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불판 위에 올라온 고기는 마치 도끼처럼 보인다. 커다란 갈빗대에 갈비와 등심이 붙은 제주돼지다. 두꺼운 고기를 보면 으레 굽는 방법에 대해 겁을 먹지만 이곳을 찾은 손님들은 그런 고민을 덜어두어도 좋다. 두툼하게 뼈에 붙은 살은 친절한 사장님과 직원들의 손길로 적당하게 익는다. 손님들은 그저 고기가 익는 시간을 기다려 먹기 좋게 놓인 고기를 한 입 가득 음미하면 된다. 취향에 따라 상 위에 놓인 곁들임 음식과 함께 먹으면 언젠가 제주에서 맛봤던 바로 그 맛이다. 담백하고 고소한 살점을 먹은 뒤에는 먹방 유튜버라도 된 냥 도끼자루 모양 뼈를 들고 뜯는 재미가 있다. 한 번이라도 제주도에서 고기를 먹어본 사람이라면 육지와는 다른 맛을 느꼈을 것이다. 같은 돼지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맛이다. 두툼한 두께와 쫀득한 육질, 멜젓과 고사리 등이 함께 하면 독특한 맛을 더한다. 하길용 대표는 '제주'를 떠올리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추억의 맛을 준비했다. 제주의 어디인지 정확하게 생각나진 않아도 '아 그 집...'하고 아련하게 기억할만한 장치다. 제주그집에서 판매하는 모든 고기는 당연히 제주산 돼지고기다. 백돼지와 흑돼지는 물론 도끼살도 제주산 돼지고기만 이용한다. 특별한 몸 보신 메뉴로 많이 찾는 말고기는 제주에서 관광객으로 먹었을 때보다 맛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신선하고 좋은 고기로만 테이블을 채우는 덕분이다. 제주의 분위기도 가게에 채우려 노력했다. 제주 음료와 소주, 우도 막걸리도 갖췄다. 기둥에 쓰인 질감조차 제주를 상징하는 현무암 느낌이다. 가게 중앙에 세워진 커다란 귤나무 모형 아래에는 제주 귤을 가득 쌓아두고 후식으로 제공한다. 얼마 전 가게를 확장하며 민트색으로 변화를 준 가게 인테리어는 여행에 목마른 손님들을 위한 청량한 서비스다. 제주 느낌 물씬 나는 깔끔한 내부에서 신선한 돼지고기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제주그집의 특색이다. 배달과 포장이 아니면 견딜 수 없다는 이 시국에도 오로지 매장에서의 식사로 승부한다. 구워서 나가야하는 고기의 특성 상 조금만 식어도 현장의 맛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아서다. 처음부터 마지막 한 입까지 가장 맛있는 고기 맛을 책임지는 서비스는 손님들이 찾아와줘야 가능한 일이다. 고기 맛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밑반찬으로 구성했다. 주기적으로 입안을 헹궈야하는 자극적인 반찬 없이도 신선한 고기맛 하나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서다. 다시 찾은 손님들을 기억하고 가장 맛있는 고기의 기억을 다시 심어주는 것만이 길용씨가 하는 일이다. 대신 주변 상권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점심 특선 메뉴를 개발했다. 김치찌개와 두루치기 등의 메뉴는 이미 주변에서 선점한 상태였다. 차별화된 먹거리를 고심한 끝에 제주 돼지 돔베고기와 함께하는 보리밥 세트를 내놨다. 보리밥과 나오는 찌개는 청국장과 된장, 고추장을 섞어 끓여 집에서 먹는 맛을 만든다. 당일 무쳐내는 겉저리와 5가지 나물을 함께 올려 풍성한 한 상이다. 보리밥 집에서 흔히 신경쓰지 않는 고추장에도 제주그집의 손길을 더했다. 해남식 멸치된장에서 착안해 직원들이 틈나는 대로 손질한 커다란 멸치와 함께 끓여낸 고추장이 그것이다. 바글바글 끓여낸 고추장과 비비면 내륙지방에서 느끼기 힘든 감칠맛이 더해진 보리밥의 매력이 돋보인다. 여행이 힘들어진 일상이 고단한 때다. 언젠가 제주의 기억이 그립다면 '제주...그집'에서 추억의 맛을 찾아보면 어떨까. 제주를 생각하며 점 세 개를 찍는 동안, 제주그집이 청주 속 제주에 대한 새로운 추억을 채워줄 것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모든 배움에는 끝이 없다. 깊이 파고들수록 새로운 무언가가 나온다. 정식 교육과정을 밟아 배우거나 어깨너머로 살피더라도 직접 해보고 익혀야 비로소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된다. 미용 분야도 그렇다. 같은 시술도 사람에 다라 다르게 나타난다. 두상과 모질, 얼굴형과 모량에 고려해 스타일을 결정해야 서로가 만족할만한 결과로 이어진다. 경험이 최고의 학습이겠지만 체계적인 교육이 뒷받침되면 경험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청주 가경동에서 '참빗헤어크루'를 이끄는 민준기 원장은 어머니의 권유로 미용을 시작했다. 어머니 역시 느즈막한 나이에 미용을 시작했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찾았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고 가까이 접한 미용은 친근했다. 준기씨는 자격증을 딴 뒤 무작정 서울로 올라가 청담동에서 일을 배웠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고단한 일상이었다. 화려한 사람들 속에서 바닥을 경험하고 청주로 내려왔다. 몇 년간 이곳 저곳에서 일하며 돈을 모아 다시 상경했다. 몇몇 미용실을 겪어본 뒤 일하는 환경과 배우는 방식, 손님을 대하는 서비스에서 큰 차이를 느꼈기 때문이다. 다시 찾은 서울에서는 미용실이 아닌 아카데미로 향했다. 현장에서 주먹구구식으로 배우는 것보다 제대로 배워 기초부터 탄탄한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서다. 1.3평 고시텔에서 먹고 자면서 캔커피 하나로 하루를 나기도 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번화가에 앉아 지나가는 이들의 머리를 기록하고 그림을 그려보며 이론과 실무를 접목해 봤다. 교육이 있는 곳은 어디든 찾아다녔다. 두피, 컬러, 커트, 펌 등 시간이 흐름에 따라 트렌드는 변화하고 익혀야할 기술도 늘었다. 손재주가 부족하다고 생각했기에 남들보다 오랜 시간 연습할 수 밖에 없었다. 이론이 뒷받침된 경험은 커트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줬다. 커트 만으로도 충분히 입체적인 표현과 풍성한 스타일이 가능했다. 헤어샵을 막 나선 것처럼 유지되는 것도 중요하다. 집에서 직접 손질하기에 편한 것도 손님들이 느끼는 장점이다. 무리한 시술이나 부담스러운 가격을 강요하지 않는 것은 참빗헤어크루의 자랑이다. 합리적인 가격선에서 꼭 필요한 시술만 다룬다. 문 앞에 적힌 가격은 단골 손님들이 머리를 맞대고 정해준 진짜 소비자가다. 준기씨에게 미용은 그저 돈을 벌기위한 직업 중 하나가 아니다. 누군가의 일상을 매만져주는 상담사 같은 역할을 한다고 자부한다. 막연하기만 했던 일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은 한 손님 덕분이다. 막 가위를 잡기 시작했을 때 기꺼이 자신의 머리를 내어준 손님이다. 서툴러도 괜찮다고 넉넉하게 웃던 남성은 주기적으로 찾아와 머리를 손질하는 단골이 됐다. 몇 년의 연을 이어가다 급작스런 사고를 당한 손님은 대부분의 기억을 잃었지만 머리 손질은 이곳에서 해야한다며 보호자의 손을 끌고 찾아온다. 머리를 손질하는 기억이 누군가에게는 깊이 남는다는 생각에 묘한 책임감마저 생겼다. 몇 년 전엔 늦은 나이에 대학 입시로 뷰티과에 진학했다. 아카데미와는 또 다른 교육을 받아보고 싶어서다. 실무와 이론을 병행하며 미용 분야를 알아갈수록 대중적인 교육 시스템의 부재를 느꼈다. 현장과 강단을 모두 성공적으로 채우는 예는 그리 많지 않았다. 배울수록 나누고 싶어졌다. 어렸을 적 막연히 가졌던 선생님에 대한 꿈을 이룰 확신을 얻었다. 준기씨는 자신만의 교육 시스템을 차근히 준비하고 있다. 여러 방식으로 학습한 자신의 경험을 녹여 누구나 탄탄한 기초로 미용을 시작할 수 있게 만들고 싶어서다. 참빗헤어크루에서 새로움이 자라고 있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각자의 방법으로 꼭 움켜쥔 짤주머니에서 달콤한 단어가 쏟아져 나온다. 삐뚤빼뚤한 모양으로 서로의 이름을 쓰는 것 만으로도 사랑이 전해진다. 서툰 결과물이 웃음을 자아낸다. 한참을 열중한 뒤엔 바라보는 눈빛마저 한층 달달해진다. 마음을 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특별한 날짜를 기념해 초콜릿을 전달하는 것으로도 마음을 대신할 수 있지만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만큼 의미있는 것은 없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만든 초콜릿을 나눠 가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지난해 주성동에서 문을 연 카카오지는 색다른 데이트코스로 떠오른 수제초콜릿 공방이다. 한번에 한 팀만 받아 초콜릿체험을 진행한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않고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달콤한 시간을 공유하려는 이들에게 동일한 소재와 같은 시간이 주어지지만 결과물은 매번 다르다. 만드는 이의 생각에 따라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과자와 함께 크리스마스 트리나 집이 되기도 하고 견과류와 함께 고소한 인형이 되기도 한다. 펼쳐진 하얀 배경 위로 초콜릿 꽃과 나비가 날아 다닌다. 의미있는 글씨가 그 상태로 굳어져 메시지를 전할 수도 있다. 시간을 나누는 이들의 조합은 다양하다. 엄마와 딸에게 특별한 기억을 안겨주기도 하고 친구들끼리 솜씨를 겨루기도 한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즐겁게 고민하고 만들어내는 모습은 어엿한 초콜릿 예술가 '쇼콜라티에'다. 초콜릿을 먹는 것도 순간의 휴식이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무언가를 공들여 만드는 시간 자체가 소중한 추억이 된다. 김지연 대표는 커피를 좋아해 관련 업종을 찾아다니다 우연히 초콜릿을 만났다. 커피 전문점인줄 알았던 곳에서 진짜 초콜릿을 알게 됐다. 슈퍼에서 파는 초콜릿과 유명 메이커 초콜릿 정도로만 구분했던 것은 대중적인 오해였다. 다양한 커버추어 초콜릿은 그간 알고 있던 것과 다른 깊은 향과 맛의 세계로 안내했다. 초콜릿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카카오버터라고 생각해 가게 이름도 카카오지로 지었다. 카카오버터 함량에 따라 초콜릿이라는 이름이 결정되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초콜릿 가공품에게 주어지는 지나친 관대함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준초콜릿, 가짜초콜릿이 오랜 시간 쌓아온 편견을 천천히 무너뜨리고 싶었다. 체온에서 충분히 녹아내려 입안에 남지 않는 점이나 항산화 성분 등 카카오의 장점이 오해로 덮여 있었다. 가게를 찾아와 진짜 초콜릿에 대해 의문을 갖는 이들에게 카카오빈을 한알씩 쪼개어 가며 열변을 토하는 이유다. 가장 안정적인 기름 중 하나인 카카오버터의 가능성과 확장성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것이 지연씨의 목표다. 카카오지는 공방 운영 외에도 지연씨가 만든 다양한 진짜 초콜릿을 판매한다. 건강한 초콜릿에 건강한 비법을 슬쩍 더한 제품들이다. 다른 곳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조합이 눈에 띈다. 홍삼엑기스나 새싹보리를 먹기 좋게 섞어 넣은 가나슈는 남녀노소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는 쌉쌀한 달콤함이다. 새콤한 맛을 더하기 위해 계절별로 제철 과일을 직접 세척하고 썰어 건조한다. 딸기나 귤, 키위, 파인애플 등을 적당히 말려 판초콜릿 위에 얹으면 쫀득한 맛까지 더해진다. 진짜 초콜릿으로 만드는 진한 맛의 핫초코와 담백한 맛으로 개운함을 전하는 카카오빈차도 준비된다. 누구든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초콜릿 세상이다. 초콜릿과 하루종일 함께 있어도 새롭기만한 매력은 혼자만 알고 있기에 아쉬운 정보다. 더 많은 이들에게 진짜 초콜릿을 알리고 싶은 것이 지연씨의 목표다. 어느새 일상에 스며든 바리스타의 대중성이 부럽다. 쇼콜라티에가 바리스타만큼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기까지 지연씨의 고군분투는 계속될 듯하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엄마가 해주는 일상적 음식도 좋지만 가끔은 아빠의 특식이 더 맛있게 느껴질 때도 있다. 특별한 손재주가 없는 아빠라도 늘 먹던 것과 다른 것을 먹는다는 낯선 즐거움이 더해진다. 디파파는 특별한 손재주까지 갖춘 다정한 아빠의 마음을 한 그릇에 푸짐하게 담는다. 내 아이에게 해주던 그 맛 그대로를 손님상에 올린다. 커틀렛과 파스타로 구성된 메뉴는 재료부터 믿음직 하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생등심, 오징어와 마늘까지 국내산을 이용한 요리다. 디자이너로 일하던 오세현 대표는 더 깊은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떠났던 일본 유학에서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하다 요리의 즐거움을 알았다. 한국에 돌아와 우연한 계기로 음식을 할 기회가 생기자 과감하게 직업을 바꿔 도전에 나섰다. 주변의 우려가 무색하게 세현씨는 뒤늦게 빠져든 요리에 대한 묘한 자신감이 있었다. 기초부터 다시 배우며 새로운 재미를 찾았다. 경양식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입혔다. 조리 방법을 연구하고 재료를 바꿔가며 맛을 그려내는 일은 일반적인 디자인과도 접점이 있었다. 그릇 위에 요리를 올려 손님 상에 내면 그간 했던 일보다 훨씬 즉각적인 피드백이 돌아왔다. 때론 날 것의 반응을 만날 때도 있었지만 테이블에서 소통하는 손님과의 작업은 더 나은 요리 방법을 찾을 수 있는 디딤돌이었다. 서두르지 않는 것이 깊은 맛의 비법이다. 완성까지 대여섯 시간이 필요한 토마토 소스는 양파와 마늘을 약한 불에 볶아 은근하게 끓여낸다. 4가지 치즈와 생크림, 우유를 넣고 끓이는 크림 소스는 그때 그때 끓여내 고소함을 유지한다. 커틀렛에 들어가는 정성도 남다르다. 생등심을 진공 숙성 후 직접 손질하는데 손질 후 양념의 과정 또한 대충 넘어가지 않는다. 고기의 풍미를 살리면서도 저염으로 마리네이드 하는 방법을 고심하다 누룩소금을 찾아냈다. 쌀누룩을 이용해 직접 숙성시킨 누룩소금으로 혹시 모를 잡내를 없애고 연육 작용을 통해 소화를 돕는다. 계절에 어울리는 야채로 직접 담그는 피클도 신선함을 자랑한다. 농협물류센터가 가까워 늘 신선한 야채를 준비하고 청주에서 구하기 어려운 특수 야채류나 허브 등은 가락시장에서 직접 받아 선도를 유지한다. 흔히 가니쉬로 올라가는 양배추나 콘샐러드 대신 불향을 입힌 버섯볶음과 당근 라페를 함께 올려 스테이크를 대접받는 기분으로 커틀렛을 즐길 수 있다. 쉽게 보기 힘든 빈티지 접시에서 또 한번 대접받는 느낌을 누린다. 세현씨의 아내 고은씨의 취향 덕에 집에는 없어도 가게에는 가득한 예쁜 그릇이 디파파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음식을 먹다가도 접시를 들어 바닥면을 확인하는 손님이 자주 보이는 이유다. 디파파의 시그니처 메뉴는 반반 커틀렛이다. 토마토와 크림, 토마토와 커리, 매콤토마토와 크림 등 각기 다른 소스를 반반씩 선택할 수 있다. 여러 가지를 맛보고 싶은 손님들의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해 등장한 메뉴다. 정성 가득한 소스를 듬뿍 뿌려 튀김옷과 고기에 눅진하게 스며든 맛이 제대로 된 디파파의 커틀렛이다. 닭육수로 감칠맛을 더한 계절별 파스타나 6시간을 끓여낸 한우 라구와 트러플이 더해진 소스도 인기다. 생바질이 듬뿍 들어간 바질 페스토와 라구 소스는 찾는 이들이 많아 소스로도 판매한다. 율량동에서 방서동으로 이전하면서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들이 여전한 맛에 감사를 표한다. 모든 것이 수제이기에 패스트푸드처럼 빠를 순 없다. 약간의 기다림도 깊은 맛을 위해 필요한 시간이다. 세현씨와 고은씨의 고집스러운 성실함은 늘 한결같은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디파파의 비법이다. 이들 부부가 그리는 디파파는 꾸준한 가게다. 그 맛이 생각날 때 언제든 다시 찾아도 좋은 기억만 남길 수 있는 곳, 어렵지만 분명 할 수 있는 일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주먹만한 크기에 묵직함이 느껴진다. 재료에 따라 이름을 달리하는 쿠키들이 각각의 매력으로 접시 위에 놓였다. 모양을 보고 맛을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하면 눈으로 봐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청주 주성동 한가로운 주택가에 자리잡은 르뱅200은 조용히 분주하다. 11시에 문을 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나타나는 사람들이 빠르게 접시 위의 쿠키를 담아간다. 당일 준비한 200개의 쿠키가 소진되면 문을 닫는다. 전화나 SNS 계정으로 계속해서 문의가 이어지는 이유다. 지난해 문을 연 디저트카페 르뱅200은 개인 SNS를 통한 홍보만으로 금세 단골을 모았다. 전에 없던 르뱅쿠키 전문점의 등장에 반가움과 호기심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들었다. 밥보다 디저트를 좋아하던 김소은 대표는 어릴 때부터 친구들과 디저트를 찾아다녔다. 흔히 먹을 수 있는 빵과 케이크에서 시작해 전문점이 다수 등장한 마카롱이나 다쿠아즈 등 제과류까지 가리지 않았다. 한입에 머무는 달콤한 휴식은 언젠가 나만의 디저트 카페를 열겠다는 이른 꿈을 가져왔다. 커피와 디저트 분야에서 일하며 자신만의 특색있는 디저트를 꿈꿨다. 쉬는 날이면 새로운 디저트를 찾아 먹어보고 만들어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여느 날 같이 새로운 디저트를 검색하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이 르뱅쿠키다. '죽기 전에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꼽힐 만큼 대단한 맛이 청주에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누구나 궁금해할 맛, '쿠키'하면 떠오를만한 상징적인 디저트를 만들어보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수많은 레시피가 소은씨의 손을 거쳤다. 뻔한 재료를 뻔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다. 가게를 준비하는 1년 여의 시간동안 수백번의 레시피가 수정됐다. 재료의 배합을 달리하고 숙성과 굽기를 여러번 바꿔가며 온전히 소은씨만의 방법을 찾았다. 르뱅200 쿠키의 특징은 파사삭 부서지는 겉면과 대비되는 촉촉한 식감이다. 너무 달면 안되지만 기분좋은 단맛은 필요했다. 많은 디저트를 먹어본 것이 도움됐다. 소은씨가 준비하는 10여가지 메뉴는 호불호 없는 익숙한 맛부터 마니아 층이 각광하는 독특한 조합까지 다양하다. 데워먹으면 쿠키 속 치즈가 늘어나는 화이트콜비치즈쿠키나 바질 향이 은은한 바질카야크림치즈쿠키 등은 소은씨만의 발상과 레시피가 주효했다. 발로나헤이즐넛과 화이트마카다미아 등은 흔히 볼 수 있는 조합이지만 아끼지 않는 재료로 르뱅200만의 풍부한 맛을 더했다. 당일 생산한 쿠키를 주재료로 하는 쿠키푸딩과 쿠키쉐이크, 쿠키케이크 등도 판매한다. 혼자 운영하는 매장에서 최상의 맛을 선사하기 위해 200개의 제한 수량을 둔 것도 르뱅200의 특징이다. 새벽까지 다음날 판매할 쿠키 반죽을 준비해두고 3~4시간 자고 나와 당일 판매할 쿠키를 굽는다. 월, 화 휴무일을 제외하면 1주일에 1천 개의 쿠키만 판매하는 셈이다. 휴무에는 주문받은 택배 분량을 작업하고 발송한다. 계절이나 요일에 따라 메뉴에 변동이 있기에 먹고 싶다고 언제고 먹을 수 있지 않다. 꼭 먹고 싶은 이들은 부지런히 노력하게 만드는 맛의 힘이다. 올해는 제철 식재료를 품은 쿠키를 내놓을 생각이다. 계절별로 진열대 분위기를 바꿔 꾸미는 것처럼 쿠키 안에도 제철 식재료를 담아보기 위해서다. 소은씨는 청주에서 처음 맛보는 쿠키에 르뱅200만의 색을 입히고 있다. 어디에서도 본 적없는 말도 안되는 조합을 내놓기 위한 노력이다. 하루 200개, 르뱅200의 아침을 달콤한 향으로 가득 채우는 것은 좋은 재료로 최선을 다해 만든 소은씨의 자신감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색동 한복을 갖춰입은 듯 화사한 물건들이 즐비하다. 색색의 아름다움에서 주는 이의 정성이 증폭된다. 어떤 것은 가락지 같고 어떤 것은 보석처럼 매듭지어 졌다. 꽃 같은 모양이나 전형적인 보자기의 리본같은 마무리도 멋스럽다. 풀리지 않게 꼭 묶어야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한번에 툭, 풀어지는 기술이 필요할 때도 있다. 보자기 속의 물건은 풀어보기 전까지 알 수 없지만 받는 순간부터 기분좋은 선물로 각인되는 것은 보자기의 품위 덕분이다. 예단이나 예물 등 귀한 선물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보자기 포장은 대부분이 생략돼 간소하게 변한 예식 과정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애교 예단이라는 이름의 귀여운 마음과 과일이나 꽃 등으로 대체되는 간소한 선물에서도 보자기 포장은 남았다. 귀한 것을 드리는 마음 자체는 생략되지 않았다는 상징적인 의미다. 명절이 다가오면 보자기는 더 가까워진다. 정육점이나 과일 가게, 마트에서 조차 귀한 포장으로 보자기를 택한다. 가벼운 한 장의 천 조각이 화려함은 더하고 실용성은 높인다. 선물을 받은 이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포장지다. 장식장 가득 수 십가지 형태의 보자기아트가 자리잡은 이곳은 청주 봉명동에 있는 '한국약초랑보자기'다. 평소 보자기아트 교육이나 꽃차 교육이 이뤄진다. 황복선 대표는 배움을 나누는 것에 익숙하다. 어렸을 때부터 품었던 흥미를 토대로 서예 작가로 활동했던 그는 한자와 예절 교육에도 열심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다도다. 차의 맛과 향도 좋지만 마시는 시간 자체가 인성 교육이 됐다. 한동안 차를 공부하다 지역적으로 찻잎 수급에 대한 제한을 느껴 꽃차를 찾았다. 다른 이들과 차별화된 독창적인 것을 시도하기 위해 약용작물을 익혔다. 수년의 시간을 담아 황 대표가 만드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꽃차를 넘어선다. 대충하는 법이 없는 성격에 종자기능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직접 농장에서 재배하는 약초들의 꽃과 줄기, 잎 등으로 차를 우린다. 종류에 따라 만드는 방법도 다양하다. 자체의 수분으로 익혀 덖는 것과 증재하거나 데치거나 재우는 방식이다. 참당귀꽃, 두메부추꽃, 산부추꽃, 하고초, 참소엽 등 특별한 꽃차가 만들어 진다. 차와 함께하는 다과류를 위해 늘 집에서 만들던 기술을 이용해 지난해 떡 제조기능사 자격도 따냈다. 만들어진 꽃차와 약용작물 등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공부한 것이 보자기아트다. 다양한 모양을 싸매고 꾸밀 수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취미로 배우려던 것이 재미가 붙어 전문가 과정을 모두 수료하고 충북특별강사로 나서게 했다. 전통적인 멋과 아름다움이 보자기 속의 모든 것을 더 빛나게 한다. 전문가반과 자격증반 등은 물론 보자기 제작과 원데이 클래스도 있다. 어린이들의 방과 후 수업에서는 보자기 포장보다는 색색의 청사초롱이나 부채, 액자 등의 소재로 전통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내는 것부터 시작한다. 선물 포장이 필요한 과일가게나 화원 등 창업을 앞두고 필요한 기술을 익히기 위해 황 대표를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같은 바구니나 상자도 보자기 옷을 입으면 한층 고급스러워 진다. 과일이나 꽃을 포장할 때는 슬쩍 속을 비춰 돋보이게 하기도 하고 밋밋한 물건을 화려한 색으로 특별하게 만들 수도 있다. 손 끝에서 매듭지어지는 한 장의 보자기가 선물의 가치를 더한다. 여러 사람의 손에 들린 보자기는 명절이 더 반가운 이유다. 잊혀져 가던 전통문화가 스르륵 눈 앞에서 펼쳐진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헤어스타일은 간단하지만 확실한 변화를 가져온다. 머리카락 색이나 모양에 따라 인상이 전혀 달라지기도 하고 평소와 다른 스타일을 구현해 자신의 기분을 바꿀 수도 있다. 자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미용실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요구사항 또한 다양해졌다. 커트나 염색, 펌 등으로 고정됐던 인식이 두피관리부터 손상모 복구까지 이어진다.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수많은 미용실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니던 미용실을 선택한다. 미용실의 위치보다 중요한 것은 머리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이기 때문이다. 다니던 샵에서 담당 디자이너가 자리를 옮기면 기꺼이 따라 나서는 손님들이 많은 이유다. 청주 가경동에서 운천동으로 이전한 살롱드리움은 20여 년 경력의 김성회 원장이 운영한다. 머리를 할 때가 되면 가경동을 향하던 단골들의 발길도 덩달아 운천동으로 바뀌었다. 누구보다 자신의 스타일을 알아주는 김 원장의 손길을 알아서다. 살롱드리움을 찾는 이들은 연령층 또한 다양하다. 엄마 품에 안겨와 배냇머리를 맡기는 아기 손님부터 남성과 여성을 불문한 노령층까지 있다. 각각의 연령대에 맞는 서비스가 준비되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는 울기만 하던 아이들도 김 원장의 손길에는 수월하게 따라준다. 하고자 하는 스타일이 명확한 손님에게는 그 뜻에 맞춰주고 아직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지 못한 이들에게는 얼마가 걸리든 세세한 상담을 통해 방향을 제시한다. 머리카락의 질과 양, 얼굴형과 두상, 손질 방법과 평소 생활에 어울리는 스타일이 존재한다. 매일 얼굴을 보는 본인보다 먼저 그 스타일을 파악하려면 경험에서 나오는 눈썰미가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머릿속으로 그린 이미지를 구현하는 실력 또한 중요하다. 거기에 손님의 만족도가 더해져야 비로소 단골이 된다. 미용을 막 시작했던 시절에는 만나는 모든 사람의 머리만 보였다. 어떻게 저런 머리가 나왔는지 어떤 기술로 구현되는지 궁금한 마음을 연습으로 풀었다. 젊은 층이 주로 찾던 시내에서 일하면서 해볼 수 있는 시술은 제한돼있었다. 더 많은 머리를 만져보고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나보며 새벽까지 연습에 몰두했다. 막연히 생각했던 것들이 손끝에서 풀리자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 상담과 시술을 이어가며 고객이 불만족할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을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 자신의 이름을 건 가게를 열었다. 10여 년의 세월동안 손님들은 김 원장의 손길에 신뢰를 더했다. 20대의 자유분방한 스타일을 원했던 손님이 30대에는 김 원장의 스타일링에 그저 의존하기도 하고 명확하게 바라는 바가 없던 40대 손님이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는 50대로 변화하기도 한다. 김 원장을 믿고 맡기는 단골 손님들은 낯선 변화를 주저하지 않는다. 사진 속에 남는 특별한 날 찾아온 이들에게는 기록할만한 결과물을 선사한다. 행복한 날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만족스러운 스타일링이다. 김 원장이 가장 뿌듯한 순간은 일상 속 자신감을 찾아줄 때다. 비어보이는 머리숱에 대한 고민으로 감추기에 급급했던 손님에게 가르마와 펌의 변화만으로도 충분한 만족을 선물한다. 몇 차례의 시술 실패로 다른 헤어샵에서는 고개를 저어 마지막 희망의 끈을 붙잡고 찾아온 손님도 있다. 한번에 드러나지 않는 결과에도 신뢰를 가지고 꾸준히 관리한 끝에 원래의 머릿결을 되찾으면 두 사람 모두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머리카락은 일상의 모든 순간을 함께한다. 살롱드리움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미처 알아채지 못한 아름다움을 찾아주는 것에 집중한다. 만족할만한 스타일을 찾으면 거울을 볼 때마다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머문다. 일상에 드리운 작은 행복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환경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실천하는 것만이 결과로 나타난다. 일상 속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텀블러를 이용하거나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포장이 많아진 요즘 불필요한 용기를 줄이고 다회용기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열심히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판매자가 기꺼이 불편을 감수한다면 훨씬 많은 이들이 자연스레 동참할 수 있다. 청주 율량동의 '커피미각'은 앞장서 환경을 생각한다. 직업 군인으로 군생활을 했던 허동욱 대표는 20대 초반부터 커피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 두루 다니면서 먹어보는 것은 물론 기계를 사들여 집에서 내려먹는 커피 맛을 알게된 뒤에는 원두를 구입해 로스팅하는 과정까지 다다랐다. 앞서 군생활을 마치고 로스터의 옷을 입은 아버지의 길과도 무관하지 않다. 아내를 포함한 모든 가족이 함께 커피를 공부하며 즐거움을 나눴다. 전역 3년 전부터 동욱씨의 색을 담은 커피숍을 구상했다. 전역 후를 차근차근 준비하며 비하동의 한 주택가에서 아내가 먼저 동네 카페를 열었다. 누구나 마실나오듯 편안하게 들러 차와 커피를 즐기는 공간으로 꾸렸다. 아늑한 공간에 어울리는 달콤한 맛도 준비했다. 로스팅한 커피와 특제 크림을 이용한 아인슈페너나 직접 끓이는 바닐라빈 시럽이 들어간 라떼 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커피로 다가갔다. 손님들은 연령층을 불문하고 이들의 맛을 즐기러 찾아왔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쉼터로 자리 잡았지만 조용하던 주택가에 누를 끼칠까 걱정됐다. 찾아오는 사람들이나 주차 문제는 어쩔 수 없더라도 환경 미화는 가능 할 것 같아 빗자루를 들었다. 비교적 고령 인구가 많은 동네 이곳 저곳을 돌며 매일 주변을 청소했다. 선의로 시작한 행동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카페에서 발생하는 쓰레기가 생각보다 많았다. 손님들이 들고나가는 컵부터 작은 비닐과 빨대까지 카페를 나서는 순간 쓰레기로 변했다. 커피 맛에 대한 자신감으로 시작한 공간이 생각지 못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인근 제로웨이스트 샵과 교류하며 커피와 환경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다. 율량동으로 자리를 옮겨 커피미각을 열면서 그간의 고민을 온 공간에 녹였다. 커피향으로 가득한 널찍한 공간을 천천히 살펴보면 동욱씨의 노력이 보인다.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번 더 고민하면 충분했다. 커피미각에서 즐기는 커피 한잔은 환경에 대한 부담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다. 빨대를 원하는 손님들에게는 플라스틱 빨대 대신 생분해 빨대를 제공한다. 커피를 담는 컵은 재사용이 가능한 세미텀블러 재질로 제작했다. 카페미각에 다시 가져와 커피를 담아가면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여러번 사용할 수 있는 컵은 커피를 먹은 뒤에도 다른 음료를 마시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배달 서비스로 집에서 받아보는 손님들도 집에서 잘 사용한다며 만족을 표한다. 따뜻한 음료를 담는 종이컵은 뚜껑까지 종이로만 만들었다. 흔히 쉽게 재활용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종이캐리어도 접착제가 있어 제대로 재활용 되지 못했다. 접착제 없이 종이의 조립으로만 연결하는 캐리어로 변경했다. 단순히 비료나 방향제로 필요한 손님들이 찾았던 커피찌꺼기도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조금만 찾아보면 커피찌꺼기(커피박)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커피를 내리고 남는 커피박은 연계된 공장으로 보내 새로운 형태의 연필과 화분으로 받아본다. 쿠키나 커피 외에 의미있는 선물을 원하는 손님들을 위해 선물 세트로도 구성해서 판매한다. 선물 세트 포장 역시 재사용이 가능한 에코백으로 제작했다. 커피 맛에 대한 자신감으로 시작한 커피미각은 커피를 마시는 순간은 물론 마신 후까지 생각한다. 이곳에서는 작은 죄책감도 없이 오롯이 커피맛을 음미할 수 있다. 동욱씨가 직접 고르고 로스팅해 맛보이는 커피 한잔은 환경에까지 맛있게 스민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느즈막한 저녁시간 주인장의 손길이 가장 바빠진다. 식사 시간은 이미 지났다. 제때 식사를 못했거나 무언가를 먹었어도 더 먹고 싶은 이들의 주문일 것이다. 작은 그릇 가득 이것저것 담기 시작한다. 하얗고 꾸덕한 베이스 위에 어떤 것은 과일로, 어떤 것은 견과류와 건과류로 채워진다. 간단한 디저트로만 생각했던 메뉴가 청주에서 새로운 입지를 다지고 있다. 건강한 야식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그릭요거트다. 지난해 말 충북대 인근에 문을 연 이곳은 그릭요거트 전문점 '그릭오'다. 민트색을 포인트로 깔끔하게 꾸며진 카페는 박정민, 류원철 대표가 직접 철거하고 가벽을 세우고 페인트를 칠했다. 아기자기한 실내에 젖소모양 스툴과 오픈 주방이 눈에 띈다. 십년 지기인 이들은 대학 시절부터 수많은 여행을 함께하고 같은 회사에 몸담기도 했다. 의정부와 부산 출신이 이들이 연고도 전혀 없는 청주에 새로운 카페로 발을 디딘 것은 수년 전 어떤 여행에서 시작됐다. 유럽 여행에서 맛본 그릭요거트가 시발점이었다. 우연히 들어선 작은 카페에서 뭔지도 모르고 주문했던 메뉴를 맛보고 가능성을 엿봤다. 본인들이 처음 먹어본 이 맛에 깜짝 놀랐듯 사람들이 이것을 즐기지 않는 이유는 '몰라서' 일 것 같았다. 대중적인 입맛에 맞는 그릭요거트라면 나이를 불문하고 즐길 수 있는 디저트이자 식사 대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국내 시장을 어느정도 들여다본 뒤 그릭요거트에 대한 연구를 이어갔다. 구글 검색과 외국 논문 등을 통해 정보를 얻었다. 수많은 우유 제품과 유산균을 줄세워 다양한 배합과 숙성과정을 거쳤다. 최적의 유통기한을 연구하기 위한 시식도 직접 했다. 불규칙한 식습관이 굳어졌던 회사 생활 동안 10kg 가량 늘었던 체중은 그릭요거트를 연구하며 그대로 감량하는 결과를 낳았다. 누구나 집에서 만들 수 있지만 그 과정은 귀찮게 마련이다. 집에서 요거트를 만들어 먹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의 수요가 있다는 뜻이었다. 특히 그릭요거트는 발효 후에도 유청을 분리하고 숙성을 거쳐야한다. 불필요한 과정은 생략하고 원하는 맛을 제공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였다. 하지만 유통기한이 짧은 요거트의 특성상 무턱대고 많은 양을 생산할 수는 없었다. 신맛을 최대한 잡아 부드럽고 꾸덕하나 맛만을 남긴 크리미 플레인과 설탕대신 스테비아를 사용해 달콤한 맛을 넣은 스테비아 스위트를 출시했다.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는 제조 방법에 확신이 생긴 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이용했다. 500개 정도로 설정했던 초기 목표를 훌쩍 넘어 3천여개의 선주문이 들어왔다. 플랫폼의 특성한 꼼꼼하고 도움되는 후기가 이어졌다. 고객 피드백을 반영해 용기의 편의성을 높이고 맛의 밸런스도 잡았다. 두 번째 펀딩 요청이 이어져 다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초기 목표를 60배 가량 상회하는 재주문 고객과 신규 고객의 유입이 이들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청주에서 포장과 배달로 즐길 수 있는 그릭요거트는 25가지의 토핑도 추가할 수 있다. 매일 농수산물 시장에서 가져오는 생과일과 건강한 견과류, 달달함을 더할 과자류도 있다. 천연꿀과 메이플시럽, 아가베시럽을 선택하면 부담없이 달콤한 맛이 더해진다. 기호에 따라 디저트나 식사, 야식으로 즐길 수 있다. 가볍게 먹고 든든하게 채워지는 부드러움이다. 크림치즈 같기도 하고 아이스크림 같기도 한 이것은 익숙하면서 낯설다. 한 스푼 가득 입안에 담으면 그릭오가 그린 그릭요거트의 가능성이 전해진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우람한 나무들이 도로변을 지킨다. 도로 끝자락 태극 문양의 외삼문이 이채롭다. 높은 건축물 없이 오래된 건물이 즐비한 이곳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청주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이 골목은 충북도청에서 청주향교로 향하는 대성로122번길이다. 몇 년 전부터 개성 있는 공간이 다양하게 스며들며 독특한 색을 입었다. 이정은 대표가 운영하는 향리단제과도 그중 하나다. 지나는 사람이 들르는 공간이라기보다는 굳이 찾아와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도 눈에 띄는 표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향리단제과와 그노씨라고 쓰인 각각의 나무 문패와 작은 메탈 입간판이 전부다. 가게 외관의 불투명 유리는 붉은 벽돌과 어우러져 낯설지 않은 느낌을 준다. 향리단제과는 탑동과 대성동을 넘나들며 수년째 운영 중인 카페그노씨(개인주의자그노씨)의 장근호 대표와 함께하는 프랑스 전통 디저트 카페다. 커피를 매개로 만나 부부가 된 두 사람이 함께하는 공간이지만 각자 잘하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 각각의 브랜드를 내세운다. 향교가 보이는 이 골목에 새로운 상권과 문화적 공간들이 자리 잡길 바라는 마음에 향리단이라는 이름을 택했다. 커피 향 가득한 향리단제과를 채우는 것은 프랑스 전통 디저트를 기반으로 정은씨만의 색을 입힌 메뉴들이다. 마들렌과 휘낭시에, 까눌레, 에클레어, 다쿠아즈 등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다. 하지만 재료의 조합이나 함량을 달리하는 정은씨의 변주가 섞여 새롭다. 습도가 적당한 날을 기다려 꼭 굽는 까눌레는 두 가지 종류의 럼을 섞어 향을 끌어올린다. 바삭한 표면 속 촉촉한 식감과 풍미가 특징이다. 바닐라를 베이스로 하는 것과 얼그레이를 섞고 오렌지 필링을 올린 버전으로 만든다. 가운데가 봉긋하게 솟아오른 마들렌도 두 종류다. 쌉쌀한 초콜릿 파우더와 꾸덕꾸덕한 달콤함을 느낀 뒤 발로나 초콜릿이 주르륵 새어 나오는 더티쇼콜라마들렌이나 치즈 본연의 향과 맛이 가득 채워진 콜비잭 마들렌이 준비된다. 그날 가장 맛있는 과일로 만들어지는 에클레어는 두 가지 크림과 섞여 달콤하고 상큼한 맛이다. 위에 올린 과일과 같은 재료를 콩피로 만들어 필링에도 섞는다. 씹을수록 풍부한 과일 맛이 입안을 맴돈다. 여름내 인기였던 데이지 타르트는 말 그대로 열대과일 맛 꽃과 같다. 코코넛 타르트지에 패션프루트 크림과 잘게 다진 파인애플, 코코넛 크림을 더해 만들었다. 8개의 균일한 모양 꽃잎을 위해 무수히 많은 크림을 눌렀다. 늘 다량으로 사들이는 단골들을 위해 쇼케이스에 채워두는 다쿠아즈는 유일한 고정 메뉴다. 가운데 필링을 달리한 부드럽고 폭신한 맛의 두 가지 다쿠아즈 외에 하루 8가지에서 10가지가량의 제품을 내놓는다. 케이크부터 구움 과자류까지 다양하다. 코로나19로 포장 손님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더 다양하고 많은 양이 나온다. 여러 개씩 사다 든든하게 챙겨두고 하나씩 꺼내먹는 이들이 많아져서다. 정은씨는 10여 년 전 제과제빵 기능사 자격은 물론 한식, 양식, 중식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향리단제과를 열기 전 9개월간의 유명 제과제빵 과정도 수료했다. 기술이 늘어갈수록 상상하고 표현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짐을 온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머릿속에 그린 것은 커스텀케이크다. 단순한 캐릭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편의 동화를 담고 싶은 것이 정은씨의 욕심이다.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마지막 한 입까지 맛있는 것이어야 한다. 재료와 디자인에 대한 갖은 아이디어가 수시로 정은씨의 손끝에서 만들어진다. 올해 안으로 세상에 내어놓는 것이 목표다. 향리단제과의 디저트가 커피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당연하다. 매일 첫 손님은 늘 정은씨 부부다. 근호씨의 커피에 정은씨의 디저트 한 접시가 하루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한 입의 즐거움에 좋은 재료와 정성이 함께 녹아든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호도정(湖嶋停)'은 생소하다. 메밀소바·스키야키라는 메뉴부터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간판까지 주변 상권과는 조금 동떨어진 듯 보인다. 계단에는 옛스런 느낌으로 '소바'라는 종이가 붙었고 은은한 조명 너머 묵직한 나무문을 밀면 다시 환한 실내가 펼쳐진다. 넓은 테이블 간격과 밝은 색감에 전면 유리까지 더해져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10년지기 안호종·연도흠 대표가 호도정을 함께 만들며 목표한 것은 기분좋은 '낯섦'이다. 청주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메뉴를 선뜻 생각지 못한 곳에서 맛보이고 싶었다. 고심 끝에 정한 장소를 직접 철거하고 페인트 칠과 가구 배치 등 호도정만의 인테리어에 집중한 이유다. 메뉴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면류'로 큰 틀을 정한 뒤 4년 정도 각자의 방식으로 다양한 메뉴를 경험하고 익혔다. 정해진 것은 '청주에 없던' 음식이었다. 전국 각지의 이름난 집을 찾아 맛보고 보완하며 두 사람만의 맛을 만들어갔다. 호도정은 여름에 특히 인기있는 소바와 서늘해진 계절에도 즐길 수 있는 따뜻한 전골류 '스키야키'를 내세운다. 소바는 메밀가루와 밀가루를 따로 받아 원하는 배합률로 조합해 매일 손반죽한다. 쫄깃함보다는 씹을수록 고소한 메밀향을 살리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메밀향을 끌어올리기 위해 두 종류의 메밀을 볶아 우려낸 메밀차로 반죽한다. 최상급의 가다랑어포와 멸치, 디포리를 5~6가지 채소와 함께 끓이고 뜸을 들여 냉장 숙성시키는 육수와 만나면 전에 없던 메밀소바다. 소바 위에 올라가는 토마토도 직접 마리네이드해 산미를 살린다. 매일 아침 농수산물 시장에서 눈으로 확인하고 구입하는 채소는 호도정의 핵심 재료다. 당근, 연근, 청경채, 꽈리고추 등 8가지 채소와 버섯 네 종류가 스키야키에 들어간다. 그을린 두부와 곤약, 소고기까지 담으면 푸짐한 스키야키 한상이 완성된다. 반 정도는 구워서 먹고 후에 육수를 부어 전골처럼 먹는 것이 호도정식 스키야키다. 다양한 재료를 짭조름한 육수와 굽거나 끓이면 색다른 맛으로 즐길 수 있다. 조리 과정에 곁들여 지는 친절한 설명과 서비스는 덤이다. 손님들의 반응을 살펴 변화하려던 여러 메뉴는 각각의 마니아층이 형성돼 고정 메뉴가 됐다. 돈사골과 닭을 오랜시간 우려 하루 식혔다가 기름을 걷어낸 육수를 사용하는 카레도 인기다. 대량의 양파와 당근, 가지 등을 은은한 불에 볶아 풍미를 살린 뒤 각각의 숙성을 거쳐 카레와 함께 끓여 깊은 맛의 호도정표 카레를 낸다. 센 불로 빠르게 익힐 수도 있지만 시간과 정성이 주는 풍미를 위해 오랜시간 불 앞에서 머문다. 돈가스와 멘치가스도 직접 손질한 국내산 돼지고기만 사용한다. 통등심을 받아 숙성 후 손질한 뒤 직접 친 머랭과 요리술 등에 담아 혹시모를 잡내를 흡착시킨다. 실온 건조 숙성 후 조리하는 것이 빵가루와 분리되지 않는 육즙 가득한 돈가스의 비법이다. 돈가스의 모양을 살린 후 남은 고기는 잘게 다져 멘치가스를 만든다. 함께 내는 오이절임과 무 피클, 깍두기 등도 직접 만든다. 주방에서 고군분투하는 호종씨와 도흠씨의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간판을 보고 군산에 사시던 할머니의 스키야키가 생각나 무작정 들어섰다는 노부인은 그시절 그맛이라는 평을 내렸다. 호도정에서 스키야키를 처음 먹어봤다는 손님들은 두 번째, 세 번째 다른 이들과 함께 매장으로 향한다. 소바를 종류별로 맛보고 돈가스를 먹어보겠다며 다시 오는 손님들도 있다. 한번 맛보면 다른 메뉴의 맛까지 궁금해지는 것이 호도정의 매력이다. 좋은 음식을 통해 머물고 싶은 곳을 만들어가려는 이들의 우직한 성실함이 손님들에게 낯선 즐거움을 가득 안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끼니와 끼니 사이, 입이 심심한 시간을 채워주는 것은 간식이다. 간식의 종류는 수없이 많지만 간식의 질은 다르다. 허기를 면하기 위해 그저 씹어 삼키는 것이 있는가 하면 배를 채우기에 앞서 입안 가득 행복을 채우는 것도 있다. 김재문 대표의 달달쌀강정은 남녀노소 좋아할만한 적당한 달콤함에 바삭한 식감까지 더해진 친숙한 간식이다. 그런데 평범하게 익숙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달달쌀강정이 내놓는 제품은 흔히 떠올리는 쌀강정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다. 분홍색, 연두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감과 재료가 풍성하게 담겨 강정만도 11가지 종류에 이른다. 재료별로 시간에 맞춰 불리고 찌고 말린 뒤 손으로 알알이 떼어 튀기고 모양을 잡고 잘라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며칠동안 이어지는 재문씨의 수고 끝에 세상에 나온다. 종류만 늘린 것이 아니라 각각의 제품에 건강한 비법을 특색있게 채웠다. 직접 만든 조청과 과일청 등이 방부제나 인공감미료를 대신한다. 알록달록한 쌀강정의 비법은 끊임없이 연구하는 실험 정신과 발로 뛰며 찾아낸 재료에 있다. 초록빛이 감도는 쌀강정은 파래향이 난다. 파래입자와 분말로 색을 입히고 진한 향과 맛을 더했다. 치자가루가 들어가는 노란 쌀강정은 상큼한 유자향이 느껴진다. 쌀알 사이로 작지만 그 맛은 농축된 듯한 유자 알갱이도 씹힌다. 유기농 고흥 유자를 잘게 다져 만든 유자청이 듬뿍 들어서다. 이쯤되면 궁금해지는 붉은 쌀강정은 백년초 가루와 가덕 딸기가 주인공이다. 가덕 딸기를 사다가 만든 딸기청이 붉은 색감에 새콤달콤한 딸기맛을 더한다. 거무스름한 색으로 입안가득 색다른 고소함을 전하는 쌀강정은 토종쌀 7가지를 섞어 만들었다. 한알 한알 의미 있는 쌀을 모았다. 청주 소로리 토종쌀과 유기농 미꾸라지쌀 등 청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치있는 쌀들을 한 덩어리로 모았다. 자극적인 맛 없이도 씹을수록 고소함이 가득차는 특별한 맛이다. 좋은 재료를 쓸수록 원가가 높아지지만 특별한 재료를 고집하는 이유는 차이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튀길 때 냄새부터 달라지는 것을 가장 가까이서 느끼는 재문씨는 그 맛을 포기할 수 없다. 쌀과는 또다른 종류의 고소함을 자랑하는 깨강정은 국산 들깨를 구하느라 들깨 농가와 직접 소통하며 주변 사람들을 국산 들기름의 세계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강정 이외의 제품들도 입소문을 탔다. 도라지 정과나 생강 편강 등이 한해동안 사랑받았다.맛네 아이를 키우며 바쁘게 지내면서도 해보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김 대표의 열정이 달달쌀강정을 만들었다. 몇 년 전 우연히 찾은 전통한과 제조과정 교육이 시작이었다. 호기심에 시작했던 한과는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한과, 도라지 정과, 연근 정과 등으로 시작한 요리의 세계는 깊이 들어설수록 재미있었다. SNS 등 온라인을 파고들다 알게 된 전통혼례음식 선생님을 직접 찾아가 배우며 폐백과 이바지 음식까지 섭렵했다. 취미 삼아 배웠던 쌀강정에서 전문가의 쌀강정으로 성장했다. 서울을 오가며 하고싶은 음식에 매진한 결과 전통혼례음식 지도사 1급 자격증도 취득했다. 가덕 딸기, 미원쌀, 소로리쌀 등 청주에서 나는 것들을 많이 사용하는 것은 의도적이다. 복분자나 블루베리 등 청주의 다른 작물들을 더해 만드는 재문씨만의 쌀강정도 연구 중이다.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일 뿐 아니라 지역이 함께 만드는 음식으로 거듭나고 싶어서다. 바삭하지만 딱딱하지 않은 쌀강정의 제조 과정은 적정한 타이밍의 연속이다. 적당한 불림과 찌고 말림, 적당한 튀김과 굳힘이 어우러져야 비로소 먹기 좋은 강정이 완성된다. 오래 씹을수록 달달쌀강정의 진가가 드러난다. 입 안에서 알알이 부서지는 건강한 고소함을 한 알도 놓쳐선 안된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흔하면서 귀한 대접을 받는 식재료가 있다. 통조림으로 쉽게 접할 수 있어 여기저기에 자주 쓰인다. 특별한 불포화지방산 EPA를 함유한 고단백 저열량 건강식품으로도 주목받는다. 가벼운 명절 선물로 손꼽히는 이것은 자취생들의 필수품이자 주부들의 메뉴 고민을 해결해 주는 만능 재료다. 통조림에 들어가기 전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 크기나 부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비교적 단가가 높다. 외식 메뉴로 선택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고민이 필요한 가격인 데다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을 쉽게 찾기도 어렵다. 소고기만큼이나 부위별로 다양한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이 생선은 참치다. 안순기 대표 부부는 이 참치를 통조림 참치만큼 대중적인 음식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네모참치어장을 열었다. 참치는 날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순기씨가 회 맛을 알게 된 계기다. 회 초보였던 순기씨는 남편의 권유로 몇 차례 참치를 맛본 뒤 풍부한 맛에 빠졌다. 어느새 부위별 맛까지 찾아서 즐기게 된 뒤 확신이 생겼다. 참치를 조금 더 가까이 즐길 수 있다면 더 많은 이들이 찾아 먹을만한 맛이라고 느꼈다. 저품질의 참치를 쓰면서도 가격 거품은 빠지지 않는 일부 참치 전문점이 소비자에게 주는 나쁜 경험은 참치에 다가가는 장애물이었다. 막연히 어렵게 느껴지는 참치에 합리적인 가격선과 친절한 설명이 더해지면 될 것 같았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판매하듯 누구나 먹고 싶을 때 원하는 부위를 골라 집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참치의 이미지를 바꿔보고자 사업의 방향을 정했다. 네모참치어장은 부부가 함께 공부하고 수소문해가며 오랜 노력 끝에 문을 연 참치식육점이다. 동네 정육점처럼 편안하게 들어서 참치를 고르고 구입할 수 있다. 축양장을 가지고 있는 업체와 직거래로 유통 과정을 대폭 줄이니 품질 보증에 합리적 가격까지 가능해졌다. 네모참치어장에서는 부위별로 손질해 포장한 냉동블럭을 판매한다. 집에서 해동할 수 있는 설명서와 적정 염도를 계산한 소금도 함께 제공한다. 칼로 과일을 깎아 먹을 정도의 실력만 있다면 누구나 참치 요리사가 될 수 있다. 참다랑어부터 눈다랑어, 황새치 등 어종과 부위에 따라 정확한 단위 가격을 설정해 온전히 소비자의 기호에 의지한다. 소비자가 손질할 필요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메뉴도 있다. 덜 녹은 식감을 즐기거나 생참치와 비슷한 정도로 해동하는 등 입맛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초밥용이나 횟감용으로 썰어달라고 요청하면 그 역시 서비스된다. 조미김에 싸 먹거나 초장에 찍어 먹는 손님들에게는 참치 본연의 맛을 권한다. 무 조미김을 함께 넣어주고 소금이나 와사비 등 부위마다 어울리는 곁들임을 추천하기도 한다. 온전한 참치 맛만으로 자신 있기에 많은 이들이 진짜 참치 맛을 알아가길 바라는 다정한 참견이다. 초밥이나 회덮밥 등 식사 메뉴도 판매한다. 구운 채소 등 대여섯 가지의 재료를 넣고 직접 끓여낸 맛 간장으로 숙성한 참치 장도 인기다. 밥에 얹으면 감칠맛이 배가 된다. 익숙지 않을 법한 매장에 우연히 들어섰다가 참치 맛에 빠진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퇴근길에 배꼽 부위를 한 토막씩 구입해 우아한 혼술을 즐기는 여성이나 주말마다 아이에게 직접 초밥을 만들어주는 아버지가 늘었다. 모둠으로 먹어본 뒤 일일이 사진을 찍어 부위를 묻고 원하는 부위를 재구매하는 요령을 터득한 고객들도 있다. 순기씨 부부는 참치에 대한 호기심이 늘어가는 손님들을 위해 참치에 대한 공부를 이어간다. 수시로 만들어 보는 다양한 조리법은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 SNS에 공유한다. 맛있는 참치를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서다. 네모참치어장에서 만나는 참치 맛은 매일 새롭다. 담백하거나 기름지고, 쫄깃하지만 사르르 녹는다. 같은 생선이 보여주는 전혀 다른 맛이지만 어려울 것 없다. 가볍게 들러 눈으로 보고 결정하면 된다. 하나둘 먹어보면 누구든 자신만의 맛을 골라낼 수 있을 것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여기 찐만두 두 개 포장이요." 조용히 만두를 먹던 손님들의 포장 주문이 이어진다. 식사 시간도 아닌데 찜기에서 모락모락 솟아나는 하얀 김이 멈출 줄 모른다. 가게에서 맛보면 집에서 또 먹고싶은, 혹은 누군가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맛이라는 얘기다. 청주 북문로 청소년 광장 인근의 다정한손만두에는 이종경 대표의 자부심이 녹아있다. 사랑하는 딸 '다정'의 이름을 그대로 쓴 상호에 맛과 가격까지 다정하게 느껴진다. 다정한손만두에서는 하루에 400~500개 가량의 만두가 손님에게 전해진다. 만두 종류는 한가지다. 김치나 고기, 고추 등으로 구분하지 않고 모든 것이 꽉 들어찬 다정한손만두 하나만 만든다. 화려한 모양새나 독특한 재료는 없지만 기본에 충실한 집만두의 정석이다. 누가 먹어도 고개를 끄덕이는 맛, 집에서 먹었던 맛있는 만두 맛의 기억을 되살린다. 각 가정마다 특색이 있겠지만 집만두에 대한 기억은 비슷하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다양한 재료들이 맛이 어우러지는 맛이다. 재료를 준비하고 빚어내는 가족의 정성이 맛을 끌어올린다. 쫀득한 반죽 가득 다양한 소로 채워진 집만두는 정성 그자체다. 다정한 손만두는 직접 담그는 김치와 지고추, 매일 아침 준비하는 신선한 고기와 두부, 호박, 숙주와 부추 등이 푸짐하게 채워진다. 평범하지만 따라하기 어려운 비법이다. 김치와 지고추를 손수 준비하는 과정부터 쉽지 않다. 야채와 고기를 다지는 일을 기계에 맡기면 식감이 떨어져 손으로 직접한다. 재료별로 정성을 다해 다지고 양념하느라 만두소를 만드는 시간만 꼬박 대 여섯 시간이 걸린다. 김장 김치를 찾는 이들이 많은 겨울을 제외하면 신선한 겉저리가 함께 상에 오른다. 만두와 곁들이기에 알맞은 맛이다. 직접 하는 것을 고집하는 종경씨의 가게에서 사용하는 기성품은 단무지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찐만두와 튀김만두, 고추만둣국, 사골만둣국 등 단출한 메뉴지만 단출하지 않은 시간을 거쳐 손님상에 오른다. 한우 사골과 등뼈를 16시간 이상 고아 국물로 사용하는 사골만둣국은 국물만으로도 구수하고 담백한 풍미를 자랑한다. 칼칼한 맛을 찾는 이들을 위해 준비한 고추만둣국은 황태와 북어머리, 보리새우와 건표고 등을 넣어 푹 끓인 뒤 각종 야채와 청양건고추, 고추씨 등으로 매콤한 맛을 더한다. 같은 만두지만 조리 방법과 국물 종류에 따라 다른 분위기로 즐길 수 있다. 그날의 기분이나 입맛에 따라 고르면 된다. 같은 소를 넣은 만두지만 전혀 달라지는 맛은 우열을 가릴 수 없다. 호텔 쉐프로 일하는 형님의 비법을 전수받아 메뉴판에 넣은 수제돈까스도 별미다. 국내산 등심을 손수 두드려펴고 한우사골육수에 데미글라스, 스테이크 소스 등을 섞어 다정한손만두만의 특제 소스를 만들었다. 호텔과 같은 메뉴를 거의 3분의 1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셈이다. 만두집에 돈까스 먹으러 오는 손님들이 많은 것은 그 맛을 알아봤기 때문이다. 만두는 계절을 타지 않는 음식이지만 찬바람이 불면 더 자주 생각난다. 찜기에서 피어나는 뽀얀 연기와 푸짐한 소가 전하는 따스함 덕이다.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이 이어지고 먹어본 손님들은 포장까지 잊지 않는 것은 종경씨 부부의 힘이다. 저렴한 가격에 정직한 재료, 그 안에 가득 담긴 정성은 먹어본 이들이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한입 가득,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난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어린이들의 움직임이 줄었다. 층간 소음 때문에 집에서도 살금살금, 미세먼지 때문에 마음껏 나가놀지도 못하는 시절에 이어 코로나19가 망쳐버린 일상이 발목을 잡았다. 하루종일 뛰어 놀아도 그 에너지가 줄지 않는 시기를 가만히 지나보내는 아이들이 늘었다. 답답해 하는 아이들은 물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엄마들의 고민도 함께 늘어갈 수 밖에 없다. 네 아이를 키우는 이정화 대표는 누구보다 가까이 엄마들의 고민의 이해한다. 첫 아이와 둘째를 키우다 터울을 두고 낳은 쌍둥이 아이들과 함께 하며 육아 기술은 늘었지만 양육 환경은 계속 나빠지기만 했다. 딱히 갈 곳이 없는 청주의 놀이 문화 공간도 고민스러웠다. 매번 가던 곳, 생태공원과 상당산성 등을 제외하면 아이들이 달릴 곳은 없었다. 남편의 뜻도 같았다. 이들 부부는 눈 여겨 봐왔던 장소에 아이들의 세상을 꾸려보기로 했다. 층고가 높고 안전한 설비가 갖춰진 곳이어야 했다. 오랜 세월 육아 비법을 총동원해 영유아부터 어린이들까지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키즈카페가 완성됐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콘텐츠를 다양하게 갖췄다. 최고급 자재는 물론 친환경 페인트와 매트까지 방염 처리해 안전을 더했다. 파스텔 톤으로 동화 속 궁전처럼 꾸며진 영유아 공간은 2층 8개 구획으로 나눠져 각각의 특색을 지닌다. 마트 놀이나 중장비 편백 놀이방, 주방 놀이, 악기와 낚시, 캠핑, 드라이빙 등 다양한 분야를 각 구역에서 즐길 수 있다. 어린 아기를 데리고 온 엄마들을 위한 베이비룸도 있다. 마트나 주방 등에는 계절별로 다른 식재료 장난감을 채워넣는 세심함도 돋보인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조명은 다양한 키즈카페를 고루 다녀본 아이들도 키즈카페에 처음 온 듯 감탄하게 만든다. 스크린 볼풀장도 영역이 분리돼 원하는 컨셉의 놀이를 독립적으로 만끽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영유아와 어린이 공간은 완전히 분리해 나잇대가 다른 아이들이 뒤엉켜 놀거나 부딪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은 넓은 트램폴린과 다양한 시설로 채워졌다. 팝업 아트 형식의 화려한 그림이 그려진 클라이밍도 체력이 좋은 아이들에게는 도전 정신을 불러 일으키는 놀이기구다. 정화씨의 10살 쌍둥이 아이들이 매일 놀아도 질리지 않는 것을 보면 아이들에게는 끝없는 재미를 줄 수 있는 공간임에 분명하다. 아이들과 함께 온 어른들을 위한 공간도 한편에 있다. 넓은 광장처럼 준비된 테이블에서 여유를 즐겨도 좋지만 그냥 앉아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지 않아도 된다. 노는 내내 부모의 시선이 필요한 영유아가 아니라면 보호자는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넓게 마련된 오락실과 코인노래방, 스티커 사진 기계와 포토존 등 어른들의 취향을 자극할만한 시설도 갖춰졌다. 사진을 제외하면 입장료에 포함된 금액이라 자유롭게 이용하면 된다. 루프탑과 연결된 바베큐 식당에서 식사를 즐기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관리도 철저히 한다. 입장 인원을 기준으로 30~50인으로 제한 운영한다. 먹어도 인체 무해한 친환경 소독제를 이용해 수시로 소독하는 직원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주중에 일정 인원을 채우면 한 팀이 공간 전체를 빌릴 수도 있다. 퍼니펀키즈랜드는 어린이 세상이다. 즐거우리라는 기대를 품고 문 앞까지 왔으면서도 막상 들어서면 상상보다 훨씬 행복해지는 아이들의 표정이 퍼니펀키즈랜드를 증명한다. 자녀들의 행복은 보호자에게 전달된다. 즐거움이 즐거움을 낳는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