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행감…시작부터 송곳질문 연발

상당수 도의원 수백장 자료 분석 철저 준비
새누리 김종필 '뒤늦은 도로 하자점검' 등 질타
관계기관 "실수다" "시정하겠다" 진땀 '뻘뻘'

2012.11.13 20:16:20

정적이 흘렀다. 배석자 50여명 중 누구 하나 말을 잇지 못했다. 30초 간의 침묵 끝에 피감기관 관계자가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드디어 시작됐다. 2012년도 행정사무감사 첫날인 13일, 충북도의회가 피감기관인 충북도를 들었다 놨다. 때론 농담으로, 때론 강한 질타로 피감기관의 혼을 쏙 뺐다.

전운은 지난주부터 감돌았다. 충북도 간부 공무원들은 소관 상임위원회를 찾아 이른바 '문안(?) 인사'를 했다. '행감 때 잘 좀 봐 달라'는 의도가 다분했다. 의원들은 웃음으로 답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모든 게 달랐다. 상당수 의원들이 수백장의 자료를 몇 날 며칠에 걸쳐 분석하는 등 철저한 행감을 준비해왔다. '구밀복검(口蜜腹劍)'. 겉으론 웃었어도, 속으론 칼을 갈고 있었다.

이날은 정책복지위원회와 산업경제위원회, 건설소방위원회, 교육위원회의 행감이 진행됐다. 이 중 건설소방위의 강도가 셌다. 새누리당 김종필(진천 1) 의원은 작정이라도 한듯 '저격수'로 나섰다. 그가 조용히 첫 질문을 던졌다. "도로, 교량 등이 준공되면 하자 보수공사를 하죠? 이게 중요한 겁니까?".

도로과장이 답했다. "당연히 중요합니다. 사업 시행자가 의무기간 동안 유지 보수하도록 돼 있습니다. 또 계약부서에서 하자 점검 통보를 받을 때마다 현장 점검을 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언성이 높아졌다. 김 의원은 "하자 검사 서류를 보니 황간 우회도로, 오창~증평 IC 연결도로 등 상당수 공사 지역을 하자보수 의무기간 만료 후에 현장 점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에 하자보수를 요청할 수도 없는 시기에 현장에 나가서 무얼 하자는 거냐"고 질타했다. 피감기관이 조용해졌다.

이어 시내버스 대·폐차 보조금 집행 건이 칼날을 맞았다. 김 의원은 "업체 신청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보조금을 지급한 사례가 있을 뿐만 아니라 대·폐차된 차량에 대한 사실관계도 제대로 기입돼 있지 않다"며 "적절한 조치냐"고 따져 물었다. 충북도 관계자는 한참을 해명한 뒤에서야 "아무래도 실수한 것 같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이 밖에도 △민간 보조금 지급 후 오류 결산서 △허위로 의심되는 도로 개설 결산서 등을 강하게 꼬집었다. 피감부서 관계자들은 "지적한 부분에 대해 다시 한 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정확한 확인 후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시정토록 하겠다. 시간을 달라"고 해명했다.

1년 만에 다시 붙은 의회와 집행부서의 머리싸움. 첫 날은 의회의 완승이었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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