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깨닫는데 30여 년이 걸렸다

2014.12.21 14:37:25

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지난 12월 8일 아침 본 충북일보에 대서특필했던 '작은 학교 통폐합은 교육침체'란 명제에 내 두 눈이 번쩍 뜨였다. 뒤늦은 감 없지 않으나 농어촌 산촌 마을의 작은 학교를 없애지 않아야 한다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훈훈해 졌다.

80년대 초부터 소규모 학교를 통째로 없애버리기가 시작됐다. 무지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교육의 전문인들인 교육자들은 배제된 채 교육계에 종사 중인 일반직들 중심으로 마치 대단한 절약 책이라도 되는 것처럼 봄날 들판에 봄 불 번지듯이 용감할 정도로 강행됐었다.

필자는 일평생을 교단에 몸담아 왔다. 기나긴 기간의 9활을 충주지역사회에서 근무했다. 당시 충주교육지원청 관내 초등학교 수만도 무려 65개교 정도였는데 현재는 38개교에 불과하다. 그나마 7개교가 도심지 인구 증가에 따라 신설된 결과니 과거 폐교시킨 학교 수만도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주장하던 요인으로 경제논리를 앞세웠었다. 필자는 장학사로 또 교총회장으로서 반대를 피력했었다. 대한민국 어느 곳일지라도 분명 대한민국의 땅으로 오히려 이농현상만 부추겨 도시집중 현상만 가중시킬뿐더러 가뜩이나 황폐화해 가는 농, 산촌을 정녕 버릴 참이냐고 응대했으나 힘없고 소임 외의 간섭으로 간과해 버리는 수모를 겪었다.

이런 억지논리도 있었다. 교장 교감 숫자를 줄이면 교육예산을 절감한단다. 어처구니없는 그 말에 대해 어느 누구라도 모두 우리 국민의 한 사람이니 절감이란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교원도 모두가 우리국민으로서 줄이기만 하면 절약이냐고 억지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통폐합 후 학생들을 등하교시키기 위해 차를 운용한다는 것은 기름 한 방울도 안 나는 나라에서 기름 값 한 푼일지라도 외국으로 유출시키는 것이니 절약이 아니라 우리 돈을 한 푼이라도 해외로 유출시키는 것이라 지적했었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다고 이구동성 말한다. 더군다나 산이 많은 나라로서 농촌이나 산촌을 폐허로 버리게 되는 건 지나친 모순이다. 바둑 이야기 중 '소탐대실'이란 말이나 같잖나? 항간에 떠도는 말 중에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는 말도 떠오른다. 탁상논리를 앞세워 우선 현금지급만 줄이면 절약인가? 비좁은 국토를 탓하기 전에 알뜰살뜰 활용할 생각은 왜 못 하나·

당시 이러한 제언도 했었다. 애교하는 마음은 평생을 지니고 산다. 자신이 몸담았던 모교를 위해 장성한 후 책 한 권이라도 기증해 보고 싶은 마음을 길러줘야 한다는 전제 하에 어렸던 시절의 꿈을 키웠던 고향의 작은 학교를 그냥 둬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 자체가 바로 애향심이고 작은 사랑의 씨앗이 돼 우리나라 방방곡곡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논지였다.

작은 마을의 학교는 분명 문화의 중심노릇을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국민들보다 교육열이 높은 국민도 없다 하는데 학교 없는 지역을 애착할 리 만무하잖나· 자녀 교육을 위해서라도 농어촌은 황폐화만 조장할 뿐이다.

모처럼 우리교육이 제자리 찾기에 나선 것 같아 걱정을 던다. 한때 잘못된 생각으로 교육의 황폐화를 마구잡이식으로 자행했던 무려 30여 년이 아깝지 않도록 학교 지키기에 교육자를 중심으로 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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