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들에게 명예는 생명과 같다

2015.02.16 15:10:21

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을미년 우리 고유의 명절 설과 초중등학교가 새 학기를 앞두고 있다.

교단을 지키며 평생을 살아온 필자는 이맘때면 설레고 분주하기만 했던 교단에서의 기억들이 되살아나면서 더욱 교육계에 관련한 보도에 마음을 앗기곤 한다. 특히 조령모개 식으로 교육제도가 잦은 변화를 겪고 있는 보도엔 걱정과 속상함마저 끓어오른다.

교육은 변모하는 문물과 생활양식에 따라 변천해야 함은 불문가다만 최소한 기후, 풍토, 지정학적 환경, 민족적 정서 및 전통적인 풍속과도 불가분의 관련을 내포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는 생각에, 작금의 교육제도나 방법이 지나칠 정도로 외형적이거나 혹여 교육수장들의 치적을 과시하기 위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될 땐 안타까움이 앞선다.

교단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온 국민이 익히 알고 걱정과 우려를 쏟아내고 있는 현실이다. 그 요인 중에는 정치권이 교육계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한 나머지 지나치게 간섭하고 재단한 탓은 정녕 없을까 의아심을 지울 수 없다. 그 사례 중에는 초중등 교원들의 의중은 아랑곳 않고 정치적으로 이미 많은 과오를 범해 왔다. 교육을 교원들에게 맡겼으면 교원들을 믿고 결자해지란 말과 같이 기다려볼 줄 알아야 했다.

교육의 주체인 교원을 배제한 채 수요자 중심이라거나 한 가지만 잘 하면 된다는 어줍은 발상을 함부로 떠벌려 어린 학생들을 혼란에 빠뜨렸나 하면 느닷없이 방과 후 교사라느니 순회교사란 요상한 행정 처리로 교원을 마치 공장 직공들의 근무방식이나 다르지 않게 농단한 탓도 오늘을 초래했다.

교육이 시간만 채우면 절로 된다면 얼마나 쉽고 좋겠나만,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기 보다 더 피교육자들의 세세한 사안을 파악해야 적의한 교육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왜 못하는지 답답하다. 따라서 초중등 보통교육에 관한 한 1년 내지는 6년 간 학생과 함께 할 교원이라야 제대로 된 교육을 이루어낼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게 교육이다.

우리교육을 다시 제자리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첫째 일은 교원들의 사기 진작이 우선돼야 한다. 학교에 전화로 막말을 해대는 자에게 금지옥엽 같은 자녀를 맡고 있는 사람을 천시해서 되겠느냐고 했더니 할 말이 없던지 전화를 끊고 마는 일도 겪었다. 교원에게는 명예와 존중이 가장 필요하다.

과거 사범학교 학생들은 상당한 우대를 받았다. 교복을 입고 나가면 연고자 우선이던 당시인데도 연로하신 어르신들도 '선생님 되실 학생이시군요.'라 말씀하셨다. 극진히 존중해 주는 큰 대접을 받았었다. 뿐만 아니라 졸업 후 교단에 서는 건 확정적이었기에 평소 행동거지가 가지런할 수밖에 없었다. 가난하던 시절 전액 국비생이었으니 정신적인 우월감은 비할 바 없었다.

사범학교 학생들은 학생시절부터 사회적인 우대를 받는 터에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나· 교단에 서면 정신적으로나마 페스탈로지가 따로 없었다. 박봉에도 제자사랑에 앞장섰으며 교단에 혼신을 다했다. 학교가 곧 내 집이었고 교단에서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마음을 다해 온 몸을 불살랐다.

정치와 교육의 독립성을 위해 교원들을 별정직으로 법제화 한 것을 다시 한 번 국민 모두가 되새기고 정치인들도 깊게 이해해야 할 때다.

교원들에게 사명감을 불태울 수 있도록, 그들의 명예를 되살려 줄 사회적 환경조성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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