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고 바람직한 인간애

2018.07.04 17:42:05

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프로야구가 한창 뜨겁다. 장마 때문에 게임이 지장을 받고 있으나 전반기 경쟁이 절정에 이르면서 점점 볼만하다.

외국인 용병 중 '니퍼트' 선수를 주목하게 된다. '니퍼트' 선수는 지난해까지 두산베어스에 몸담고 있었다가 금년엔 KT(wiz)에서 활동 중인데 '니퍼트' 선수는 특별하고 모범적인 습성을 지닌 지극히 바람직한 선수다.

투수는 주심에게서 공을 넘겨받아 던지게 된다. 그런데 주심에게 공을 요구할 때마다 착용하고 있는 모자를 벗으면서 주심에게 고개를 가볍게 숙여 우리나라 정서에 걸맞게 예절을 반드시 표한 후에 공을 건네받는다. 여러 번 봐도 참 보기 좋아 기억에 역력하다.

인간의 보기 좋은 점은 금방 여러 사람들에게 번지게 되나보다. 그래서 하나의 유행을 만들게 되나 보다. 좋은 일이기에 이름을 밝혀두련다. '니퍼트' 선수의 아름다운 자세를 그대로 닮아서 따라 하는 선수는 바로 두산베어스의 '함덕주' 선수다. '함덕주' 선수 역시 투수로서 공을 주심으로부터 건네받을 때마다 주심을 향해 모자를 벗고 목례를 표한다. 참 보기 좋다.

필자가 다 파악한 것은 아니다. 다만 '니퍼트'와 '함덕주' 두 선수는 오래 동안 봐왔던바 주심을 향해 반드시 목례로 예절을 빼놓지 않고 실천해왔다.

프로야구에서 볼썽사나운 모습도 적잖게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보기에 안 좋은 모습으로는 투수가 타자를 향해 던진 공이 타자의 신체일부를 그 야무진 야구공으로 맞히게 되는 경우다. 맞자마자 선수들 거개는 순간의 고통을 호소하면서 안절부절 괴로워한다.

필자는 국내 텔레비전 방영을 통해 국내 야구게임과 미국 메이저리그에 우리나라 선수들 다수가 진출돼 있어서 그들이 게임에 출연할 때마다 생중계로 중계해 주는 덕에 미국 프로야구를 볼 수 있고, 일본 프로야구에도 우리 선수들이 적잖게 나가 있어서 때때로 일본 프로야구 중계를 시청할 기회도 갖는 기회가 있다.

우리나라 생중계방송에는 전문해설가들이 다양하고 구체적인 시청도움말을 해주고 있어서 견문을 넓히는 게 고작인 편이다. 해설 중에 외국에서는 데드볼을 던지고도 투수가 공에 맞은 타자에게 전혀 미안한 표현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게 어찌 인간적이랄 수 있을까 의아심이 컸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선수들은 말 그대로 동방예의지국의 선수들답게 실수로 상대선수를 맞힌 경우 정중하게 피해선수를 향해 머리를 숙여 미안함을 표하는가 보다.

그런데 어느 팀의 선수 하나는 타자를 공으로 때리고도 뻔뻔스러울 정도로 미안함을 표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날 이후 필자는 그 선수가 등판하게 되면 아예 채널을 돌려버릴지언정 그 게임은 절대 시청하지 않는다.

오랜 기간이 지나면서 한 가지 나 자신을 채근하게 됐는데 사실 필자는 텔레비전방송을 통해서 봤을 뿐이니, 필자가 미워했던 선수가 미안함을 보였더라도 텔레비전 카메라가 방영하지 않았다면 그 투수의 잘못은 아니잖나·

미안하지만 현장 카메라담당자는 인간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에 대한 녹화 및 중계에 각별한 신경을 써주기를 간절히 당부해 둔다.

동서고금을 통해 인간적인 아름다움의 기준은 대동소이하다. 아름다움은 더욱 부각시키고 비인간적인 작태라면 반드시 지양시켜가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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