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노예가 아니라 법을 준용해야

2015.04.13 13:22:47

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사기전화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며칠 전 보도에 의하면 연간 무려 2~3천억 원이나 사기범들에 의해 손실을 보고 있단다. 그들에 대한 국가차원의 대응책은 제대로 세웠으며 잘 실천되고 있는지 의아심만 팽배한다.

지난 6일 해괴한 전화를 받았다. 마침 운전하다가 신호대기 중에 낯선 전화가 걸려왔는데 느닷없이 차량사고를 냈느냐고 한다. 전혀 아니기 때문에 자연 사기전화로 오인할 수밖에 없었다. 몇 차례에 걸쳐 반복 전화가 걸려와 많이 불편했다. 무엇보다 보험회사까지 들먹이니 의구심은 더했다.

귀가해 보험회사에 확인했더니 역시 사기전화라며 조심하란다.

112 경찰에 신고를 했다. 대충 설명 중인데 신고자의 말을 묵살하며 사기를 당했는지 여부만을 묻는다. 112 담당자들 역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신고자의 소견 청취에 성의를 다했으면 싶은 마음에서 괴 전화번호를 조사해 주었으면 했더니 피해가 없는 한 수사할 수 없다며 난데없이 118로 하란다. 그곳 역시 수사권이 없다며 발뺌만 할 뿐이다.

이튼 날 아침 이번에는 유선전화 번호로 어제 그 사람이 또 전화를 했다. 그냥 끊었더니 몇 차례 더 걸려온다. 수신차단을 해버렸다. 불쾌한 마음에 다시 112로 전화를 했더니 어제 접수되었던 것을 알고 있었다. 어제 휴대전화와 오늘 유선전화 번호를 알려주려 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8일 뜬금없는 경찰서 소환통고 등기 우편을 받았다. 곧바로 가봤더니 지난 4일 터미널 주차장에서 사고를 냈고 상대차량에 약간의 흠집이 생긴 문제다. 전혀 알지 못했던 일이다. 경찰에서도 모를 수 있는 정도의 사고가 흔하다고 한다. 즉각 보험사에 신고해 종결했다.

수사에 문제점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경찰들마저 연락방법이 쉽지 않고, 또 피해가 발생한 사고만이 수사 및 체포영장발급이 된단다.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사실상 112에 전화번호를 신고했을 때 경찰에서 그 전화번호만 확인했더라면 행정업무가 손쉬울 수 있었을 것 아닌가·

이번 일로 알 수 있었는데 112 신고 접수처 역시 지역 경찰서가 아니고 도 경찰국이었다. 특수 업무를 위해 그리해야 할 어떤 요인이 있겠지 싶으나 굳이 그리 해야 할 이유도 뭔지 의아심만 팽배해 진다. 사실 관할구역이 방만하다보니 사회의 안녕 질서유지에 효율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을뿐더러, 주민들 이용에 불편은 전혀 배려마저 없는 처사는 아닌지 싶다.

법 역시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칫 법을 위해 사람이 존재해야 한다면 이미 인간이 법의 노예로 전락한 것이 되지 않나.

사기범들은 나날이 진화하는데 혹여 수사력이 법에 제약을 받아 범인들을 따라 잡지 못하는 꼴인 셈은 아닌가 싶은 심정이다. 그러니 전화 사기범들이 우리나라의 그런 허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중책을 책임진 사람들에게는 최소한의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느냐는 속담처럼 법의 남용을 막는 걸 빙자해 직무를 추진하는데 걸림돌이 된다면 직무수행에 결코 열정을 다하려는 의지마저 박탈하게 되지 않겠나· 법은 준용될 때 더 효율성을 발휘한다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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