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에 위치한 조지아 주는 전통적으로 농업이 주산업이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도 조지아 주의 땅콩농장 주인 출신이다. 농업이 주업인 관계로 픽 업 트럭 운전 시에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남북전쟁당시 조지아 주은 남군의 거점지역이었다. 북군의 셔먼 장군은 남군의 심장부인 이 지역을 초토화시켰다. 그런 이유인지 지금도 조지아 주에는 남부의 정서가 흐르며 북부에 대한 지역감정의 찌꺼기가 남아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지아 주는 농업도의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산업구조의 재편과 다변화 전략을 짜고 있는데 그 탈출구 중의 하나가 영화산업 유치다. 영화산업하면 서부의 헐리웃이 제왕적 입장인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조지아 주는 전통 농업도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영화산업에 눈을 돌렸고, 그 결과 제2의 헐리웃이라 부를 정도로 영화산업의 번창을 몰고 왔다. 조지아 주는 영화산업에 대해 소득세의 감면혜택과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프로덕션을 유치했다. 오늘날 조지아 주를 연고로 한 프로덕션은 800여개에 달한다.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샌드라 블록 주연), '좀비랜드'(우디 해럴슨 주연) 등 수많은 영화와 TV 드
요즘 회자되는 말 중 하나가 '화학적 거세'다. 흉포한 성폭력 범죄의 기승에서 비롯됐다. 물론 초등학교 2학년 여자어린이를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이 기폭제가 됐다.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 지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상습 성폭력 범죄자와 성도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화학적 거세제도' 도입을 검토키로 했다. 성 범죄자들이 날 뛰다보니 사람도 거세대상이 된 셈이다. 참 슬픈 일이다. ***실행에 신중할 필요 있다거세(去勢)는 남성들에게 아주 불쾌한 단어 중 하나다. 남성의 상징인 생식의 불가능이자 종족보존의 포기이기 때문이다. 거세는 또 남자에게 치욕적 형벌이던 궁형(宮刑)을 떠올리게 해 더 그렇다. 남성에게 물리적 거세는 남성호르몬 생성기관인 고환 적출이다. 화학적 거세는 성적 충동을 일으키는 남성호르몬을 제거하는 것이다. 호르몬 같은 약물 투여로 성적 욕구를 상실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나 거세는 본래 소나 돼지들에게 성욕을 억제하고 살을 찌우기 위한 물리적 수단이었다. 성폭력 범죄가 도를 넘어서다 보니 이제 사람도 그 적용대상이 됐다. 흉폭하고 복잡한 세상의 아이러니다. 성폭력 범죄가 어제와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은폐 범죄라는 특징을…
나는 6.25 둥이다. 6.25가 발발하던 그해에 나는 피란길에서 태어났다. 만삭의 몸으로 피란을 간 어머니는 보통 고생이 아니었다. 혼자 몸도 추스르기 어려운 판에 아이를 가졌으니 다른 사람보다 곱빼기나 되는 고된 피란살이를 한 것이다. 어머니는 보은에서 영동으로 피란을 갔다. 영동 어느 마을에서 며칠을 머무르다 그 마을에서 다시 남행을 하는 순간 미군 비행기가 그 마을을 폭격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그 마을이 노근리인지 여부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신다. 한 많은 피란길에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피란민들은 산부에게 골방을 내어주었고 어머니는 할아버지의 솜바지를 뜯어 배냇저고리를 만들었다. 그때 태어난 동갑나기 아이들 중 사내아이가 여자아이보다 훨씬 많았다. 사내아이면 그런대로 길렀으나 계집아이면 낙동강 물에 띄우기도 했다는 것이다. 전쟁 중에는 남아선호 사상이 더 치열했다. 우리 친구 중에는 유복자가 여러 명에 달한다. S씨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결혼생활이 불과 일주일이었다. 그 짧은 허니문을 끝내고 그의 아버지는 조국의 부름을 받아 낙동강 전투에서 전사했다. 청상과부가 된 S씨의 어머니는 그 후 평생 수절하며 아들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다. S씨는 아버지의 얼
오늘도 지구 저편에서 열리는 월드컵 이야기다. 앞으로 기회가 또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승리의 소망을 담아 전하려 한다.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1승 1패의 대한민국도 안간힘을 쏟고 있다. 허정무 감독은 4-4-2 전법으로 나이지리아전 필승 해법 내놨다. 초반부터 강한 압박과 공격으로 경기 주도권을 쥐고 승부를 유리하게 끌고 간다는 복안이다. 필승을 염원한다.***임전의 각오 드러낸 표현손자(孫子)는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병법서다. 그 이유는 인간을 깊이 통찰하고 이를 토대로 승부에 대한 행동법칙을 모색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계(計)를 비롯해 작전(作戰), 모공(謀攻), 군형(軍形), 병세(兵勢), 허실(虛實), 군쟁(軍爭), 구변(九變), 행군(行軍), 지형(地形), 구지(九地), 화공(火攻), 용간(用間)으로 구성돼 있다. 축구는 전쟁을 많이 닮아 있다. 용어 역시 비슷하다. 전술과 전략, 전형(전투형태), 침투 등등이 그렇다. 손자의 구지편을 보면 9가지 전투지형이 있다. 우선 자기 땅에서 싸우는 곳(산지)과 남의 땅으로 깊지 않은 곳(경지)이 있다. 쟁지(점령하면 서로 유리한 곳)와 교지(피아가 공격하기
붉은 악마(Red Devils)가 다시 돌아왔다. 2002한일월드컵을 계기로 태동한 '붉은 악마' 응원단은 어느덧 한국 응원단의 대명사로 불린다. 지난 12일 밤,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2010월드컵 첫 경기에서 태극전사들은 당초 우려를 잠재우기라도 하는 듯 유럽의 강호 그리스를 2대0으로 통쾌하게 물리치고 목표치인 16강으로 순항하고 있다. 이정수에 이은 박지성의 골이 터지자 TV를 시청하던 한국 국민들은 초 여름밤의 더위도 잊은 채 환호했다. 현지로 간 붉은 악마 응원단은 경기장을 붉은 물결과 함성으로 물들였고, 서울 광장, 청주종합운동장 등 전국 곳곳에서도 100만여 명에 달하는 응원단이 거리 응원전을 펼쳤다. 4년 전, 월드컵 당시 나는 길거리 응원전에 나섰다가 승용차가 망가지는 낭패를 당했다. 환호하는 응원단이 승용차 위로 마구 올라갔다. 말릴 새도 없었고, 결국 차는 깡통이 되었다. 차량 수리비가 솔찮았지만 쓴 웃음으로 넘길 수밖에 없었다. 온 몸 곳곳을 태극기로 치장하고 두 손가락을 치켜들며 외치는 "대~한민국"이나 "오~필승 코리아"는 붉은 악마 응원단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고, 그런 모습은 해외로 퍼져나가며 응원전의 한 트렌드가 되었
한국축구의 완전변태를 기대한다경기운영의 훌륭한 변태(變態)였다. 4년 전과 달랐다. 크게 변했다. 대한민국 월드컵 축구팀에 대한 이야기다. 4년 전 선수들도 있고 젊고 새로운 선수도 있다. 그 선수들이 변태를 거쳐 세계 축구의 중심선수가 돼 있었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2002 한일월드컵을 정점으로 변태에 성공했다. 지금은 이청용과 기성용, 이승렬 등이 완전변태를 꿈꾸고 있다. 남은 기간 얼마나 더 변태할지 궁금하다. ***즐기는 축구로 가능성 열자지난 11일 우리의 태극전사들은 세계를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월드컵 무대에서 세계 13위의 강호를 완벽하게 제압했기 때문이다. 기술과 체력, 전술 모든 면에서 그리스를 압도했다. 장래 한국 축구의 교과서로 기록될 만한 경기였다. 이날 경기는 한 마디로 한국 축구의 완전변태였다. 과거 한국은 월드컵서 상대의 압박에 쫓기곤 했다. 하지만 이날 한국 선수들은 자신의 장기를 자신 있게 발휘했다. 민첩성과 위치 선정은 아테네 군단을 무력화했다. 역대 최고의 경기라고 평가할 만했다. 생물학적으로 변태는 부화나 출생 후 개체에 나타나는 형태 또는 구조의 현격한 변화를 말한다. 호르몬의 작용에 의해 이뤄진다. 생리적·생화학적·
청주 무심천과 서울 청계천은 닮은꼴이 여러 군데서 발견된다. 우선 하천의 길이가 비슷하다. 발원지점서부터 따진다면 무심천이 더 길 것이나 하천의 골격 정도만 비교하면 무심천이 12km이고 청계천이 11km에 이른다. 또 하천을 가로지르는 무심천의 남석교와 한양대 앞의 살곶이 다리도 유서 깊은 돌다리라는 점에서 공퉁점을 찾게 된다. 그전에는 살곶이 다리가 70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돌다리였으나 몇 년 전 청주대 건축과 김태영 교수가 실측한 결과 남석교의 길이가 80.85m로 나타나 살곶이 다리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다만 두 다리가 다른 점이 있다면 살곶이 다리는 사적 제 160호로 지정된 데다 사람들의 통행이 가능하고 남석교는 아직도 육거리 재래시장 안에 묻혀 눈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하천은 단순히 물이 흐르는 공간이 아니다. 하천에는 그 지방의 역사와 문화가 흐르고 추억이 흐르며 뭇사람의 애환과 사랑이 흐른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남석교 근처 제일교회 앞에는 관리들이 지방 출장 시 묵었던 정진원(情盡院)이 있었다. 정진원에 묵고 있었던 성제원(成悌元:1506~1559)은 당대의 이름난 성리학자였다. 그를 연모한 관기 춘절(春節)은 갖은 교태로
21세기를 흔히 '환경의 세기'라고 한다. 선진국일수록 '삶의 질'도 환경부문의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다 높은 삶을 위해선 반드시 쾌적한 환경이 담보돼야 한다는 논리다. 그런데 우리는 다르다. 온 나라가 4대강의 삽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어떤 지역에선 직접적인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좋은 환경 만들자는 4대강 사업이 오히려 주민들에게 좋지 않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셈이 됐다. ***인위적 강 개발은 생태계 파괴환경 개발 사업으로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대상은 야생 동.식물들이다. 각종 개발로 서식처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식처 상실은 야생 동.식물에게 곧 생존의 위협이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은 강을 준설하고 보를 세우는 일이다. 그런데 이 일은 모든 여울을 사라지게 한다. 생명의 강을 파괴하는 사업이란 비판을 받는 주된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한반도를 찾는 철새 대부분은 수면성 오리다. 이 오리들은 물속에 머리만 넣어 바닥의 수초뿌리나 갯지렁이 등을 먹고 산다. 천연기념물 제201호 큰고니를 비롯해 천연기념물 제202호인 두루미가 그렇다. 세계적 멸종위기종으로 천연기념물 제205호인 노랑부리저어새 등도 마찬가지다. 여울 파괴는
오늘은 민선 5기를 이끌어나갈 지도자를 뽑는 지방선거의 날이다. 도지사, 교육감, 시장·군수, 도의원, 시·군 의원, 교육의원, 비례대표 광역의원, 비례대표 기초의원 등 1인8표를 처음으로 행사하는 선거여서 다소 혼란스럽겠지만 평소에 점찍어 둔 후보자의 칸에 조용히 붓 뚜껑을 누르는 권리를 꼭 행사해야 하는 날이다. 투표를 하든 말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이나 국가에서 부여한 국민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것은 자유와 평등, 박애를 지향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도리가 아니다. 이날이 임시 공휴일이기 때문에 약간의 부지런을 떨면 얼마든지 투표를 마치고 산행이나 개인 스케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토크 빌의 말대로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학교다. 우리는 그동안 현대사의 굴곡을 겪으면서 어렵사리 지방자치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다. 광복과 더불어 생겨난 지방자치가 한때 군사정권으로 인하여 시들었지만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지방자치의 꽃은 한파와 두꺼운 외투를 헤집고 다시 피어났다. 이 꽃의 관리인은 바로 주민이다. 주민이 관심을 갖고 꽃 가꾸기에 나선다면 지방자치의 꽃은 사시사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나 관심이 없으면 다시 시들고 말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투표를 하는 것
산천 활엽수 잎이 짙은 녹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옅은 연두색의 5월은 어느새 지나갔다. 6월은 농사(農事)의 계절이다. 24절기 중 망종(芒種)과 하지(夏至)가 들어 있다. 망종 때는 곡식의 씨앗을 뿌리기에 좋다. 보리베기와 모내기로 몹시 바쁜 시절이기도 하다. 하지는 망종과 소서 사이에 든다. 가는 곳마다 수풀이 무성하고 벼가 쑥 자라 있다. 식물의 활성도가 왕성하게 좋아지는 시기다. **투표냉소는 불행한 결과농사의 사전적 의미는 곡류나 과채류 따위의 씨나 모종을 심어 기르고 거두는 일이다. 그리고 자녀를 낳아 기르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농사의 중요성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농사의 잘 되고 못됨은 대부분 6월에 결정된다. 물대기와 물빼기 등 논농사의 중요한 과정이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해 농사의 성패는 6월에 거의 결정된다고 보면 틀리지 않다. 그만큼 6월 농사 관리가 중요하다. 내일은 6·2지방선거 날이다. 6월 농사만큼이나 중요한 과정이다. 지방 살림을 책임질 일꾼들을 뽑는 날이기 때문이다.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런데 우려가 크다. 지난달 27~28일 이틀간 실시된 부재자투표율(89.9%)을 보면…
한반도의 석기문화가 청주에서 만나 수십만 년 전, 태고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단양 수양개 유적을 비롯하여 제천 두학동 유적, 청원 만수리 유적, 노산리 유적, 청주 복대동 유적, 파주 외동리 유적, 야당리 유적 양평 도곡리 유적 등 우리나라 주요 구석기 유적의 석기가 한자리에서 '돌의 축제'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단편적인 석기전시는 많이 있어왔으나 금강, 한강을 아우르는 석기가 한데 모여 석기문화의 꽃을 피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인류 지혜의 꽃 돌에 피다'라는 주제아래 한국선사문화연구원과 국립청주박물관이 공동주최하여 청주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지난 18일 개막, 오는 6월 20일까지 열리고 있는 석기의 제전에는 전국 유명 구석기유적에서 출토된 주먹도끼, 슴베찌르개, 주먹찌르개, 여러 면 석기(사냥돌), 모룻돌, 망치 등 명품을 가려 일반인에 공개하고 있다. 30~70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우리나라의 구석기 문화가 어떻게 발전되어 왔고 지역마다 어떤 공통점과 상이점을 갖고 있나를 비교해 보는 색다른 전시회다. 전시실 입구에 놓인 만수리 주먹도끼는 아무리 보아도 명품이다. 냇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차돌(석영)을 돌감(재료)으로 하여 여
6.2지방선거가 중반전을 넘고 있다. 일주일 하고 하루 남았다. 정치권은 온통 막판 변수에 관심을 쏟고 있다. '북풍'일까. '노풍'일까. 표심을 얻기 위한 여야의 경쟁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남은 기간 판세를 좌우할 변수에 대한 여야의 촉각은 아주 곤두서 있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너무 눈앞의 작은 득실에 매달리는 것 같아 언짢다. ***바람은 그저 바람일 뿐이다충북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지역의 쟁점은 세종시와 청주·청원 통합이었다. 선거전의 최대 변수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5~6개월간 활용되면서 식상한 소재가 됐다. 이제 천안함으로 대변되는 북풍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로 상징되는 노풍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천안함 침몰원인은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굳어지고 있다. 그 사이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북풍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선거기간 내내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풍은 여당에게 유리한 면이 있다. 지난 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였다. 투신자살 소식에 온 나라가 충격에 빠진 지 1년이다. 봉하마을서 불기 시작한 노풍은 전국으로 가고 있다. 노풍은 야당에게 유리한 소재다.하지만 씁쓸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 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 되어 젖어 있는 비애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 위에/ 애정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중략" (이수익의 우울한 샹송 중에서) 푸른 꿈을 키워나가던 학창시절, 관공서 중 가장 많이 찾던 곳이 우체국이었다. 군청이나 은행도 있었지만 학생 신분으로 이렇다 할 민원이 있는 것도 아니요 예금통장을 보유할 만치 여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청주우체국에서 밤새 쓴 핑크빛 러브레터를 보냈다. 입을 크게 벌린 빨간색 동네 우체통에서도 부칠 수 있었지만 청주우체국에서 부쳐야 배달시간이 조금 단축되었다. 우체국에서 10원짜리 우표를 사서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러브레터 겉봉에 침 바른 우표를 정성껏 붙였다. 받는 사람이 다른 시·군에 살면 2~3일이 걸렸고 청주시내면 당일 배달되었다. '미지(未知)의 소녀에게'라고 말머리를 꺼내고 "실례인줄 알면서도 이렇게 펜을 들었
6·2 지방선거 후보등록이 마무리됐다. 모레부터 공식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그런데 대체 무슨 배짱으로 선거에 나서는지 모를 정도로 경악스러운 인물들이 많다. 누가 봐도 공직자 후보로서 자격 미달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모범은 어불성설이다. 국방·교육·근로·납세 등 국민의 4대 의무 같은 기본요건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아주 죄질이 나쁜 전과자도 있다. ***바른 선택이 지방자치 바꾼다6·2지방선거의 공식적인 선거운동은 20일부터 시작된다. 이틀 남았다. 하지만 사실상 선거전은 막을 올렸다. 초반 기선을 잡기 위한 힘겨루기도 시작됐다. 한 마디로 전국은 선거정국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유권자들이 할 일이 있다. 후보 면면을 따져봐야 한다. 흠결 있는 후보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병역미필자·전과자·세금체납자가 난립하고 있다. 광역단체장 남성 후보 54명 가운데 35.2%인 19명이 병역을 이행하지 않았다. 기초단체장은 15.7%가 병역미필자다. 참고로 지난 10년간 전체 국민 병역면제비율은 4%대다. 보통의 국민들은 잘 이해할 수 없는 수치다. 광역단체장 후보의 38%, 기초단체장 후보의 14.5%는 전과기록을 가졌다. 지난 5년간 세금을 체납
일연 스님이 쓴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야기다. 7세기 신라 문무왕 때 해동진언종(海東眞言宗)의 시조인 혜통(惠通)이란 고승이 있었다. 스님이 되기 전, 혜통은 물가로 사냥을 나갔다. 수달 한 마리가 이곳저곳으로 바삐 움직이며 먹이 감을 찾았다. 혜통은 그 수달을 활로 쏘아 죽여 가마솥에 넣고 푹 고아 먹었다. 그리고 수달의 뼈를 담 밑에 버렸는데 이튿날 아침 일어나니 수달 뼈가 감쪽같이 없어졌다. 더욱 희한한 것은 수달 뼈가 핏자국을 남기며 사라진 것이다. 혜통이 핏자국을 따라 가보니 어느 동굴에서 뼈만 남은 어미 수달이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이에 크게 깨달은 혜통은 그길로 머리를 깎고 중이 되었다. 이미 죽은 수달이 어떻게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마는 설화이니 그런 상상력을 부여한 것으로 치면 될 것이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도 여러 편의 효자이야기가 등장한다. 신라 때에 '지은'이라는 효녀가 있었다. 집 안 살림이 어려워 어머니를 봉양하기가 힘들었다. 효녀 지은은 쌀 열섬에 남의 집 종으로 팔려갔다. 그 쌀로 어머니를 봉양하였는데 지은이의 어머니는 "전에 먹던 밥은 거칠어도 달았는데 요즘 밥은 기름져도 맛이 없다. 마치 까마귀가 쪼은듯 독수리가 찢는듯
'스폰서 검사' 파문으로 검찰 등 수사기관에 대한 개혁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이 엊그제 "검찰과 경찰 개혁이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고강도 개혁 의지 표명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환영할 일이다. 사실 각종 개혁과제들은 지난한 문제로 보였다. 최근 수개월간 천안함 사태와 세종시 논쟁, 6·2 지방선거 등 정치·안보 현안에 묻혀 실종됐다. 새로운 개혁 드라이브가 필요한 시점에 대통령의 발언이 나왔다. ***제살 깎는 모진 각오 필수경남지역 한 건설업체 전직 사장의 검찰 접대·향응 의혹 폭로는 실로 충격적이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검찰 접대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물론 사실관계부터 먼저 규명해야 옳다. 그러나 검찰 접대·향응의 뿌리는 상상 이상으로 깊다는 소리가 많다. 단순히 검찰 내부 문화 개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대한민국에는 검찰 말고도 힘 좀 쓴다는 기관이 많다. 법원도 있고 경찰·국세청·감사원·국정원 등도 있다. 그런데 검찰에만 유독 스폰서 문화라는 게 있다. 그것도 공공연하게 말이다. 왜 그럴까.검사들의 근무형태는 평소 철저한 상명하복(上命下服) 원칙에 따라 이뤄진다. 엄격한
"중학교에 가면 더 재미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런 나의 꿈과는 정반대였다. 수업시간이 참기 힘들었고 1교시 늘어난 수업을 견디기엔 체력이 달렸다. 학교가 끝나고 학원을 가는 것들이 돌덩이처럼 나의 가슴을 억눌렀다" 청소년의 달을 맞아 청주어린이 미술관에서 '화가 손부남과 함께 하는 동심 전"에 출품한 박민경 양의 작품 설명이다. 전국에서 드물게 어린이 전용 미술관으로 탄생, 청주문화원이 운영하는 이 미술관에서는 청소년의 달을 맞아 한 달 내내 성인미술과 아동미술이 교감하는 별난 전시회를 열고 있으며 전시회의 캐릭터에 맞게 출품작과 더불어 작품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화제(畵題)라고 하기까지엔 너무 거창하지만 작품내용을 작가가 직접 설명하고 그 내용을 써 붙인 이번 작품전은 청소년 및 어린이의 세계를 그림을 통해 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된다.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 진솔하게 펼쳐지는 동심 전에는 사물의 사실적인 표현보다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박민경 양은 장미꽃을 한 가운데 배치하고 왼쪽과 오른쪽으로 각기 노란 시계와 파란 시계를 세트로 그려 넣었다. "장미는 나의 분신입니다. 나는 장미로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지만 나의 가시에 찔
사정당국의 토착비리 수사에 전국이 뒤숭숭하다. 충북지역 정가도 마찬가지다. 몇몇 자치단체장은 내사를 받거나 받고 있다. 이 중 한 명은 이미 구체적 혐의가 포착돼 구속됐다. 관련 공무원 몇 명은 아직도 조사 중이다. 사정당국의 칼날은 여전히 공무원을 향하고 있다. 급기야 검찰 수사를 받던 공무원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온갖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비리의 악순환은 불탈법에서비리 연루 공직자들을 그냥 내버려둬선 안 된다. 두발 뻗고 잠을 자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 공직선거가 코앞인 지금 시점에선 더욱 그렇다. 자칫 비리 공직자를 다시 뽑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사정정국은 정치적 꼼수로 비판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원칙적으론 비판을 정당화하기 어렵다. 비리를 척결하는데 때와 장소를 가릴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떳떳하면 두려울 수 없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보은군청 사무관은 승진 대가로 뇌물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검찰에 소환예정인 군수의 인사비리와 연관돼 있다. 지난달 26일 1차 조사를 받았다. 숨진 날 2차로 검찰에 소환예정이었다. 보은군청 공무원들의 비리는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됐다. C 사무관 검찰수사, 대추비가림시설 보조금 문제로…
무심천은 청주의 어머니이다. 수천 년 동안 청주사람들이 그 젖꼭지를 빨아대어 말라 비틀어졌을 법도 한데, 피곤한 기색도 별로 보이지 않고 사시사철 생명의 물을 내륙의 분지로 흘러 보낸다. 청주사람이라면 그 포근한 어머니의 품을 결코 잊을 수 없다. 한여름이면 서문대교나 꽃 다리 아래에서 멱을 감았고 피라미 떼나 각시붕어를 쫓으며 무더위를 잊었다. 겨울이 오면 서문대교와 모충교 아래에 스케이트장이 들어서 하루해가 가는 줄 모르고 얼음을 지쳤다. 쓰리에스(3S), 세이버, 전승현 등이 당시에 유행하던 스케이트 메이커다. 그 스케이트를 자랑하기 위해 어깨에 메고 다녔다. 스케이트장 입구에는 날갈이 장수가 으레 있었고 생선묵(오뎅)이나 홍합, 꼬막 등을 파는 포장마차가 겨울언덕에 진을 쳤다. 꽁꽁 언 손발을 녹이는 데에는 연탄불에 데운 생선묵 꼬치와 국물이 최고였다. 1960년대까지 계속된 무심천의 낭만과 풍경은 1970년대로 들어서며 없어지기 시작했다. 이상 난동(暖冬)과 오염으로 무심천은 얼지 않았고 더 이상 멱을 감을 수 없게 됐다. 뿐만 아니라 무심천 둑은 가난한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였다. 당시에는 속칭 '재건 데이트'라는 것이 유행했다. 남녀가 데이트를 하
제4회 지방선거전이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났다. 그런데 선거 분위기는 실종됐다. 유권자들의 관심은 딴 곳에 쏠려 있다. 오직 후보자들과 정당들만이 바쁠 뿐이다. 천안함 비극과 구제역 발생 등으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기 때문이다. 불과 5주 남았다. 이번 '6·2 지방선거'의 중요성과 지방자치의 현실을 생각하면 몹시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비리의 시작은 유권자 무관심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선거 때 주인은 유권자다. 유권자는 투표를 통해 국가의 주인 권리를 표시하게 돼 있다. 그 권리를 포기하면 현대 민주주의는 존재할 수 없다. 권리 위에 잠 자는 권익은 보호받지 못한다. 당연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는 유권자들이 갖고 있는 가장 신성한 권리이다. 또한 의무다. 주인이 권리 위에서 잠만 자는데 누가 그의 권익을 지켜주겠는가. 유권자들은 더 늦기 전에 후보자들의 면면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돌아간다. 필연적 결과로 남게 된다. 후회해도 소용없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저조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해군 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침몰 사건 영향이 크다. 충북의 경우 10
청주 시민이라면 누구나 가로수 길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고교시절,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이 시작되는 사창동 간선도로 변에서 하숙을 했다.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느냐..."로 시작되는 최희준의 '하숙생'이 크게 히트할 무렵이다. 그때에도 조치원으로 향하는 청주 가로수 길은 청주시민의 나들이 길로 답답증을 풀어주는 포근한 쉼터였다. 한 번은 반 대항 교내마라톤이 열렸는데 최준상이라고 하는 친구가 우리 반 대표로 출전하겠다고 떼를 썼다. 그 친구의 달리기 솜씨가 검증되지 않아 다른 친구들은 시큰둥했지만 더 이상 준족이 없어 그를 반대표로 내보냈다. 운동장을 한 바퀴 돈 후 가로수 길을 따라 휴암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단축 코스였다. 준상이는 출발 전의 큰소리에 맞게 1등으로 씩씩하게 달려 나갔다. 학교 앞 가로수 길로 응원을 나간 우리 반 친구들은 "준상이가 일을 낼 것 같다"며 플라타너스 잎 새 같은 손을 모아 손 벽을 치며 응원을 했다. 준상이는 길가에 도열한 가로수의 사열을 받으며 둥근 숲을 헤치고 나갔다. 새 봄을 맞아 새 순을 내민 플라타너스에서는 알싸한 봄 향기가 길을 따라 번져나갔다. 준상이는 초
772 함(艦) 나와라/ 온 국민이 애타게 기다린다. 칠흑(漆黑)의 어두움도/ 서해(西海)의 그 어떤 급류(急流)도/ 당신들의 귀환을 막을 수 없다/ 작전지역(作戰地域)에 남아있는/ 772함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772 함 나와라/ 가스터어빈실 서승원 하사 대답하라/ 디젤엔진실 장진선 하사 응답하라/ 그대 임무 이미 종료되었으니/ 이 밤이 다가기 전에 귀대(歸隊)하라. …중략/ - '772함 수병(水兵)은 귀환(歸還)하라' 중에서 천안함의 함미가 침몰 20일 만에 인양됐다. 서해 백령도 해역은 통곡의 바다가 됐다. '바다를 지켜야만 조국이 있다'고 다짐했던 대한민국 해군 수병들은 그렇게 귀환했다. 온 국민의 무사귀환 염원도 아랑곳없었다. 천안함이 왜 침몰했는지 가려야 한다. 인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난한 과제다. 진상조사의 결과에 따라 심대한 파장이 일 수 있다. 진상조사의 여정에서 숱한 의혹과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민·군합동조사단이 외부폭발 가능성이 높다고 공식 확인했다. 그동안 제기돼왔던 내부폭발이나 암초충돌 등의 근거가 없다는 게 합조단의 잠정 결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출발점이나 다름없다. 천안함의 진실을 찾기 위해 냉정은 필수다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며 상대방을 욕하거나 성폭행과 같은 사건을 접할 때 '짐승 같은 놈'이니 '인면수심(人面獸心)'이니 하며 짐승을 빗대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비유가 과연 합당한가에 대해서 사람들은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습관적으로 이 말을 사용한다. 따라서 '인면수심'같은 용어는 관용어이자 4자성어, 속담으로 아무런 저항감 없이 인용된다. 그런데 곰곰이 따져보면 이런 비유가 매우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비유가 인간은 선(善)하고 짐승은 악(惡)하다는 뜬금없는 바탕인식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왜 인간의 도리를 강변하고 정당화하는데 애꿎은 짐승을 동원하는 것일까. 짐승이 뭘 어쨌다는 걸까. 짐승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 만치 악하지도 않고 패륜 행위를 일으키지도 않는다. 오히려 짐승은 사람보다 훨씬 순수하고 착하다. 짐승 중 가축은 인간을 삶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가축의 대표 격인 개(犬)는 집을 지켜주고 인명을 구조하며 공항 등지에서는 마약밀수 등을 알아내는데 요긴하게 써먹는다. 토사구팽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사람에게 충직하며 절대로 주인을 배반하지 않는다. 시계가 없던 시절, 닭은 새벽을 알려주고 계란과 고기를 인간에게 제공한다. 양(羊)은…
정치선진화는 공천 개혁에서 시작된다. 비리전력자나 철새정치인은 공천에서 배제·배척해야 맞다. 계파 안배식 공천과 돈 공천의 고리는 반드시 끊어야 한다. 지당한 말씀이다. 제대로 안 지켜지니 문제다. 그나마 충북에선 작은 공천 개혁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옥천 이원면의 주민추천 군의원 후보 선출, 한나라당 청주시장 후보 단일화 등이 그렇다. 다행이다.6·2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당은 본격적인 선거체제로 돌입했다. 시민사회는 '공천 개혁'을 화두로 내걸었다. 선거 때마다 있는 일이다. 하지만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정당정치의 변치 않는 구태 때문이다. 그래도 충북에선 고무적인 일이 생겼다. 하나는 한나라당 청주시장 후보 단일화다. 다른 하나는 옥천군 이원면 주민들의 군의원 후보 주민추천이다. 모두 작은 선거 혁명이다. 지난 주 김동기 청주시장 예비후보가 전격 사퇴했다. 남상우 시장에게 세웠던 날카로운 대립각도 풀었다. 자신이 소속된 당의 후보 단일화를 위해서다. 곧바로 남 시장은 한나라당 청주시장 단일후보가 됐다. 김 예비후보는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대리전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는 현 상황을 질타했다. 그리고 무분별한 경선의 낭비와 후유증을 지적했다. 속내야 어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의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세계 1차대전이 끝난 후 영국 시인 T.S.엘리엇이 쓴 그 유명한 시 '황무지(The Waste Land)'의 일절이다. 누구나 봄이 오면 "약동의 계절이니, 희망의 계절이니"하며 찬사를 늘어놓기 마련인데 엘리엇은 이를 거꾸로 해석했다. 4월은 새 생명이 움트는 계절임에도 생뚱맞게 '가장 잔인한 달'로 표현했다. 봄에 대한, 시에 대한 접근방식이 아주 다르다. 나의 마음이 저기압이라서 그런 걸까. 나는 그런 사실을 20년 전, D아파트로 이사를 하면서 경험했다. D아파트에는 꽃나무가 많다. 목련, 라일락, 넝쿨장미 등이 계절을 이어달리며 피고 진다. 봄의 전령사인 산수유가 피고 나면 개나리가 화답을 하고 이내 백목련이 청초하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꽃망울을 터트린다. 뜨락에서 꽃대를 뽑아 올리며 꽃잎을 여는 백목련은 고고한 충북선비 같기도 하고, 한복을 잘 차려 입은 조선 여인 같기도 하다. 아마도 그 고품격의 꽃망울에 감동해 충북의 꽃으로 정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산수유와 백목련은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을
[충북일보] 충북도가 청주시를 대상으로 진행중인 종합감사에서 도청 감사관실 일부 직원들이 시 소속 직원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도 감사관실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청원구청에 감사장을 차려놓고 시 산하 전 부서를 상대로 종합감사를 벌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갑질을 했다는 것이다. 대체로 제보자들은 "행정적 미비사항이나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충분히 용인할 수 있지만, 일부 사안에 대해 대답을 요구해놓고 막상 대답을 하니 말투와 태도 등에 대해 선생님에게 혼나는 학생 취급을 받았다"며 "게다가 행정적 미비사항도 아닌 부분에 대해서까지 억지로 지적사항에 끼워 넣으려는 태도에 기가 찼다"고 토로했다. 해당 제보자들이 당했다는 언어적 갑질폭력을 구체적으로 기사에 서술할 경우 제보자가 특정될 수 있어 밝힐 순 없지만, 이들은 대체로 "인격적인 모욕감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직원은 제보를 하면서 "안그래도 업무에 회의를 느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참기가 힘들고 사표를 내고 싶다"고까지 말하고 울먹였다. 또 다른 제보자는 감사에 임하는 직원들의 업무이해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 한 제보자는 "감사를 보는 직원이 업무를 너무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충북도가 청주 오송에 들어서는 철도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의 성공적 조성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신청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내년 상반기 내 예타가 마무리돼야 오는 2029년까지 사업을 완료한다는 도의 구상에 차질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16일 도에 따르면 오송 철도클러스터 국가산단의 공동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충북개발공사는 오는 9월 기획재정부에 공기업 예타를 신청할 계획이다.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사업 중 총사업비가 1천억원 이상이면 공기업·준정부기관 사업 예타를 받아야 한다. 오송 국가산단 조성에는 5천5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는 이때 예타가 진행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 공기업 관련 예타 신청은 1월과 5월, 9월 등 연 3회로 제한돼 예타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면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신속 예타'로 신청할 계획인데 대상에 반드시 반영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 제도는 예타 기간이 기존보다 3개월 정도 단축돼 6개월 정도면 결과가 나온다. 그런 만큼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게 된다. 도는 예타 통과를 위한 준비도 철저히 하고 있다. 이 사업이 예타를 통과하려면 경제성이 중요한 만큼 기업의
◇22대 총선 당선인 인터뷰 - 증평·진천·음성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부족한 사람에게 다시 한번 중임을 맡겨주신 군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총선 승리는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약속드린 미래 비전을 군민들께서 선택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재선에 성공한 임호선(61)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증평·진천·음성)은 겸손한 자세로 소통하며 어려운 민생부터 확실히 챙겨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며 "서민경제를 살피지 못하고 국정운영을 독단적으로 하며 과거로 퇴행하려는 정부에 브레이크를 잡으라는 민심이다. 제1야당으로서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적극 따르며 민생해결과 지역발전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앞으로의 의정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22대 국회에서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활동을 원하고 있다. 임 당선인은 "저는 농촌에서 태어나 자라왔고 현재도 농촌에 살고 있다"며 "지역적으로도 증평·진천·음성군이 농촌이기에 누구보다 농업농촌의 현실을 잘 이해하고 농민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촌의 현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임 당선인은 "농촌이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