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그야말로 길 모퉁이다. 연두색 주택에 작은 간판, 모퉁이식탁 이라는 글씨가 건물과 어울린다. 전형적이지 않은 내부도 아늑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주방과 네 개의 테이블이 가게의 전부다. 모퉁이식탁은 윤태경 대표가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이룬 첫 번째 걸음이다. 삼남매 중 막내로 늘 부모님의 뜻을 먼저 헤아리며 살았다. 공부에 집중하고 물 흐르듯 사범대를 졸업한 뒤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차였다. 무겁게 바라보던 책 속의 글자가 사라진 것은 잠시 멈춰야 하는 신호였다. 갑자기 찾아온 눈의 이상은 마음을 들여다보게 했다. 흔치 않은 질병에 각종 자료를 찾아가며 운동에도 몰두했다. 몸을 회복하며 진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생각했다. 소모임을 하며 찾았던 재능을 떠올렸다. 공부를 위해 모일 때마다 번갈아 가며 모두의 식사를 준비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다른 이들은 한참을 고민하고도 만족하지 못한 차림이 많았지만 태경 씨의 한상은 간단하면서도 모두에게 만족을 줬다. 가볍게 생각했던 요리를 다시 들여다봤다. 자주 가던 식당에서 수제 소시지와 햄 등을 배우며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다른 이들의 비법을 재현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몇 가지 공개된 재료를 토대로 맛을 완성하는 것이 하나의 훈련이 된 셈이다. 몇 번의 메뉴 수정을 거쳐 모퉁이식탁의 메뉴가 정해졌다. 보통 2인분 이상 판매해 혼자서는 먹기 힘든 부대찌개와 시원하면서 묵직한 맛을 담은 김치찌개를 각각 한 상 차림으로 낸다. 누구나 가볍게 들어와 혼자 즐기기에도 좋고 함께 다른 메뉴를 시켜도 좋다. 훈연멸치 육수를 우려 육수를 내고 사골육수를 따로 만들어 두가지 육수를 섞은 것을 부대찌개에 사용한다. 끓이면서 먹지 않아도 뚝배기에서도 깊은 맛을 낼 수 있도록 고안한 방법이다. 모퉁이식탁의 특제 소스를 넣고 끓이는 부대찌대는 네 가지 밑반찬과 함께 쟁반에 담아 혼자서도 푸짐하고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다. 돼지비계에서 기름을 뽑아내고 그 기름에 파와 마늘을 볶아 만드는 파기름도 모퉁이식탁의 섬세한 맛 조절이다. 그 기름에 두가지 종류의 김치를 다르게 볶아 아삭하게 시원한 맛과 묵직하게 깊은 맛을 섞는다. 신선한 국내산 돼지앞다리를 푸짐하게 함께 끓이면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여러 입맛을 모두 만족시킨다. 향신료와 대파, 양파 등으로 특제 염지 후 고온 숙성을 거친 돼지고기를 다시 저온 숙성하고 스모크그릴에서 3시간 가량 훈연해 향을 입히는 훈연보쌈은 점차 입소문을 타고 주문이 늘어난 메뉴다. 시즈닝 후 파기름에 볶은 양배추와 부추를 뜨거운 뚝배기에 담고 그 위에 고기를 올려 다 먹을 때까지 온기가 유지된다. 저녁에는 많은 양을 철판에 올려 가족 단위나 술 안주로 훈연보쌈을 먹기위해 찾아오는 경우도 늘었다. 정향, 팔각, 양파, 대파 등을 넣은 육수에 끓이는 미박사태는 뼈없이 즐길 수 있는 순살족발의 맛을 간편하게 제공한다. 평일 점심에 찾아오는 직장인들이 많아 토요일과 일요일은 재료 준비에 몰두한다. 모든 것을 직접 만들며 모퉁이식탁만의 그 무엇을 찾아간다.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 속 음식을 위해 언덕 위 모퉁이를 찾아오는 모든 이들의 걸음이 태경 씨의 선택을 지지하는 응원의 목소리다. /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소노손손은 '손, 오, 손, 손' 손나영 대표 가족들의 성을 한 글자씩 가져와 붙인 이름이다. 청주 수곡동 골목 어귀에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나무가 인상적인 한 주택을 카페로 꾸미기 위해서는 온가족의 도움이 필요했다. 지붕으로 이어지는 오래된 주택 계단을 디디기 좋은 철제로 바꿔 튼튼하게 재구성한 것은 아버지의 역할이다. 식물원에라도 온 듯 푸르름으로 가득한 입구부터 실내를 채운 여러 개의 화분은 식집사로 오랜 세월 애정을 쏟아온 어머니의 손길로 유지된다. 편안하고 여유있는 공간에 어울리는 가구와 조명 등 전반적인 인테리어를 고민한 것은 언니다. 그렇게 완성된 소노손손 카페의 음료와 디저트 등 모든 메뉴는 마지막 손의 주인공 손나영 씨가 책임진다. 어려서부터 살았던 동네는 나영 씨에게 편안함이다. 청주에서도 수곡동이 가진 정취가 좋았다. 고요한 듯 하면서도 주택가의 친숙함이 따뜻하게 감싸는 느낌 때문이다. 통창으로 내다 본 벽면을 가득 채운 담쟁이 넝쿨이 초록의 액자처럼 보이던 2018년의 어느 계절, 이 주택을 나영 씨가 꾸며갈 새로운 공간으로 낙점했다. 편안한 동네 분위기에 얹어 친구 집에 놀러가듯 가벼운 발걸음이 이어지길 바랐다. 처음 와보는 이들도 익숙하게 들어설 수 있는 것은 그런 분위기가 카페에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계절을 알리는 식물로 가득한 이 카페에 도착하기 까지의 과정도 재미있는 요소다. 주택가로 이어진 골목은 각각의 주택이 하나의 화원을 갖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보일 법한 식물도 주인의 성격과 취향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로 계절을 뽐낸다. 여러 집들을 지나며 여러 취향을 들여다 보며 걷는 것은 근래 보기 드문 재미다. 자연친화적 주택 소노손손에 반해 지난해 지붕 아래 자리잡은 제비는 올해도 찾아와 손님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하얀 배경에 노란색을 상징색으로 정해둔 소노손손에서는 음료에도 노랑을 한 스푼 올렸다. 단호박크림을 커피 위에 수북이 올려 크림부터 퍼지는 은은한 단맛이 시그니처다. 청으로 만든 음료를 선호하지 않는 나영 씨의 취향이 메뉴에도 적용된다. 레몬을 착즙해 그대로 탄산과 섞어내는 레몬에이드나 계절별 생과일을 착즙해 제공하는 소노쥬스 등이 신선함 가득한 청량감을 전달한다. 직접 만든 요거트에 매장에서 굽는 그래놀라와 과일을 졸여 만든 잼, 제철과일 등을 한가득 올려 내놓는 소노요거트도 건강한 디저트를 찾는 이들에게 인기다. 애써 골목 어귀로 들어서는 이들에게 다른 곳에서는 먹을 수 없는 소노손손만의 무언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게를 열기 전부터 준비한 것이 베이킹이다. 미술을 전공한 나영 씨는 손으로 하는 것은 뭐든 자신 있었다. 반죽을 하고 굽고 나누면 주변 사람들의 만족스러운 표정이 그 맛을 인정했다. 포슬포슬한 식감에 보니밤을 넣어 밤 향기로 가득채운 네모밤이나 코코넛 가나슈를 품은 코코넛 파운드, 집에서 삶아 온 고구마를 으깨 달콤하게 속을 채운 네모구마 등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디저트다. 스콘이나 마들렌, 까눌레, 치즈 스틱 등 구운 과자류도 나영 씨의 손맛으로 재구성 했다. 소노손손을 찾는 이들은 창밖을 보며 한껏 여유를 느끼기도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찾아오기도 한다. 어린이 손님들의 추억이 쌓이는 공간도 있다. 언젠가 이 곳에서 사진과 그림 등 작은 전시회를 진행하는 것이 나영 씨의 꿈이다. 작품을 완성해도 마땅히 전시할 곳이 많지않았던 학생 시절의 아쉬움이 마음 한편에 남아서다. 전시의 대상은 학생들의 작품일수도, 나영 씨의 작품일수도 있다. 소노손손을 시작한 지 벌써 5년, 청주 수곡동에 친구는 없어도 친구 집에 놀러오듯 소노손손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창틀과 투명한 녹색 입간판이 초록으로 무성해진 나무와 색을 맞춘 듯 산뜻하다. 알고 찾아오지 않았어도 우연히 가게를 발견한 손님들이 선뜻 안으로 들어서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아기자기한 가게를 둘러싼 바닥에 깔린 모나지 않은 작은 돌과 풀,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둑한 내부에 호기심이 인다. 벽면과 천장은 물론 테이블까지 검은색을 사용한 인테리어는 색을 잃은 듯한 배경으로 손님을 감싼다. 손님이 들어서면 세상의 모든 색인 듯 보인다. 청주 상당로의 작은 카페 '시차'는 이름 그대로 시간의 차이를 공간에 반영한다. 공간은 그대로인데 낮과 밤을 채우는 손님들과 그들이 즐기는 음식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가볍게 커피 한잔 들고 나서는 손님들이 주를 이루는 낮과 다른 한잔을 찾는 이들의 밤이 시차를 가른다. 커피와 술, 두 가지 모두를 다루고 싶었던 이정호 대표는 협소한 공간을 구분하는 기준을 시간에 뒀다. 같은 시간에 두 가지를 병행해도 누가 뭐랄 것 없지만, 각각의 메뉴에 집중하고 싶어 자신만의 기준을 세웠다. 어두운 실내를 밝히는 강한 조명을 두지 않은 것도 공간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특정하고 싶은 욕심에서다. 햇빛에 의해 은은하게 밝은 거리가 보이는 시간에는 커피와 음료 및 디저트류가, 바깥에도 어스름이 깔리면 캔 와인과 안주류가 시차의 주인공이 된다. '우리 집에만 있는 메뉴'로 내세우는 첫 번째는 '마자그랑'이다. 포르투갈 커피로 알려진 마자그란을 우연히 맛보고 독특한 맛에 매료돼 자신의 카페를 만들면 꼭 하고 싶었던 음료다. 에스프레소에 레몬즙과 얼음을 넣어 새콤한 맛을 즐기는 식인데 시차에서는 하나의 레몬을 과즙과 과육 모두 사용해 상큼함이 더 강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메뉴에 넣었지만 다른 사람의 취향은 아닐 것 같아 권하지는 못하는 이상한 시그니처 메뉴다. 호기심에 주문하는 손님들이 많지만, 꼭 되묻고 맛에 대한 소감을 묻는 사장님에게 당연히 의아한 시선이 돌아온다. 주문할 때 다시 한번 의견을 묻는 메뉴는 또 있다. 진천에서 정호 씨의 부모님이 직접 담그는 솔잎 청으로 만든 스페셜티와 스페셜 에이드다. 청 담그기를 즐기는 어머니의 취미 덕에 정호 씨가 어린 시절부터 익숙하게 즐겨온 청중 가장 좋아하는 맛으로 가져왔다. 소화가 안 될 때나 더위에 지쳤을 때 언제든 뜨겁게도 차갑게도 즐겨온 음료다. 시중에 판매하는 솔잎 맛 음료를 생각하고 주문하는 이들도 있지만 집에서 담근 솔잎 청은 은은한 단맛과 향취가 오히려 매실청에 가까운 독특한 맛이다. 가게에서 술을 다루고 싶지만 무겁지는 않게, 그리고 맛있게 즐길 방안으로 고심 끝에 찾은 것이 캔와인이다. 잔이나 팩에 든 것은 맛에서 만족을 느낄 수 없어 캔맥주처럼 가볍지만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형태를 찾아냈다. 매장에서 직접 만든 토마토 마리네이드, 바나나브륄레 등 간단한 안주류와 부담 없이 마시는 한잔의 와인이 시차의 밤을 밝힌다. 리뷰를 적는 이마다 친절한 사장님을 언급하게 하는 몸에 밴 친절은 10여 년간 일했던 의류 판매장에서 자연스레 익은 서비스다. 사람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싶어 다소 크게 틀어놓은 매장의 음악 소리 덕에 듣기 좋은 대화 소리가 공간에 퍼진다. 웃고 떠드는 손님들의 대화 소리까지가 계획된 음향 효과다. 고단한 하루를 보낸 이들이 언제든 시차에 들러 하루의 무게를 덜어두고 가는 것이 정호 씨의 목표다. 낮과 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이 시차에선 조금은 다르게 느껴진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대형 베이커리 카페와 프랜차이즈 제과점, 동네 곳곳을 밝히는 개인 빵집이 꾸준히 늘어난다. 각양각색 빵의 홍수 속에서도 여러 가게가 각각의 단골을 확보한 이유는 빵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취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색있는 빵을 내세우는 가게가 늘면서 즐거워진 것은 소비자다. 그날 먹고 싶은 빵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분위기에 휩쓸려 한번 먹어볼 만한 빵이 아니라 다시 먹고 싶은 빵이 되는 것이 가게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청주 사창동에서 2015년부터 5년간 운영하다 2019년 시내 인근으로 확장 이전한 김관식빵집은 프랑스 빵과 유럽 식사 빵 등을 중심으로 건강빵을 지향하는 개인 빵집이다. 자극적인 맛이나 화려한 토핑의 빵은 없지만, 김관식 대표는 자신의 인생을 담은 빵을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가게를 채운다. 처음 반죽을 만졌을 때의 설렘이 빵을 지속하는 힘이다. 반죽과 숙성, 구운 뒤 결과물은 어린 시절부터 축구 선수 생활에 익숙했던 김 대표에게 수백 번의 좌절을 안겼다. 같은 재료도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달리 반응하는 것이 까다로웠지만 원하는 빵을 완성했을 때의 즐거움을 넘어서진 못했다. 커다란 오븐 앞에 박스를 펼쳐두고 빵이 부푸는 과정을 지켜보며 쪽잠을 자면서도 빵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키웠다. 별다른 첨가물 없이 재료 본연의 맛을 내는 것이 건강한 빵이라고 생각했다. 씹을수록 고소하고 담백한 식사 빵에 집중한 이유다. 흔히 볼 수 없는 100% 호밀빵이나 통밀빵의 구수함이 거부감 없이 표현됐을 때 자신의 이름을 건 빵집을 열었다. 꾸밈없이 우직한 성격은 빵을 만들기에 적합했다. 천천히 가더라도 제대로 가고 싶다는 마음을 빵으로 표현했다. 천연효모, 소금, 물로 15시간 이상 저온 숙성 발효하는 반죽으로 시작해 기다림으로 완성하는 빵들은 사창동 골목 속 작은 가게였던 김관식빵집을 건강한 이미지로 각인시켰다. 영동으로 이전하면서 넓어진 가게에서는 표현하는 빵의 종류도 늘었다. 장비에도 아낌없이 투자하면서 이전 가게에선 시도하지 못했던 사워도우도 취급한다. 디저트류에 아쉬움을 표하는 손님들을 위해 몇 가지 메뉴도 추가했다. 은은한 산미로 부드럽게 씹히는 호밀빵, 겹겹의 크루아상 위에 간간이 씹히는 소금이 매력적인 라우겐크루아상, 쫄깃하고 담백한 프레첼 등 손님들이 꼽는 시그니처만도 여럿이다. 시간을 잘 맞추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식빵류도 특색있는 식감으로 단골 품절 상품이다. 혼자 감당하는 전량의 빵은 하루 생산량을 정해둘 수밖에 없다. 새벽 6시면 작업을 시작해 오전 11시부터 순차적으로 나오는 빵 종류는 보통 25~30가지다. 빵이 나오는 시간을 외워두고 정확한 시간에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 김 대표는 오리지널 바게트를 김관식빵집의 기본으로 여긴다. 간단한 재료로 완성할 수 있어 쉽게 볼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확연한 맛의 차이를 느낄 수도 있다. 적당한 바삭함과 기분 좋은 촉촉함이 핵심이다. 씹을수록 고소하지만 뒷맛이 남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좋은 재료에 집중하고 시간을 들인 반죽의 힘이 바게트 한 조각에서 드러난다. 좋은 재료에 관한 관심은 한 알의 밀에도 머문다. 원재료가 품고 있는 미묘한 맛을 반영하기 위해 깊은 고민이 계속된다. 직접 농사를 짓지는 않더라도 마음에 꽉 차는 밀부터 김관식빵집에 맞게 준비하는 것이 지속해서 품고 있는 마음의 숙제다. 빵에 어울리는 커피를 위해 로스팅하며 원재료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 김관식빵집이 내세우는 건강한 빵은 순간 입안을 채우는 달콤함이나 자극적인 맛과는 거리가 있다. 빵도 음식이기에 맛에 대한 선호도가 모두 같을 수는 없지만 만드는 이가 자부심으로 채워 넣은 이야기에는 귀 기울일만 하다. 각각의 이름과 형태로 세상에 나온 '김관식빵' 들이 10여 년간 차근히 쌓여온 김관식 대표의 이야기로 빵빵하게 부푼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보양식이란 건강을 보충하기 위해 먹는 음식을 말한다. 공식적으로(?) 보양식을 챙겨 먹는 삼복더위 속 절기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수시로 보양식을 찾는다. 앓고 난 뒤나 피로가 쌓였을 때, 기운이 없을 때도 든든한 음식 한 끼로 충분히 힘이 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보양식은 종류도 다양하다. 체질이나 취향에 따라 음식 메뉴가 갈린다. 어떤 음식은 입에만 대도 기력이 난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저 맛으로 먹는 이도 있다. 그런데도 염소고기는 대부분의 사람이 기력회복을 기대하며 먹는 음식 중 하나다. 고기는 단순하면서도 까다로운 요리재료다. 누가 어떻게 요리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자체의 질이 맛에 큰 영향을 끼친다. 어떤 재료도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 전문가도 있겠지만 원재료가 좋으면 특별한 실력이나 부재료 없이도 실패할 확률이 낮아진다. 청원염소농장은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염소를 사육하고 당일 도축, 판매하는 염소농장이다. 30여 년 전 문선애 대표 부부에게 염소는 각자 직장 생활을 하면서 토끼, 닭 등과 함께 취미 삼아 키우던 가축이었다. 2마리로 시작한 이들의 염소가 2천여 마리에 이르게 된 것은 염소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투자에서 시작됐다. 청원염소농장에서는 염소의 사료부터 특별하게 관리한다. 농장 인근으로 드넓게 펼쳐진 청보리밭은 청보리를 시작으로 옥수수 등 계절별 염소 사료를 위한 작물을 키워낸다. 도토리 부산물과 인삼 부산물 등을 섞어 생균제를 넣고 발효를 거친 뒤 사용하는 사료는 염소들의 건강뿐 아니라 육질에도 영향을 준다. 태어날 때부터 관리를 받으며 어미 젖을 충분히 먹고 자란 염소들은 HACCP 인증을 받은 농장에서 위생적으로 길러진다. 처음 유통을 시작하며 알음알음으로 인근 식당들과 거래하던 유통방식은 금세 입소문이 났다. 먹어본 이들의 평가가 주변으로 알려지며 십수 년 단골을 만들었다. 유통과정이 줄어든 만큼 합리적인 가격으로 염소를 만난 소비자들은 그 맛에 한 번 더 만족을 경험한다. 주기적으로 거래를 이어가는 업체는 물론 북이면에 있는 사무실에 직접 찾아와 먹을 만큼의 염소고기를 구매하는 개인 손님들도 꾸준하다. 온라인 스토어를 열고 전국 각지의 소비자들을 만난 지도 오래다. 청원염소농장에서는 앞다리, 뒷다리, 목살, 갈비 등을 부위별로 손질해 지육(뼈+살+껍데기) 형태로 판매하기 때문에 필요한 부위를 골라서 살 수 있다. 부드럽고 지방이 있는 부위를 선호하는 이들은 갈비를, 기름이 없고 담백한 맛을 원하는 이들은 다리 쪽을 선택한다. 좀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기기 위해 고기를 찾는 이들을 위해 한 마리나 반 마리 단위로도 판매한다. 돼지고기나 소고기처럼 동네 정육점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고기는 아니기에 친절한 설명도 함께 넣는다. 어떤 제품을 선택해도 부위에 따라 적합한 조리법을 자세히 첨부해 처음 요리하는 이들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완성도 높은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월계수 잎과 통후추, 소스용 들깻가루 등을 택배와 함께 발송하는 것도 세심한 서비스다. 가족이나 연인을 위한 특별한 요리로 준비해 만족했다는 평에 이어 염소고기를 준비한 모임은 평소보다 빠지는 구성원이 적다는 상품평도 솔직한 고객들의 반응이다. 한약재와 흑염소를 함께 달여 진액으로 준비한 흑염소 진액도 꾸준히 찾는 이들이 이어지는 청원염소농장 건강원의 상품이다. 오롯이 경험으로 얻어낸 청원염소농장의 탄탄한 비법이 그들을 믿고 찾는 오랜 단골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깨끗한 유리창은 그 너머를 돋보이게 만든다. 실내에서 창밖을 볼 때도, 그 반대의 경우도 깨끗해야 유리창의 효과가 도드라진다. 아무리 훌륭한 인테리어를 해뒀어도 더러운 유리창 안으로는 선뜻 들어서기 힘들다. 어디든 유리창 관리에 신경써야 하는 이유다. 청주 내수읍에서 18년 째 유리창 청소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창사랑은 진작부터 그런 수요를 읽어내고 발빠르게 시장에 뛰어들었다. 처음부터 유리창 청소를 기획한 것은 아니다. 사업을 운영하던 권팔봉 대표가 상대적으로 근무시간이 짧은 직업을 갖게된 뒤 남는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아내 김은주 대표와 함께 시작한 것이 유리창 청소다. 운명처럼 만났던 지역 청소업체 대표에게 배운 기술을 활용했다. 퇴근 뒤나 주말에 비는 시간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한 끝에 유리창 청소가 시작됐다. 아직은 오프라인 의류매장이 많았던 때다. 성안길 인근 옷가게가 첫 영업 장소였다. 적은 돈을 받고 전면 유리를 닦아주니 확연히 달라진 매장을 볼 수 있었다. 옷가게가 즐비했던 골목 상권 전체가 고객으로 변했다. 하나의 유리는 하나의 점포로 늘어났고 상가와 아파트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작업 할수록 늘어난 경험치와 기술은 꾸준한 단골을 모으는 원동력이 됐다. 무역업에 관심이 있던 팔봉 씨의 열정도 창사랑을 키우는데 한몫했다. 딱 맞는 청소용품을 찾기 어려워 손목과 관절 등에 무리가 오던 터였다. 해외 사이트 등을 통해 검색을 거듭한 결과 호주의 웨그테일을 발견했고 여러 경로로 연락을 취해 사이즈별 물량을 주문했다. 좌우로 움직이는 스퀴지 헤드의 유연함과 경쾌한 사용감, 깔끔한 마무리에 반한 권 대표는 되는 사업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청소용품 박람회 등도 참여해 시연하며 열과 성을 다했지만 소비자들은 알려지지 않은 제품에 대한 부담을 표했다. 처음 물량은 그대로 싣고 돌아오는 실패를 겪었지만 잇따라 참여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블로그를 통해 사진과 영상 설명 등을 더하고 기능을 알리는데 주력하자 반응이 왔다. 세 번째 참여만에 모든 물량을 완판하고 돌아와 본사와 한국 총판 계약까지 성사시켰다. 편리한 청소 도구를 찾는 이들은 많았다. 직업으로 창을 닦는 이들은 물론 청소에 관심있는 개인들도 가정에서 좀 더 빠르고 편리한 창 청소를 원했기 때문이다. 부부가 14년 동안 직장생활과 병행하던 창사랑은 4년 전부터 온전히 매달려야 하는 업체가 됐다. 도구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리기 위해 진행했던 교육은 소자본 창업교육으로 운영한다. 교육생들은 권 대표만큼이나 뜨거운 열정으로 교육에 임한다. 교육과 판매를 병행하며 청소 작업도 쉬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관리를 해줘야 하는 유리창의 특성상 한 번 만족한 고객들은 반드시 다시 창사랑에 청소를 의뢰하기 때문이다. 청소가 끝나는 순간 모두의 눈으로 즉시 확인하는 만족도에는 부수적인 설명이 필요없다. 전국 각지에서 유리창 청소에 관심있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제품을 구입하면서 청소를 의뢰하고 몸소 배우며 관리법을 익히는 이들도 많다. 내 집, 내 가게 유리창 청소에 대한 관심으로 배운 이들도 자신의 사례를 하나의 결과물로 인정받아 이웃의 작업을 의뢰 받는 경우도 있다. 18살에 이른 진로를 고민하다 아버지의 말을 듣고 찾아왔던 청소년은 기술을 배운 뒤 가족 업체를 운영하는 어엿한 20살 사장님이 된 뒤 권 대표를 다시 찾아와 밥을 사기도 했다. 창사랑에 들어서면 한 눈에 보이는 '나는 내 직업을 사랑합니다' 라는 문구는 권 대표의 철학이다. 다양한 기술을 공유하며 전문가로 인정받는 외국의 사례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유리창 청소 전문가가 많이 나타나길 바란다. 체계적인 교육과 사례 등을 담은 서적도 계획 중이다. 창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든든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직업의 자부심을 갖게 되는 것이 권 대표의 꿈이다. 스스로 빛나기 보다는 그 너머의 것들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유리창을 닮았다. 창사랑이 지나간 자리가 투명하게 빛난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벚꽃보다 선명한 색으로 이른 봄을 알린 가경천 살구나무가 연녹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고소한 빵 냄새가 가경천을 따라 퍼진다. 이른 아침부터 코끝을 맴도는 향기를 따라 가면 도심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진다. 웃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주민들이다. 환한 웃음을 지으며 울랄라베이커리 앞을 정돈하던 함지수 대표는 누구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출근하는 중년의 남성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 젊은 여성도, 산책 삼아 가경천을 거닐던 어르신들도 잠시 멈춰 인사를 나눈다. 지난 2021년 가경천 둔치에 문을 연 울랄라베이커리는 '우연히 마주친, 사랑받는 동네 빵집'을 내세운다. 투명한 유리 너머로 들여다보이는 내부는 그리 넓지 않지만 주방과 분리돼 여유로운 공간으로 구성된다. 널찍한 나무 데크 위에 몇몇 의자와 테이블이 놓인 테라스는 함 대표가 이 장소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가경천의 계절별 풍경을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어서다. 이곳의 매력은 손님들이 더 잘 알아서 아주 추운 겨울을 제외하면 자리 잡기가 어렵다. 이 매력적인 공간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은 지수 씨의 배려가 오픈스페이스(open space)라는 나무 팻말에 드러난다. 울랄라베이커리는 새벽 5시부터 반죽을 시작해 오전 9시 반부터 순차적으로 빵이 나온다. 제과류와 케이크를 제외하고도 35가지 종류의 빵이 판매되기 때문에 오후 1시 이후까지 꾸준히 빵이 나오지만 판매대에 여러 종류의 빵이 쌓여있는 순간은 그다지 길지 않다. 빵이 채 식기도 전에 가져가는 단골들의 손놀림이 빵을 내놓는 직원들의 속도와 맞먹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가경천 경치를 즐기며 따뜻한 빵과 커피를 음미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빵이 나오는 시간을 기다려 한가득 품에 안고 나서기도 한다. 울랄라베이커리는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사랑받는 가게다. 지수 씨의 오랜 구상대로 인테리어를 하기까지 여러번의 수정과 보완이 이뤄졌다. 공사기간 내내 앞을 오가며 문 앞에 가득 쌓인 택배를 옮겨주기도 했던 손님들은 첫 번째 단골이 됐다. 호기심에 말을 건네던 주민들은 함께 의자를 조립하고 테이블을 맞추며 울랄라베이커리에 대한 애정을 쌓았다. 배달을 시작했을 때 리뷰를 써주겠다며 일부러 배달을 시킨 것도 주민들이다. 단골 손님들은 다른 동네 친구들을 이끌고 오거나 배달 서비스를 알리며 울랄라베이커리의 홍보대사를 자처했다. 주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사랑방에서 지역을 불문한 소금빵 맛집으로 소문난 것은 우연한 발상의 전환이 계기였다. 여러 빵 메뉴 중 소금빵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이전부터 인기 있었던 모카번의 모양에도 변화를 줬다. 소금빵처럼 모양을 잡고 마무리에 소금을 올리자 판매량이 배 이상 늘었다. 손님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신이 난 베이커들의 아이디어도 쏟아졌다. 치즈, 바질크림치즈, 시나몬, 어니언 등 10여 가지의 소금빵이 메뉴판에 이름을 올리며 새로운 손님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았고 울랄라베이커리를 소금빵 맛집으로 정착 시켰다. 소금빵을 반으로 자른 뒤 햄과 치즈 등을 넣거나 루꼴라와 에그샐러드를 채운 샌드위치도 이색적인 맛으로 인기다. 브런치를 원하는 손님들의 요구에 오전 주력메뉴로 판매될 예정이다. 빵의 토핑으로 쓰이는 무화과와 밤을 졸이거나 당근라페 등을 만드는 것도 모두 주방에서 이뤄지지만 지수 씨는 특별할 것이 없다며 손을 내젓는다. 울랄라에서 판매되는 모든 것을 직접 만들어 그날 모두 소진하는 것이 옳다는 신념에서다. 마땅히 그런 일로 여겨지는 당연함도 누구나 지키는 일은 아니다. 사랑받는 동네빵집으로 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지수 씨의 진심이 울랄라베이커리를 다시 마주하게 만든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곳곳이 인상적이다. 강렬한 빨간색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외관에 눈을 돌리면 유리와 벽 사이에 아무렇게나 채워진 종이상자가 다시 한번 시선을 끈다. 호기심에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다 깔끔한 하얀 배경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벽면을 빼곡히 채운 종이상자가 카메라를 들게 만든다. 단출한 계산대와 로비처럼 꾸며진 1층은 선뜻 식당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식사 시간에는 1층에 줄지어 앉아 기다리는 손님도 있지만 곳곳이 사진 포인트라 지루할 틈이 없다. 인증사진을 찍는 사람도, 그 광경을 보는 사람도 하나의 재미로 즐긴다. 사진과 조명 등으로 분위기 있게 꾸며진 빨간 계단을 오르면 검은색과 빨간색을 활용한 공간이 또 한 번의 변주다. 미국식 중화요리 전문점답게 미국에 있는 중화요릿집의 느낌을 제대로 살렸다. 처음 들어선 공간과 식사 공간이 층을 나누어 완벽히 분리된다. 음식을 먹을 때는 오롯이 테이블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다. 흔히 웨이팅이 있는 가게에서 겪는 시선의 불편함이 없다. 자리에 앉아서 먹으면서도 기다리는 사람을 신경 쓰며 괜한 민망함을 느끼지 않는 것은 자연스레 여유로운 식사 시간의 만족도를 높인다. 웍스터(WOKSTER)는 중화요리용 팬(웍)을 다루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다. 처음 박희영 대표와 뜻을 모은 이들이 함께 구상한 것은 미드(미국드라마)에서 흔히 보던 누들 박스다. 청주에 없는 새로운 콘텐츠에 힘을 실었다. 요리와 기획, 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각자 온 힘을 기울여 웍스터를 추진했다. 수정과 보완을 거쳐 만든 몇 년간의 밑 작업 끝에 포장과 배달 영업을 중심으로 하는 웍스터 청주 가경점의 문을 열었다. 조리하는 공간 외에는 본사 사무실의 영역으로 설정해 데이터를 축적했다.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메뉴에 대한 손님들의 기호를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웍스터가 다루는 미국식 중화요리는 미국 현지화가 이루어진 중국 요리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의 맛을 한 숟가락 얹어 이질감을 없앴다. 미국에 가보지 않았어도 미디어를 통해 접한 종이상자 속 음식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이 걷거나 말하면서 후루룩 빨아들인 음식은 차오미엔이다. 에그 누들에 짭조름한 양념과 신선한 채소를 함께 볶아 상자를 여는 순간 불향이 새어 나온다. 독특한 식감의 면에 채즙을 가득 머금은 채소가 함께 씹혀 입안을 채운다. 돼지고기를 함께 볶아 씹는 맛을 더한 포크 차오미엔과 매콤한 맛의 통통한 해물을 섞은 스파이시 시푸드 차오미엔도 중독적인 맛으로 손님을 이끌었다. 마늘과 달걀이 가득 담긴 갈릭볶음밥과 신선한 새우로 빠르게 볶아 만든 새우볶음밥도 다시 찾게 되는 맛이다. 한국식 치킨과 달리 촉촉한 양념이 밴 닭 다리 살 튀김에 새콤한 오렌지 향을 머금은 오렌지 치킨은 먹어본 이에게는 추억의 맛이고 처음 먹는 이들에게는 익숙하면서 새로운 경험이다. 쿵파오 소스로 바삭함을 살린 쿵파오치킨과 마라 소스를 더한 사천 마라치킨도 수많은 조합으로 완성한 요리다. 배달과 포장으로 웍스터를 맛본 손님은 성안점으로 걸음을 옮긴다. 식어도 맛있는 종이상자 속 요리를 본연의 맛으로 뜨겁게 즐겨보기 위함이다. 그린빈 튀김 등 매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음식도 웍스터를 찾게 되는 이유다. 매장에서도 종이상자에 담긴 음식을 경험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3층 루프탑도 곧 운영을 시작한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얼기설기 매달아 둔 전선 등 홍콩 뒷골목에 온 듯한 배경에 익숙한 성안길마저 달리 보인다. 이색적인 장소와 음식이 건네는 작은 설렘이 웍스터를 만난 이들을 들뜨게 한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순식간에 손님으로 가득 채워진 점심시간, 북적이는 와중에도 체계가 분명하다. 별다른 고민없이 주문이 이어지고 주문 즉시 조리하는 메뉴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손님 상에 오른다. 간혹 선택을 고민하는 이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등장과 함께 메뉴를 말한다. 10명 중 9명은 이미 그 메뉴를 먹기 위해 들어왔기 때문이다. 동주짬뽕은 이름 그대로 짬뽕 전문점이다.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이 짬뽕일 뿐 어지간한 중화요리와 짜장면도 제대로 갖췄다. 이곳은 남들 다 어렵다는 최근 몇 년의 코로나 시대에 오히려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누렸다. 매장에 직접 오지 않아도 쉽게 만날 수 있는 맛있는 배달 음식의 힘이었다. 몇 년 전부터 매출이 급증하면서 10여 년간 운영했던 내수손짜장의 이름을 동주짬뽕으로 바꿨다. 수타만을 고집했던 손짜장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만큼 늘어난 주문 덕이다. 손짜장에서 손만 빼는 것도 영 내키지 않았다. 짬뽕 요리에 일가견이 있던 지인과 함께 할 수 있는 타이밍도 잘 맞았다. 홍합을 이용해 시원하고 칼칼한 동주짬뽕을 필두로 여러 짬뽕 메뉴를 더 개발한 뒤 김동주 대표의 이름을 걸고 짬뽕에 집중했다. 동주짬뽕에서는 황태, 고추, 고기, 삼선, 특짬뽕 등 다양한 짬뽕 메뉴가 두루 사랑받는다. 늘 먹는 손님들이 기본적으로 가장 많이 찾는 것은 동주짬뽕이지만 기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맛의 변화가 일주일에 몇 번씩 먹어도 다시 찾아오게 하는 원인이다. 황태국처럼 하얀 국물로 구수하게 속을 달래는 황태짬뽕은 빨간 국물이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날도 편안하게 선택할 수 있다. 어머님이 농사지은 땡초로 끓이는 고추짬뽕은 얼큰한 동주짬뽕 이상의 화끈한 매운맛을 선보인다. 묵직한 고기 고명의 깊은 맛이 조화로운 고기짬뽕과 갖은 해물이 어우러지는 삼선짬뽕이 이따금씩 특별한 맛을 선택하려는 손님들을 고민의 기로에 서게한다. 전복, 새우, 송이버섯 등 특별한 해물로 꽉 채워 풍부한 해물맛을 자랑하는 특짬뽕은 식사보다는 안주로 즐기려는 이들의 단골 선택지다. 어린 아이와 함께 오는 손님들을 위한 어린이짜장도 인기다. 동주 씨는 각자가 원하는 짬뽕을 먹고 싶어도 아이를 위해 한 명은 짜장면을 선택하는 부모들의 아쉬운 표정을 읽었다. 이곳에서는 가족 모두가 원하는 것을 먹을 수 있다. 짜장면을 덜어줘도 자신도 큰 그릇을 갖고 싶다는 아이들의 소유욕도 만족시켰다. 탕수육 소스의 색감을 위해 넣었던 비트도 동주짬뽕의 상징이 됐다. 소스에 고운 빛깔을 내기 위해 적당히 색을 뺀 비트를 잘게 썰어 다시 소스에 버무리니 새로운 맛이 탄생했다. 달콤한 소스 속에 숨어있는 비트 건더기의 재미있는 식감에 건더기를 많이 달라는 손님도 생겼다. 손님을 주의깊게 살피는 동주 씨의 눈썰미도 단골을 확보한 원동력이다. 늘 먹는 메뉴를 기억한다거나 평소의 취향대로 단무지와 양파를 듬뿍 얹어 내면 누구나 특별한 대접을 받은 양 기분좋게 느낀다. 이 집 짜장만 드신다며 부모님을 모셔오는 이들도 많다. 짜장의 맛도 맛이지만 늘 밝고 친절한 동주 씨의 싹싹함이 어르신들에게는 더욱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혼자 먹어도 맛있고 가족 모두가 즐기기에도 부족함 없이 꽉 채워진 메뉴가 자주 찾게되는 동네 맛집의 자존심을 지킨다. 요즘은 손가락만 움직이면 뭐든 주문할 수 있지만 동주짬뽕을 찾는 이들은 애써 전화기를 들어야 한다. 낯선 이와 말하기를 꺼리는 세상, 고작 메뉴 이름과 주소를 말하는 몇 초간의 대화마저 정겹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움짤 #충북일보의눈
[충북일보] 청주지역 커뮤니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게시글이 있다. '부모님 모시고 식사할만한 곳' 이나 '소규모 돌잔치' '개별 룸이 있는 식당' '기념일'을 위한 장소에 대한 정보공유를 필요로 하는 글이다. 늘 먹는 밥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식사가 필요한 순간 선뜻 떠오르는 장소가 그리 많지 않은 탓이다. 최근 댓글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소는 율량동 상리한우다. 상리라고 불러온 율량동 일대에 깨끗한 건물 여럿이 하나의 푸드타운을 형성했다. 맛있는 음식과 볼거리가 있으면 누구나 쉽게 찾아 나서는 요즘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주차 여건이다. 여러 음식점과 카페가 모여있는 이곳에는 최대 500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있다. 도심을 벗어나는 느낌으로 율량동 아파트 단지에서 굴다리 하나만 지나면 한적한 도심 외곽의 분위기다. 푸릇한 주변의 풍광에 넓은 잔디 광장과 인공폭포도 충분한 볼거리다. 청주에서 나고 자란 6명의 친구들이 의기투합해 조성했다는 율량동 192-4 일대에는 폭 70m, 높이 17m의 폭포에서 시원한 물이 쏟아져 내린다. 상리한우는 정육점과 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한우정육식당이다. 지나치게 높은 단가의 고급화된 한우 전문점과 저렴하지만 큰 만족을 주지 못하는 정육식당의 장단점을 보완해 대중적이지만 만족도가 높은 한우정육식당으로 꾸몄다. 1+ 등급 이상의 한우 암소를 손질해 부위별로 담아둔 정육점에서 원하는 부위의 고기를 골라 식당에서 구워 먹는 방식이다. 등심, 치마, 부채, 업진살 등의 특수 모둠과 살치, 토시, 안창 등 스페셜 모듬, 새우살, 제비추리, 채끝 등 개별 부위도 진열돼있다. 1층은 넓고 트인 분위기로 투명한 유리 덕에 인공폭포 앞 잔디밭과 이어진 듯 시원한 개방감을 느끼며 식사할 수 있다. 일행과 편안하고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예약하는 2층은 20개가 넘는 개별 룸이 마련돼있다. 최대 3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룸도 준비돼 돌잔치나 회갑연 등 가족들의 소규모 잔치 장소로도 활용도가 높다. 폭포를 볼 수 있는 전망의 방은 문을 열자마자 감탄을 내뱉는 손님이 많다. 인당 4천 원의 상차림 비로 받아보는 곁들임 찬도 구색 갖추기에 그치지 않는다. 계절별로 달라지는 나물과 채소 등이 신선함을 더한다. 샐러드까지 모두 9가지로 제공되는 반찬의 모든 양념과 조리는 상리한우에서 직접 한다. 사계절 제공되는 매콤달콤한 양념게장의 인기는 특히 뜨겁다.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 맛을 위해 선택한 또 한 가지는 참숯이다. 한우 참숯구이의 맛을 포기할 수 없어 참숯을 관리하고 손님상에 올린다. 은근한 불향을 입은 한우구이가 손님들의 손놀림을 바쁘게 만든다. 깊은 맛이 우러나는 차돌 된장찌개나 직접 담근 동치미 육수에 자가제면 한 냉면도 상리한우의 마무리를 즐기는 필수 코스다. 전문점 못지않은 감칠맛이 또 다른 단골을 만들었다. 한우구이가 부담스러운 점심시간 고개들을 위한 특선 메뉴도 있다. 흔히 볼 수 없는 한우 갈비탕과 서울식 한우 불고기, 한우 불고기 전골, 한우 우거지탕, 육회비빔밥 등 다양한 메뉴의 푸짐한 한 끼를 찾는 점심 단골도 많다. 다음 달부터 출시될 상리한우만의 곰탕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완성했다. 합리적인 가격에 깊은 구수함으로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끓였다. 질 좋은 한우를 취향껏 즐길 수 있는 공간에 더불어 너른 잔디밭과 폭포수까지 한 눈에 담을 수 있도록 여유롭게 준비된 상리한우 코스가 특별한 날을 꾸민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일반적으로 하루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양은 정해져있다. 시간과 돈, 소화기관까지 제대로 준비돼야 만족스러운 한끼 한끼를 즐길 수 있다. 몇몇은 대수롭지 않게 여길 '오늘 뭐먹지'라는 고민이 많은 이들에게서 많은 시간을 빼앗아 가는 이유다. 어떤 메뉴에 갑작스레 마음이 동하는 날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 정해놓은 메뉴를 따라가고 싶은 날도 있다. 이런 저런 고민에도 선뜻 발길이 닿는 밥집이 운천동에서 손님을 맞는다. 기다림을 자처한 이들의 소중한 한 끼다. 전화진 대표가 지난 2018년부터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느루밥집'이다. 투명한 유리, 차르르한 커튼 넘어 단출한 식탁이 엿보이는 느루밥집은 이름부터 따뜻하다. 나무 위에 적힌 이름 덕분인지 모른다. 느루는 '한꺼번에 몰아치지 않고 오래도록, 늘'을 뜻한다. 하루종일 바쁜 시간 속에서 식사 시간조차 빠르게 지나쳐버리는 이들을 위해 따뜻한 음식을 예쁘게 담아 천천히 느긋한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곳이다. 한 사람당 하나의 나무 쟁반 위에 정갈하게 올려진 메뉴를 담아 제공한다. 같이 먹어도 각자의 음식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의 배분이다. 메뉴가 많지 않지만 알차다. 취향껏 즐길 수 있는 충분한 선택권을 준다. 모두가 오랜 단골을 지닌 인기 메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빈도로 상에 오르는 것은 삼겹살 정식이다. 삼겹살은 많은 이들이 좋아하지만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집에서 구워먹기에는 뒷정리가 마음 쓰이고 가게에서 먹자니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꺼려지기도 한다. 굽는 사람 따로, 먹는 사람 따로인 구조도 영 편치않다. 잘 구운 삼겹살을 밥 반찬으로 가볍게 먹고 싶은 이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밑간을 하고 주방에서 잘 구운 삼겹살은 미니 화로 위에 버섯을 깔고 먹기 좋게 썰어 낸다. 고체 연료가 타는 동안, 따뜻한 고기가 밥상에 머문다. 곁들임 메뉴도 푸지게 차려먹는 집밥처럼 신경썼다. 젓갈과 쌈장은 물론 명이나물, 부추무침, 몇 가지 밑반찬도 함께 올린다. 이리저리 고기와 함께 먹고 상추와 깻잎으로 크게 한쌈 입에 넣기도 한다. 고로케와 과일 하나까지 준비되니 코스 요리가 따로 없다. 여럿은 물론 혼자 왔어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든든한 삼겹살 정식을 그럴싸하게 즐길 수 있으니 혼밥 손님에게도 인기다. 친정엄마의 된장을 풀어 끓이는 된장국도 자극없이 구수한 마무리다. 명란젓에 특제 소스를 더해 후숙한 아보카도와 계란 반숙, 약간의 야채와 가쓰오부시 등을 올린 명란아보카도덮밥이나 직접 만든 버터갈릭소스가 구운새우, 새우튀김, 마늘과 어우러지는 버터갈릭새우덮밥도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많이 찾는 메뉴다. 매주 다른 메뉴로 구성하는 느루정식도 느루밥집의 시그니처다. 단 일주일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메뉴는 고정 메뉴로의 변경을 외치는 손님이 줄을 선다. 잘 익은 김장김치로 볶아 치즈와 함께 담아낸 김치치즈밥이나 삼겹살 대신 훈제오리를 올린 훈제오리 한상, 부드러운 닭고기가 듬뿍 올라간 닭고기 덮밥 등은 조금만 연장해 달라는 단골들의 요청에 일주일에서 며칠간 더 선보이기도 했다. 여름이면 특별하게 내놓는 도토리묵밥 등도 지루할 틈이 없는 밥집의 변신 중 하나다. 재료의 수급과 사장님의 기분에 따라 정해지는 한정판 메뉴의 믿음직한 구성은 자주 찾아온 이들도 늘 새로운 기분으로 느루밥집을 찾게 하는 요인이다. 맛있는 한끼는 그 다음을 힘차게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이 된다. 느루밥집의 한꺼번에 몰아치지 않는 따뜻한 밥 한끼가 오래도록 남는다. /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올해 11살이 된 쌍둥이 아빠 김학성 대표는 여전히 이유식을 만든다. 아이들이 태어난 2013년부터 이유식을 만들기 시작해 꼬박 11년 째다. 회사와 연구원, 은행 등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던 학성 씨가 이유식을 만들게 된 것은 순전히 아이들을 위해서였다. 쌍둥이 육아로 힘겨운 아내를 대신해 이유식을 만들어 보겠다고 나섰다. 비슷한 시기 태어난 조카까지 챙기려다 보니 다른 가정보다 많은 양을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쌀을 불리고 갈아서 미음처럼 만드는 초기 이유식부터 시작해 차차 입자가 굵어지고 사용할 수 있는 재료가 늘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아토피 증상을 살펴가며 먹여야 했기에 그저 쉽게 음식을 한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요리 학원을 다니고 영양사 지인에게 조언을 얻으며 전문의와 상의 했다. 재료간의 궁합과 조리 방법 등을 고려해 아이들의 성장에 맞춰 이유식을 만드는 과정은 공부 아닌 것이 없었다. 초기, 중기, 후기, 완료기를 거쳐 저염식 유아 반찬까지 섭렵한 후에는 자신감이 생겼다. 아빠의 밥을 꿀맛으로 받아 넘기며 아토피 증상까지 사라진 아이들은 학성 씨가 잘 해왔다는 증거였다. 자신의 아내처럼 아이를 돌보느라 이유식을 만들어 먹일 수 없는 엄마들의 시간을 대신해 엄마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 만든 건강한 수제 이유식을 먹일 수 있도록 해보고자 결심했다. 2015년 수제이유식 전문점 아빠의꿀밥을 열고 자신의 아이에게 한 것과 똑같은 정성으로 이유식을 만들었다. 가게를 열기 전 전국 곳곳의 이유식 전문점을 체험했다. 기업의 제품 생산 공장 견학 등도 병행하며 '아빠의꿀밥'만의 장점을 확실히 챙겼다. 주 고객 층인 0~2세 아이들이 성장하며 아빠의꿀밥을 졸업하면서도 9년 째 끊임없이 주문이 이어지는 것은 엄마들의 만족스러운 경험이 공유되기 때문이다. 특별한 간을 할 수 없는 이유식을 맛있게 먹이기 위한 비법은 충분한 정성이다. 아빠의꿀밥은 당일생산 당일 배달의 원칙을 고수한다. 오전 7시까지 주문이 마감되면 5명의 조리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미리 손질해두는 재료는 하나도 없다. 주방에서 쌀을 불리고 입자 크기별로 분쇄하는 과정부터 꿀밥의 시작이다. 아이들이 먹을 음식의 재료는 친환경 제품을 기본으로 한다. 한살림, 초록마을 등에서 구입하는 채소와 돼지고기, 로컬 한우 업체에서 가져오는 한우, 델리퀸 닭고기 등을 사용한다. 위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주방에서 여러번 세척하고 다듬어 사용하는 채소는 제철에 가장 맛있는 재료 위주로 다른 재료와의 상성을 고려해 섞인다. 생선이나 고기는 조금의 이물질도 없도록 정성으로 손질한다. 특별한 간이 없는 이유식이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육수는 정성의 산물이다. 한우 양지와 사태는 매장에서 직접 말린 6가지 건조야채와 함께 6시간 이상 우려내 고기는 버리고 육수만 취한다. 생선과 파, 무, 다시마 등을 넣은 생선 육수와 닭고기 육수도 별도로 끓인다.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는 한도내에서 저온에 오래 끓여 만드는 이유식들은 오랜 경험의 결과다. 5~6년간의 꾸준한 연구로 비로소 완성된 식단은 주간식단표로 제공해 선택의 폭을 넓힌다. 청주 전지역과 옥산, 오송, 내수, 증평, 진천혁신도시까지 아빠의꿀밥을 찾는 이들이 꾸준하다. 완료기 이유식을 넘어 일반식을 시작하는 아이들을 위한 저염식 반찬도 일주일에 한 번씩 포함된다. 아이가 없어도 본인의 건강을 위해 환자식 대용으로 아빠의꿀밥을 찾는 이들도 늘어 새로운 고객층을 형성했다. 아빠의 꿀맛 이유식을 먹고 자란 여러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이 10년 넘게 이유식을 만드는 쌍둥이 아빠가 지치지 않는 힘이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도로명 주소를 적을 듯한 파랗고 작은 사각판에 명료하게 적힌 '칠각'이라는 글자 뿐이다. 하얀 셔터 위에 직접 적은 커다란 글자는 칠각을 오묘한 형태로 변형해 느낌을 살렸다. 청주 운천동 토박이로 자란 김서영 대표는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는 성향이다. 주변과 어울리기를 즐기던 시절, 동네에서 젊은 사람끼리 한잔 할만한 장소를 찾기 어려운 것이 아쉬워 직접 포차를 운영했다. 3~4년 간 운영하며 여러 음식을 두루 배웠지만 맛에 대한 설명을 요하는 손님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 요리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처음으로 한 가지 요리를 깊이 연구한 것은 서울식 돼지곰탕이었다. 제주도에서 전문점을 운영하는 지인을 찾아가 재료 손질부터 국물을 내는 비법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작은 가게에서 곰탕 하나로 시작한 것이 칠각상회다. 커다란 솥에 국내산 돼지 사태, 전지, 항정살을 맑게 우리고 얇게 썰어 부드러운 살코기를 수북이 올렸다. 직접 담근 깍두기와 부추무침이 어우러져 계절에 상관없이 깔끔한 맛을 자랑했다. 칠각 곰탕을 찾는 손님은 꾸준했지만 주변 상권에 어울리는 다른 메뉴를 더 해보고 싶어졌다. 곰탕과 같은 한 그릇 음식으로 생각한 것이 덮밥이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명란아보카도, 대창 등 수시로 많은 재료와 소스를 연구하며 메뉴판에 올렸다. 손님들의 반응을 거울삼아 메뉴를 고정하기도 하고 빼기도 했다. 현재 6가지 덮밥을 고정한 칠각의 대표 메뉴는 호르몬동이다. 유행처럼 번진 대창덮밥은 한 번 먹어보면 다시 찾기 어려운 음식이기도 했다. 수입산 대창을 이용하면 그 안에 있는 잡내를 감추기 위해 빨갛고 자극적인 소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칠각의 호르몬동은 오늘 먹고 내일 또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숯불에 초벌한 한우 생대창에 칠각만의 부드러운 소스를 발라 구워 본연의 고소한 맛을 살렸다. 꽈리고추와 부추가 함께 올라가 느끼함 없이 어우러진다. 잠발라야 소스를 만들어 숯불에 구운 닭다리살과 스크램블, 채즙 풍부한 청경채를 올린 토리동도 매콤달콤한 맛이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수십번 치대고 뭉쳐 구운 함바그 세 덩이와 3가지 간장을 배합한 소스가 감칠맛을 내는 함바그동, 짜지않은 명란 소스와 아보카도의 명란 아보카도, 미소 된장 소스를 베이스로 숯불향을 입힌 돼지 삼겹과 미나리 페스토가 향긋함을 더하는 부타동도 모두 각각의 특별함을 자랑한다. 마치 장어덮밥처럼 보이는 나스통은 또다른 대표 메뉴다. 가지를 펼쳐 소스와 튀기듯 졸여 독특한 식감과 맛이다. 처음엔 약간 말려 사용하던 가지를 다르게 조리하니 더욱 맛 본 이들의 평이 좋아졌다. 가지 밑에 감춰둔 매콤한 맛의 다진 소고기 소스로 칠각에서만 먹을 수 있는 나스동이 완성된다. 시간에 관계없이 가벼운 한잔 술과 칠각의 덮밥을 즐기는 손님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신선함이 가장 중요해 정해진 수요가 없으면 유지하기 힘든 야사이동과 정육점 유통 문제로 사라진 규스지동 등 서영 씨와 손님의 의사에 상관없이 아쉽게 사라진 메뉴도 여럿이다. 여러 방면에서 지속 가능한 메뉴를 고민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다. 칠각이 하고 싶은 일은 아직도 많다. 여기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다양화 하는 것이 목표다. 그 중에서도 다른 곳에서 쉽게 찾기 어려운 내장류를 곧 만날 수 있다. 손님이 한끼 먹는 소중한 시간을 아쉬움 없이 채우기 위해 정진하겠다는 메뉴판 위의 결연함이 칠각다운 한 그릇을 묵직하게 채운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움짤 #충북일보의눈
[충북일보] 딸기는 두루 사랑받는 과일이다. 달콤하고 상큼한 과즙이 부드럽게 씹히고 먹는 과정 또한 복잡할 것 없다. 그냥 먹어도 맛있고 각종 재료와도 잘 어우러져 활용도도 높다. 하나의 아쉬움이라면 딸기가 가장 맛있는 계절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고민을 가장 심도 깊게 해 온 청주의 딸기농장에서 하나의 해법을 찾았다. 2000년 청주 남일면에 자리잡아 20번이 넘는 딸기철을 북적임으로 보낸 고향인삼딸기는 3대째 운영하는 딸기농장이다. 단단한 과육과 풍부한 과즙으로 오랜 단골을 확보하고 있는 이곳에 3대째 한석희 대표가 뛰어든 것은 2019년이다. 요리에 뜻을 품고 한식과 양식 조리사자격증에 이어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취득했던 그가 대를 잇는 청년창업농으로 시선을 돌린 것은 군대에서의 오랜 고민과 아버지의 권유에 의해서다. 늘 가까이 있었지만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딸기를 다른 각도로 바라보자 6차 산업의 가능성이 열렸다. 한우림영농조합을 설립하고 그간 공부해온 조리법과 익숙하게 먹어온 딸기의 재해석을 더해 가공품에 대한 연구와 개발에 매진했다. 딸기의 계절이 아닌 때에도 직접 기르고 수확한 딸기를 더욱 가치있게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계절에 관계 없이 즐길 수 있는 딸기 가공식품들이 그것이다. 올시즌(all season)으로 이름지은 석희씨의 제품은 딸기식초와 딸기잼이다. 일반적으로 만들어 먹던 잼과 달리 판매를 위한 비율과 농도를 찾아야 했다. 수많은 딸기를 세척하고 분쇄해 배합하며 시행착오를 거쳤다. 이미 시중에 나와있는 여러 딸기잼들과 비교해 올시즌딸기잼만의 경쟁력을 찾았다. 올시즌딸기잼은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받은 싱싱한 농가 생딸기로 딸기 본연의 새콤한 맛과 향을 짙게 표현했다. 좋은 딸기를 사용한다는 것이 맛에서 드러나게 했다. 올시즌딸기잼은 진공농축기법을 활용해 과일 본연의 맛은 살리고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 한다. 딸기 농가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화학보존료와 착색제 등 합성첨가물을 배제하고 딸기의 함량을 높였다. 잼에는 75%의 딸기와 설탕, 레몬즙만이 들어가 집에서 만든 듯 알맞은 새콤달콤함을 구현했다. 부드러운 발림성과 식감으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올시즌딸기식초는 60%의 딸기를 넣어 딸기 본연의 향이 가득한 과일 식초다. 탄산수나 물, 우유 등에 섞어 마시거나 샐러드 드레싱으로 활용하는 등 건강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이전에 없던 딸기다. 제주도에 지점을 두고 현지 농장에서 조달하는 청귤을 이용한 청귤식초와 귤잼도 한우림영농조합법인의 주력 상품이다. 청귤식초는 다이어트 효능을 담은 조성물과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 중이다. 한 병의 잼이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한 스틱포장도 준비했다. 20g 소포장으로 나눠담긴 딸기잼과 귤잼은 한번에 한 두장의 빵에 소진할 수 있는 양이다. 뚜껑을 열면 빠른시간에 소진해야하는 병 포장의 단점을 보완한 개별 포장 제품의 등장에 부담없이 잼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었다. 과육 함량이 높아 잼을 음료에 넣는 등 과일청처럼 활용하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더욱 편리한 활용을 위해 과일청 제품도 곧 출시한다. 농사와 제품 개발 등을 병행하며 딸기의 생산량도 늘었다. 석희 씨에게 딸기는 할아버지의 선물이다. 할아버지의 고향에서 시작된 고향인삼딸기가 겨울과 봄에 머무르던 딸기의 계절을 올시즌으로 만들고 있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충북일보] 빵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빠네(pane)가 파스타와 붙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바게트볼의 속을 파내고 빵을 그릇삼아 크림파스타로 속을 채운 음식이다. 빵 그릇 속의 면을 먹다가 뚜껑처럼 덮인 바삭한 빵을 뜯어 소스에 묻혀 먹기도 하고 면을 넣기 위해 긁어 낸 뒤 따로 구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맛이 된 안쪽 부분의 빵을 한입 곁들이기도 한다. 면을 모두 먹는 동안 소스가 흠뻑 스며들어 촉촉해진 빵 그릇도 접시에 남은 소스와 함께 남김없이 즐길 수 있다. 한가지 빵을 서너가지 식감으로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빠네파스타의 매력이다. 20대 초반부터 요식업계에 들어선 이철우 대표는 일식, 양식, 한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주방과 홀을 오가며 일을 배우고 서울과 청주를 번갈아 가며 한계가 올 때마다 새로운 시장에 도전했다. 웃을 일 없었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며 아이들의 웃음에서 기쁨을 얻었다. 그저 아이들의 웃음을 보고 싶어 분식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일한 덕에 컨설팅 회사에도 몸을 담았다. 다른 이들의 시작에 경험을 녹인 메뉴와 힘을 싣다보니 오히려 배우는 것이 더 많았다. 한참을 메뉴 개발과 상권 분석 등에 시간을 투자하다 또 다른 시장을 찾은 것이 자신만의 빠네파스타다. 청주 복대동 빠네파스타의 메뉴는 자극적이지 않다. 맵기를 조절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저자극 메뉴를 내세운다. 매장에서 부모님과 같은 그릇을 공유하는 아이들이 많은 이유다. 모든 메뉴에 들어가는 소스는 철우씨가 직접 만든다. 과정을 볼 수 없는 완제품을 온전히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본이 되는 육수는 가장 공들여 끓이는 음식이다. 야채와 버섯, 허브 등 10여 가지 재료로 오랜 시간 끓인 뒤 하루 숙성을 거쳐 베이스로 사용한다. 소스만 먹어도 은은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아침마다 장을 봐서 신선한 야채와 과일, 해산물 등을 공수하고 본연의 맛에 철우 씨의 감각을 얹어 조리한다. 버섯을 볶은 뒤 갈고 크림과 섞어 끓이는 스프도 매장에서 직접 만든다. 4시간 이상 소요되는 비프라구 소스는 아이들이 먼저 알아보고 피자에 찍어먹는 방법을 스스로 개발해 금세 바닥을 드러내는 메뉴다. 파프리카와 케첩 등을 섞어 소스를 만드는 투움바크림 빠네나 트러플 오일의 풍성한 맛이 담긴 트러플크림빠네, 명란과 토마토소스가 이색적인 명란로제 빠네 등 다양한 빠네파스타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빠네파스타 하면 단순히 크림소스 생각하기 쉬운데 이곳에서는 다양한 부재료를 활용한 메뉴가 있어 여러 번 먹어도 새로운 맛에 도전할 수 있다. 매운맛을 찾는 이들을 위해 개발한 마라크림빠네는 마라소스를 섞어 만든 빠네파스타만의 이색 메뉴다. 크림소스가 많은 가게 특성상 가장 잘 어울리는 에이드도 준비했다. 레몬과 베리, 패션후르츠 등 직접 담근 상큼한 수제청이 자칫 무겁게 남을 수 있는 크림의 뒷맛을 상쾌하게 마무리한다. 고기를 손질한 뒤 2~3일 숙성을 거쳐 로즈마리와 함께 최적으로 굽는 채끝등심스테이크는 지미추리 소스와 함께 낸다. 야채와 버섯, 홀그레인 소스가 고기의 풍미를 살린다. 피자와 샐러드 등 파스타와 함께 즐길만한 메뉴도 신경썼다. 건무화과의 단맛과 피칸의 씹는 맛을 더한 무화과고르곤졸라, 발사믹과 트러플로 맛을 낸 발사믹트러플, 페파로니와 양파, 토마토가 듬뿍 올라간 페파로니어니언, 베이컨허브와 마르게리따 등 다섯가지 피자가 준비된다. 오븐에 한번 구워 집에서도 눅눅함 없이 즐길 수 있는 빠네파스타의 매력에 가까운 곳에서의 배달 주문도 이어진다. 두 손으로 채 감쌀 수 없는 큼직한 빵 속을 가득채운 고소한 파스타가 빵 그릇과 함께 사라진다. 푸짐하게 쌓였던 빠네파스타 접시에 진짜 그릇과 약간의 소스만 남는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