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은 한글날이다. 한글 창제이후 한글을 공식문자로 받아들인 첫 이민족(異民族)도 생겨났다.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입증이다. 인도네시아 부톤 섬은 최근 한글로 된 '찌아찌아어' 교과서를 보급했다. 한글 표지판 설치 등의 작업도 시작했다. 한글을 사용하는 세계 최초의 섬이 된 셈이다. ***충북도의 한글 사랑운동처럼한글은 더 이상 한국인만의 것이 아니다. 중국내 한국어과를 설치한 대학은 현재 70곳이 넘는다. 지난 2004년 20여개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장족의 성장세다. 세계적으론 640곳에 이르고 있다. 일본엔 사설학원을 포함한 한국어 강좌가 3천 개나 된다. 동남아는 물론 중앙아시아, 중동까지 한국어 열풍이 뜨겁다. 1990년대 말부터 불어 닥친 한류 영향이 물론 크다. 미국에선 1997년부터 우리 수능시험 격인 미국 SAT시험을 한글로도 치르고 있다. 올해는 4천176명이 응시했다. 전 세계에 한글학교는 2천100개에 달한다. 이중 절반이 미국에 있다고 한다.한국어능력시험(TOPIK)도 꽤나 인기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외국인과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한 해 두 차례 치러진다. 지난해부터는 10만명 정도가 지원, 시험을 치른다. 중국인이 가장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운전할 때와 걸을 때의 입장은 정 반대다. 운전할 때는 보행자가 야속하고 걸을 때는 차량이 밉다. 집집마다 승용차가 있다시피 한 오늘날, 현대인들은 하루에도 몇 번 씩 운전자와 보행자의 뒤바뀐 입장을 오간다. 그런 데에도 매번 자기 탓은 안 하고 상대방 탓을 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런 불편은 교통여건이 열악한데서 오는 현상이지만 마음속의 신호등을 무시하고 살아가는 개개인의 이기적 자세에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운전할 때는 횡단보도도 아닌 곳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보행자가 원망스럽다. 실제로 무단횡단을 하다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흔히 발생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녀의 손을 잡고 무단횡단에 나선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기 마련이다. 아이들이 무얼 배우라고 무단횡단에 나서는가 말이다. 교통법규는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될 일반적인 규범이다. 그러나 네거리에서 노란 불이 들어올 때는 정지를 해야 하나, 그대로 운행을 해야 하나를 두고 순간적인 갈등을 겪게 된다. 정지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뒤에서 트럭 등 중장비 차량이 달려오면 추돌사고가 걱정돼 그냥 진행하는 예가 많다. 그런 이유로 네거리에서 브레이크를 밟
히말라야 직지원정대원 2명의 실종 소식은 산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한다. 아직 생사 여부가 확인되진 않았다. 얼마 전 히말라야 고봉 낭가파르밧(8천126m) 등정 후 하산길에서 추락 사망한 고미영씨가 떠올랐다. 충북산악인과 히말라야의 슬픈 인연 때문에 불길한 생각을 감출 수 없다. 민준영 등반대장과 박종성 대원의 빠른 무사귀환을 소망한다.***산행 준비는 철저하게등산만큼 건강에 좋고 경제적인 운동도 드물다. 그러다 보니 주말이면 전국의 산들은 등산객들로 몸살을 앓는다. 하지만 자칫 방심하다간 대형 사고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산행은 늘 그렇다. 산이라고 해서 모두 똑 같은 산은 아니다. 나름대로 개성과 특징이 분명하다. 산악사고가 빈발하는 산이 따로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즐겨 찾는 산은 도대체 얼마나 위험한 것일까. 생각해 보자. 그리고 준비하자.가을은 맑고 청명하다. 그래서 산을 찾는 사람들이 유독 많다. 산악사고도 잦다. 사전준비 없이 무심코 산행에 나섰다간 조난을 당하기 쉽다. 안전 산행을 위해 준비하고 훈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해 충북 도내에서는 모두 412건의 산악사고로 356명이 사고를 당했다. 올들어 8월말 현재 모두 238건
보은출신 시인 오장환이 보은의 지적 재산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광복 후 월북한 행적으로 인해 반세기 동안 논의조차 금지되었던 그의 작품이고 보면 실로 엄청난 반전(反轉)이다. 오장환의 작품은 지난 1988년 해금조치로 말미암아 족쇄에서 벗어나면서 재조명되기 시작하여 우리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보은의 지적재산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아마도 보은군의 노력과 함께 14회를 거듭한 '오장환 문학제' 덕분이라고 본다. 오장환 문학제의 초창기에는 보은 회인에 있는 오장환의 생가가 폐가로 방치된 상태였다. 서까래와 문짝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었으며 마당에는 개망초가 웃자라 출입하기조차 힘들었다. 문학제가 거듭되며 오장환 생가는 말끔히 정비되었고 그 옆으로는 오장환 문학관이 번듯하게 들어섰다. 마당 모퉁이에는 오장환의 대표 시 중 하나인 '나의 노래'가 새겨진 시비가 건립됐다. "나의 노래가 끝나는 날은 내 가슴에 아름다운 꽃이 피리라"로 시작되는 '나의 노래'는 생가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시심(詩心)을 일깨운다. 행사 첫날인 지난 18일에는 보은 문화원에서 제2회 오장환 문학상 시상식(수상자·백무산) '한국 아방가르드 시 계보에 대한 학술세미나
대한민국 국회가 제대로 한 방 먹었다. 며칠 전 미국의 유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P)'가 우리 국회를 난장판 의회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5개 무질서 의회··에서 단연 첫손으로 꼽힌 것이다. 사람은 인격(人格)을 갖춰야 존경받는다. 한 나라는 '국격(國格)··이 있어야 부흥한다. 그래서 사람이건 나라건 품격이 없으면 무시당할 수밖에 없다. ***정치인 품격이 중요하다우리 국어사전에 아직'국격'이란 단어는 없다.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실려 있지 않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실릴 가능성은 아주 높다. 최근 몇 년 동안 사용빈도가 아주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 민주주의가 도입된 지 반세기가 훨씬 넘었다. 물론 군사독재 등 암흑기 후유증은 아직도 남아 있다. 사안이 생길 때마다 온몸을 사용하는 습관이 그렇다. 그래서 우리 국회의원들은 지금도 국제사회에서 '격투기 선수··라는 비아냥을 감수하곤 한다. 툭하면 벌어지는 난투극 때문이다. 여의도 의사당은 1년에 몇 번씩 유혈 낭자한 격투기 무대였다. 국격을 떨어트리는 전형적인 행위다. 그래서 '의회 난동의 세계 리더··란 표현에 반박할 명분도 없다. 국가 품격을 저해하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믿을 게 못된다고 말들 하지만 요즘처럼 정치인에 대해 실망한 적도 흔치 않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합집산(離合集散)하고 합종연형(合縱連衡)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민초들을 상대로 조령모개(朝令暮改)하고 조삼모사(朝三暮四) 하는 것은 정도(正道)와 위민행정에 반하는 것이며 민초를 졸(卒)로 보는 후안무치(厚顔無恥)의 행동이다. 요즘의 정치인들은 한 술 더 떠 작정이라도 한 듯 충청도민들을 약 올리고 있다. 도대체 다음 선거에 어쩌자고 그러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요즘, 핫 이슈가 되고 있는 세종시 건설이 그 단적인 예이다. 충청권에서 언제 세종시를 건설해 달라고 애걸복걸했던가. 양반자세로 가부좌를 틀고 가만히 앉아 있는 충청도민들을 정치권은 마구 갖고 논다. 지방분권을 위해서,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서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해야 한다고 목울대를 올리더니 요즘에 와서는 행복도시를 두고 변질 론이 무성하게 일고 있다. 서울대를 이전하여 교육과학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느니, 국제과학비즈니스 거점도시로 육성해야 한다느니 별별 백가쟁명(百家爭鳴)식 견해가 정치권에서 떠돌고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도 "세종시의 건설은 효율적이 아니라
게으름은 곧잘 낭패로 이어진다.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큰일을 겪기 일쑤다. 지난 주말 평소 산과 함께 우정을 나누는 지인들과 1박2일 치악산 종주산행에 나섰다. 일기예보를 무시한 덕에 큰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문제가 있을 걸 알면서도 미리 대처하지 않았다. 결국 일이 터졌다. '아차'해 보았자 때는 늦었다. 무비유환(無備有患)의 대가를 제대로 치렀다. 한 마디로 '개고생'이었다. ***유비무환은 위기관리다유비무환(有備無患)은 우리 국민 대부분이 잘 알고 있는 사자성어다. 일상에서도 흔히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구로 회자된다. 그런데 잘 실천되지 않는 문제를 갖고 있다. 이번 산행 비박 때 겪은 일을 곰곰이 되돌아봤다. 그리고 유비무환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겼다. 그저 그렇게 소홀히 흘려버릴 경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유비무환은 예상되는 사태에 철저하게 대비하면 후환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누구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잘 지키기는 어렵다. 게으름의 소치다. 인간의 불행함이기도 하다. 위기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피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 하지만 그 위험을 도외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남의 일로만 치부하고 싶을 때도
청주 흥덕사에서 찍어낸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은 인류문화 창조의 상징이고 학습도시 청주의 자존심이자 대표적 문화상품이지만 축제로 전환시키기에는 매우 힘든 아이템이다. 무릇 축제는 그 속성상 먹고, 마시고, 즐기는 오감만족의 기본 틀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직지축제는 이런 일반적 축제의 형태와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축제의 콘셉트를 창조와 배움에 두고 있는 관계로 관객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데에는 아무래도 어떤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축제로 전환하기 힘든 아이템을 청주시는 축제로 만들어 성공하였으며 '학습축제'라는 역발상이 오히려 여타 축제와 차별화를 기하고 청주만의 축제로 특성화 하는데 성공요인으로 작용하였던 것이다. 지난 2000년에는 청주 최초의 오페라 '직지'를 만들어 우리나라 문화 1번지인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올림으로써 청주의 문화적 역량을 한껏 뽐냈다. 그 후 직지 오페라는 간헐적으로 직지 축제에 등장하였으며, 공연비의 부담이 클 때에는 아리아 부분만 뽑아서 무대에 올리는 갈라 콘서트 형태로 치러지면서 자연스럽게 청주의 대표 문화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지역문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중앙무대에 도전장을
시·군 통합은 주민의사가 우선지난 주 내내 충북이 또 한 번 시끄러웠다. 임각수 괴산군수가 증평군과 통합을 일방적으로 요청했기 때문이다. 임 군수는 지자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건 없는 통합을 주장했다. 너무 갑작스런 일이었다. 유명호 증평군수는 즉각 반박했다. "무슨 소리냐"며 일축했다. 청주·청원 통합 문제의 본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방적 요구나 주장은 결코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경구가 또 한 번 떠오른다. ***통합 위한 통합 돼선 곤란최근 전국적으로 자치단체 간 통합 논의가 한창이다. 통합을 논의 중인 자치단체는 모두 47곳에 이른다. 정부의 지원 대책 발표가 불을 지폈다. 아래로부터 활발한 통합 논의는 바람직하다. 그동안 통합 필요성은 널리 인정됐다. 하지만 제대로 된 논의는 없었다. 서로 이해관계가 달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여전히 다르다. 통합에 합의한다 해도 향후 과정에서 장애가 될 수 있는 요인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행정구역 개편 논의는 무성했다. 그러나 별 진척은 없었다. 늘 구두선으로 끝났다. 지금까지 해묵은 과제다. 이제 논의는 그만하자. 결실을 맺는데 주력하자. 그러기 위해 정치권과 중앙정부, 자치단체가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
코스모스가 가을을 부른다. 귀뚜라미가 가을을 대표하는 동물 전령사라면 코스모스는 식물을 대표하는 가을 전령사이다. 코스모스가 필 무렵이면 삼복더위도 얼추 물러가고 서늘한 바람이 불며 가을이 성큼 다가선다. 하늘은 더 높아지고 에머럴드 빛을 더해간다. 하늘이 꽃잎에 내려앉은 것이 아니라 여름내 꽃봉오리에 꼭꼭 숨겨놓았던 가을을 슬며시 토해 놓는 것이 아닐까. 꽃잎에 갇혀있던 수많은 하늘조각이 풍선처럼 떠올라 공중에서 합성되어 푸른 하늘과 은하수, 그리고 수많은 가을 별들을 만들어 낸다. 가을 들녘은 코스모스가 피어 있어서 더욱 아름답다. 길가에 핀 코스모스는 단발머리에다 꽃무늬 원피스를 곱게 차려입은 소녀를 연상케 한다. 장미처럼 화사하지도 않고 철쭉처럼 요란하지도 않은 꽃잎은 사춘기의 몸살을 안으로 삭인 청순한 소녀 같다. 비록 멕시코가 원산이지만 바람결에 하늘거리는 담백한 꽃잎은 친정어머니를 향해 웃음 짓는 전형적 조선 여인이다. 귀화한 꽃잎이 어느새 한국인의 정서를 눈치 챈 모양이다. 사춘기의 열병을 앓던 지난 날, 어느 여학생이 보낸 편지엔 코스모스 꽃잎이 붙어 있었다. 그 여인의 향기에 취해, 꽃잎에 취해 잠 못 이루던 어느 가을밤, 귀뚜라미는 더 요
충주의 쾌거이자 충북의 쾌거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쾌거다. 2013년 세계조정선수권대회 충주 유치를 마음껏 자축하자. 세계조정 최고 축제가 충주에서 열린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 충주를 세계에 활짝 여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의 웅크림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선수들의 아름다운 경연은 충주를 넘어 온 지구촌을 감동시킬 것이다. ***남은 기간 준비에 만전충주 시내를 벗어나 약 10분정도 나가면 탄금호가 있다. 바다 같은 호수다. 사시사철 만수다. 그래서 언제나 도도하고 잔잔하게 흐른다. 장마철에는 홍수 조절 및 전력 수급을 충실히 해낸다. 2년 전엔 아시아 조정선수권 대회도 성공적으로 치렀다. 세계적 조정 인사들도 다녀갔다.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곧은 물줄기는 6km나 이어진다. 지금은 가을 햇빛이 몰려들어 더욱 아름답다. 국제조정연맹(FISA)은 31일 오후 6시30분(한국시간) 폴란드 포즈난 인터내셔널 페어 센터에서 정기총회를 열었다. 그리고 충주를 2013년 세계조정선수권대회 개최지로 최종 결정했다. '160만 충북도민의 승리'다. 전 도민의 열정으로 일궈낸 값진 승리다. 잔치의 시작이다. 멀리 폴란드 포즈난에서 촉발됐다. 앞으로…
할머니의 재봉 솜씨는 단연 수준급이었다. 쌀 서너 가마니를 내어 어렵게 장만했다는 미제 싱거(SINGER)미싱은 보릿고개를 넘는 우리 집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경기도 안성 동막골에서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난 할머니는 학교 근처에 가본 일이 없어도 당신 스스로 한글과 한문을 깨우쳤다. 청주로 시집을 와 신혼초기에 다소 무리를 해서 재봉틀을 장만한 것이다. 농사일을 하면서도 할머니는 바느질과 재봉틀 품삯으로 아버지를 학교에 보내 신식 교육을 받게 했고 손자들이 보챌 때면 고쟁이 속에 감춰두었던 그 품삯으로 과자 등을 사주었다. 할머니는 양재학원을 다닌 적도 없었는데 할아버지의 두루마기나 삼베적삼을 척척 만들어냈고 더러는 손자들의 바지나 원피스도 만들어 입혔다. 나는 그때 할머니의 손이 모든 것을 황금으로 만들어낸다는 마이다스의 손처럼 느껴졌다. 우리 동네에는 재봉틀이 우리 집 밖에 없었다. 따라서 명절 무렵이면 동네 아낙들이 우리 집으로 집결하다시피 하였다. 할머니는 흔들거리는 호롱불아래서 밤을 새우며 동네 사람들의 설빔, 추석빔을 만들어주고 얼마간의 품삯을 받았다. 할머니의 눈썰미는 참으로 대단했다. 양재에 필요한 대나무 자나 분필 등을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엊그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장으로 엄수됐다. 오랜 사회적 과제인 화합의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생의 마지막에 남긴 화두는 '화해와 용서'였다. 이 화두가 국장이라는 장례 형식을 통해 국민 모두에게 전달됐으면 한다. 그리고 이념과 당파, 지역갈등과 반목을 뛰어넘은 국민 통합의 촉매제가 됐길 소망한다. ***국민의 정신적 지주돼야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 대학을 다닌 세대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은 늘 갈등의 단초였다. 한 마디로 세대갈등의 진원지였다. 부모는 "저 사람은 어째 맨날 반대만 한다냐"고 불만이다. 대학 다니는 자식은 "할 만 하니까 하는 거지"라고 대거리 한다. 이런 대화는 일상이었다. 한두 집만의 일이 아니었다. 이 시기 부모와 자식은 서로에게 온화하게 묻고 부드럽게 답하지 못했다. 부모는 자식을 향해 "너 같이 하면 온 나라가 빨갱이에 물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자식은 "아버지 같은 생각은 군사독재를 다시 부른다"고 대들었다. 사실이다. 그랬다. 고인이 된 김 전 대통령을 새삼 이념의 골로 끌어들이기 위함이 아니다. 이념 갈등에 휩싸이게 할 생각도 없다. 다만 한 시대 이념 갈등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었기에 하는 말이다. 그리
옛길엔 그리움이 널려있다. 조선 소나무 우거진 옛길을 걷노라면 어디선가 옛 임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오래된 바람이 머물다 간 숲속에선 잡초처럼 끈끈히 목숨을 이어간 민초들의 체취가 바람결에 밀려오고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가지에는 태고의 전설이 주렁주렁 열려 있다. 이름 모를 들꽃들이 계절을 이어 달리며 피고 지는 옛길엔 알싸한 향수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고속도로망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오늘날, 기능면에서 그 효용가치를 잃은 옛길은 방치되거나 자꾸 사라져가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옛길에 대한 그리움은 오히려 더 증폭되고 있다. 아마도 옛길은 물질문명에 지친 현대인들의 정신적 고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리라. 소백산맥이 충북과 영남을 가른 까닭에 우리고장에는 옛길이 많다. 영남에서 한양을 가려면 필히 충북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옛길이 단양의 죽령(竹嶺), 연풍과 문경을 잇는 조령(鳥嶺), 충주시 미륵리사지 위쪽의 하늘 재, 영동의 추풍령(秋風嶺)과 괘방령(掛榜嶺) 등이다. 관리들은 물론, 청운의 꿈을 안은 선비도, 부평초처럼 사방대처를 떠도는 보부상이나 소몰이꾼도 이 길을 넘나들며 삶을 이어갔다. 과거시험을 치르는 선비들은 가급적 추풍령
아주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은 질병을 '신의 징벌'로 생각했다. 신이 인간의 죄에 대해 내린 벌이나 보복으로 여겼다. 질병을 신과 결부시켜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몸살이나 감기조차도 신의 저주로 여겼다. 지금은 다르다. 질병과 인간은 오랜 세월 서로 정복하고 진화해 왔다. 한 마디로 인간은 지금도 질병이라는 적과 동침 중이다. 참으로 질긴 인연이다. ***언제 대재앙 될지 몰라세계 역사를 뒤흔든 질병들은 많다. 페스트와 콜레라, 독감, 사스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전염성이 강한 특징을 갖고 있다. 문헌상 최초의 전염병은 그리스 로마시대 퍼진 역병이다. 아테네와 로마 제국을 멸망까지 치닫게 할 정도였다. 14세기의 페스트(흑사병)는 중세 유럽을 붕괴시켰다. 페스트는 1347년 이탈리아 남단 시칠리아에 상륙했다. 단 3년 만에 유럽인의 절반을 휩쓸어 버렸다. 이후 300년 동안 유럽 대륙 전체를 공포에 떨게 했다.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이었다.15세기는 르네상스가 열렸다. 성의 억압에서 해방된 시대다. 그러자 매독이 기승을 부렸다. 잦은 전쟁으로 군인들이 많았다. 매춘이 성업했다. 매춘부를 통해 군인들에게 전염된 매독은 전쟁이 끝난 뒤 급속하게 퍼졌다. 17~18세기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피그말리온이라는 왕이 있었는데 자신이 조각한 여성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그 왕은 조각상이 사람으로 변하길 간구했다. 이를 지켜본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그의 소원을 들어주어 조각상을 인간으로 만들어 주었다. 1964년, 미국 교육심리학자 로버트 로젠탈은 학생들에 대해 지능테스트를 실시했다. 한 그룹의 학생을 뽑아 몇 개월 후에 성적이 오를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그 그룹에 속한 학생들의 성적은 그 기대처럼 성적이 올랐다. 그러나 그 그룹의 학생들은 상위그룹만을 추린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뽑은 것이다. 교육심리학에서는 이를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ft)라고 부른다. 간절히 바라면 그 목표가 이루어진다는 이론이다. 실오라기 비단 강(錦江)이 소백산맥과 차령산맥을 굽이쳐 흐르다 기름진 땅을 일궈낸 오송 벌판에 일곱 빛깔 찬란한 첨단의료복합단지의 무지개가 떴다. 선사시대, 비단 강변 만수리 연제리에서 주먹도끼를 만들고 신석기시대, 쌍청리에서 토기를 구우며 생명의 씨앗을 뿌리던 선인들은 문명의 하이테크를 후손들에게 전하며 기어이 복된 이 땅을 동북아 생명과학의 허브로 만들었다. 오송 벌의 무지개는 비갠 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다. 신발 끈을 다시 매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다. 논쟁은 공허하고 소모적일 뿐이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실천과제를 고민할 때다. 그 첫 고민은 첨단의료복합단지 분산 배치에 대한 비판적 복기에서 시작함이 바람직하다. 위기는 기회다. 또한 더 나은 성공을 위해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복기는 실수 찾기다충북 오송이 첨단의료복합단지 입지로 최종 확정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절반의 성공이다. 그럼에도 첨복단지의 오송 유치는 충북도민 모두를 흥분시킨 대형사건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오송 첨복단지는 늪처럼 깔려 있던 한과 원을 단숨에 풀어줄 것 같다. 낙후와 변방이라는 숙명 같은 멍에도 일시에 벗어던지게 해줄 것 같다. 우리의 간절한 소망이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제2의 도전이다. 첨복단지 오송 유치는 완전한 성공이 아니다. 절반은 실패란 말이다. 절반의 성공은 곧 절반의 실패다. 약일 수도 있지만 독일 수도 있다. 절반의 실패를 딛고 더 큰 것을 이뤄야 한다. 부족한 선험적 성공은 자칫 자만을 부를 수 있다. 그래서 더 큰 것을 이루는데 큰 적일 될 수 있다. 작은 만족감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 있다. 첨복단지는 충
역사적으로 삼국의 접경지대였던 충북은 어느 곳엘 가나 삼국의 문화가 삼원색처럼 융합되어 있다. 삼국의 문화는 모자이크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며 충북문화, 중원문화라는 특이한 형태로 숙성되고 진화되었다. 이는 빨강, 노랑, 파랑 삼원색이 합쳐 흰색을 만드는 과정을 연상케 한다. 삼원색은 각기 존재하다가 어느 시점에서 융합을 하며 독창적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 색깔은 홀로 존재하기도 하고 다른 색깔과 손을 잡고 뒤섞이며 중원문화를 창출해 내고 있다. 펼치면 삼국문화요, 응집하면 중원문화다. 도내에서도 삼국의 문화가 가장 강렬하게 풍겨오는 곳은 다름 아닌 충주다. 남한강이 굽이쳐 흐르는 충주에 가면 삼국의 문화를 번갈아 가며 느낄 수 있고 또 삼국의 문화가 융합된 묘한 현상을 감상할 수 있다. 한강의 상류인 남한강은 일찍이 삼국의 젖줄 역할을 하였고 삼국은 그 젖줄을 차지하기 위해 충주 벌에서 혈투를 벌였던 것이다. 충주를 차지하는 자가 중원의 패자(覇者)로 군림했던 것은 너무나 당연한 역사의 법칙이다. 충주에는 백제, 고구려, 신라 문화가 뚜렷이 존재한다. 충주시 가금면에 있는 장미산성은 고구려 산성이냐, 백제산성이냐를…
얼마나 더 당해야 정신을 차릴지 묻고 싶다. 정권이 바뀐 뒤 지금껏 충북이 얻은 게 무엇인가. 아무것도 없다. 세종시도 그렇고, 첨복단지도 그렇다. 그저 기다리라고만 한다. 하지만 막연한 인내는 인내가 아니다. 만용이다. 도둑을 안방에 들여놓고 전 재산을 주는 꼴이다. 결국 거지가 되는 지름길이다. 자칫 잘못하면 지금 충북이 그렇게 될 형국이다. 정신 차려야 한다. ***정치권 정략적 편법 안 돼얼마 전 우정을 나누며 사는 지인으로부터 사자성어로 된 붓글씨를 선물 받은 적이 있다. 지금은 족자로 만들어 방에 걸어두고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심여철석(心如鐵石)··. 이 글귀를 풀이하면 ··마음을 쇠와 돌 같이 단단히 하라··는 뜻이 된다.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시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글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이 글귀의 뜻을 온 충북도민들에게 새겨주고 싶다. 충북은 지금 초조하다. 세종시와 첨복단지가 그 초조함의 중심이다. 청원 일부 지역의 세종시 편입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여당 대표가 주민들의 의견을 묻겠다는 게 최근 답이다. 첨복단지는 충청권 연대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당초 약속대로
청주 중앙공원에 여름이 내려앉는다. 매미가 여름 한 자락을 찢어내기라도 할 듯 요란하게 울어 젖힌다. 여름 물난리에 이색 선생을 구했다는 수령 800년 된 은행나무와 충청병영의 영욕을 간직한 아름드리 느티나무는 훌륭한 햇빛 차단제가 된다. 그 시원한 나무그늘, 역사의 그늘을 찾아 수많은 노인들이 이곳을 찾아 든다. 청주는 물론 청원지역에서도 상당수의 노인이 중앙공원을 즐겨 찾는다. 외로움에 지치고 경제난에 찌든 노인들은 이곳에서 동년배와 어울리며 삶의 고단함을 잠시 잊는다. 사회봉사단체가 심심찮게 점심식사를 제공하니 주머니를 절약할 수도 있다. 중앙공원은 어느새 노인공원이 됐다. 노인공원이 되어도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지만 중앙공원의 모습이 겉과 속이 다른 이상한 형태로 진화하여 그 오랜 역사성에 흠집을 내고 있기 때문에 속이 상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여느 공원과 다름없이 삶의 이야기가 무륵 익는 휴식의 공간이지만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삶의 그림자와 얼룩이 짙게 배어 있다. 중앙공원에서는 계절도 없이 윷놀이 판이 벌어진다. 윷놀이는 통상 정월 대보름을 전후하여 행해지던 풍습이나 이렇다 할 여가문화를 갖지 못한 노인들은 시도 때도 없이 이곳에서 윷놀이를 즐기
대한민국 성인남자 흡연율이 다시 늘었다. 정부의 담배규제정책 5년만의 일이다. 정부는 지난 2005년 담뱃값 인상을 비롯한 담배규제정책을 시작했다. 감소효과는 있었다. 하지만 그 추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성인남자 흡연율은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증가했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이나 경고문 같은 종래의 금연정책 약발이 떨어진 탓이라고 설명한다. 과연 그럴까. ***증세의 수단이 돼선 곤란담배는 종종 막힌 생각을 틔워준다. 근심을 가라앉히기도 한다. 어떤 때는 권태를 달래주고 피곤을 덜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애연가들은 식후나 용변 시 담배를 제일미(第一味)로 꼽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흡연율이 다시 늘고 있다. 스트레스 때문이란 해석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전국적으로 실업자가 늘고 백수상태의 청년들이 많아졌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조사결과도 당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58%가 '습관'을 흡연이유로 꼽았다. 그 다음이 '스트레스 해소'(32.5%) 와 '심심해서'(4%) 였다. 정부는 강력한 금연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추진 방법이 너무 뻔하다. 또 담뱃값 인상이다. 금연구역 확대와 흡연에 대한 경고 등은 곁다리일 뿐이다. 국민 건강을 위한다면…
오락가락하는 장맛비 속에서도 바캉스 시즌이 열렸다. 맑고 개기를 거듭하는 변덕 날씨 속에 선뜻 집을 나선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7월말에서 8월초로 이어지는 기간은 황금 휴가철이어서 직장인들의 마음을 달뜨게 한다. 꼭 이 기간에 휴가를 가라는 법은 없지만 염제(炎帝)가 가마솥더위를 생산해 내는 것이 이 때이므로 직장인들은 앞 다퉈 이 기간에 도시 탈출을 감행한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대개 8월초를 휴가기간으로 삼는다. 이 기간 중에는 거래선이 거의 중지됨으로 문을 열어봤자 별 소용이 없다. 서구인의 휴가는 대개 가족 중심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모임중심으로 이뤄지는 예가 많다. 그것은 오랫동안 생활 공동체를 형성해온 농경사회의 유습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여름휴가는 마치 하나의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같다. 이름 난 유명 관광지는 해마다 피서객들로 몸살을 앓는다. 그전보다 훨씬 나아지긴 했어도 쓰레기 공해나 바가지 상혼은 좀체로 근절되지 않는다. 유명 피서지를 둘러보면 고기 굽는 냄새가 여전히 진동한다. 향긋한 풀냄새나 상큼한 계곡 바람은 어디로 가고 역겨운 냄새가 여름의 정취를 앗아간다. 피서지에서 시민정신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바위 틈 곳곳마다
전국이 시끄럽다. 청주는 더 시끄럽다. 대형유통업체들 때문이다. 소란의 근본 이유는 분명하다. 대형마트나 SSM 등 대형유통업체의 지역기여도가 별로 없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청주지역 대형유통업체들의 지역기여도는 얼마나 될까. 지난 3월 충북참여자치연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알 수 없다··다. 어느 업체도 매출규모나 영업이익, 지방세납부 현황 등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형유통업체 자성 필요청주지역 입점 대형마트는 모두 7곳이다. 연간 매출액이 5천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은 모두 9곳이 성업 중이다. 이들 또한 연간 2천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역 중소상인들의 불만이 아주 크다. 재래시장 상권 붕괴 등 지역 영세 유통산업 고사의 제1원인으로 보고 있다. 당할 수 없는 공룡 집단의 무차별 점령이라는 것이다. 청주시내 12개 재래시장 상인과 슈퍼마켓 영업자 등 200여명이 지난 17일 사업자등록증을 청주시에 반납했다. 한 마디로 재래시장 철시다.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사업자등록증 반납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형유통업체 겁주기인가. 지자체 목조르기인가. 아니다. 죽을 정
충북산악인들의 연이은 비보를 접하며 이내 마음이 무거워진다. 지난 1977년,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해발8848m) 등정에 성공한 충북산악인 고상돈 씨는 대한산악연맹충북도 이사로 있던 1979년 5월, 북아메리카 최고봉인 알래스카 매킨리(해발6191m) 원정 대장으로 이곳에 오른 후 산을 내려오다 이일교, 박훈규 대원과 함께 자일사고로 사망했다. 그 후배로 서원대를 졸업한 대표적 여성 산악인 지현옥 씨는 대한민국 여성 산악인으로는 처음으로 1988년, 매킨리에 1993년에는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으나 1999년 산악인 엄홍길 씨와 함께 안나푸르나 등정 후 하산 길에서 실족, 만년설에 묻혔다. 이번에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해발8126m) 등정에 성공한 후 산을 내려오다 칼날능선에서 추락하여 숨진 여성 산악인 고미영 씨는 충북이 고향은 아니지만 청주대 중문과에 만학도로 입학, 역시 산악인인 남기창 교수와 사제의 연을 맺었으니 반쯤은 충북인인 것이다. 이 같은 산악사고로 볼 때 높은 산을 오른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목숨을 건 도전행위인가를 지레 짐작할 수 있다. 전문 산악인 중 상당수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 유서까지 써놓고 다닌다. 산을 모르는 사람들이야
장마철 맹꽁이 울음소리가 정겹다. 20여 년 전 쯤 청주 무심천에서 맹꽁이 울음소리가 사라졌다. 다시 듣게 돼 너무 반갑다. 맹꽁이의 외모는 흉악범 뺨친다. 하지만 행동은 그지없이 겁쟁이다. 사람 소리가 조금이라도 나면 금방 울음을 멈춘다. 비 온 뒤 맹꽁이 녀석들이 목이 터져라 울어댄다. 그 소리가 한 여름 밤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환경복원에 응답하는 소리청주도심을 가로지르는 무심천에서 맹꽁이 서식이 첫 확인됐다. 본보 탐사취재팀의 개가다. 본보 탐사팀은 지난 9일 밤 흥덕구 분평동 용평교 일대 무심천변 습지에서 맹꽁이 집단서식 장면을 사진 촬영했다. 탐사취재에 나선지 20여일 만이다. 맹꽁이 서식장면이 도심 한가운데 무심천변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되거나 촬영된 것은 20여 년 전이다. 그래서 이번 발견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생태·환경적으로도 아주 의미 있는 일이다. 맹꽁이는 연중 땅 속에 산다. 주로 밤에 땅 위로 나와 먹이를 찾는다. 6~7월 우기에 물가에 모여 알을 낳는다. 생활반경이 500m 정도로 좁다. 환경 변화에도 민감하다. 농약 살포 등으로 급격히 감소되고 있는 추세다. 결국 2005년 3월 멸종위기 2급 야생동물로 규정돼 보호받고…
[충북일보] 충북도가 청주시를 대상으로 진행중인 종합감사에서 도청 감사관실 일부 직원들이 시 소속 직원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도 감사관실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청원구청에 감사장을 차려놓고 시 산하 전 부서를 상대로 종합감사를 벌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갑질을 했다는 것이다. 대체로 제보자들은 "행정적 미비사항이나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충분히 용인할 수 있지만, 일부 사안에 대해 대답을 요구해놓고 막상 대답을 하니 말투와 태도 등에 대해 선생님에게 혼나는 학생 취급을 받았다"며 "게다가 행정적 미비사항도 아닌 부분에 대해서까지 억지로 지적사항에 끼워 넣으려는 태도에 기가 찼다"고 토로했다. 해당 제보자들이 당했다는 언어적 갑질폭력을 구체적으로 기사에 서술할 경우 제보자가 특정될 수 있어 밝힐 순 없지만, 이들은 대체로 "인격적인 모욕감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직원은 제보를 하면서 "안그래도 업무에 회의를 느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참기가 힘들고 사표를 내고 싶다"고까지 말하고 울먹였다. 또 다른 제보자는 감사에 임하는 직원들의 업무이해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 한 제보자는 "감사를 보는 직원이 업무를 너무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충북도가 청주 오송에 들어서는 철도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의 성공적 조성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신청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내년 상반기 내 예타가 마무리돼야 오는 2029년까지 사업을 완료한다는 도의 구상에 차질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16일 도에 따르면 오송 철도클러스터 국가산단의 공동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충북개발공사는 오는 9월 기획재정부에 공기업 예타를 신청할 계획이다.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사업 중 총사업비가 1천억원 이상이면 공기업·준정부기관 사업 예타를 받아야 한다. 오송 국가산단 조성에는 5천5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는 이때 예타가 진행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 공기업 관련 예타 신청은 1월과 5월, 9월 등 연 3회로 제한돼 예타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면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신속 예타'로 신청할 계획인데 대상에 반드시 반영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 제도는 예타 기간이 기존보다 3개월 정도 단축돼 6개월 정도면 결과가 나온다. 그런 만큼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게 된다. 도는 예타 통과를 위한 준비도 철저히 하고 있다. 이 사업이 예타를 통과하려면 경제성이 중요한 만큼 기업의
◇22대 총선 당선인 인터뷰 - 증평·진천·음성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부족한 사람에게 다시 한번 중임을 맡겨주신 군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총선 승리는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약속드린 미래 비전을 군민들께서 선택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재선에 성공한 임호선(61)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증평·진천·음성)은 겸손한 자세로 소통하며 어려운 민생부터 확실히 챙겨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며 "서민경제를 살피지 못하고 국정운영을 독단적으로 하며 과거로 퇴행하려는 정부에 브레이크를 잡으라는 민심이다. 제1야당으로서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적극 따르며 민생해결과 지역발전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앞으로의 의정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22대 국회에서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활동을 원하고 있다. 임 당선인은 "저는 농촌에서 태어나 자라왔고 현재도 농촌에 살고 있다"며 "지역적으로도 증평·진천·음성군이 농촌이기에 누구보다 농업농촌의 현실을 잘 이해하고 농민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촌의 현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임 당선인은 "농촌이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