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정치인

2018.06.06 16:14:40

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추억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내 기억 속엔 잊지 못할 훌륭한 정치인이 자리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되는 지난날의 기억이다. 당시 필자는 한국교원총연합회충주시 교총회장이었을 때다.

필자는 감투욕만 앞세우고 맡은 소임엔 무관심한 자를 가장 혐오하는 성격이다. 한 달이면 최소한 두 차례 이상 우면동에 소재한 교총회관엘 들러 교육 관련한 정보를 나누고, 심지어 국회에도 여러 차례 방문해 소회의실에서 각 정당 대표를 대신하는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힐난하게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사실상 탁상공론이라는 말을 자주 되뇌는 일이 흔한 편인데 바로 위정자들이 현장에서 교단을 지키며 봉직하고 있는 교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외면한 채 권력을 거머쥐고 있다고 거드름을 피우거나 당리당략에만 치우쳐 딴 세상 사람들처럼 헛소리나 해대는 게 그 때나 지금이나 정치인들의 변하지 않는 작태라는 걸 지울 수 없다.

한번은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방문했었다.

생각보다 정책의장실이 협소했다. 김만제 정책위의장과 필자만 의자에 앉았고, 모두들 주위에 설 수밖에 없었다. 함께했던 20여명의 충주시 교장님들과 교총 임원들도 진지했었다.

김만제 정책위의장과 필자와의 교육현안에 대한 협의는 근 한 시간 가깝게 이어졌다. 김 정책위의장은 마지막에 상당한 결의를 보이며 교원들의 현장목소리에 고맙다는 인사말도 빼놓지 않았다. 물론 메모를 계속했었다. 그리고 당 정책에 최대한 반영할 것이며 만약에 정책위의장으로서 뜻이 관철되지 않는다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말씀도 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후보를 옹립하기 위해 진력하던 한나라당이었다. 이런 걸 운명이라고 해야 하는지 하필 4일 후 쯤 이회창 후보가 영국에서 돌아오는 기내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회창 후보는 큰 정치인이기에 더 큰 밑그림을 위해 그랬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었으나 하필 김만제 정책위의장과 필자 간의 협의사항과는 영 반대방향이었다.

속상했지만 하루 빨리 잊으려고 마음먹었다. 김 정책위의장의 발언 역시 정치인들의 급한 불끄기에 불과했으리라 외면했다.

바로 그 다음날 김만제 정책위의장은 사표를 냈다는 언론보도를 접했다.

믿기지 않았다. 시골 교원과의 언약이었을 뿐 문서로 남긴 것도 아닐진대 정치생명까지 거는 최악수를 두다니 내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한때 충주시까지 겸하는 국회의원으로 고 이춘구 의원이 떠오른다. 어느 날 홀연히 의원자리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단호한 결의를 보였던 분이다.

이원종 전 충북지사도 잊을 수 없다. 정치인으로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물러났던 이원종 지사 역시 후세들에게 귀감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하겠다.

김만제 정책위의장은 여느 정치인들처럼 민원성 협의를 외면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충주가 지역구도 아니다. 정치인으로서는 결단내리기 쉽지 않은 여당정책위의장자리를 걸고 민초들과의 언약을 끝내 지켜낸 분이기에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존경과 감사의 뜻을 전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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