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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생의 그림과 이야기 - 운필의 유연성으로 나타난 현대그림

한국미술 조형의식 표현

  • 웹출고시간2013.03.28 17:38:3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6편 : 운필의 유연성으로 나타난 현대그림

ⓒ 강호생
1980년대 초는 내가 서울에서의 대학시절 시기였다. 저녁노을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로서는 해 질 녘의 한강 서쪽을 바라보는 건 일상이 되었다. 실기실은 14층이었기에 전망은 비할 데 없이 훌륭한 장소였다. 한강의 핏빛으로 물든 저녁노을은 화가 뭉크의 '절규'와 흡사했다. 여지없이 그림에 대한 영감은 온 몸의 세포 속으로 각인되는 순간이다. 그림에 관한 한 유달리 연구심이 많았던 나는 유화, 수채화, 판화, 조각, 건축설계, 디자인, 공예, 동양화 등을 모두 좋아하여 각 장르에 참으로 많은 작업을 했다. 하지만 그 중 가장 어렵고 신비스런 동양화에 끌리게 되어 지금까지 수묵에 취해 있다.

주지하듯 1920년대 까지만 해도 '동양화'를 그냥 '서화書畵'로 불렀다. 동양화란 용어가 통용되어 온 것은 불과 6,7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전통회화인 우리의 그림을 '한국화'란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는 않았다. 한국화는 그 특성을 가질 만한 여러 가지 문화적 기본조건을 충분히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당위적인 개성을 분명히 갖추고 있다. 그렇지만 그 특성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가려내는 일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며, 비로소 최근에 와서 우리 미술의 특성이나 한국미의 본질에 대한 이론들이 몇 가지로 정리되어 나타나고 있다. 이를테면 우리나라 미술의 특성을 '곡선의 美', '무기교의 기교', '구수한 큰 맛', '질적인 미', '힘의 미술', 선과 형의 미, 자연에 대한 애착과 수용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한국미술은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한 특징을 함께 지니고 있는데, 수묵의 조형의식과 현대미술을 살펴보면 수묵화의 용묵의 독특한 표현성이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현대미술 속에 등장되고 있다. 예로는 프랑스의 피에르 술라쥬, 미국의 프란츠 클라인, 샘 프란시스, 마크 토비 등과 특히 2차대전후에 프랑스와 미국을 중심으로 하여 일어난 앵포르멜, 액션페인팅에서는 수묵화의 필법과 용묵에 착안된 조형이 두드러지게 발견되고 있다. 대상을 묘출하지 않고 붓과 안료에 의해 직접적으로 화면에 생생한 의식을 기술해내는 앵포르멜은 뜨거운 표현의 태도를 지니기 때문에 뜨거운 미술 뜨거운 추상으로 표현되고 있다. 특징을 보면 인간의 의식, 무의식을 직접 붓 끝에 토로해 놓는 형식으로 운필의 유연성에 인간의 정신을 실어내 놓는 수묵화와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앵포르멜 선풍을 몰아온 죠지 마튜의 일필휘지의 서체의 묘출은 동양의 운필을 그대로 연상시킨다. 자유롭고 힘찬 서체의 분방한 공간에의 유영을 서양의 매재를 빌려 구가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액션페인팅으로 표기되는 전후의 미국의 추상미술은 많은 면에서 동양의 서예 및 수묵화와 일치된 정신세계를 보이고 있다. 거대한 모필로 휘갈긴 것 같은 프란츠 클라인의 서체적 획선의 구성과 흐르는 먹의 효과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리스 루이스의 공간, 스미고 번지는 수묵의 다양한 표현효과를 원용한 헬렌 프랑켄탈러의 화려한 화면은 수묵과 용필에 의한 여백이 가지는 현대적 변형의 훌륭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파묵조의 기법을 구사하는 윌렘 드 쿠닝이, 초서체의 마크 토비, 굵은 묵필의 로버트 마더웰도 동양예술과 직·간접의 관계에서 살필 수 있다.

이와 같이 공간조형의 표현에 있어서 운필의 작용에 의하여 드러난 예는 서양의 현대미술에서도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서양의 캔버스 위에서의 드로잉적 요소들로 나타나는 필선들과 동양의 화선지 위에서의 드로잉적 요소의 인식적 묘미는 상이하다. 지난주에 익히 언급했듯이 그것은 외부적 재현의 존재형 근본주의와 동양의 내면표현의 암시적 직관주의의 인식 훈련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며, 또한 캔버스와 화선지간 재료의 한계성으로도 필선과 여백미는 그 맛부터 차이가 있기에 인식의 곱씹는 묘미는 다양하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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