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대학가 상권이 휘청거리고 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경기를 덜 타 '불황의 무풍지대'로 불렸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경기 불황에 주 소비계층인 학생들의 씀씀이마저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출 부진에 문을 닫는 상점들까지 속출하고 있다.
충북도내 대학가 상황도 다르지 않다. 대표적인 대학가 상권인 충북대학교와 청주대학교 인근 상인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청주대 인근에서 컵밥집을 운영하는 A씨의 경우 저렴한 가격으로 학생들의 한 끼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현재의 가격을 유지할 수 없는 지경이다. 건물 임대료를 내고 직원들 월급 주는 것이 빠듯하다. 물가가 오르면서 재료가격이 크게 상승한 탓이다. 충북대 인근 상가들도 비슷한 곤경에 처했다. 통계청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충북대 상권의 공실률은 27.7%다. 1년 전인 2023년 22.3%보다 5.4%p 늘었다. 상권 내 점포 4곳 중 1곳 이상이 비어 있었다는 의미다. 그만큼 장사가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선 '한 끼 2천원의 식사'에 참여하기 위해 예약 티케팅 경쟁까지 벌이는 상황이다. 계속되는 매출 부진에 업종을 바꾸거나 새로운 상호를 내걸고 승부수를 띄우는 업소들도 있다. 그러나 영업 불황을 타개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리모델링 등 막대한 투자비용을 견디지 못해 도산하기도 한다. 수 억 원대 빚을 감당하지 못한 업주들의 '잠적 루머'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 시대가 지속되고 있다. 소상공인 전체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일반 상권보다 대학생과 젊은 층을 대상으로 저렴한 판매를 하는 대학가 상인들의 체감도가 훨씬 더 심각하다. 대학가는 많은 유동인구를 이점으로 한다. 상권의 우위를 선점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신시가지를 중심으로 한 상권의 다핵화로 위기를 맞고 있다. 대학 상권만이 갖고 있던 고유문화도 사라지고 있다. 대신 신도심 상권 유입률이 크다. 청주의 경우 율량, 동남, 가경, 용암, 비하지구 등으로 상권이 나눠져 있다. 그동안 대학주변 상가는 다른 지역에 비해 임대율이 높았다. 속칭 장사가 잘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옛말이다. 충북대 중문 상권 상인들도 매출 부진으로 아우성이다. 물가가 오르면서 학생들이 소비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등록금 부담에 내핍 경제에 들어갔다. 충북도 등 지자체와 경제계, 대학 당국이 합심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지역공동체가 나서 장학제도부터 활성화해야 한다. 대학문화 활성화를 도울 프로그램도 발굴해 지원해야 한다.
대학가 상권은 학생들이 주 고객이다. 방학 등의 영향으로 타 상권보다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3고 시대 경기 민감도가 더욱 높아졌다. 불황이 일상화할 우려도 있다.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하면 가능한 일이 많다. 대학가 상권 생태계 유지를 위해 바람직하다. 먼저 대학 상권을 대표적인 볼거리, 먹거리, 문화가 모이는 장소로 육성할 수 있다. 일석이조(一石二鳥), 양수겸장(兩手兼將)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무슨 어려움이든 함께 나서야 극복하기 쉽다. 경제적 효과와 더불어 사회 전체에 소비를 통한 경제 회복의 중요성을 확산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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