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말씀은…

2017.08.02 13:17:22

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할아버지 말씀은 틀림이 없다.'

1960년대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등재됐던 글의 제목이다. 필자는 희미한 기억을 떠올려 보며 그 뜻을 새삼 되살펴 보고 있다. 내용인즉슨 초등학교를 다니는 손자가 할아버지의 말씀을 잘 듣노라면 할아버지 말씀은 틀림이 없다는 요지의 글이었다고 기억된다.

할아버지라고 하면 우선 연세가 지긋하다는 것은 물문가지다. 따라서 오랜 삶에서 다양한 생활경험자 이기도 하다. 얼핏 말해서 산전수전 다 겪었기에 세상사를 정확하고 폭넓게 인지하고 있어 할아버지 말씀은 정확하겠다.

이집트 격언에 '노인 한 분이 돌아가시면 작은 도서관 하나 없어졌다.'고 한단다. 이말 보다 좋은 비유도 없지 싶다.

근간 우리사회에 참 좋은 말이 유행어로 회자되고 있다. 얼핏 듣기엔 농담에 불과한 것처럼 여기기 쉬우나, 실제 그 내면을 곰곰이 음미해 보면 더 없는 뜻을 내포하는 말로서 일면 철학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말이다. 그 말을 소개해 보면 '난 젊어봤다. 너 늙어봤냐·' 너무나 쉬운 말이기에 굳이 부연설명이 필요하지 않겠다만 차제에 함께 생각해 볼만 한 가치 쯤 지니고 있는 의미심장한 말이라고 생각돼 잠시 세세하게 짚어보고자 한다.

이 말은 분명 고령자가 한 말로서, 그는 젊은 시절을 두루 겪어보았기에 지금 고령자로서 한 말이다. 단순히 생각해 보면 별말 아닌 것 같으나 의미심장한 말이다. 즉, '경험이 선생'이라고 한 속담도 있으니 고령자는 이미 젊은 시절을 살아봤기에 현재 젊은이들 보다 더 많은 경륜을 통해 더 크고 넓은 지혜를 지니고 있다는 말이라고 생각해도 과언은 아닐 성싶다.

그와 반대급부로 현 젊은이들은 고령자들을 대놓고 힐난하는 경우도 적잖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과거는 과학도 진부했었기에 현대과학을 알 리 만무하다는 속단적인 생각에서 얕잡아 보기 일쑤다. 당장 컴퓨터를 전혀 모른다고 세상사 전부를 알 수 없다는 편견이 극심한 편이며, 영어를 모르니까 세상을 알 턱이 있느냐는 오만도 도를 넘어서고 있다. 문명의 발달을 잘 알지 못하고 경험 역시 미천하니 고령자들은 젊은이들보다 현대문명에 어눌하기 십상인 점은 시인한다만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역경을 이겨내며 세상 풍파를 이겨내는 힘은 문명의 이기들을 잘 다루고 활용하는 데에서만 생활력이 풍부해 지는 건 결코 아니다.

한 가지 더 짚어보자면 배움이 많다고 훌륭할 수만은 없다. 인간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다면 그런 사람에게 지식이란 식자우환이란 말로 비판받을 수도 있다. 그 사례를 들어보면 교수란 자가 재산을 탐해 제 부모를 살해한 사건이나, 정치권의 일부 소인배들의 경우 출세 지향적 사고에 푹 빠져서 남을 음해 폄훼하거나 심지어 불법 범법도 불사한다면 그런 자를 어찌 인간이라 하겠나· 순진무구한 민초들이야 말로 배우지 못하고 지체 높지 않지만 인간의 도리를 다 하기에 세상을 떳떳하게 당당히 살고 있는 것이다.

일부 몰지각한 자들은 철부지 젊은이들을 거짓과 선동 질로 자신의 입신영달만을 꾀하는 경향도 무척 많다.

아직 어리거나 젊은이들은 자신의 조부모나 부모님 말씀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가정에 어른을 모시고 산다면 가장 큰 행복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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