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2018.09.12 21:29:52

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일상생활에서 상호간 기억력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적잖은 편이다. 무엇보다 상대방에 관한 기억을 말할 때 그는 분명히 기억력이 대단하다고 칭찬을 넉넉히 해줄 게다.

1970년대 우리는 자석식 전화기를 사용했었다. 전화기에 달려있는 손잡이를 열심히 돌리면 교환이 전화를 받았다. 그런 후 전화를 걸 곳을 번호로 말하면 교환원이 통화를 연결해주던 시절이다.

필자가 근무하던 학교 교무실에서의 일화다. 외부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면 학생의 이름만 말하기 일쑤다. 전화를 받은 교원이 몇 학년 몇 반이냐고 반문하면 학년까지는 알지만 반을 알지 못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런 때마다 교무실에서는 나를 불러 묻는다. 그 학생 몇 반 몇 번쯤 보라고 하면 거개 틀리지 않았다. 교무실에서는 내게 이구동성 머리가 좋다거나 어쩌면 기억력이 그리도 좋으냐고 칭찬인지 은근슬쩍 하릴없어서 학생들 학년 반 번호나 외우느냐는 투로 말하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

필자가 과거 사범학교를 다닐 때는 남녀 공학이었다. 현관 동쪽엔 여학생들 교실이 있었고, 서쪽엔 남학생들 교실이 있었다. 골마루 창가에 서서 잡담을 나누고 있을 때 여학생들이 운동장을 대각선으로 질러 교문을 향해 몇몇이 가고 있을라치면 친구들은 여학생들 이름을 부르거나 그 여학생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도 한다.

필자는 아무리 봐도 꼭 참새들을 보는 것이나 다를 게 없었다. 그렇다고 시력이 나쁜 것은 더더군다나 아니다. 양쪽 눈 다 2.0이었으니 말이다.

일상에서 내 주위사람들로부터 필자는 기억력이 좋다는 말을 자주 들어온 편이다.

이제 문제점에 대한 유권해석이 제시된 셈이다.

학생들 반과 출석번호까지 알아 맞혀서 학생복덕방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것으로 보면 기억력이 상당한 편이 되고, 한 학년 여학생들을 보고도 전혀 구분하지 못 하는 아둔함으로 볼 땐 기억력을 앞세울 일이 아니다.

군대에서 부대배치를 받자마자 교육계를 하명한다. 딱 이틀을 두고 두 차례 본인 카드와 얼굴을 대조 확인한 게 다인데, 약 220여명이나 되는 중대훈련병들을 슬쩍 지나치면서도 이름을 호명하니 훈련병들이 대단히 놀라며 다가와 사회에서의 기억을 더듬는 일까지 있었다.

자칫 자화자찬이 될까 조심스럽지만 필자의 세 가지 경우를 사례로 들었는데. 다시 생각해 봐도 이는 기억력 보다 더 큰 요인이었다면 분명 관심이었다고 믿는다. 앞서 세 가지 사례 중 동 학년 여학생들을 기억하지 못했던 것은 여학생들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것이며, 학생들 반 번호까지 기억했던 것이나 군대에서 훈련병들 성명과 얼굴을 기억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그들에 대한 관심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겠다.

학교에서 학생들이나 군대에서 장병 개개인들을 기억해 준다는 점은 더 없는 관심사로 누구나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이 인간의 본능과 다르지 않은바, 관심은 당연히 지도자 또는 책임자라면 반드시 지녀야 할 덕목의 하나라고 확신한다.

관심은 곧 사랑이오, 인간관계의 시발점이니 근본으로 삼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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