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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08.24 19:15:1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엊그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장으로 엄수됐다. 오랜 사회적 과제인 화합의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생의 마지막에 남긴 화두는 '화해와 용서'였다. 이 화두가 국장이라는 장례 형식을 통해 국민 모두에게 전달됐으면 한다. 그리고 이념과 당파, 지역갈등과 반목을 뛰어넘은 국민 통합의 촉매제가 됐길 소망한다.

***국민의 정신적 지주돼야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 대학을 다닌 세대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은 늘 갈등의 단초였다. 한 마디로 세대갈등의 진원지였다.

부모는 "저 사람은 어째 맨날 반대만 한다냐"고 불만이다. 대학 다니는 자식은 "할 만 하니까 하는 거지"라고 대거리 한다. 이런 대화는 일상이었다. 한두 집만의 일이 아니었다.

이 시기 부모와 자식은 서로에게 온화하게 묻고 부드럽게 답하지 못했다. 부모는 자식을 향해 "너 같이 하면 온 나라가 빨갱이에 물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자식은 "아버지 같은 생각은 군사독재를 다시 부른다"고 대들었다. 사실이다. 그랬다.

고인이 된 김 전 대통령을 새삼 이념의 골로 끌어들이기 위함이 아니다. 이념 갈등에 휩싸이게 할 생각도 없다. 다만 한 시대 이념 갈등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었기에 하는 말이다. 그리고 전직 대통령이었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김 전 대통령이 고인이 되기 며칠 전 미국 전직 대통령, 빌 클린턴이 뉴스의 초점이 된 적이 있다. 압록강에서 국경 침범 죄로 구속된 미국인 두 여기자를 5개월 만에 평양으로부터 데리고 돌아온 활약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우리의 전직 대통령들을 떠올려 봤다. 우리 전직대통령들은 어땠을까. 클린턴이 했다면 못할게 없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가장 가능성 있던 한 사람은 이즈음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던 한 사람은 병석에 있었다. 그리고 결국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등졌다. 나머지는 가능성을 말하기 힘들었다. 그게 전부다.

미국은 우리와 비슷한 대통령 중심 정치제도를 갖고 있다. 대통령의 권력은 거의 절대적이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은 세계 대통령에 비유된다. 무대가 틀리기 때문이다. 결국 대통령 호칭은 같지만 스케일은 매우 다르다는 얘기가 된다.

미국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통이다. 미국 사회는 과거의 경험을 존중한다. 지도자의 경륜을 아끼는 풍토다. 이 같은 전통은 결국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실수를 줄인다. 그게 미국력을 유지하는 동력이다.

우리는 다르다. 정치엔 정쟁과 이해관계만 있어 보인다. 지도자의 가치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때가 많다. 사회 환경도 이념에 함몰될 때가 잦다.

대통령 주변 역시 늘 부정부패에 연루되기 일쑤다. 그래서 우리의 전직 대통령들은 퇴임 후 적지 않은 굴곡을 겪어야 했다.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의 힘이 커지지 위해 우선돼야 할 게 있다. 퇴임 후 검찰청에 출입하는 전직 대통령이 없어야 한다. 부정부패의 근절을 말함이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중요한 일원이 될 수 있다.

우리에겐 여전히 아물지 않은 3가지 큰 갈등이 있다. 지역과 이념, 계층의 대립이 그렇다. 치유하고 극복하는 데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한다. 여기에 전직 대통령들의 역할도 분명히 있어야 한다. 국민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전직 대통령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길 기대한다.

***삶의 진리 던져주는 사람

지난 일주일 이 땅엔 용서와 화해, 평화와 사랑의 물결이 넘쳐났다. 동서로는 평생 민주화 동지이자 정적인 김영삼 전 대통령과 화해가 이뤄졌다. 남북으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의를 받아든 북한 조문단이 빈소를 찾았다. 우리 정부와 막힌 대화를 풀 방안도 제공했다.

김 전 대통령은 세상을 떠나면서도 큰 산이었다. 산은 아무 말이 없다. 하지만 침묵으로 수많은 삶의 진리를 던져준다. 모진 비바람에 깎이고 파이면서도 굳건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삶도 그렇게 굳건해야 한다. 현실 정치에 참여하진 않지만 세파에 흔들리지 않고 세상에 힘을 전해야 한다. 말이 없어도 국민을 안심시키는 통제력이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전직 대통령은 여전히 큰 산이다.

삼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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