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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생의 그림과 이야기 - 모필의 아름다움Ⅱ

굵기·길이·방향에 따라 천태만상…변화무쌍한 선묘

  • 웹출고시간2013.03.21 18:09:2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5편: 모필의 아름다움Ⅱ

ⓒ 강호생
지난주에 이어서 모필의 아름다움과 중요성을 첨언하고자 한다. 모필은 서양의 유화붓과는 재료와 제작도 다소 차이가 있다. 이 둘의 진짜 커다란 차이점은 재료와 제작에 있는 것이 아니고 붓이 만들어 낸 소산에 있으며, 그 소산은 지금까지 열거한 기운(氣韻)의 현현(顯現)을 산출해 내는 것이 모필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그 모필은 작가의 주관에 따라 고스란히 순종하기에 모필은 아름다운 것이다. 순종은 지름길을 가는 것과 같다. 바보이기에 순종하는 것이 아니다. 현명하기를 원한다면 순종을 희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순종은 맹목적 복종이 아닐 때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모필에 의해 산출되는 동양회화에 있어서 선의 양식은 자연의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관찰과는 달리 직관적이고 종합적인 감수에 두고 있다. 이 직관적 세계를 인정하지 않거나 체험을 하지 못하고서는 함부로 결론을 내지 못한다. 동양인은 詩·書·畵를 하나로 간주하였고, 이 모두는 내면세계의 표현을 그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대상물의 외부묘사 보다 대상물에서 받은 감동을 한 단계 인격적 차원으로 끌어 올려 관념상으로서 존재하는 선이 사용되었다. 이러한 선의 유동성에 의한 감성 표현은 추상표현주의의 무의식적 드로잉과 유사하다. 앞으로 서양의 액션페인팅도 논하겠지만 뜨거운 추상이라 말하는 이 시각적 액션페인팅과 내면 인식묘미의 차이점을 분석할 것이다.

동일한 붓을 가지고 어느 재료 위에 선을 그었는가에 따라 맛이 다르며, 다른 붓을 가지고 동일한 재료 위에 선을 그었을 때도 그 맛이 천차만별이다. 즉 천 가지의 차이와 만 가지의 구별이 있음은 수 천 수 만 번의 획의 노님이 있을 때에야 그 맛을 논할 수 있는 것이다. 격조 높은 선이 있는가 하면 격조 낮은 선도 있고, 가벼운 선도 있는가 하면 무거운 선도 있듯이 이러한 선의 운치는 대(大)소(小), 장(長)단(短), 소(疎)밀(密), 농(濃)담(淡), 건(乾)습(濕) 또는 선의 굵기, 길이, 사이, 방향, 속도 등에 따라 선묘는 결정된다. 미각상실자들에게는 맛을 볼 수가 없듯이 시각적 언어의 미술에 대한 감관(監觀)이 없으면 모필에서 일어나는 선묘의 맛은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맛을 볼 수 없는 혀를 가지고 맛을 논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처럼 이러한 현상은 주위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앉을 자리, 설 자리를 구분하지 못하고 뱉어내야 할 말과 주워 담아야 할 말을 분별치 못함은 일획을 그어 보고 만획을 그어본 것처럼 자신만만의 위장술과 다를 바 없다.

암시적인 경향을 가진 동양예술은 선을 중시하고 있으며, 존재형을 근본으로 하는 서양예술은 面으로서 표현되기도 한다. 선은 사실주의 입장에서는 불합리하다고 여겨지는 요소가 많이 발견되는데, 동양회화에서는 그것이 불합리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면세계의 표현을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에 대상의 외부적 재현 보다는 대상에서 받은 영혼, 본질의 느낌을 한 단계의 인격의 차원으로 소화시켜 표현하기 때문에 선은 아무런 저항 없이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보지 않고 믿는 믿음이 더 크다.' 라고 했다. 오늘날 우리는 보이는 것만 믿으려 한다. 더 나아가 한편으로는 보고서도 믿지를 못한다. 하물며 동양예술의 내면을 어찌 쉽게 믿겠는가· 보이지 않는 바람! 그것은 나뭇가지의 흔들림으로 그 존재를 알 수 있다.

이로써 우리는 모필의 아름다움은 붓에 끌려가지 않고 오히려 붓을 자유자재로 구사함으로 빛을 발한다. 중국 남제 말엽의 화가 사혁(謝赫)은 그의 화론에 이것을 '골법용필'이라 하였다. 고로 외부의 힘에 저항 없이 끌려가기보다는 내면의 자기 성찰을 통한 마음비우기로 아름다운이란 것은 살아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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