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꽃은 보이지 않는 마음을 표현하는 매개체다. 예쁜 꽃은 한 송이로도 충분히 마음이 전달된다. 선물이나 용돈과 함께할 때도 많지만 특별한 메시지가 없어도 건네는 이의 마음이 읽힌다. 축하와 감사, 또는 문득 표현하고 싶었던 애정이 향기로 전해진다. 받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싶은 주는 이들의 고민이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방법으로 늘었다. 단순한 꽃다발, 꽃바구니를 넘어 풍선 속에 꽃이 들어가는가 하면 상자 속에 꽃밭을 만들기도 하고 차 트렁크를 가득 채운 꽃 세상도 선물한다. 이벤트의 규모와 성패를 결정할만한 중요한 장식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꽃을 주고받는 사람 외에 만드는 사람의 역할도 클 수밖에 없다. 지나가다 꽃을 사는 이들보다 포트폴리오를 확인하듯 꼼꼼한 검색을 통해 꽃집을 찾아오는 이들이 많아지는 이유다. 2년 전 문을 연 목요일플라워를 선택한 사람들은 친절한 사장님이라고 입을 모은다. 꽃을 대하는 민초희 대표는 단 하나의 주문도 대충 받는 일이 없다. 웃음기 가득한 눈으로 받는 사람의 성별과 나이, 상황을 물어온다. 원하는 꽃이나 색감, 디자인이 있는지도 확인한다. 받는 사람의 마음에 꼭 맞는 꽃을 선물하고 싶어서다. 가게에 들어선 이들의 이야기를 꼼꼼하게 챙길수록 단골손님은 늘어난다. 선물을 받아본 이들이 선물하기 위해 다시 찾아오고 입소문을 통해 율량동의 작은 꽃집에 발길이 이어진다. 여자친구에게 선물했던 프러포즈용 꽃이 부케 주문으로 바뀌고 결혼기념일에 다시 찾는 것처럼 손님들의 개인적인 추억이 곧 목요일플라워의 이야기가 된다. 목요일은 월요일을 기준으로 한 주의 넷째 날이다. 한 주의 시작도 끝도 아닌 날이 7년간의 직장 생활을 했던 초희씨에게는 설렘이었다. 막상 다가온 휴일보다 주말을 며칠 앞두고 기다리는 일이 즐거웠다. 꽃은 직장 생활의 피로를 녹이는 작은 취미로 시작했다. 직장 생활이 길어지는 만큼 꽃에 대한 깊이도 깊어졌다. 혼자 만족하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정도로 남겨두기엔 아까울 만큼 실력이 쌓였다. 지인들의 부탁을 받아 만드는 일이 잦아지고 직장 행사에서 쓰일 꽃장식을 담당할 만큼 전문성을 갖췄을 때 진짜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하면서 행복한 일을 찾아 과감하게 나섰다. 새로운 시작에는 설렘의 상징이었던 목요일의 이름을 붙였다. 나무와 함께 빛나는 한자의 의미도 꽃집과 들어맞았다. 이야기가 담긴 꽃은 손님들이 먼저 알아봤다. 어떤 꽃으로 규정되지 않고 계절과 손님에 따라 변주가 이어지는 다양한 색과 여러 종류의 식물이 만들어내는 조화로움이 목요일플라워의 색깔이다. 소규모로 꼼꼼하게 자신의 생각을 담아 꽃을 가르쳐주는 목요일플라워의 클래스는 나이를 불문하고 열기가 뜨겁다. 원데이클래스로 인연이 닿은 교육생들은 일행과 함께 다시 오거나 단계를 밟아가며 꽃에 대한 애정을 쌓아간다. 행사가 많지 않아 꽃집 비수기로 여겨지는 여름에도 목요일플라워는 늘 꽃을 꽂는 손길로 분주하다. 예쁘게만 보였던 꽃에 체력적으로 힘든 뒷모습이 따라오지만 꽃을 사며, 받으며, 만들며 즐거워하는 이들의 모습이 이전에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성취감을 준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찾아가는 서울의 꽃시장은 다양한 종류의 꽃을 눈에 담고 함께 새벽을 여는 이들의 열정으로 충전하는 일종의 의식이다. 꽃에는 정답이 없다. 같은 꽃도 받는 이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는다. 주고받는 이들을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초희씨의 손에서 누군가의 이야기가 담긴 특별한 꽃이 피어난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메뉴를 주문하면 짧은 편지가 따라온다. 컵 홀더나 디저트 상자에 몇 줄 담긴 손글씨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매번 다른 문구가 컵을 감싼다. '멜팅타임'이라는 귀여운 글씨 밑에 커피잔이나 웃는 표정이 함께다. '예쁜 일들만 가득하세요' '달달한 하루 보내세요' 등 별 것 아닌 한 줄의 메시지가 손님들의 입가에 웃음으로 번진다. 멜팅타임의 시작부터 2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임유경 대표의 손글씨는 손님들과의 대면이 쑥스러웠던 사장님의 소통 방법이었다. 처음 자신의 가게를 열었을 땐 손님이 들어오면 커튼 뒤로 숨거나 CCTV로 가만히 지켜보기도 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어려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한줄 한줄 진심을 담아 손님들에게 적어 건넨 메시지가 이제는 이런저런 요청사항이 생길 만큼 특별한 멜팅타임의 콘텐츠가 됐다. 15년 전 방송된 드라마가 멜팅타임의 시작이었다. 화면 속으로 보이는 제빵의 매력에 빠진 중학생 유경씨는 취미로 제빵학원에 등록했다. 가루였던 재료가 부드러운 반죽 덩어리가 되고 숙성과 성형을 거쳐 향긋한 빵 냄새를 내며 부풀어 오르는 과정은 화면 너머로 본 것보다 재미있었다. 단지 취미로 배우려던 빵에 대해 다른 감정이 들었던 것은 처음 완성한 따뜻한 단팥빵부터다. 잔뜩 구운 첫 빵을 가지고 집에 가면서 택시기사님께 건넨 단팥빵 하나로 어색했던 공기마저 따끈하게 데워졌다. 갓 구운 빵이 전하는 빵 이상의 무언가가 특별하게 와닿았다. 꾸준히 취미로 익혀온 제빵은 전공으로도 이어졌다. 취미로 배운 기술에서 크게 나아가지 않는 대학에서의 교육에 약간의 실망을 느끼며 실전으로 뛰어들었다. 현장에서의 빵은 달랐다. 끊임없는 새로움이었다. 수많은 종류의 빵을 배우고 만들며 10여 년을 빵과 함께 보냈다. 빵을 구우며 만난 남편의 제안으로 둘만의 가게를 준비한 것이 멜팅타임이다. 좋아하는 빵이지만 다른 가게에서 일할 때는 원하는 대로만 만들 수는 없었다. 정말 만들고 싶은 제품만을 손님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다. 그간 해온 제빵보다는 디저트류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처음 서너 가지에 불과했던 멜팅타임의 제품들이 지금은 20여 가지가 넘는다. 유경씨가 먹어보고 싶은 메뉴가 한 달에 하나씩 신제품으로 출시되고 손님들의 성원 때문에 생긴 메뉴도 있기 때문이다. 가게를 준비하면서 연마한 파블로바는 여행에 관해 찾아보던 중 마음이 갔던 디저트다. 달걀흰자와 설탕 등으로 만드는 간단한 머랭 케이크지만 재료 비율에 따라 전혀 다른 식감과 맛을 낸다. 생크림과 딸기 등으로 마음껏 달리 꾸밀 수 있어 이채롭다. 구름을 입에 넣은 듯한 느낌에 파스스 부서지는 맛이 손님들이 꼽는 멜팅타임 파블로바의 매력이다. 견과류를 좋아하는 유경씨가 더 맛있게 먹고 싶은 욕심으로 배워온 것은 로키로드초콜릿이다. 마시멜로와 견과류가 듬뿍 들어간 초콜릿은 독특한 식감과 맛으로 인기를 끈다. 무스 케이크처럼 부드러운 맛을 자랑하는 바나나 푸딩은 인근 숙소에 머물다 맛보러 온 승무원들이 현지보다 맛있다고 극찬하기도 한다. 빅토리아 케이크, 흑임자갸또, 얼그레이, 녹차 등도 남녀노소 입맛을 만족시킬 흔하지 않은 케이크를 연구하다 출시한 메뉴다.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14가지 종류의 마카롱이나 라즈베리 잼까지 제한적인 달콤함을 유지한다. 모든 메뉴에서 지나친 단맛을 느끼긴 어렵다. 엄마가 만든 것은 무엇이든 입에 넣으려는 다섯 살 딸 덕분이다. 신제품을 맛보는 아이의 영상은 맛을 짐작하게 하는 것을 넘어 보는 이의 기분마저 충전시킨다. 수제 디저트 맛집이라는 명성 뒤로 잠시 미뤄둔 빵 제품들도 곧 내놓을 생각이다. 담백하고 든든한 식사 대용 빵이 매장에 준비되면 식사와 디저트까지 온전히 즐길 수 있을 듯하다. 먹어보고 싶어도 흔히 볼 수 없었던 디저트가 이곳에는 있다.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는 시간은 디저트 한 입의 여유면 충분하다. 멜팅타임을 나서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청주 상당구 문화동에 낯선 외관의 건물이 등장했다. 언뜻 지나면 눈에 띄지 않을 법한 이 건물은 자세히 볼수록 혼란이 가중된다. 이렇다 할 간판 없이 건물 양쪽 문 위에 부착된 작은 LED 전광판이 전부다. 전광판 글씨마저 오른쪽은 'HELLO', 왼쪽은 'GOOD-BYE'뿐이다. LED에 보이는 단어를 토대로 입구와 출구를 예상한 뒤 한걸음 뒤로 물러나 보면 작은 가벽처럼 세워진 철제 구조물이 역시나 LED 전광판으로 'dyer'라는 단어를 흘려보낸다. 불그스름한 벽면은 전체가 부식된 철로 꾸며졌고 작은 창문도 없다. 슬쩍 들여다 보려 해도 볼 수 없는 공간이다. 이곳을 알아보려면 들어가 보는 수밖에 없다. 용기를 내어 문을 밀고 들어서면 다시 어둠이 드리운다. 상영을 시작한 영화관에 뒤늦게 들어선 듯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약간의 통로를 지나면 QR코드가 표시된 태블릿이 보인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QR코드를 카메라에 인식하면 다이어가 준비한 메뉴와 공간에 대한 소개를 각자의 스마트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메뉴는 커피 뿐이지만 고정돼있지 않다. 시기에 따라 다이어에서 선택해온 생두를 이곳에서 직접 볶은 제철 원두와 블렌딩 커피로 구성된다. 일반적인 커피숍에서 취급하는 원두가 아니라 마이크로랏, 스페셜티 이상의 희소성 있는 커피만 만날 수 있다. 모든 메뉴는 소비자가 선택하는 즉시 바리스타가 직접 제조하는 브루잉 커피로 준비된다. 어둠 속에서 단연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조명을 배경으로 꾸며진 무대가 메인이다. 이 무대 위에서 바리스타의 커피 브루잉이 이뤄진다. 보통은 손님들의 눈높이에서 커피 머신 뒤에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바리스타의 위치도 무대 위로 올라왔다. 무대를 중심으로 소극장처럼 배치된 의자 또한 독특하다. 편안한 소파나 물건을 올려둘 테이블이 따로 있지 않다. 미술관 또는 작은 극장에서 주인공의 무대를 즐기듯 손님들은 무대를 향해 앉아 바리스타의 퍼포먼스를 관람하게 된다. 메인 스테이션 외에도 4개의 서브 스테이션이 준비돼 맨 앞줄에서는 가장 가까이에서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도 있다. 민트, 웰치스 포도, 시나몬 등 개성 있는 이름처럼 독특한 맛을 자랑하는 커피를 선택해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다이어에서 맛볼 수 있는 재미다. 염색업자라는 뜻의 다이어(dyer)는 5년 전 청주 무심천 인근에 문을 연 라토커피 김인욱 대표의 두 번째 매장이다. 라토커피가 독특한 디저트와 다양한 음료를 복합적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라면 다이어는 커피 그 자체에 집중한 공간이다. 커피 이외의 것들은 모두 배제해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그만큼 다이어의 커피는 온전히 빛난다. 옷이나 가구 등을 판매하는 매장에서 주로 사용되던 '쇼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다이어커피쇼룸은 다이어가 준비한 커피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온전히 커피를 누릴 수 있다. 질 좋은 원두를 기본으로 투명한 유리 너머로 보이는 로스팅 과정에 무대 위 바리스타의 손으로 분쇄와 추출을 거쳐 전달되는 커피는 여느 곳과는 분명 다르다. 이곳은 각자의 머릿속에 각인된 커피의 색을 다이어의 색으로 물들이는 공간이다. 보통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고정됐던 커피의 색에 대한 편견이 다이어의 어둠 속에 스며들어 색다른 재미를 권한다. 어스름한 공간에 앉아 한 모금 넘긴 민트향의 커피가 어느 순간 초록으로 느껴진다. 어떤 것은 파랗고 어떤 것은 빨갛다. 눈으로 보면 여전히 어두운 색의 커피가 화사한 맛과 향으로 혀 끝에 맴도는 것은 비단 무대 위의 색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초록으로 덮인 접시가 테이블마다 놓였다. 각기 다른 손님들이 선택한 메뉴로 채워진 식탁에 초록 접시 하나는 꼭 껴있다. 수북이 쌓인 녹색 채소 위로 하얀 치즈가 솔솔 뿌려졌다. 눈으로 봐서는 음식의 정체를 짐작할 수 없는 이 메뉴의 주인공은 시금치다. 시금치 속으로 포크를 넣어 뒤적이면 초록빛 크림을 촉촉하게 머금은 파스타 면이 뿌연 김을 내뿜는다. 풍성했던 시금치는 소스와 만나 먹기 좋게 풀이 죽는다. 골고루 섞어 한입 넣으면 시금치를 싫어하는 사람도 그릇을 깨끗이 비워내고야 만다는 브루클린 바이브의 시그니처 메뉴 시금치 파스타다. 2019년 청주 청원구 율량동에 등장한 브루클린 바이브는 짧은 시간 만에 줄을 서서 먹는 가게로 알려졌다. 신준영 대표가 메뉴판을 들고 길에 나서 지나는 이들에게 메뉴를 설명한 지 3개월 만이다. 청주에 없던 메뉴였던 시금치 파스타의 낯선 등장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처음 보는 이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강렬한 색감은 SNS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신선한 재료를 색다른 방식으로 조합한 이 메뉴는 브루클린 바이브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기대만큼의 맛이 없으면 오래가기 어려운 일이다. 상상할 수 없었던 시금치 파스타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맛있는 맛으로 손님들을 끌어당겼다. 주방을 담당하는 백세민 부대표의 전략적인 접근이 통한 것이다. 시금치는 눈에 띄는 모습에 비해 호불호가 갈릴만한 강한 맛이 없다. 그런 특색을 잘 살려 크림소스에 적용한 것이 비결이다. 실방문자 리뷰에 가득 남겨진 '시금치 파스타 맛집' 이라는 평가 행렬이 그 맛을 인증한다. 브루클린 바이브는 말 그대로 미국 뉴욕에 있는 브루클린의 느낌을 표방한다. 복장부터 격식을 갖춰야 할 것 같은 어려운 가게가 아니라 누구나 편하게 들러 밥 한 끼 먹을 수 있는 미국식 밥집이다. 막연히 미국식 밥집이라는 개념으로 가게를 구상하던 준영씨가 무작정 미국행 티켓을 끊어놓고 뒤늦게 비자를 받은 뒤 향한 곳이 브루클린이었다. 며칠을 내리 넋 놓고 바라보던 편안한 분위기의 밥집을 청주에 재현했다. 외국에서 배를 태워 가져온 천장의 실링팬이나 1960년대 사용했다는 스피커 등 소품부터 구성까지 꼼꼼하게 신경 썼다. 냅킨과 컵 등에서 브루클린 바이브의 상징처럼 쓰이는 로고도 브루클린 브리지를 형상화한 브랜딩이다. 얼마간 반짝이다 지나가 버리는 요즘의 '힙한 감성'은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했다. 인상적이면서도 편안한 인테리어와 메뉴 구성으로 균형을 잡았다. 그래서 브루클린 바이브의 손님들은 일부 연령대에 한정되지 않는다.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계층의 손님들이 각자의 시간을 즐기려 찾아온다. 독자적인 방식으로 숙성해 여러 소스와 채소, 버섯 등을 함께 내는 살치살 스테이크나 먹물 본연의 맛에 고소함을 더한 먹물 리소토, 통통한 해물의 감칠맛이 가득한 봉골레 파스타도 꾸준한 인기를 자랑한다. 직접 만든 소스와 여러 번 점검하고 다시 살펴보는 재료의 신선함이 조화를 이룬다. 모든 메뉴가 기본적인 완성도를 보장하는 것은 메뉴판에 오르기까지 50번 이상의 까다로운 테스트를 거쳤기 때문이다. 인근 호텔에 투숙하는 외국인 손님들이 다음 출장에 다시 찾아오는 즐거움도 잦다. 먹어보고 가족과 함께 다시 오는 이들이나 시금치 파스타를 기본으로 두고 다른 메뉴를 돌아가며 맛보는 단골들도 많다. 신 대표가 꿈꾸는 브루클린 바이브는 전국 각지에 자리 잡을 하나의 브랜드다. 특색있는 맛을 기본으로 브랜딩과 시스템화에 열중하고 있는 이유다. 여행의 즐거움를 찾기 어려운 시기지만 한 그릇 음식에서 여행을 느낄 수 있다. 일상 속 특별한 한끼가 기분전환을 책임진다. 가게에 발을 들인 순간 음악과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묘한 들뜸은 신 대표가 청주에 마련한 브루클린 바이브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떡은 기념할만한 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음식이다. 백일, 돌 등 잔칫상에서 상징적인 의미로 식탁 한편을 장식한 뒤 배를 채우는가 하면 명절 음식의 대명사로 분류되기도 한다. 설이면 가래떡, 추석은 송편이다. 시대에 따라 다양해진 떡은 케이크의 형태로 생일상에 올라가거나 아기자기한 포장을 입고 경사스러운 일에 대한 답례품으로 쓰이기도 한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개업이나 이사 떡으로 인사를 전하는 이들도 있다. 떡은 기본적으로 곡식 가루를 찌거나 삶아 익힌 음식이다. 다양한 부재료와 조리 방법에 따라 변형할 수 있다. 한 입 베어 물면 각각의 맛과 쫀득한 식감이 든든하게 속을 채운다. 개인적인 간식으로 조금씩 찾는 경우가 아니라면 한 번에 많은 양이 필요한 특성상 떡집은 주문 제작을 많이 받는다. 맛있는 떡에 대한 신뢰는 입소문과 재주문율로 드러난다. 청주 흥덕구 운천동에 있는 보은떡사랑은 13년째 꾸준히 늘어나는 단골들의 사랑으로 저력을 드러낸다. 좋은 재료에 대한 열정과 고집에 더해 주문량이 많을 땐 밤을 새워서라도 약속을 지키는 든든한 신용 덕분이다. 정영복 대표는 떡집을 시작하면서 배웠던 기술을 자신만의 영역으로 확대했다. 잘한다는 사람이 있으면 찾아가 배우기를 반복하고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 재료를 가감했다. 물과 시간, 재료의 조합을 달리하며 가장 좋은 맛을 향해 움직였다. 보은떡사랑에서 취급하는 떡은 100여 가지에 이른다. 계절마다 활용할 수 있는 식재료로 다양한 시도를 계속하기 때문이다. 3월부터 6월 초까지 떡집 앞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은 참쑥으로 가득한 푸르름이다. 정보를 얻으면 그곳이 어디든 찾아가 향긋한 쑥을 한가득 채취하고 손질한다. 올해만 열 번이 넘게 수십 포대의 쑥을 채취했다. 아끼지 않고 양껏 넣은 쑥은 쌀가루와 어우러져 쑥버무리, 쑥 설기, 쑥개떡, 쑥인절미 등 다양한 형태로 입 안 가득 봄을 채운다. 떡집을 시작한 후 고향에 있던 땅에 심은 벼를 주로 사용하는 것도 보은떡사랑의 자부심이다. 농사는 떡집을 시작할 무렵 상대적으로 손님이 적은 비수기를 알차게 보내기 위한 시도였다. 가장 인기 있는 호박떡을 위해 맷돌 호박 농사를 지은 지도 오래다. 시간이 날 때마다 가을에 수확한 늙은 호박을 손질하고 얼려둔다. 가공하지 않은 호박 그대로의 맛을 활용하는 것이 비법이다. 잘 익은 호박을 얇게 썰어 쌀가루와 함께 갈고 쪄내면 정 대표만의 특제 호박떡이 완성된다. 호박 설기, 호박편, 호박 인절미, 호박영양찰떡 등에 쓰이는 호박은 특유의 달콤함으로 입맛을 사로잡는다. 고명이나 고물로 많이 쓰이는 대추와 호두 등도 직접 농사지은 재료를 사용한다. 천연 재료를 활용한 떡 연구도 계속하고 있다. 복분자, 오디, 매실, 아로니아 등으로 액기스를 만들어 물 대신 사용하는 설기류도 인기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완성한 천연 재료 활용법은 자칫 심심할 수 있는 떡에 고운 색감을 더하고 은은한 향과 영양까지 책임진다. 4년 전쯤 늦은 나이에 시작한 SNS 홍보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기 위한 도전이다. 질 좋은 게시글을 올리기 위해 보기 좋은 떡을 새롭게 고안하거나 더 예쁘게 포장하는 방법을 새로 배우기도 한다. 정 대표는 보은떡사랑을 통해 소통을 배운다. 행사를 잘 치웠다는 후기는 다른 기념할만한 날의 재주문으로 이어진다. 답례로 먹어본 떡을 수소문해 직접 주문하기도 한다. 건강한 맛으로 든든하게 속을 채워주는 자신의 떡이 이웃들의 즐거운 순간을 함께하는 것에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 이른 아침부터 하얗게 퍼져나오는 시루의 열기가 주변을 덥힌다. 어디선가 그날의 떡을 받은 누군가에게도 보은떡사랑의 촉촉한 온기가 전달된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흔히 취미와 일은 구분된다. 흥미를 느끼고 재미있게 하던 것도 직업이 되면 이전만큼 즐기지 못한다는 편견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일수록 더욱 일상과는 거리를 두고 생활하는 이들도 있다. 최향미 대표는 이와는 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십여 년 전 우연히 접한 취미를 꾸준히 발전시켜 특기로 만들었다. 게다가 그와 연관된 새로운 적성을 찾아 사업을 벌였다. 온라인 스토어를 중심으로 운영하다 청주시 흥덕구 송정동에 새롭게 자리 잡은 '홀스앤331'은 최 대표가 설계한 제2의 인생이다. 홀스앤331은 말과 함께 시작한 3월 31일을 기록한 브랜드 네이밍이다. 다양한 레포츠를 즐기던 최향미 대표가 승마에 대한 막연한 관심을 가진 것은 10년도 더 지난 일이다. 매체에서만 보던 말을 쉽게 접할 방법을 찾다 인근 평생교육원에서 처음 기회를 만났다. 1년쯤은 별 재미없이 프로그램을 따라가기에 급급했다. 기본적인 자세를 숙지하고 말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 정도로 만족하고 끝내려던 찰나 거울 속 달라진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탄탄해진 하체와 근력이 붙은 허리는 세월을 되돌린 듯 생기가 가득했다. 몸의 변화를 느끼자 승마 자체가 즐거워졌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승마 대회는 물론 해외에서도 말을 달렸다. 대회뿐 아니라 밖에서 말을 탈 기회가 있는 행사는 적극적으로 찾아다녔다. 제한된 공간보다 탁 트인 야외가 좋았다. 산악 승마나 해변 승마 등 말을 끌고 야외를 누비는 외승의 재미에 푹 빠졌다. 천천히 움직이는 말의 근육을 느끼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다. 승마를 즐기는 여러 사람과 함께 승마하면서 옷차림에도 자연스레 시선이 갔다. 획일화된 승마복보다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옷을 입고 싶었다. 처음 시도한 것은 가죽 재킷의 리폼이다. 기성복 뒤편에 와펜과 자수 등으로 향미씨만의 개성을 담은 옷을 만들었다. 만족스러운 첫 작품을 입고 외승을 나간 날 누군가 그 옷을 가져간 것이 홀스앤331의 시발점이다. 개성을 담기 위해 만들어보려던 옷에 조금씩 욕심이 더해졌다. 승마복 본연의 기능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예쁘면서도 편안함을 놓쳐서는 안 되고 말을 타는 동안 땀을 흡수하고 배출하는 기능도 필요했다. 세상에 없던 디자인을 위해 배운 적 없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늘 가까이서 접하고 마음속 깊이 사랑하는 말 그림은 자연스레 쏟아져 나왔다.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승마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표현됐다. 말과 함께한 세월이 완성도를 높인다. 전공자보다 세밀한 근육 표현과 몸으로 느낀 움직임이 옷에 수 놓였다. 가죽 재킷과 조끼로 시작해 티셔츠와 레깅스, 부츠에 이르기까지 승마인으로서 내 몸에 편안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홀스앤331의 특색있는 디자인은 온종일 입고 신어도 처음 나설 때의 가벼운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 수십 곳의 공장을 발로 뛰며 최적의 원단으로 디자인 그대로의 옷을 만들어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안 해 본 일에 대한 반감과 까다로운 공정이 작업자들을 뒷걸음치게 했다. 밤낮없는 열정으로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 각 제품에 적합한 생산 공정을 담당해 줄 파트너를 구했다. 시제품은 가장 먼저 입고 말타기에 나서 문제점을 보완한다. 외승을 나갈 때마다 새로운 착장이 동호인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밴드와 온라인 스토어 등에서도 주문이 이어진다. 시즌마다 홀스앤331의 신상품을 기다리는 몇몇 이들은 상품을 보기도 전에 선주문하기도 한다. 최 대표의 안목과 품질을 믿어서다. 홀스앤331은 승마인들의 옷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단골 중에는 오토바이 라이더도 있고 단순히 패션을 위해 찾는 이들도 있다. 예쁘고 편한 착장은 의복에 관심 있는 누구나 좋아하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한번 입어본 이들은 반드시 다시 찾는다는 홀스앤331의 마력은 취미에서 시작된 최향미 대표의 말 사랑이 만들어낸 세련된 편안함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한 번도 배운 적 없지만 누구나 자연스레 하고있는 일이있다. 코 또는 입으로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이다. 숨이 있어야 살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 숨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생각지 못했던 몸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조윤주 원장이 운영하는 청주 가경동 숨 필라테스 스튜디오가 필라테스 앞에 '숨'을 내세운 이유다. 숨 필라테스 스튜디오는 운동하는 공간이라기 보다는 각자의 체형에 맞는 프로그램을 설정하고 몸에 숨결을 불어넣는 공간이다. 필라테스를 찾아오는 이들은 다른 운동처럼 체중 감량이 주 목적이 아니다. 어딘가 이유없이 불편하고 아픈 부분을 인지했거나 그동안 방치했던 자신의 몸에 대한 죄책감이 필라테스를 처음 찾는 이유다. 윤주씨와 필라테스의 첫 만남도 일상 속에서 갑자기 찾아온 허리 통증에서 시작됐다. 치과에서 오랜시간 근무하던 윤주씨는 어느날 갑자기 통증을 느꼈다. 병원을 찾아 치료도 받아봤지만 일시적인 효과뿐이었다. 이렇다할 병명 없이 몇 차례 통증의 재발과 치료를 이어가던 중 병원에서 필라테스를 운동으로 추천받았다. 평소 계절별 레포츠를 즐기며 활동적이었던 성향 덕에 필라테스는 처음부터 낯설지 않았다. 퇴근 후 틈틈이 이어오던 운동은 어느새 체형을 교정하며 통증까지 사라지게 했다. 어떤 분야건 깊이 파고들기 좋아하는 윤주씨는 강사 자격증까지 도전했다. 치과에서 상담을 맡으며 보다 나은 상담을 위해 CS 자격증을 취득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강사 자격을 취득하고 나니 필라테스에 대한 열정은 더욱 깊어졌다. 낮에는 치과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강사 활동을 하며 필라테스의 매력에 푹 빠졌다. 여러 기구를 이용해 다양한 자세와 효과를 몸으로 느끼니 지루할 틈이 없었다. 신체의 불편을 호소하며 윤주씨를 찾아왔던 고객들이 눈에 띄는 변화에 즐거워하며 운동을 즐기는 긍정적인 피드백은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까지 해소해 주는 듯했다. 한참의 고민 끝에 조금이라도 빨리 진짜 좋아하는 일에 전념하기로 마음먹었다. 누군가의 몸을 만드는 일을 맡기 전에 자신의 몸을 먼저 자세히 살폈다. 내 몸을 먼저 만들어봐야 다른 사람의 몸을 설계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식단과 운동으로 몸을 만들며 피트니스 대회에 참가했다. 몇 번의 대회에서 수상하며 몸을 다루는 일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얻었다. 숨 필라테스 스튜디오를 찾는 이들은 윤주씨와 함께 자신의 몸을 먼저 파악한다. 타인의 눈으로 바라본 자신의 모습은 평소 크게 느끼지 못했던 몸의 불균형을 발견하는 계기다. 원인을 알 수 없었던 통증의 대부분은 잘못된 자세와 습관에서 비롯됐다. 상담 이후 1시간 남짓의 개인 트레이닝을 받은 고객들이 가장 많이 보이는 반응은 당혹스러운 웃음이다. 누가봐도 삐뚤었던 자신의 몸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은 모습이 놀라워서다. 일반적인 운동에 비해 저렴하다고 할 수 없는 가격이지만 자세 교정과 운동을 통해 돌아온 몸과 효과를 보고나면 필라테스의 세계에 발을 들일 수 밖에 없다. 윤주씨는 모니터의 각도나 가방을 매는 방향, 평소에 앉는 방법까지 일상 속 교정도 놓치지 않는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갈 때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어떤 부위의 어떤 운동까지 세세하게 숙제로 주문한다. 숨 필라테스에서 제공하는 체형과 상황에 맞춘 개인별 운동법과 교육 프로그램은 체형 교정에 중점을 두고 세미나와 자료를 무수히 찾아다닌 윤주씨의 노력이다. 문제가 되는 부위에 따라 적합한 운동 방법과 호흡을 곁들이면 누구나 수긍할 수 밖에 없는 몸의 변화가 기다린다. 바쁘게 사느라 돌아보지 못했던 어긋난 몸에 숨결을 불어넣을 타이밍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작업실 연서를 찾는 고객층은 다양하다. 3년째 꾸준한 단골손님도 많지만 교복을 입은 학생부터 성인 남성, 멋쟁이 할머니까지 문 앞을 지나다 호기심에 발을 들인다. 작은 반짝임에 눈을 떼지 못하며 한참을 서성인 이들은 이내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집어 든다. 사이즈가 맞으면 한껏 행복해진다. 들어올 때와 다른 기분으로 길을 나선다. 반지나 귀걸이, 팔찌, 목걸이 등 손바닥보다 작은 장신구 하나가 주는 즐거움은 상상외로 크다. '은'은 화학 반응을 거의 일으키지 않고 아름다운 광택을 지녀 금, 백금과 함께 귀금속으로 분류되지만 가격 면에서는 차이가 크다. 한번 사려면 여러 번 생각해야 하는 다른 귀금속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 부담을 낮춘다. 관리만 잘하면 변함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세월이 지날수록 표면에 남는 사용감은 오히려 멋스럽다.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문양을 넣거나 유화 처리를 통해 빈티지한 표현을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여러 개의 반지와 목걸이를 레이어드 해서 착용해도 산뜻한 색상 덕분에 다른 주얼리에 비해 과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모양과 두께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다. 여름에는 착용만으로 시원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어 찾는 사람이 더 늘어난다. 연서는 전연서 대표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애정의 편지를 표현하기도 한다. 작업실 연서는 연애편지와 같은 사랑스러운 제품으로 채워진 주얼리샵이다. 작업실 연서에서 다루는 것은 전연서 대표가 디자인하고 작업한 것이 대부분이다. 일부 원석이 들어간 수입 제품이나 다른 작가들과 협업을 통해 만들어낸 제품도 있지만 연서씨가 추구하는 사랑스러움을 잃지 않는다. 작업실 연서는 단순히 액세서리를 좋아하던 마음에서 시작됐다. 뷰티디자인을 공부하면서도 수시로 플리마켓 등을 찾아 직접 만든 액세서리를 판매했다. 만들어서 착용하는 것도 좋았지만 누군가 연서씨의 제품을 찾아주는 것이 더 좋았다. 비즈나 레이스, 가죽 등으로 만든 액세서리를 주로 만들다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갔다. 금속 공예 공방 등을 다니며 기술을 익혔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디자인을 손끝에서 구현해 냈을 때의 쾌감은 배움에 열정을 더했다. 연서씨에게는 주변의 모든 것이 디자인의 원천이다. 평소 좋아하는 빈티지 소품이나 가구, 식기 등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을 액세서리에 녹여낸다. 주의 깊게 들여다본 어떤 선형은 연서씨의 방식으로 변형돼 새로운 디자인을 입고 작업실 연서에 등장한다. 멈춰있는 완전한 모양보다는 흐르는 듯 비정형화된 느낌을 선호한다. 손끝에서 파도가 치듯, 목걸이 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질 듯 녹는 것 같은 모양이 매번 새롭게 시선에 담긴다. 손으로 만들어내기에 조금씩 달라지는 모양은 그 자체로 세상에 하나뿐이다. 선택한 고객이 각자의 사이즈에 맞춰 기념할만한 각인을 더 하면 더욱 특별한 존재로 거듭난다. 간단한 기분 전환을 위해 찾는 이들도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 맞추면 의미가 깊어진다. 사랑을 약속하는 커플링이나 팔찌가 되기도 하고 친구들과의 우정을 표현하는 소재가 되기도 한다. 가족들과 나누거나 가벼운 선물로도 부담 없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굿즈를 오래 보관하고 싶어 은 제품으로 단체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이전에는 공예 클래스를 열기도 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제품 판매에 열중하게 됐다. 다른 작가와 협업해 색을 찾아가고 있는 '듀에뜨몽'도 독특한 디자인으로 사랑받고 있다. 작업실 연서에서는 유리와 레진 등 다양한 제형을 활용한 은 쥬얼리도 고민 중이다. 저렴한 가격 안에서 보다 풍부한 표현을 담기 위한 시도다. 작업실 연서가 내보이는 은 제품의 사랑스러움은 선택한 이들의 손에서 더욱 의미가 깊어진다. 오랜 여운을 남기는 작은 반짝임은 연서씨가 대신 써주는 일종의 연서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누구나 격식있는 식사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업무적으로 밀도있는 대화를 나눠야 한다거나 상견례, 돌잔치 등 행사를 치러야 할 때도 그렇다. 이때의 식사는 단순히 허기를 면하는 것으로 부족하다. 자리를 함께하는 모두가 대접받으며 목적에 걸맞은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청주 봉명동에 세워진 소고기 코스요리 전문점 여기정은 나은화 대표의 오랜 고민과 경험을 녹여 완성한 품격있는 식당이다. 유독 업무적인 식사 기회가 잦은 직종에서 맞닥뜨린 고민이었다. 식사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렇다 할 장소가 떠오르지 않았다. 요리가 부족하거나 공간이 아쉽고, 서비스가 빠져있었다. 종갓집 종손녀로 자란 나 대표는 음식과 가까웠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집안에는 요리가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제사 음식을 거들며 몰래 맛보는 재미는 맛에 대한 감각을 일찍 자리잡게 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자극적이지 않게 표현하는 것에 익숙했다. 전라도 손맛까지 더해지니 주변 사람 모두가 기대하는 비공식 요리 전문가였다. 언젠가 본인의 음식점을 계획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일찍 여기정이 등장한 것은 아들들 덕분이다. 아들들이 의기투합해 청주에 없던 음식점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첫째 아들은 경영과 관리를 맡고 엄마의 손맛을 이어받은 둘째 아들은 주방을 담당하기로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요리에 흥미를 느낀 아들은 호텔조리학을 전공한 뒤 더욱 요리의 재미에 빠졌다. 아들들의 열정에 나 대표의 연륜을 더했다. 여기정에서는 소고기 구이 외에도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한 코스 요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정식도 제대로다. 건물의 설계부터 오롯이 여기정을 위해 준비했다. 필로티 구조로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2층은 다양한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구분된 식사 공간으로 꾸몄다. 3층에서는 때마다 소고기 발골 등의 작업이 이뤄지고 4층은 야외 정원과 함께 고기 숙성을 위한 냉장 시설을 갖췄다. 숯불에 소고기를 굽지만 조금의 냄새도 남지 않는다. 식탁 아래로 연결된 환기 시설을 통해 정화 장치를 거친 뒤 바깥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혹여 고기 냄새로 피해를 볼까 우려를 표하던 주변 이웃들도 냄새 없는 고깃집에 반색하며 응원한다. 환기시설 외에도 곳곳에 손님을 향한 배려가 묻어난다. 방마다 걸린 옷걸이와 일행 중 누구도 손댈 필요 없는 고기다. 직접 발골하고 숙성시킨 한우는 부위에 대한 호기심도 덜어낼 수 있도록 각각의 이름표를 달고 상 위에 오른다. 담당 직원이 먹기 좋은 순서로 적당하게 구워주면 입안 가득 한우의 풍미를 음미하면 된다. 요리사에게 맡긴다는 뜻의 '오마카세' 형식으로 소고기 부위는 주방에서 정한다. 혹여 원하는 부위가 있는 단골 손님들은 넌지시 부탁하기도 한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곁들임 메뉴는 여러번 찾아와도 늘 새롭게 즐기길 바라는 여기정의 부단한 노력이다. 매일 아침 나 대표가 빠뜨리지 않는 것은 모든 요리의 기본이 되는 육수를 맛보는 일이다. 직접 발골한 뒤 남은 사골을 72시간 가량 푹 끓여내는 사골 육수는 물론 해물 육수와 야채 육수도 맛본다. 똑같은 양을 같은 시간 우려도 날씨와 습도에 따라 달라지는 미묘한 차이를 잡아내기 위해서다. 육즙 가득한 질 좋은 고기만큼 코스에 포함된 연포탕이나 된장찌개까지 깊은 맛으로 사랑받는 이유다. 여기정은 찾아오는 모든 이들이 풍족하게 기운을 얻어가길 바란다. 지루하지 않게 이어지는 코스와 푸짐한 양에 혀를 내두르던 손님들이 깨끗하게 비워낸 그릇으로 만족을 표한다. 배를 두드리며 풍족하게 돌아서도 속이 불편하지 않은 건강한 맛이다. 모든 직원의 몸에 배인 친절과 서비스는 중요한 자리를 편안하게 뒷받침해주는 든든한 조력자다. 가게 문을 열기 전부터 주기적인 CS교육으로 다져둔 성과다. 여기정 코스요리는 먹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날의 목적에 맞는 기분좋은 마무리와 다음의 기약까지가 여기정이 준비한 하나의 코스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식물이 주는 특유의 안정감이 있다. 크기가 크지 않아도 무언가 함께 살아있음을 곁에서 느끼는 것으로 충분하다. 집이나 사무실에 놓인 작은 화분 하나, 꽃 한송이가 위안이 된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은 식물 관리다. 잠시 잊었다가 떠올리면 이미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경우가 잦다. 갖고 싶지만 쉽게 사들이지 못하는 자칭 '식물 똥손'들이 많은 이유다. 그냥 두기만 해도 된다는 선인장 조차 사라지게 하는 이들은 식물이 두렵다. 행복아트공간에서는 이를 대체할만한 다른 위안을 찾아볼 수 있다. 오랜 직장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길을 찾던 정현진 대표는 무작정 뛰어든 요식업에서 실패를 맛봤다. 생각과 다른 현실에 부딪혀 좌절했을 때 가장 먼저 위로를 안겨준 것은 다육이였다. 아기자기한 모양에 쉽게 늘어나는 생명력으로 시선을 끌었다. 바라보고 만지는 것으로 심신이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다육이와 함께라면 다른 무언가를 시작해볼 용기가 생겼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다육이를 다루기 시작해 각종 공예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다육아트지도사 과정을 공부하다 스칸디아모스도 알게됐다. 살아있지만 죽지않는다는 설명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순록이 먹는 이끼를 천연 가공해 형태만 남겼다고 했다. 살아있는 듯 보이는 이끼는 보들보들한 촉감부터 힐링이었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생생한 재료의 느낌이다. 알록달록한 이끼는 곧 무한한 상상력을 일깨웠다. 평면의 액자 속에 그림처럼 붙일 수도 있고 나무를 만들 듯 풍성한 연출도 가능했다. 인형의 머리카락이 됐다가 꽃이 되기도 하고 바다가 되거나 숲이 되기도 한다. 공간과 함께 반응하는 것도 재미있다. 습기가 있을 때는 보란듯이 풍성해졌다가 건조함과 함께 쪼그라드는 것이 살아있는 것 같다. 그야말로 환경친화적인 아트다. 다육이와 스칸디아모스 공예는 스톤아트와 규조토 아트로도 확장됐다. 어디에 담느냐에 따라 작품의 색깔이 달라져 계속해서 새로운 도구를 구상할 수 밖에 없어서다. 생각하는 대로 만들어 내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 쓸데없다고 생각했던 엉뚱한 상상력은 공예에서는 꼭 필요한 장점으로 쓰였다. 원하는 모양을 빚어 식물을 담고 작은 세상을 꾸민다. 크기나 모양에 구애받지도 않는다. 아기양말을 틀 삼아 그릇을 빚어낼 수도 있고 커다란 받침처럼 넓게 펼칠 수도 있다. 스톤아트로 구성한 자신만의 규격에 앙증맞은 소품을 채워넣으면 그들이 사는 작은 세상이다. 이런 즐거움을 혼자 알기엔 아까웠다. 조금만 다듬어주면 누구나 특색있는 자신만의 소품을 만들 수 있다. 나만의 소품을 원하는 이들이 다양한 공예를 찾아 행복아트공간으로 들어선다. 양말목공예부터 드림캐쳐, 꽃풍선 등 손으로 하는 대부분의 공예는 이곳에서 배울 수있다. 공예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옷을 입어야한다는 정 대표의 마음가짐 덕분이다. 늘 트렌드를 살피고 한 발 앞서 배우느라 바쁘다. 자기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끊임없는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그의 비결이다. 도서관, 보건센터, 원데이클래스 등에서도 정 대표의 아트를 찾는 이들이 이어진다. 어려운 시기에 맞춰 수업 방식 또한 변화시켰다. 온라인 수업으로도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재료를 조합하고 소품을 구성했다. 자유분방한 어린이들에게는 일정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어르신들에게는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 주는 것이 필요하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찾아와 취미를 공유하는 것도 그들의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정 대표는 이를 토대로 한발 더 나아가 심리상담을 공부 중이다. 무언가를 만들며 내재된 이야기를 털어놓는 이들이 보여서다. 공예를 배우는 짧은 시간이라도 보다 깊은 안목으로 마음까지 읽어주고 싶은 작은 욕심이다. 쓸모없어 보이던 손톱만큼 작은 소품도 내가 만든 작은 세상의 주인공이 된다. 행복아트공간에서 소소한 행복들이 제자리를 찾아간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적당한 숙성을 마친 국내산 암퇘지 생고기에 윤기가 흐른다. 대충 쌓은 듯 무심하게 놓인 스테인리스 그릇 위에서도 선홍빛 신선함이 드러난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좋은 고기라는 것이 있다면 그 모양일 것이다. 좋은 고기에 감탄한 뒤 맛을 즐기는 것은 손님의 몫이다. 그대로 불판에 올려 고기 자체의 맛을 즐겨도 좋고 상 위에 준비된 간장 소스를 듬뿍 찍어 구워도 좋다. 진천집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곁들임과 함께라면 여러 번 달라지는 맛의 변주를 느낄 수 있다. 3년 전 청주 율량동에서 문을 연 진천집은 박선진 대표가 고향을 내걸었다. 질 좋은 고기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면서 특별한 부재료도 준비했다. 등장만으로 계절을 알리는 곁들임 채소다. 고기와 함께 사계절 달리 제공되는 이 두 번째 주인공은 박 대표가 고향 진천에서 운영하는 삼용주말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신선한 채소들로 구성된다. 다른 지방에서 고기와 함께 먹는 다양한 채소들이 입에 맞았던 박 대표는 이것 저것 시도하며 고기와 어울리는 최상의 궁합을 찾아냈다. 농장의 작물들도 자연스레 고기와 합을 맞췄다. 봄과 함께 찾아오는 미나리와 두릅이 불판 위에서 전하는 싱그러움은 추웠던 겨울을 잊게 한다. 입 안 가득 채우는 봄 내음은 고기 맛에도 스민다. 여름에는 마늘종과 가지, 감자와 호박잎 등이 상에 오른다. 흔히 보이던 채소들이지만 진천집에서는 이색적인 조합으로 고기와 함께 한다. 생각지 못했던 채소들이 고기 기름과 어우러지면 안먹던 사람도 먹게 되는 새로운 맛이다. 채소는 안 좋아한다고 손사레치던 손님들도 여러번 불판 위로 손을 뻗는다. 몇 년전 사업을 시도했다 실패를 안겼던 표고버섯도 이곳에서 훌륭한 재료로 쓰인다. 3년을 애쓰며 기다려도 보이지 않던 표고버섯이 사업을 접자 보란 듯 자라났다. 미처 처분하지 못했던 원목에서 가을마다 향긋한 버섯을 채취해 불판에 올린다. 푸른 채소가 없는 겨울에는 든든한 고구마가 달콤하게 고기 맛을 돋운다. 여러 사업을 시도했던 박 대표는 귀농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위해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으로 익혔다.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분주한 하루를 이어간다. 진천의 주말농장과 청주의 진천집 운영 외에도 농사와 닭 사육을 병행하고 있어서다. 직접 재배하고 기름을 짜서 판매하는 참기름과 들기름은 어느새 입소문이 나 청년농부 플랫폼에서 판매를 시작하면 일주일도 안돼 동이 난다. 사계절 주문 받는 청계 알은 직접 사육하는 청계로부터 얻는다. 건강식에 관심을 가지고 가족들이 먹으려던 것이 작은 사업이 됐다. 천 여마리 규모로 사육했던 것을 어느 겨울 하우스 붕괴로 모두 잃었지만 다시 부화시켜 키운 청계가 백 여마리다. 크지 않은 규모로 벼농사도 함께해 일정 수량은 판매하고 가게에서도 사용한다. 주위와 나누는 일에도 열심이다. 명절마다 챙겨온 홀몸노인과 한부모 가정, 복지시설 등은 물론 코로나 이전에는 식사 봉사도 병행했다. 소득의 일정 부분은 지역에 환원하고 늘 주변을 살피는 것은 먹고 사는 일에서 만큼은 소외되는 이들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지난해 여름 수해 때는 피해가 심한 인근 지역을 찾아 며칠간 봉사하느라 본인의 깨농사를 망치기도 했다. 청년 농부가 운영하는 고깃집 '진천집'은 화려한 가게는 아니다. 고기 이외의 메뉴는 없고 추가 반찬과 채소는 셀프바로 꾸린다. 운영시간도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로 길지 않다. 그럼에도 진천집은 가볼만하다. 박 대표는 식재료에 대해 조금의 아쉬움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장의 취향이 묻어나는 따끈한 곁들임 국물이 날마다 새롭다. 상 위에 신선한 고기와 함께 놓인 푸짐한 채소로 계절을 만끽한다. 먹는 것은 정직해야만 한다는 청년 농부의 자신감이 지금은 싱그러운 봄을 전하고 있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바글바글 끓어오르는 빨간 국물에 통통한 닭발이 가득하다. 독특한 것은 두툼한 모습으로 닭발을 덮은 듯 놓인 두부다. 두부 전골만큼이나 넉넉한 양이다. 닭발을 싫어하거나 못 먹지만 일행을 따라 온 손님들을 배려해 추가했던 식재료다. 어색한 듯 자연스레 섞였다. 닭발만큼이나 양념을 듬뿍 머금은 두부는 어느새 원흥닭발만의 특색으로 자리잡았다. 매운 맛을 상쇄하는 역할도 하지만 감칠맛 가득한 국물이 배어든 두부를 조금씩 먹다보면 닭발 초심자조차 쉽게 닭발에 입문하는 마중물 역할까지 한다. 두부로 시작해 원흥닭발 애호가가 된 손님도 여럿이다. 7년 전 산남동에서 원흥닭발통닭을 시작한 이홍일 대표의 큰 그림이었다. 늦은 시간 먹기 좋은 가벼운 안주로 닭발을 접했던 이 대표는 좋은 재료의 힘을 믿고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다른 지역 유명 맛집에서 한동안 일을 배워보기도 했지만 쉽게 비법을 알려줄리 없었다. 아무리 일찍 찾아가도 이미 비법 소스는 만들어진 뒤였다. 이미 유명해진 맛집을 따라가서는 자신만의 맛을 찾기 어려울 것 같았다. 다양한 맛을 접해본 뒤 추구하는 방향을 정했다. 국물닭발로 굵직한 틀을 잡은 뒤 요리연구가를 찾아가 배움을 청했다. 요리의 기본부터 세세한 교육 내용을 담아와 하루종일 듣기 시작했다. 같은 가르침이었지만 다시 들을 때마다 빠뜨렸던 조리 과정이 하나씩 새롭게 귀에 들어왔다. 재료의 종류는 같아도 다루는 방법에 따라 다른 맛이 났다. 1년 여의 시간동안 수십 번의 보완을 거치며 단순한 흉내를 넘어 이 대표만의 닭발 맛이 완성됐다. 양념이 숙성되는 시간과 적당히 배어드는 방법까지 온전히 익히는 과정은 닭발이 간단한 음식이 아님을 느끼게 했다. 원흥닭발통닭에서는 한 그릇의 닭발이 손님상에 오르기까지 27가지의 재료가 함께한다. 신선한 생닭발을 받아 손질하는 과정부터 조리의 시작이다. 당일 신선하게 들어오는 닭발은 대충하는 법이라곤 없는 이 대표의 손에서 먹기 좋은 형태로 세척과 손질을 거친다. 끓는 물에 데쳐 불순물을 제거한 뒤 각각의 재료가 순차적으로 닭발과 함께 끓여진다. 양념이 들어가는 순서와 시간, 불의 세기에 따라 맛의 본질이 결정된다. 무수한 시행착오와 경험을 거쳐 최적의 과정이 완성됐다. 여느 닭발집에서 으레 손으로 들고 뜯는 손님들이 많은 것과 달리 이 곳의 손님들은 비닐장갑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불과 시간으로 만든 닭발은 통통하고 온전한 모양을 갖추고 있지만 입 안에 넣음과 동시에 깔끔하게 뼈와 살이 분리되기 때문이다. 가게를 열면서 여러 재료 선택의 기준은 늘 신선하고 좋은 재료였다. 작은 재료라도 변화를 주면 단골 손님들은 기가 막히게 알아차렸다. 미묘하게 달라지는 맛에도 반응하는 손님들 덕분에 재료의 힘에 대한 확신은 깊어져만 갔다. 이 대표는 아주 매운맛을 권하지 않는다. 아주 매운맛에 베트남고추가 약간 들어가는 것을 제외하면 매운맛을 내는 재료도 오롯이 국내산 청양고추이기 때문이다. 처갓집 식구들과 이웃 주민들이 재배하는 고추를 냉동고에 보관해 일년 내내 사용한다. 다양한 종류의 고추로 매운맛을 낸 기본 원흥닭발이 자신있는 메뉴다. 인위적인 과한 매운맛을 더하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는 매콤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국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것은 꾸준히 찾아주는 손님들 덕이다. 쫄깃한 닭발이 깔끔한 매운맛으로 입안을 채우고 촉촉한 두부가 든든함마저 책임진다. 신선한 재료와 정성이 만난 기분좋은 매콤함이 하루의 스트레스를 안고 한입에 사라진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가게 입구에 준비된 투명한 유리너머로 제면이 한창이다. 제면실을 채운 것은 깨끗한 물과 소금, 밀가루가 만나 수타와 족타 등 천번 이상의 손길을 거쳐 만들어진 반죽이다. 얼마간 숙성한 밀가루 덩어리는 한참이나 부드러운 손길에 따라 움직인다. 두드리고 밀가루를 뿌린 뒤 늘리고 펼쳤다가 다시 접히는 과정은 셀 수 없이 여러번 반복된다. 어느새 테이블만큼 넓게 펼쳐진 반죽 위로 두툼한 홍두깨가 등장한다. 지켜보는 사람마저 어깨와 팔이 욱신거릴 법한 시간이 흐른 뒤 비로소 칼이 닿는다. 적당한 두께로 썰어내면 이제야 모습을 갖춘다. 장원갑손칼국수에서만 맛볼 수 있는 쫀득하면서 부드러운 칼국수 면발이다. 청주에서 7년 전부터 이미 유명한 버섯샤브 전문점을 운영 중인 박종우 대표는 직영점으로 꾸리던 분평점에서 새로운 시작을 결심했다.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가벼운 한끼를 생각하다 떠오른 것은 평소 아내가 좋아하던 칼국수다. 그간 샤브샤브를 즐긴 뒤 마무리처럼 여겨지던 칼국수를 주요리로 내세우기로 하면서 1년 여의 고독한 연구가 이어졌다. 누군가를 찾아가 제면 기술을 배우기 보다는 혼자 찾아보고 연습하는 것이 자신만의 맛을 만들어 낼 비기라 생각했다. 온도와 습도, 물과 소금의 비율을 달리하며 1t 가량의 밀가루가 박 대표의 손을 거쳐갔다. 숙성 시간과 치대는 방법, 두드리고 펴는 횟수까지 상세히 기록했다. 식감과 맛에 대한 평가까지 온몸으로 체득했다. 매일 몇 번이고 칼국수로 배를 채우며 6~7kg의 체중이 더해졌지만 마침내 전에 없던 칼국수를 완성할 수 있었다. 영상으로 제면 과정을 찍어 그릇에 담기기 까지의 손길의 일일이 세어보니 이천번이 넘는 과정 끝에 칼국수가 완성됐다. 오히려 횟수를 줄여 천번의 손길이 닿는 칼국수로 이미지를 잡았다. 박 대표에게 칼국수는 언제 먹어도 또 먹을 수 있는 메뉴다. 칼국수로 메뉴를 정한 뒤에는 좋은 재료와 함께 이야기까지 담아냈다. 알싸한 매운맛이 감도는 육수에는 마늘과 고추가 듬뿍 들어간다. 고향인 경북 의성에서 지인을 통해 연내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의성 마늘과 국내산 청양고추가 깔끔하고 얼큰한 국물의 비밀이다. 매일 아침 담아내는 국내산 배추 겉저리에는 고춧가루 외에도 황태와 멸치 등을 우려낸 육수를 더한다. 단출한 반찬에서 모자람 없는 감칠맛을 구현하고자 선택한 방법이다. 국물과 함께 끓일 때 가장 쫄깃한 식감으로 재미를 주는 느타리버섯은 여러 품종을 비교하다 여주의 버섯농장에서 찾아내 직거래하는 재료다. 향긋함을 더하는 미나리도 국내산이다. 칼국수와 가장 잘 어울리는 메뉴를 찾다 떠올린 튀김만두는 다양한 연령층에 칼국수를 알리려는 시도다. 콩나물, 적채, 오이 등 신선한 야채와 비벼 먹을 수 있는 바삭한 식감의 만두는 원래 칼국수를 좋아하는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 손님들에게도 사랑받는다. 제철 과일 등 10여가지 천연재료로 만드는 양념장이 튀김만두의 맛을 이색적으로 각인시킨다. 야채와 버섯, 소고기를 가볍게 즐기고 제대로된 손칼국수를 음미한 뒤 볶음밥까지 먹으면 8천원의 즐거움이 완성된다. 볶음밥에는 소로리 볍씨의 이야기를 담은 청원생명쌀만 사용한다. 양념간장 소스와 생와사비, 청양다대기 등의 양념을 취향대로 첨가하면 한그릇의 칼국수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오늘 먹고 내일 또 먹을 수 있는 부담없는 맛이 장원갑 손칼국수의 매력이다. 가볍게 즐기는 한그릇의 칼국수를 보다 든든하게 즐기고 싶다면 장원갑 손칼국수를 떠올리면 된다. 신선한 야채와 특색있는 국물, 쫄깃한 면발 뒤에 포기할 수 없는 볶음밥까지 박 대표가 구성한 합리적인 한끼 식사가 만족스러운 시간을 채워줄 것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과일을 찾는 순간은 많다. 누군가는 건강을 위해 일부러 먹기도 하고 그저 맛있어서 과일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어떤 과일은 식사 대용으로도 쓰이고 입이 심심할 때 비타민을 충전하는 방법으로도 환영받는다. 일상에서 늘 가까이 있는 과일이지만 예쁘게 담아내면 선물로도 손색없다. 결혼 전 상대의 부모님을 만나거나 명절에 마음을 보내야할 때, 상황에 관계없이 가벼운 선물을 원할 때도 흔히 과일을 생각한다. 부담없는 가격에 호불호가 거의 없거니와 꽃만큼이나 화려한 색상으로 받는 이의 기분을 한껏 끌어올리기에도 적당하기 때문이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가 만족할만한 달콤한 맛 또한 보장돼야 한다. 아무리 예뻐도 맛이 없으면 서로에게 실망만 안길 뿐이다. 3년 전 청주 복대동에 문을 연 과일전문 카페 베리프레소는 만족을 경험한 손님들의 입소문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주는 사람의 만족은 받는 사람의 만족이 되어 새로운 고객으로 돌아왔다. 조명희 대표는 가게를 열기 전 15년의 세월을 간호사로 보냈다. 여러 병동을 거치며 정성으로 환자들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졌다. 다른 사람의 치유를 위해 스스로 지쳐감을 깨달았을 때 건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운동과 영양 등 생활습관의 중요성을 느꼈다. 환자가 되기 전 일반인의 건강을 미리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과거에 비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지키기는 오히려 어려워진 듯 했다. SNS 등 미디어가 발달하며 잘못된 영양 정보가 쉽게 눈에 띄고 먹방 등 여러 콘텐츠에 노출돼 그릇된 식습관에 빠질 수 있는 현실이었다. 하던 일을 내려놓고 식이지도사 공부에 뛰어들었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건강한 식재료는 과일이었다. 새벽마다 경매 현장에 가서 좋은 과일 보는 눈을 익히고 생산자와 생산지에 대한 경험도 쌓았다. 먹어보고 만져볼수록 가까워졌다. 과일을 판매하며 효율적인 섭취 방법과 건강한 식문화의 기초를 익히는 셈이다. 환자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배웠던 프로그램들은 다른 방식으로도 도움이 됐다. 리본공예와 비즈공예 등에서 눈에 띄던 손재주는 과일 포장에도 빛을 발했다. 보자기 아트를 더 배워 예단까지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첫인사를 위해 찾아왔던 손님이 예단과 이바지를 부탁하고 임신과 출산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베리프레소의 과일이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맛에 대한 믿음 또한 분명하기 때문이다. 카페를 같이 운영하는 덕에 베리프레소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료도 여럿이다. 다양한 과일 한접시를 신선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100% 과일만 사용한 주스도 있다. 면역력 강화를 위해 준비한 케일, 바나나, 사과 스무디나 독소 배출을 위한 레몬과 비트, 바나나 음료도 인기다. 가장 신선할 때 만들어 판매하는 수제 과일청도 있다. 여름에만 만날 수 있는 수박과 복숭아 주스나 겨울을 상징하는 홍시주스도 베리프레소를 찾는 이유다. 계절음료로 등장하는 샹그리아와 뱅쇼도 신선한 과일이 그대로 담겼다. 한시간 전에 예약하면 언제든 따끈한게 즐길 수 있는 군고구마도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과대포장을 지양하는 추세에 맞춰 베리프레소만의 상자 포장재도 만들었다. 예쁘게 담아 실속있게 선물하면 받는 사람이 용도에 따라 활용하기 좋은 친환경 포장재다. 명희씨가 생각하는 베리프레소는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한 가게다. 지금은 과일로 사람들의 건강한 삶을 응원한다면 조만간 새로운 먹거리를 더해 일상 속 치유의 공간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이른 새벽부터 작은 가게에 매콤달콤한 향기가 가득 채워진다. 학교 앞에서, 혹은 집 앞 포장마차에서 코끝을 자극하던 익숙한 냄새다. 가게의 주인공은 냄새만으로 형태를 그릴 수 있는 몇 안되는 음식 중 하나인 떡볶이다. 국민 대표간식이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을 친근한 이 음식은 학창시절 추억을 넘어 한끼 식사 대용식이나 야식으로도 손색없다. 짤랑이는 동전으로도 즐길 수 있었던 수 십년의 세월을 지나온 지금의 떡볶이는 마냥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수많은 매니아층을 형성한 어엿한 음식으로 인정받으면서 여러 형태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화려한 토핑과 함께 선뜻 먹기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묵직한 양을 판매하는 곳들도 많아졌다. 오천원떡볶이로 시작한 김동진 대표는 떡볶이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맛있는 떡볶이에 집중했다. 30여년째 음식을 연구하는 어머니는 동진씨가 요리에 관심을 갖게된 배경이었다. 스며들 듯 당연히 요리를 하고 싶었다.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몇 년간 여러 음식점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았다. 갑작스레 음식을 그만둔 건 후각에 문제가 생기면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황에 떠밀리듯 주방을 떠났다. 생각지 않았던 다른 분야에 몸담으며 가정을 꾸렸다. 아이가 생긴 뒤에는 다시 아빠의 음식을 맛보이고 싶어졌다. 원하는 시점에 몸도 회복됐다. 자신있던 닭볶음탕을 내세워 배달 전문점을 열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동진씨만의 맛을 선보이던 차에 떡볶이가 등장했다. 떡볶이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정성으로 끓여냈던 한번의 떡볶이가 새로운 시작이었다. 남편의 어떤 음식에도 표현에 인색하던 아내는 떡볶이를 먹자마자 "맛있다"는 말을 내뱉었다. 닭볶음탕 소스에서 착안한 매콤달콤한 맛이었다. 아내의 칭찬에 자신감을 얻어 떡볶이를 함께 판매하기 시작했다. 사이드 메뉴 정도로 시작했던 5900원짜리 떡볶이는 어느새 닭볶음탕을 넘어선 인기를 구가했다. 완제품 이외에 조리하지 않은 떡볶이도 판매를 시작했다. 언제 어디서 누가 조리해도 오천떡볶이의 맛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비법이었다. 매일 아침 동진씨가 직접 끓이는 소스는 매운맛과 순한맛으로 구분한다. 인공적인 맛은 배제했다. 야채 육수를 활용해 고춧가루만으로 완성한 매운맛이다. 고추를 함께 끓여내는 매운맛과 어린아이가 먹기에도 부담없는 순한맛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이 함께 인기다. 소스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밀떡과 어묵을 엄선해 진공포장했다. 매일 새벽 끓이고 식힌 뒤 용기에 담아 얼리는 소스가 아이스팩 역할을 한다. 방부제 없이 손님들에게 보내면 냉동보관으로 3주, 냉장으로 1주 가량 두고 먹을 수 있다. 오천떡볶이의 가장 큰 장점은 물조차 필요없는 밀키트라는 점이다. 그대로 온전한 맛을 구현해 조금의 물도 더할 필요없다. 30분 정도 실온에 두고 녹은 소스를 흔들어 떡과 어묵 위에 부어 끓이기만 하면 된다. 입맛에 따라 야채를 곁들여 먹으면 그 맛이 배가된다. 깔끔하고 실속있는 패키지를 벗겨 간단하게 끓여 먹는 모습에 전국에서 고객이 생겼다. 지역에 한정됐던 배달 어플리케이션 대신 다양한 온라인 판로를 선택했다. 한번 먹어본 이들은 오천떡볶이의 감칠맛과 편리함을 잊지 못한다. 전국 각지에서 주기적으로 택배를 받아보는 손님들이 늘었다. 동진씨는 여전히 고민이 깊다. 대량 생산에 대한 주변의 권유와 요청도 많았지만 확신이 생길 때까지는 오롯이 혼자서 감당할 생각이다. 쉽게 즐길 수 있는 떡볶이는 많다. 대기업에서 나오는 제품부터 수많은 프랜차이즈는 물론 동네 분식집에도 있다. 하지만 자꾸 생각나는 떡볶이는 그리 많지 않다. 오천떡볶이만의 비법 소스는 다시 먹고 싶어지는 맛에 집중했다. 먹어본 이들은 안다. 떡볶이가 생각나는 수많은 순간 중 한번쯤은 반드시 오천떡볶이의 '그 맛'이 떠오를 것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