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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생의 그림과 이야기 - 작품의 허실관계

대립관계, 통일시키면 더 좋은 미감 창출

  • 웹출고시간2013.05.23 16:16:1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13편 : 작품의 허실관계-Ⅰ


ⓒ 강호생
고대 동양에 있어서 감각적 가치로서의 <미味>와 관계된 <미美>의 의미는 일찍이 청련거사 李白(701-762)이《월하독작》에서 읊은 詩句가운데, '미주백배美酒百杯'란 말에서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그 그림은 볼수록 맛이 난다'거나 '그 음악은 들을수록 맛이 있다'거나 '다시 한 번 맛보고 싶은 심정心情'이란 말을 흔히 하는데, 이는 물론 미각상味覺上의 미味의 의미를 시각상·청각상·관념상의 미적 의미로 전용한 예로서 나타나고 있다.

이 시각적·관념적 측면을 허실공간에 나타난 여백의 조형미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동양회화의 화면에서는 '허실虛實'이란, 필筆이 간 흔적이 없이 표현되지 않은 부분을 여백의 '허虛'라고 하며, 먹으로 표현된 검은 부분을 '실實'이라고 한다. 그러나 어느 상황에서는 형상으로 표현된 부분이 표현되지 않은 여백으로서 존재가치를 가지게 됨을 알 수 있는 데 동양회화는 일종의 道의 운용을 상징하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간의 상관성과 유전(流轉)의 상태를 암시하고 있다. 즉 표현되지 않은 공간이더라도 일정한 화면에서 표현된 것과는 뗄 수 없는 관계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虛와 實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회화에 있어서 虛와 實은 상대적인 것이지만 이러한 대립관계를 잘 조화, 통일시켜 상보관계에 놓음으로써 더 좋은 미감을 창출하게 됨을 알 수 있다.

虛는 虛僞가 아니라, 오히려 實이상의 것을 향하여 경향을 취하는 일이다. 예술형상이 대상 이상의 것이 된다면, 그 예술형상은 대상과 동등하지 않다. 다만, 대상의 성질을 實로 삼는 한 대상의 성질을 넘은 그 이상의 것은 虛이다. '虛'는 가공假空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事實이상의 것을 향해서 경향을 취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虛는 實을 포함하면서 보다 더 깊고 진실한 것을 의미하며, 實은 虛에 이르러 비로소 완성된다. 또한 實을 완성하는 것은 허虛이며 허虛는 골법骨法임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흑(黑)과 백(白), 허(虛)와 실(實), 큰 여백〔大空〕과 작은 여백〔小空〕, 성김〔疏〕과 빽빽함〔密〕, 감춤〔藏〕과 노출〔露〕등의 문제는 혹 어떤 경우는 같은 경우도 있고, 혹 어떤 경우는 각각 서로 다른 경우도 있는데, 구도를 처리함에 있어서 각각 그 특징을 갖고 있으며, 각각 독특한 작용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이 흑과 백, 허와 실은 각각 대립적이면서도 대립을 통일시키면 더 좋은 표현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화면에서 黑은 實이요, 白은 虛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는 白이 實이 될 수도 있으니, 게재된 그림에서도 볼 수 있듯이 텅 비어 있는 곳이 있기에 국화의 본질적 이미지가 살아 있는 것은 여백인 白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또한 흑과 백은 상대적인 것이지만 黑이 있어야 비로소 白이 있다. 먹빛이 매우 잘 사용된 것은 이를 '묵기墨氣'라 칭하고, 잘 사용되지 못한 것은 이를 '흑기黑氣'라 칭하였다. 그림을 표현함에 있어서 먹빛을 잘 사용하면 공백처(空白處)도 이로 인하여 오묘하게 된다. 반대로 여백을 알맞게 잘 처리하면 또한 먹빛의 위치는 예술적 효과를 거두게 된다. 이른바 '白을 알아 墨을 지킨다'는 것이 곧 이러한 원리이다. 또한 虛는 '붓은 끝났지만 意는 무궁함'을 의미한다. 더욱이 붓을 사용할 때, 모든 붓은 붓 자체 내에 회화적 실재〔實〕뿐 아니라 동시에 虛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는 비어 있음〔虛〕으로써 意가 정신적으로 살아 있게〔露〕되고, 정신적으로 살아 있음으로써 어떠한 장애〔滯〕의 흔적도 없게 되며, 따라서 정신의 일체감〔신기神氣,혼연渾然〕이 있게 된다. 그것은 天의 창조품〔천공天功〕이 되기 때문이다. 혼(渾)이란 말은 여기에서는 장자의 우주적인 의미로 사용되어, 창조의 온전한 상태와 태고의 시원을 의미함으로 서양의 혼돈 개념에 고유한 것인 혼미한 자태와는 아주 다름을 찾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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