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품에 불과한 신문고

2015.03.16 13:36:45

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현실이 온통 인터넷(IT)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성싶다. 정치, 교육, 상업, 관광안내, 심지어 농업에는 물론 가정생활에까지 영향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여행을 가기 위해서도, 국가 시책이나 지자체의 행정에 관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컴퓨터 검색 하나면 거개의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편리함도 많지만 자칫 고령자 등 소외계층도 생겨나지 않을지 염려도 적잖은 게 현실이 됐다.

사람들은 때로 불평불만을 어느 누구에게나 토로해보고 싶은 심리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사람의 그러한 심리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녀노소가 따로 없을 것이다. 그런 범주의 이야기로 바람이 부는 날 대나무 밭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란 소리가 들린다고 한 옛날이야기도 생겨난 것 같다.

우리 역사에 현명한 어느 임금이 '신문고'를 설치하고 민초들의 억울한 하소연을 수렴한 미담이 있다. 반상의 구분이 엄격해 상민들은 거의 인간적인 대접을 받지 못했던 터에 그들의 언로를 트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근간에는 각종 업소나 지자체 및 각 단체들마다 '홈피'를 설치하고 민원이나 칭찬, 또는 일종의 선전에까지 활용되고 있다. 우스갯말에 영문자를 인용해 PR(피, 알)이 무엇이냐고 한 질문에 피할 건, 피하고 알릴 건 알리는 것이라는 우스갯말도 들은 바 있다.

수 년 전 제주도 여행 중 개선책을 제안해 달라는 게시문구가 있기에 귀가 후 메일을 통해 두 가지를 제안한 적이 있었는데 곧바로 접수번호와 함께 제주도청 및 국가중앙부서에 등록됐고 그에 따른 회신을 해주겠다는 회신을 두 차례에 걸쳐 받았기에 기대가 컸으나 5년이 되도록 종무소식이다.

지난 해 여름, 지방자치단체 홈피에도 민원을 해소하기 위한 제안 창구가 있기에 소소한 개선점을 제안을 했었다. 분명 그 창구에는 빠른 시일 내에 답변을 주겠다고 명시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 봐도 감감무소식이다. 이건 하나의 장식품에 불과한 현대식 신문고가 아닌가 싶다.

수많은 제안이 모두 적합할 수는 없겠다만 만약 결핍 점이 있다면 그 이유라도 회신해 주는 게 창구를 설치한 의미가 아니냐고 되묻고 싶다.

필자는 '신도 실수한다.'는 말을 자주 되뇐다. 전지전능한 사람은 하늘 아래에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책임진 소임이라 해서 모든 걸 홀로 해결하려고 하는 건 아집에 불과하지 않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의 지혜나 지식을 겸허히 수렴해서 십분 활용한다면 더욱 좋은 해결방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굳이 부연해본다면 여러 사람들의 뜻을 이끌어내 현실에 활용하는 게 곧 민주주의 방식의 최대 장점이라고 믿는다.

책무성의 고하를 막론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주장하기 전에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현장성이나 현실에 더 좋은 행정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언한 약속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제안이나 건의자 역시 더 신바람 나게 생각을 보탤 것이고 그 길만이 중의를 모을 수 있는 길이며 더 좋은 사회를 조성해 나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제안 건의 창구가 제 구실을 톡톡히 해내는 진정한 신문고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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