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를 모으면 길은 있다

2015.08.03 13:40:11

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도심지 외곽 작은 지역에는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폐교, 또는 통합을 자주 거론하고 있다. 반면 중소도시로 학생들이 모여들고 있어 도심지 학교에는 학교 시설규모에 비해 적잖은 학생들로 붐비는 상태다.

행정적인 조치로 충분히 이런 문제들을 해소시킬 수 있다.

우선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의 인식 전환이 급선무다. 도심지 학교를 선호하는 요인으로는 큰 학교가 상도 많이 받고 좋은 학교로 진학도 많이 한다는 외형적인 여건만 보는 편견적 시각에서다. 그리 보일 뿐이다. 학생 수에 의한 비율로 볼 때 대동소이하다. 아니 우뚝한 인물은 사실상 농어촌 같은 벽촌에서 더 많이 나타나고 있음을 역사적으로 알 수 있다.

시설이 과거와 같이 도심과 농촌학교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좋은 시설을 학생 개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점은 오히려 학생 수가 적은 소규모 학교 학생들이 더 자유롭고 이용도도 더 높다.

교원들의 구성을 살펴봐도 순환근무제이기에 딱히 차이를 찾아볼 수 없다. 더러는 농진 법에 의한 가점을 받을 수 있어 우수교원이 근무를 희망하는바 경륜 자들이 벽지에 많다.

학생 수가 많으면 교원들도 개개인을 파악하거나 기억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학생을 부를 때 이름을 불러주는 게 감성적인 측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갖게 된다. 사례로 300명 남짓한 소규모 중학교에서는 거개 교원들이 학생들 이름을 불러줄 수 있다. 별일 아닌 것 같이 생각할 수 있겠으나 학생들은 그만큼 인격적 대접을 받는 것이 된다. 소소한 일들이 누적되면 3년 간 심적 성장은 비교할 수 없을 것이 자명하다.

소규모 학교에서는 생활지도에 대한 문제점도 거의 없을 정도다. 인간은 상호 이해가 깊을 때 다투거나 반목하는 일이 거의 없기 마련이기에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혹시 우려할 점이라면 학생 간 자극이 적어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점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안정된 가운데 스스로 학구열을 지닌다면 학습활동에 더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작은 학교다.

비근한 예로 도시 근교의 학생들은 가까운 거리에 학교를 두고도 차량을 이용해 도심지 학교로 통학하는 걸보면 안전문제나 경제적 손실은 물론 매일 상당한 시간을 등하교에 허비하게 된다. 다만 학생과 학부모를 설득해서 근거리 학교를 권해 봐도 학구 규정 때문이란 이유도 있었다. 안타깝다.

해소방안을 제언해 본다. 우선 행정적으로 학구를 정할 때 학교분포에 따른 면밀한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학부모들의 선택권을 부여하는 일부 공동학구를 정해주면 된다. 각 지역별로 상당한 학교 수가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바 도심학교를 선호 할 경우 오히려 경쟁력에 밀리거나 도심학교 학생들의 학연 등 인맥에 따른 따돌림 등을 당해 더욱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자신력을 잃어 학구열이 떨어진다면 어린 학생들의 경우 정말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더 증폭되리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좋은 학교란 학생이 인간적 대접을 받으며 정서적인 안정감 하에 향학열을 지닐 수 있는 것이라 믿는다.

학구규제의 모순을 재검토하는 지혜를 모아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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