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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생의 그림과 이야기 - 시름 잊은 한 마리의 새

무엇을, 어떻게, 왜 그려야만 하는가

  • 웹출고시간2013.04.11 17:44:0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8편 : 시름 잊은 한 마리의 새

ⓒ 강호생
지난주에 산점투시 즉 복수시점에 대하여 논했다. 그야말로 서구미술을 지배해 온 '일점원근법'의 해체는 세잔느의 작품에서 발견되었듯이 정선의 하경산수도에서도 발견되어짐을 이야기했다. 여기에서 다시금 강조하는 이야기는 알고 그리는 것과 모르고 그리는 것과의 차이점으로 인한 그 결과물은 한참 다르다. 이 다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기 잘난 맛에 떠드는 사람들이 산재 해 있다. '그림자를 보고 그 원형을 짐작할 수 있다.' 라고 한다. 하지만 그 원형을 어느 각도에서 보는가에 따라 역시 천차만별이고 그림자와는 전혀 다를 수도 있는 본래의 형태를 지니고 있으며, 본질적 내용을 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림자는 원형 추측을 산출하는 결과물에 불과할 뿐 원형과 아예 다를 수가 있다. 그것은 환영적 착시를 일으키는 형태와 이중인격자들에게 있어서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다시 말해 기초 원리를 무시하거나 기초 없는 그리기는 사상누각의 결과를 낳는다. 추측성 남발의 그리기는 자기합리화에 급급하게 된다. 이는 설익은 초보자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 드러난 현상초차도 깨닫지 못하는 데 있다. 물론 착각이 없는 인생은 재미없을 수도 있다.

'아나모르포시스!(anamorphic)' 이는 '변형되어진 왜곡된 상'을 의미하는데, 이와 같은 착시를 이용한 작품들은 상당히 많다. 이러한 작품은 어느 위치에서 보느냐에 따라 인식도는 완전 다르다. 오히려 이러한 눈의 위치를 감안하여 적용하는 예도 있다. 가령 도로위의 화살표와 글씨들은 운전자를 배려하여 애초부터 변형된 형태를 적용한다. 운전자의 눈높이가 아닌 상공에서 도로위의 화살표와 글씨를 관찰하면 상당히 길게 보인다. 때론 어느 한 지점에서 대상물을 관찰하면 정리되어 보이지만 약간만 이탈하여 보면 완전히 흩어져 보인다.

나의 고향 같은 느낌을 받았던 로마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자, 베르니니의 대표적인 걸작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성 베드로 광장이 있다. 산피에트로광장이라고도 하는데 반원형인 광장 좌우에는 4열의 그리스 건축양식인 도리스양식 원주 284개와 각주 88개가 회랑 위의 테라스를 떠받치고 있다. 재미있게도 이 수많은 기둥이 중앙의 특정한 지점에서 보면 4열의 기둥들은 모두 하나로 일치되어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이동해서 보기라도 하면 수많은 원주가 보인다. 이와 같이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대상물은 다르게 보인다. 이는 물질뿐만 아니라 비물질도 동일하다. 가령 사람의 마음도 어느 각도로 이해하는가에 따라 결과물은 다르며, 내 속은 내 자신이 더 잘 아는 것이지 남이 더 잘 알 수는 없다. 그러한 내 속은 나의 그림으로써 겉으로 드러난 심장을 자수하는 법이다. 때문이 일필 일필에 담긴 모든 정보는 속일 수가 없다. 합리화 한다고 자신이 거룩해 지거나 실력이 있거나 멋져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정보화된 결과로 고스란히 드러나며, 그것은 '아나모르포시스'로 위장되어 나타나기도 하는데 우매할수록 이 이치를 모르면 자기 꾀에 자기가 빠지고, 자기가 토한 것을 다시 주워 먹는 개와 같게 된다. 보는 각도 즉 관점의 차이로 오는 무지도 한 몫을 하겠지만 오늘날 더욱 두드러지는 건 겉은 사람 같지만 속은 개와 다를 바가 없는 이들을 종종 목격한다. 나아가 인식 위치의 선택에 따라서 결과물의 다름을 합리화 하는 웃지 못 할 헤프닝을 뻔뻔하게 만드는 부류도 있다. 이런 부류는 내가 어디에서 부유하고 있는지를 모른 체 남을 비판하는 혀는 신속하고, 그 혀는 사람의 마음을 부수는 기계로 변한다.

하여 가장 왜곡된 변형된 형태는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여백! 텅 빈 마음으로 사색의 시름 잊은 한 마리의 새를 일필로 그어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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