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세존 탄신일 축등

2018.05.23 16:05:11

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엊그제가 석가세존 탄신일인 사월초파일이었다. 이미 한 달 전부터 여기저기 축등이 내걸리기 시작했기에 사월초파일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렸다.

거리에 내걸린 축등을 보며 마음이 썩 편하지도 않을뿐더러 뭔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엄습해 오며 씁쓸하기까지 하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우리는 지난날을 돌이켜 봐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지나간 과거는 분명한 역사로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모두가 짐짓 깨달음을 얻기 위해 냉철하게 성찰해 보는 계기를 가져야 한다는 마음이다.

노력 없이는 깨달음은 물론, 사람마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의미를 되새기기엔 부족함만 있을 뿐이다. 육신이 편하고 보자는 게 목적이라면 종교적인 의미를 찾기엔 너무나 멀고먼 잘못된 생각이라고 생각된다.

사월 초파일이 다가오면 각 사찰마다 축등을 만드느라 기나긴 기간을 두고 분주한 모습이었다. 재료는 열악한 편이었어도 스님들과 신도들이 오랜 시간을 두고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 축등을 제작하노라면 때로는 기발한 창작품도 나온다. 축등을 제작하는 의미를 되새기기에 마음을 모으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석가세존을 기리고 성불하는 뜻을 깊게 되새기기에 충분했다는 생각에 흠씬 젖어보곤 했었다.

오늘의 석가탄신일 축등을 냉철한 마음으로 살펴보자.

우선 소재가 비를 맞아도 전혀 젖지 않는 합성소재가 주로 활용되고 있다. 수년 동안을 재활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보인다. 무엇보다 스님들은 물론 신도들도 모두 편한 것은 사실이라고 할 것이다. 물자도 아끼고 편하고 보자는데 할 말은 없다만 실제의 목적의식을 잊고 헤매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아니 불교인들 모두가 자성해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과거 등에 비해 단순화된 점은 그런대로 장점이 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거리에 내걸린 축등을 살펴보노라면 축하의 의미를 찾기는 고사하고 너무나 가난함이 물씬 풍기는가 하면 다소 지나친 비유로 말해 본다면 몸의 털과 깃을 모두 없애놓은 닭 몸통만 보고 있는 착각을 하게 된다.

과거 석가세존 탄신일 축등은 그 종류도 무척 다양했었다. 화려함과 다양함, 그리고 그 색채들이 눈부시게 화려했었다. 뿐만 아니라 미세한 바람이 불어도 등에 매달아 놓은 여러 장식품들이 아름답게 움직여서 화려함을 더해주어 시선을 끌어 모았었다. 이러한 아름다움은 정성을 다한 진정한 축등으로의 가치를 더 크게 전해주었다.

불평에 앞서 해법이 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는 건 올바른 평가에 속하며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가자는 뜻에서의 발로이기에 바람직 한 제안이라고 본다. 즉, 지나칠 정도로 단순화된 모양에 조금 귀찮더라도 물자가 더 들더라도 전체적인 모습에서 비교적 큰 효과를 감안한 대안을 찾는 게 해법이 될 것이다. 단순화된 둥근 모양의 등에 장식품 삼아 몇 개의 부착물을 곁들여서 미세한 바람에도 움직이게 한다면 조금이나마 정성을 더한 모습으로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절약만을 생각한 축등이 아니라 보다 더 화려한 색상으로의 변화도 도모해야 할 중요한 시도가 되리라. 상혼일지라도 본질망각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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