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노예를 자초한대서야

2015.05.11 13:19:08

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대한민국은 엄연한 법치국가다. 법치의 근본은 국민 모두의 약속을 중심으로 국정을 수행해 나아감으로서 자칫 공평하지 못한 처사나 권력에 의한 인권을 유린당하는 일이 없도록 함에 있다고 하겠다. 결국 평등한 인간사회를 만들어 나아가는데 그 기준이나 지침으로 법이 존재할 뿐이라야 하겠다.

우리나라의 과거 국왕의 지엄한 말 한 마디가 만사의 기준이고 법이었던 군주국가 시절에도 선량한 관원들 중에는 인간애를 우선해서 선정을 베푼 사례도 많다. 이를테면 어느 초임 현감이 부임해 보니 가뭄이 극심해 주민들이 아사 직전에 처해 있음에, 상감의 윤허를 받아오자니 백성들은 모두 아사할 것이라 일단 비축미를 풀어 긍휼토록 한 후에 사후 국왕의 윤허를 받아 냈었단다. 국왕 역시 현감에게 엄중한 죄를 묻지 않고 오히려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는 미담이다. 그에 감읍한 백성들은 놋그릇 하나씩을 모아 현감의 송덕비를 세워 감사의 표징으로 삼았었다고 한다.

근간 법의 전문가들이란 지도자급 사람들이 불법한 뒷거래로 무척 시끄럽다. 그들이 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오히려 잘 알기 때문에 법을 교묘히 악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범법자들은 분명 법을 잘 알기 때문에 그 법망을 피해 범법을 저질렀을 것이 자명하다.

며칠 전 보도에 의하면 행인이 불량한 범법자를 목격하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관이 너무나 늦게 출두함을 채근하니 경찰관의 답변인즉 '경찰이 꼭 뛰어서 나오라는 법이라도 있느냐'고 되레 반문하더라는 우스꽝스런 말 같지 않은 우문에 허탈감을 감출 수 없었다.

언론보도를 통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핑계도 자주 접하는 바, 사건사고를 처리함에 있어 법이 없어서 처벌할 수 없다는 말에 걱정이 앞설 때가 많다. 심지어 마약사범을 다스리는데 법조항에 적시해 있는 마약사범은 처벌할 수 있으나 법조문에 명시돼 있지 않은 새로 개발된 마약을 사용한 범죄자일 경우엔 처벌이 어렵다는 말에 어안이 없을 정도다. 글쎄, 법을 잘 모르는 탓일까 아니면 세상이 법 타령만 하다가 어쩌려는 것일까 싶은 걱정이 앞서서일까? 마치 법의 노예들만의 사회 같아 씁쓸한 마음이다.

'사람은 보람이라는 열매를 먹고 사는 동물이다.' 필자가 늘 해오는 말이다. 그 보람이란, 재물도 지위도 못 빚는다. 자기의 보람은 오로지 자신만이 빚을 수 있다. 보람 빚기에 마음을 두면 즐거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데….

세상사를 어찌 다 성문화할 수 있겠는가? 법대로 소임을 다하는 마음, 법을 최소한 지키려는 마음으로 삶을 영위해 나아갈 때 우리 인간사회는 짐짓 참다운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겠거늘….

핵심은 곧 배려 심에서 모두 이룰 수 있겠다. 법을 다루는 사람이나 법을 준수하는 모두가 법보다도 도리를 앞세워야 하잖나· 물론 도리보다도 더 우선할 것이라면 인간애, 즉 정(情)이 아닐까? 정은 곧 나보다 타를 보듬음이라 생각한다. 그런 삶에 어찌 누가 탓할 일이 있겠나?

법이라는 인간사회의 약속은 한낱 엉성한 그물망에 지나지 않는 존재다. 그 그물에 걸리지 않으려는 물고기라면 이미 법의 노예이기를 자초하는 부끄러운 존재가 된다. 법에 앞서 진정한 자유인이 되려면 법보다 인간적 도리부터 앞세워 매사에 임한다면 법을 지배하는 삶을 영위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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