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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생의 그림과 이야기 - 그림의 반복적 기법

반복된 통일감 너무 강하면 단조롭고 무미건조
넘쳐 추한 것보다는 모자라는게 더 크게 보일 것

  • 웹출고시간2013.04.18 19:08:0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9편 : 그림의 반복적 기법

ⓒ 강호생
그림 가운데는 여러 가지의 요소들이 있는 데 오늘은 그림의 반복에 대하여 예기해 보자. 그림 속에는 동일한 형태 및 동일한 형식의 반복적 기법이 존재한다. 반복적 기법은 우선 미적 경제성을 갖으며, 이 반복의 형식을 수반하는 점층(漸層)은 점진적인 변화 등급의 의미를 담고 있다. 조형예술의 선, 형, 색은 이들을 운용하는 분량에 있어서 점차적으로 증가시키거나 감소시켜 가는 표현 속에는 점층의 미가 존재한다. 이 점층적인 형식은 동일한 형태, 색채의 반복형식을 수반하게 되며, 따라서 주체와 객체의 관계를 구분할 수 없고 같은 단위를 중복적으로 표현하게 된다. 즉 경물(景物)을 연속적으로 병치하여 실제 공간의 깊이와 넓이를 나타내게 되는데, 현대 미술과 조선 후기회화에서도 반복 형식의 그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겸제 정선(謙齊 鄭敾)의 <금강전도>는 '수직준'으로 정의된 수많은 첨봉(尖峰)의 바위산들을 그려 넣었다. 산봉우리들을 일정한 크기의 좁은 화면에 모두 그려 넣었고 산들의 규모는 작게 묘사되었다. 수직준의 산봉우리들을 일관성 있게 점층적으로, 또는 병렬적으로 반복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관찰자의 기대는 반복이 지향하는 목표, 즉 그 정점에 도달하게 됨을 볼 수 있다. 역시 정선의 <인왕제색도>에서도 양감이 풍부한 암벽의 처리는 곡선으로 반복된 산의 능선을 더욱 운동감 있고 실감나게 표현되어 있다. 이러한 계속적인 반복의 율동은 심사정의 <해암백구도>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형상들의 규칙적인 반복, 높이 솟은 암석의 강세와 파문의 높은 부분의 강조, 그리고 낮은 부분의 휴식, 잰 듯이 규칙적이고 주기적인 간격들, 그리고 하나의 파도에서 다음 파도에 이르는 원만한 변화 등에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지난주 아나모르포시스에서도 언급했지만 대상을 어느 시점에서 보는가에 따라 다른 인식도를 갖는 것처럼 '반드시 현실이 보이는 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이것은 바로 '르네 마그리트'의 철학적 사유 중 하나로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했던 부분이다. 여기서 반복적 기법을 적용할 때 사물과 다를 수도 있다. 즉 반자동적으로 경물을 보이는 대로만 반복함이 아닌, 작가의 주체적의지의 반영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존재'를 표현하려고 하는 것이 작가들의 생리일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지 않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절제속의 반복을 동시에 염두 하지 않으면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반복의 형식이 사람들에게 주는 감각은 단독적인 형체의 특징을 강하게 표현해 주며 선명한 감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동일한 방식의 반복된 통일감이 너무 강하면 단조롭고 무미건조한 감각을 줄 수도 있다. 그림뿐만 아니라 사람의 언어도 마찬가지다. 동어반복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지나치게 반복하면 주체와 객체간의 관계 구분이 없게 되어 처음 의사에 도달하지 못한다. 중언부언의 결과는 신뢰성을 잃는다. 강조하려했던 동어반복은 오히려 힘을 잃는다. 함축된 언어는 파고드는 힘이 강한 것처럼 바로 천 마디의 말보다 따끔한 단 한 마디에 감동이 더 클 수 있다. 함축된 필선은 깨달음의 깊이와 넓이를 포함한다. 이는 화가 '석도'의 '일획론'과도 다르지 않다.

이미 그르친 일을 합리화하기 위해 변명을 늘어놓기 보다는 단 한 마디 말의 시인, 더 잘 그려 보려한 반복된 색칠은 오히려 망치듯 손을 델 때와 손을 뗄 때를 아는 이는 그만큼 주체와 객체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낄 데 안 낄 데, 앉을 자리 설 자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그림에 있어서의 반복의 절제를 망각하고 있는 것과 같다. 헤픈 나머지 넘쳐 추한 것보다는 차라리 모자람으로 낮아짐을 사모하는 것이 더 크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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