 아무리 예쁜 모습을 만들어내 미용실 밖으로 내보낸다 해도 집에서 직접 손질할 수 없다면 의미없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타일링을 받은 고객이 집에서도 직접 할 수 있는 스타일을 목표로 한다. 살롱순간에서 완성된 머리 모양은 그 상태로 끝나지 않는다. 컬이나 볼륨이 만들어지는 방법을 알려주고 고객의 손에 드라이기를 쥐어주기도 한다. '똥손'을 자처하며 자신 없어하던 고객도 두 번 세 번 모양을 만들다 보면 어느새 손에 익어 집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진호 씨에게 머리는 모든 스타일의 완성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옷에 관심있는 친구들이 많았던 덕에 유독 머리에 시선이 닿았다. 아무리 잘 꾸며 입었어도 머리에 신경쓰지 않으면 뭔가 부족함이 느껴졌다. 자신의 머리는 물론 친구들의 머리를 수시로 만지며 헤어디자이너에 대한 꿈을 키웠다. 미용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생각했던 공부는 아니었다. 미용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깨너머로 배우는 것이 오히려 실용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다양한 사례를 접한 것도 도움이 됐다. 헤어디자인과를 선택한 대학에서도 이론 수업이 계속됐다. 이발병으로 근무하며 처음 쥐게 된 가위가 빠르게 실기를 익히는 계기였다. 제대 후 수년 간 미용실에서 일하며 기술을 익혔다. 크고 작은 미용실에서 저마다의 장점을 배울 수 있었다. 천천히 고객과 대화하고 자신의 색을 갖춰나가며 단골을 쌓아갔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며 어느정도 맞는 손님들을 구분할 수 있게 됐을 때 문을 연 것이 살롱순간이다. 진호 씨의 스타일링에 만족을 얻었던 단골들은 기꺼이 동남지구까지 발을 옮겼다. 처음에는 원하는 스타일을 찾아오던 이들도 그저 진호 씨의 손에 머리를 맡기는 일이 늘었다. 친구나 가족에게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고객들의 입소문으로 살롱순간을 찾는 이들이 늘어가는 것은 진호 씨의 서비스가 틀리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어느새 가족을 이룬 고객들 덕에 어린 아이 손님들도 종종 보인다. 거울 속으로 비친 진호 씨의 표정이 손님만큼이나 진지하다. 마침내 결정하고 완성한 스타일에 두 사람의 표정이 바뀐다. 순간의 즐거움을 넘어 지속할 수 있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은 만족스러움이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메뉴는 하나, 고민이 필요 없다. 닭갈비를 먹으려는 사람만 들어서는 가게다. 취향에 따라 사리를 추가하고 사람 수에 맞게 주문하면 곧 정량의 닭고기와 양배추, 대파, 떡이 특제 양념을 얹어 흰 그릇에 담겨 나온다. 노선호 대표의 손에 전달된 그릇 속 음식이 무심한 손길로 철판으로 쓸려 내려간다. 철판이 달궈지는 동안 채소와 생고기를 바라본다. 그 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철판 속을 헤집는 손님들에게는 여지없이 노 대표의 제지가 이어진다. 처음 제지당한 사람들의 당혹감도 잠시다. 먹기 좋은 순간까지 이어지는 30년 경력 전문가의 현란한 손길에 시선을 빼앗긴다. 자주 뒤집지도 않고 계속 머무르지도 않는다. 시작이 다른 여러 테이블을 혼자서 움직이며 볶음에 가까운 닭갈비의 익힘 정도를 정확하게 맞춘다. 불의 세기나 양에 따라 시간과 움직임을 감으로 조절하는 것은 세월이 쌓아 올린 경험이자 비법이다. 원조춘천닭갈비에서 테이블마다 놓인 지름 50cm가량의 원형 철판 17개는 온전히 노 대표의 영역이다. 가게 안에서는 자신이 조리해야 가장 맛있게 완성할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손님들에게 굽는 과정을 전가하지 않는다. 그저 기다리다 편안한 식사를 대접받게 한다. 처음 이곳을 찾은 몇몇 손님들의 오해를 살만한 엄격함도 있다. 채소와 고기, 양념 등의 조화가 계산된 그릇을 양보하지 않기 때문이다. 쌈용으로 제공된 깻잎을 몰래 찢어 넣는 손님과 그 깻잎을 하나하나 건져내는 사장님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한다. 원조춘천닭갈비에서는 원조춘천닭갈비만의 닭갈비 맛을 그대로 즐겨보길 바라는 자부심 가득한 하나의 고집이다. 1994년 청주 육거리 인근에서 시작한 그의 닭갈비 사랑은 30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뜨겁다. 닭갈비를 양념하고 조리하는 부부는 물론 나고 자라면서 쭉 부모님의 닭갈비를 가까이 한 자녀까지 온 가족이 여전히 닭갈비 냄새에 군침을 삼킨다. 만드는 사람이 질리지 않는데 30년 단골이라고 그 맛에 질릴 리 없다. 30여 년 거래 중인 농수산물 시장의 신선한 채소와 국내산 닭다리살에 별다른 비법이랄 것이 없다는 양념장을 얹는다. 5~6가지의 기본 재료를 섞어 숙성시킨 양념장은 적당히 매콤달콤한 감칠맛이 스민다. 남녀노소를 불문한 손님들에게 깔끔한 닭갈비의 정석으로 각인되는 배합이다. 처음에는 가슴살도 사용했지만 손님이 떠난 뒤 철판 위에 몇 점 남는 닭갈비가 모두 가슴살인 것을 보고 닭다리살만 활용하는 것으로 재료를 바꿨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잠시 배달도 생각해봤지만 운영 3일 만에 배달애플리케이션에서 이름을 내렸다. 매장에 찾아온 모든 손님의 철판을 꼼꼼하게 검수하려면 배달 수요를 도저히 맞출 수가 없어서다. 돈을 더 버는 것보다 원조춘천닭갈비 맛을 찾아온 손님에게 생각한 그대로의 음식을 맛보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닭고기와 채소, 떡과 우동 등 양념에 잘 볶아진 닭갈비를 하나씩 집어 먹고 준비된 채소 쌈과 함께 입에 넣으면 30년 세월이 무색한 '아는 맛'이다. 볶음밥을 먹기 위해 닭갈비를 먹는 사람도 있을 만큼 재료 맛이 우러난 양념으로 볶고 철판에 눌러 긁어먹는 볶음밥은 빼놓으면 아쉬운 필수 코스다. 단출하지만 닭갈비와 최상의 궁합인 곁들임 재료도 정성이다. 와사비와 식초로 절인 쌈무, 매콤함을 씻어내는 시원한 동치미, 양파 절임과 쌈장 등도 모두 노 대표의 아내 신미경 대표가 직접 만든다. 볶음밥을 만들 때 사용하는 김치도 국내산이다. 조금 더 벌기 위해 부끄러워지고 싶지 않은 꼿꼿함이 오랜 시간을 지탱해온 원조춘천닭갈비의 힘이다. 부모님과 함께 오던 자녀들이 친구들과 찾아오고 그 친구들의 가족이 다시 단골이 된다. 널찍한 공간을 가볍게 오가며 쉼 없이 움직이는 노 대표의 열정이 닭갈비 맛을 완성한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잔잔한 음악과 함께 벽면 가득 펼쳐진 영상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느 순간은 모래사장 위에 머무른 듯 파도가 철썩이다가 바닷속 고래와 함께 유영하는 장면으로 전환된다. 천장에서 내려온 여러 개의 해먹에 몸을 감싼 채 유연한 동작을 선보이는 이들이 여유롭게 움직인다. 자신의 몸을 들어 올리는 것으로 모자라 공중에서 요가 자세를 취한다. 힘든 표정보다는 은은한 즐거움이 엿보이는 표정이다. 휴양지 요가를 테마로 5년 전부터 운영 중인 하이필라테스/플라잉요가는 청주 복대동과 동남지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쪽에서는 기구 필라테스에 몸을 맡긴 이들이 몸을 늘이고 다른 공간에서는 플라잉요가로 선을 뽐낸다. 9년 경력의 박주현 대표는 청주에도 플라잉요가를 소개하고 싶어 자격을 취득해 공간을 꾸렸다. 필라테스를 찾아오는 이들은 대부분 불편함을 안고 있다. 현대인의 고질병인 목과 허리 통증부터 사고로 인한 재활, 직무로 인한 자세 교정 등 여러 목적을 가지고 발을 들인다. 병원에서 권유를 받고 필라테스를 찾는 사람도 많다. 복대점을 1대1 필라테스로 운영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통증의 원인과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상세한 상담과 그에 맞는 과정, 눈에 띄는 변화를 함께 확인하기 위해 집중해야 한다. 주현 씨는 어린 시절부터 탁구, 육상 등 운동을 했기에 직장을 다니면서도 복싱 등 여러 운동을 취미로 삼았다. 그중 필라테스가 가장 몸에 잘 맞는 재미있는 운동이어서 꾸준히 계속하다 보니 어느새 전문가가 됐다. 회원으로 등록해 강사가 된 이후 필라테스를 모른 채 사업으로 운영하는 사람에게서 아쉬움을 느꼈다.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을 때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인 청주에서 자신만의 교습법을 만들어갔다. 이전 직장에서 몸에 익힌 대면 서비스는 필라테스에서도 통했다. 호텔과 항공사에서 쌓아온 경력은 고객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원하는 바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현 씨를 찾아온 이들은 반드시 그녀를 다시 찾았다. 스튜디오 개원을 권한 것도 고객들이었다. 운동 시작 전 괄사 등 마사지를 통해 근육을 이완시킨 뒤 개별 맞춤형 운동을 통해 선명하게 드러나는 몸의 변화가 주변을 소개하는 입소문으로 이어졌다. 1천 명에 가까운 누적 회원 리스트가 하이필라테스의 저력을 증명한다. 여러 사례가 늘어날수록 그에 따른 접근 방식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올곧은 성장을 위해 찾아오는 초등학생부터 오십견으로 어깨를 들어 올리지 못했던 60대까지 꾸준한 운동의 효과를 확인했다. 자세 교정으로 숨은 키를 찾게 된 20대도 자연스레 주변에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직업적 특성으로 목과 어깨가 경직된 의사들이나 섣불리 근육을 키워 오히려 힘들어진 헬스트레이너, 운동선수도 하이필라테스에서 숨을 고른다. 다른 사람은 몰라보더라도 자신이 온전히 느끼는 몸의 변화는 마음과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계속해서 많은 사람이 필라테스의 매력에 빠져드는 이유다. 어느 정도 근력을 갖게 되면 자연스레 플라잉요가에도 눈을 돌린다. 함께 하는 재미를 알게 된 이들은 스스로 그룹을 지어 플라잉요가를 찾아오기도 한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추억을 쌓거나 직장 동료들이 점심시간에 운동으로 배를 채우는 일도 있다. 댄스와 음악이 함께하는 키즈 플라잉요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각 전문가과정은 물론 바디프로필 촬영 등 수시로 함께하는 이벤트도 운동에 재미를 더한다. 근력과 체력의 균형을 찾아가는 이들이 하이필라테스/플라잉요가에서 원하는 바를 얻어간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없던 입맛도 살아나게 하는 음식 중 하나가 비빔밥이다. 몇 가지 나물과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빌 때 이에 어울리는 것은 단연 보리밥이다. 취향에 따라 쌀과 보리의 비율이야 바뀔 수 있겠지만 함께 떠먹을 된장찌개까지 있으면 제대로 된 보리밥 한 상이다. 한 대접 가득 먹어도 보리밥만으로는 아쉬운 이들을 위해 잘 삶은 수육을 몇 첨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여기에 더해 상큼한 샐러드, 쫀득한 감칠맛으로 입맛을 돋우는 장떡, 식사가 끝난 후 바로 내려주는 커피 한잔까지 소박하지만 꽉 찬 코스가 준비된 곳이 있다. 초정약수로에서 내려 구불구불한 논길을 따라가면 이 길이 맞나 싶을 때쯤 목적지다. 청원생명발효가공 영농조합법인 초정솔밭식초라는 간판 뒤로 수십 개의 항아리가 늘어섰다. 병풍처럼 건물을 감싼 야트막한 산에서 소나무가 뻗어 나온 풍경이 가게 이름에 솔밭이 등장하는 이유를 이해시킨다. 초정솔밭식초 간판 너머 초정솔밭보리밥집카페라고 이름 붙은 이곳은 지난 2016년부터 발효의 꽃을 피웠다. 항아리마다 김애영 대표가 직접 담근 고추장, 된장, 간장, 현미 식초, 매실청 등으로 가득하다. 현미 식초에 과일을 함께 발효시킨 사과식초와 포도 식초, 갖은 재료를 넣고 정성으로 달인 비법 맛간장, 직접 농사지은 보리로 만드는 보리고추장 등도 이곳의 대표상품이다. 김 대표는 40여 년 전 결혼하며 청원군의 농촌 여성이 됐다. 생활개선 사업의 하나로 농업기술센터에서 가르쳐 준 기술이 발효다. 같은 시간의 흐름 속에 부패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발효의 재미에 빠져 집 안을 가득 채웠다. 완성된 결과물을 주변에 나누는 것도 즐거움이었다. 매실청부터 솔잎청까지 발효에 성공한 사례가 100가지도 넘는다. 전통주, 전통 장류, 식초 등 다룰 수 있는 음식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발효 전문가의 경력을 느지막이 사업화한 것이 초정솔밭식초였다. 지난해 마을기업에 선정되고 리모델링을 통해 식당과 카페까지 도전하게 된 계기는 생각지도 않게 잘 된 보리농사다. 1천200평 규모로 시도한 보리농사가 풍작을 맞았다. 판로 생각에 난처했던 애영 씨에게 보리밥집을 해보면 좋겠다는 지인들의 제안이 깊숙한 곳에 있었던 소망을 깨웠다. 남편이 불쑥 집에 데리고 오는 단체 손님도 언제든 거뜬히 대접하던 그다. 타고난 손맛과 빠른 손놀림은 발효를 만나며 더욱 숙성되고 단단해졌다. 서빙을 자처한 남편 변장섭 씨도 커피를 배우기까지 하며 지원하고 나섰다. 초정솔밭보리밥집의 메뉴는 단 하나 보리밥 정식이다. 각각 다른 채소로 두 개의 깊은 그릇을 가득 채운 샐러드는 쓰임도 다르다. 겉절이 양념을 두른 배추류는 밥과 함께 비비거나 반찬처럼 즐긴다. 매실과 식초 등 발효 소스를 덮은 샐러드류는 입안을 상큼하게 채운다. 콩나물과 호박, 가지, 무, 감자 등 때에 따라 준비되는 나물은 시골의 정으로 소담하다. 늘 손님이 오면 볶고 무쳐 따듯하게 대접한다. 홍고추를 갈아 담은 열무김치에 비법을 묻는 손님들의 질문이 이어진다. 된장도 넣지않고 간결한 재료로 담백하게 삶은 사태 수육이 자칫 헛헛할 수 있는 나물 밥상에 뒷심을 더했다. 맛을 더한 고추장의 매력에 빠진 손님들이 하나씩 주문해 들고가기 일쑤다. 손질한 멸치를 빻아 만든 가루를 한줌 넣고 끓인 된장찌개는 구수한 본연의 맛이 우러난다. 밥을 두 번씩 하는 수고로움이 단단한 보리에도 부드러운 맛을 얹는다. 식사를 마친 뒤 즐기는 커피 한잔의 여유도 이곳을 찾는 이유다. 딸기와 자몽 등 직접 발효한 재료를 넣은 카페 메뉴도 특색있다. 솔밭을 배경으로 걷기 좋은 산책길은 구절초가 뒷산 가득 피어나는 가을을 놓치면 아쉽다. 보리 농사 면적을 두배 이상 늘려 보리술빵과 보리떡국, 보리만두 등 앞으로 소개할 보리 메뉴도 수두룩하다. 초정솔밭에 꿈을 펼친 김애영 대표의 손맛이 건강한 밥상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꾸밈없이 전해진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